Semua Bab 오빠의 방에는 창문이 없다: Bab 1 - Bab 10

10 Bab

제 1화. 강현민에게 당했다

“한은서 팀장님, 죄송하지만 계약금과 중도금 10억 원은 이미 전액 집행되었습니다.”은서는 테이블 위에 펼쳐 둔 매장 도면에서 고개를 들었다.10년을 알고 지낸 민우가 낯선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보석 진열장 위치를 의논하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집행이라니. 매장 보증금이랑 원석 대금으로 쓰라고 보낸 돈이잖아.”“그러니까 썼다고.”“어디에?”민우는 대답하지 않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의 뒤와 출입문 앞에는 사채업자 세 명이 서 있었다. 은서는 그제야 그들이 자리를 잡은 방향을 살폈다. 문으로 나가려면 누구 하나의 몸을 밀쳐야 했다.“선배. 내 돈 어디 있어!!!”“공주님이 겨우 10억 가지고 왜 이래? 집에 가서 손 벌리면 되잖아.”***공주님....열여섯 살, 어머니 손을 잡고 성북동 대저택에 들어섰을 때도 사람들은 은서를 그렇게 불렀다. 어머니 서혜진이 서경그룹 강문혁 명예회장의 두 번째 아내가 되었다는 이유로.하지만 은서에게는 신발을 벗는 자리부터 낯선 집이었다. 어머니 뒤에 서 있던 은서가 고개를 들었을 때, 현관 안쪽에서 한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었다.“은서야. 인사해. 앞으로 네 오빠가 될 사람이야.”강문혁회장의 첫 아내가 낳은 장남, 강시후였다.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인사를 하고서도 은서는 한동안 그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과 갑자기 가족이 되는 일은, 그 큰집에 들어가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았다.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그 집 돈 아니야, 내가 밤새워 일해서 모은 돈이라고. 어디에 썼는지 내역부터 보여 줘.”“강현민 이사님 쪽 법인으로 정산됐어. 궁금하면 그쪽에 물어봐.”종이를 접던 손이 멎었다.“……강현민 한테?”그 이름을 듣자 계모 조수현의 얼굴부터 떠올랐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강문혁회장의 세 번째 아내가 되어 그 자리에 들어앉은 여자. 강현민은 제 어머니가 안주인이 된 날부터 은서를 대놓고 밀어냈다.‘네 엄마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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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첫 째 아내의 아들 강시후

탁!!은서의 뒤통수가 차가운 벽면에 거칠게 처박히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턱뼈를 부술 듯 옥죄어 오는 시후의 손가락 끝에서 서늘하면서도 지독하게 뜨거운 압력이 번졌다.반항할 틈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의 단단한 허벅지가 은서의 다리 사이를 가차 없이 비집고 들어와 벽으로 밀어붙였다. 스커트가 허벅지 위로 거칠게 밀려 올라가며 맨살과 남자의 단단한 수트 바지가 노골적으로 맞닿았다. 아래에서부터 끼쳐오는 묵직한 열감에 은서의 숨이 턱 막혔다."……이거 놔, 오빠.""놔달라고 애원하기엔, 아래가 너무 축축한데?"시후의 손길이 가차 없이 아래로 뻗어 나갔다. 허벅지 안쪽의 민감한 살결을 쓸어 올리던 그의 손가락이 젖어 든 속옷의 얇은 천 위를 가차 없이 짓눌렀다.찌르르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내달렸다. 다른 한 손으로는 은서의 가느다란 두 손목을 머리 위로 꺾어 누른 채, 그가 은서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이고 낮게 읊조렸다."싫으면 밀어내 봐. 기꺼이 대가를 청구해 줄 테니까."깃털 같은 자비도 없는 목소리와 함께, 시후의 고개가 은서의 가슴께로 깊게 파고들었다. 얇은 블라우스 단추를 거칠게 뜯어내자 드러난 여린 살결에 그의 축축한 입술과 날카로운 치열이 깊게 박혔다. 은서는 물러설 곳 없는 벽에 갇힌 채, 흐려지려는 정신을 붙잡으려 시후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오빠가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선배와의 문제는 제가 직접 법적으로 해결할 거예요.”"법적으로?"시후의 입술 사이로 낮고 싸늘한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가 잡고 있던 은서의 턱을 놓아주더니,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새하얀 서류 봉투를 집어 들어 은서의 발치 앞으로 툭 던졌다.스륵.바닥으로 미끄러져 나온 종이 위에는, 서경 금융의 공식 직인과 함께 선명하게 박힌 금액이 찍혀 있었다.[자기앞수표: 1,000,000,000원 정]정확히 10억이었다. 은서의 숨은 턱 막혔다."민우 그 사기꾼 새끼는 이미 중국행 밀항선을 타려다 윤 실장에게 잡혀 인천 물류창고에 처박혀 있다. 네가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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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화. 세 번째 처 조수현

은서는 듀얼 모니터 아래쪽의 붉은 문장을 읽었다. 국과수 비공개 재감정 소견서라는 표제를 다시 확인하고, 같은 줄로 눈을 돌렸다. 잘못 읽은 것이기를 바랐다.[사인: 급성 심근경색 의증 → 체내 미량 검출된 디기탈리스 유도체에 의한 인위적 심정지 가능성 농후. 타살 의심.]타살.단순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어머니의 죽음 뒤에, 누군가의 잔혹한 살의가 도사리고 있었다.“……이게, 정말이에요?”은서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가늘게 떨렸다. 은서가 홀린 듯 손을 뻗어 마우스를 잡으려던 찰나였다. 시후의 커다란 그림자가 등 뒤에서 덮쳐오며, 은서의 가녀린 허리를 단단한 팔로 감싸 안았다.탁!시후의 다른 한 손이 모니터 전원을 거칠게 꺼버렸다. 푸른빛이 일순간 사라지고, 창문 없는 방 안에는 다시 숨 막히는 어둠과 두 사람의 거친 호흡만이 남았다.“오빠…… 놔요! 더 봐야 해요! 누가 우리 엄마를……!”은서가 시후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남자의 거대한 체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후는 은서의 등을 자신의 단단한 가슴팍에 빈틈없이 밀착시켰다. 은서의 귓가에 닿는 남자의 뜨거운 숨결과 등 너머로 전해지는 심장 박동이 온몸을 옭아맸다.“조수현이다.”시후의 낮고 서늘한 음성이 은서의 귓바퀴를 파고들었다.“10년 전 네 어머니가 쓰러지던 날 밤, 별장 관리인을 매수해 약물을 바꿔치기한 흑막. 내가 그 여자의 목을 조르기 위해 10년 동안 피를 말리며 모아온 증거다.”은서의 호흡이 턱 멎었다.계모 조수현.저택에서 자애로운 안주인 행세를 하며 은서를 고립시키던 그 여자가, 어머니를 죽인 진범이었다.“네가 성수동으로 도망쳐 보석이나 깎고 앉아 있는 동안, 그들은 네 목덜미까지 칼을 들이밀고 있었어.”시후의 서늘한 손가락이 은서의 떨리는 턱선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시후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는 광기 어린 독점욕이 일렁이고 있었다.“이 증거를 세상에 까발리고 조수현 모자를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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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화. 강시후 오빠

다음 날 오전 9시, 광화문 서경그룹 본사 32층 디자인 전략실.복도 끝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요란한 구두 굽 소리와 함께 험악한 분위기가 실내를 덮쳤다.“한은서 어디 있어? 당장 나오라고 해!”계모 조수현의 아들이자 서경물산 이사인 강현민이었다.어제 성수동에서 10억 사기 덫을 놓았던 장본인이, 은서가 사채업자들에게 끌려가 매장도 면허도 날아갔을 거라 확신하고 의기양양하게 들이닥친 것이었다.“이 방 비우라고 했을 텐데? 사기 방조로 감정사 자격 날아간 범죄자가 아직도 서경그룹 명함을 파고 다녀?”강현민이 은서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디자인 도면들을 거칠게 쓸어 넘기려던 찰나였다.“남의 책상에서 뭐 하시는 짓입니까, 강현민 이사님.”차분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가 전략실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단정한 네이비 실크 블라우스와 펜슬 스커트를 입은 한은서가, 서류철 하나를 손에 쥔 채 꼿꼿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스커트 아래 드러난 은서의 발목에는, 어젯밤 시후가 채워준 백금 앵클릿이 서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강현민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너, 네가 어떻게……! 어제 성수동 사채업자 놈들이……!”“어제 인천항에서 밀항하려던 보석 중개인 민우 선배 말씀이신가요?”은서가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채 서류철을 강현민의 가슴팍에 툭 던졌다. 펄럭이며 펼쳐진 서류 위에는, 민우의 지장이 찍힌 자필 사기 교사 자백서와 함께 강현민의 페이퍼컴퍼니 계좌 추적 내역이 적나라하게 인쇄되어 있었다.“이사님 법인으로 빼돌린 제 돈을 사기 자금으로 둔갑시키려던 계획, 이 계좌 내역과 함께 검찰에 넘어가기 직전입니다.”“이, 씨발것 미친년이……!”강현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가 이성을 잃고 은서의 뺨을 향해 손을 치켜든 그 순간.“내 사옥에서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려 하지?”지옥 밑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살기 어린 중저음이 전략실을 짓눌렀다. 순식간에 전략실 전체가 숨조차 쉬지 못할 정적에 휩싸였다.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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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화. 정략결혼

“정략결혼 안건을 상정했다고?”시후의 서늘한 목소리가 부사장실의 정적을 날카롭게 갈랐다. 그의 눈 깊은 곳에서 살인적인 눈빛이 번뜩였다. 책상 위에 걸터앉아 있던 은서의 가녀린 어깨가 시후의 손아귀 안에서 잘게 떨렸다.남자의 단단한 손가락에 실린 무시무시한 악력은,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대로 뼈마디를 부러뜨릴 듯 위태로웠다.“오, 오빠…… 아파요……!”은서의 고통 어린 탄식에 시후는 번쩍 정신을 차린 듯 천천히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서린 냉혹한 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강현석 그 버러지 새끼가 감히 내 것을 넘봐?”시후가 은서를 번쩍 안아 바닥에 내려놓더니, 단정하게 수트 단추를 채웠다.“성북동으로 간다.”***오후 3시, 성북동 서경그룹 본가 대저택 그랜드 다이닝 룸.육중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 서경그룹 창업주이자 강시후, 강현민의 아버지 강문혁 명예회장과 후처 조수현이 상석에 앉아 있었다.그 맞은편에는 오만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태강그룹 차남, 강현석 상무가 자리하고 있었다.“어머, 시후야. 은서랑 같이 들어오니 보기 참 좋구나.”조수현이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른 입술로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은서를 가문 밖으로 완전히 쫓아내고, 태강그룹과의 혼맥을 자신의 아들 강현민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탐욕이 번들거렸다.“강 회장님, 시후 부사장. 한은서 팀장과의 혼담은 저희 태강 이사회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강현석이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문가에 서 있는 은서의 앞으로 다가서더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품평하듯 훑어보고 은서의 귀에다 속삭였다.“서경가에서 곱게 자란 줄만 알았더니, 소문대로 미인이십니다. 제 아내가 되면 그 하찮은 보석 디자인 따위는 당장 때려치우고 집에서 얌전히 인형 노릇이나 하면 됩니다.”강현석의 기름진 손가락이 은서의 새하얀 뺨을 향해 뻗어왔다. 은서가 혐오감에 미간을 찌푸리며 물러서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파앗-!“크아아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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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벌 받을 시간

“도망치려던 벌을 받을 시간이다, 한은서.” 시후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푸른 불꽃처럼 번뜩였다. 남자의 묵직한 체중이 은서의 전신을 완벽하게 짓눌렀다. 단추가 풀린 블랙 셔츠 사이로 드러난 시후의 단단한 흉근에서 불덩이 같은 열기가 뿜어져 나와 은서의 얇은 블라우스를 축축하게 적셔 들어갔다. 이미 얇은 천 너머로 서로의 뜨거운 체온이 가감 없이 맞닿아 있었다. “오빠…… 하! 제 말 좀 들어요!” 은서가 숨을 헐떡이며 시후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발버둥을 쳤다. 엇갈리는 몸짓 속에서 거친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두 사람의 숨결이 더욱 가쁘게 얽혔다. “태강그룹과의 혼사는 강 명예회장님이 직접 추진하시는 거예요! 오빠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굴면 서경그룹 이사회에서 후계 구도가 흔들린다니까요!” “후계 구도?” 시후의 입술 사이로 서늘하고 거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의 커다란 손이 은서의 가느다란 양 손목을 낚아채더니, 머리 위로 단숨에 결박해 버렸다. 탁! 단 한 손으로 은서의 두 손목을 완벽히 제압한 시후의 다른 손이 은서의 블라우스 깃을 거칠게 헤쳤다. 뜯겨 나가듯 열린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목덜미와 가슴께의 뽀얀 살결 위로 남자의 뜨거운 손바닥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서경그룹 따위, 널 내 곁에 가두는 대가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해.” 시후의 뜨거운 입술이 은서의 맥박이 요동치는 목덜미를 깊게 집어삼켰다. “읏……!” 뜨거운 살결과 살결이 밀착되는 순간, 은서의 전신으로 전율이 퍼져나갔다. 남자의 젖은 혀끝이 민감한 쇄골 라인을 따라 느리게 내려가 얇은 속옷 경계선 안쪽의 여린 살결까지 깊게 파고들었다. 숨결이 닿는 곳마다 붉은 낙인이 찍히듯 열기가 번졌고, 은서는 발가락 끝을 오그라트리며 몸을 잘게 떨었다.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은서의 발목에서 백금 앵클릿이 달각이며 차가운 마찰음을 냈다. “오빠…… 흐읏, 이러지 마세요. 손부터 놔요……!” 은서가 입술을 꽉 깨물며 흘러나오는 신음을 억눌렀다. 하지만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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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화. 어머니가 남긴 상자

새벽 5시 30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지하 물류창고 단지.칠흑 같은 어둠과 짙은 안개 사이로 세 대의 검은색 마이바흐가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며, 시후의 묵직한 캐시미어 코트를 어깨에 걸친 은서가 발을 내딛었다.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은서의 발목에서, 차가운 백금 앵클릿이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 불빛을 받아 서늘하게 번뜩였다.“떨지 마라.”등 뒤에서 다가온 시후의 거대한 체구가 은서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남자의 단단한 손끝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체온이 은서의 심장 박동을 가라앉혔다.“윤 실장, 진입해.”시후의 낮고 차가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특수 경호팀 요원들이 창고 철제 셔터를 산소절단기로 단숨에 따내며 돌입했다.쾅-!“누, 누구야?!”창고 안쪽, 드럼통에 시너를 붓고 도끼로 오크 나무 궤짝을 부수려던 검은 작업복 차림의 사내 5명이 혼비백산하여 돌아보았다. 조수현이 거액을 주고 고용한 전문 철거 브로커들이었다.“작업 중지하고 전원 손 들어!”윤태준 실장의 일갈과 함께 브로커 둘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이 은서에게 닿기도 전에, 시후가 둘의 진로로 뛰어들었다.파앗-!우드득!시후는 휘둘러지는 쇠파이프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사내의 손목을 잡은 채 꺾자 파이프 끝이 아래로 떨어졌다.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전에 시후의 단단한 구두 끝이 남자의 명치를 짓밟았고, 사내는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단 10초였다.5명의 거구 브로커들이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조차 내지 못한 채 제압되었다. 시후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며, 부서진 나무 궤짝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은서를 향해 턱짓했다.“가서 확인해, 은서야.”은서는 궤짝 가장자리를 잡았다. 뚜껑에 남은 긁힌 자국 사이로 그을음이 묻어났다. 조금만 늦었으면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지 몰랐다. 부서진 나무 조각부터 옆으로 밀어냈다.은서는 떨리는 무릎을 꿇고 궤짝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톱밥과 재 분진 사이로, 10년간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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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화. 총구

“경찰이다! 손 들고 무릎 꿇어!”형사 반장 김철호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권총을 겨누며 다가왔다. 바닥에 쓰러진 조수현의 브로커들을 보며, 그들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말려 올라갔다.“서경그룹 총괄 부사장이고 뭐고, 현행범 체포 앞엔 장사 없지. 저 계집애가 쥐고 있는 증거물 상자부터 당장 압수해!”형사 둘이 은서를 향해 거칠게 손을 뻗으려던 그 순간. 은서가 차가운 눈빛으로 시후의 코트 자락을 헤치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그 손 멈추시죠, 김철호 반장님.”은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가방을 열었다. 상속받은 창고의 소유권을 확인할 등기 서류, 그리고 검찰 수사 협조 공문이었다. 두 서류를 형사들 앞 바닥에 던져 펼쳤다.“이 청담동 8호 물류창고는 어머니 서혜진에게서 제가 상속받은 사유 시설입니다. 저들은 유품을 태우려다 제지당했고요. 신고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소유주부터 체포하겠다는 겁니까?”김철호 반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뭐, 뭐라고……? 이 계집애가 감히 법을 들먹여?!”“불 지르려던 사람들은 뒤에 있잖아요.”형사의 눈이 은서의 얼굴이 아니라 품에 안은 상자로 향했다. 창고에 왜 왔는지 묻지도 않았다. 은서는 상자의 모서리를 당겨 제 몸 뒤로 감췄다.은서는 바닥의 시너 통을 가리켰다. 형사 한 명이 그쪽을 돌아보려다 김철호의 눈짓을 받고 멈췄다. 말보다 그 반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저 상자부터 내놓으라니까!”김철호가 은서에게 다가섰다. 시후가 앞을 막으려 했지만 은서는 상자를 윤 실장에게 넘겼다. 자신의 손이 비면 저들이 물건부터 낚아채기 어려웠다.“전송한 자료 받으셨는지 확인해 주세요.”윤 실장의 화면에 수신 확인이 떴다. 시후가 은서를 향해 뻗던 손을 거두고 김철호를 바라봤다. 은서는 무릎이 떨리는 것을 바지 주름 밑에 숨긴 채, 복사본 가운데 해당 계좌가 나온 쪽을 펼쳤다.“어디 그뿐인 줄 아십니까?”은서가 손에 쥔 에메랄드 펜던트 속 비자금 문서를 높이 치켜들었다.“조수현 사모에게 매달 2,000만 원씩 받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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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화. 반격

다음 날 오전 10시, 광화문 서경그룹 본사 40층 그랜드 볼룸.수백 명의 주주들과 경제부 기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회의실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단상 위에 오른 계모 조수현은 검은색 명품 투피스를 차려입은 채, 가식적인 눈물을 훔치며 마이크를 잡았다.“존경하는 주주 여러분,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 한은서 팀장은 서경그룹의 이름을 사칭하여 성수동에 개인 사설 아틀리에를 차리고, 10억 원대의 금융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회사 윤리 규범 위반이자 배임 행위입니다.”조수현은 마이크에서 입을 떼며 잠깐 웃었다. 그녀의 등 뒤 스크린에는 인터넷 찌라시 매체에 뿌려진 허위 기사들이 대문짝만하게 떠올랐다.“따라서 오늘 이 자리에서 한은서 팀장의 즉각적인 직위 해제 및 디자인 전략실 퇴출, 그리고 형사 고발을 결의하고자 합니다.”찬성표를 던지기 위해 매수된 어용 주주들이 웅성거리며 손을 들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쿵-!육중한 대회의실 양문이 거칠게 열렸다. 순식간에 회의실 전체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어버렸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버진로드 같은 통로를 따라, 순백의 테일러드 팬츠 수트를 입은 한은서가 홀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 맑고 투명하지만 칼날처럼 차가운 눈동자. 그녀의 쇄골 위에는 전날 오전 시후가 새겨놓은 붉은 키스마크를 가리기 위해 실크 스카프가 우아하게 둘러져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짓단 사이로 백금 앵클릿이 서늘하게 번뜩였다.“누, 누가 저 계집애를 들여보냈어?! 경비원, 당장 끌어내요!”조수현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하지만 은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상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은서는 단상 계단 아래에서 멈췄다. 화면에는 자신의 이름이 보였다. 모르는 기자가 쓴 문장인데도 마치 자신의 잘못을 읽는 것처럼 얼굴이 뜨거워졌다.객석의 누군가가 휴대폰을 들어 얼굴을 찍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려다 멈췄다. 조수현은 그 한 번의 회피마저 이용할 여자였다.은서는 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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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화. 침입자

육중한 철제 도어락이 세 번의 잠금음을 울리며 차갑게 맞물렸다. 주주간담회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지만, 하루 종일 팽팽하게 곤두서 있던 신경이 한순간에 풀려버린 탓에 은서의 다리가 맥없이 풀렸다.“아…….”은서가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무너지려던 찰나였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후의 거대한 그림자가 벼락처럼 은서의 허리를 낚아챘다. 남자의 단단하고 뜨거운 품 안에 안착하는 순간, 익숙한 시더우드 향과 짙은 체향이 은서의 전신을 마비시키듯 덮쳐왔다.“수고했다, 한은서.”회의장에서 수없이 들었던 축하와는 다른 말이었다. 은서는 대답하려다가 숨만 내쉬었다. 이제 아무 표정도 꾸미지 않아도 되는지, 이 남자 앞에서만큼은 더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시후의 낮게 긁히는 중저음이 은서의 귓전을 울렸다. 시후는 은서를 가볍게 안아 올려 집무실 중앙의 커다란 이탈리아산 천연 가죽 소파 위에 앉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서경그룹의 황태자이자 재계의 잔혹한 군주가, 지친 은서의 발치 아래 머리를 숙인 것이었다. 시후의 커다란 손이 은서의 하이힐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은서의 하얀 발목을 감싸고 있는 차가운 백금 앵클릿이 조명 아래에서 서늘하게 빛났다.시후의 뜨거운 손바닥이 은서의 굳어 있던 종아리 근육과 발목 주변을 깊고 묵직하게 눌러주기 시작했다.“읏…… 하아…… 오빠…….”예상치 못한 강한 자극과 찌릿한 쾌감에 은서의 입술 사이로 야릇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하루 종일 날 선 가시를 세우고 적들을 짓밟느라 관절이 비명을 지르고 있더군.”시후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 속에서 위험할 정도로 짙은 열망과 집착이 소용돌이쳤다. 그의 손길은 발목에서 멈추지 않고, 얇은 슬랙스 바짓단을 밀어 올리며 종아리와 무릎 안쪽의 연약한 살결을 느리게 쓸어 올렸다.은서는 소파 팔걸이에 놓인 휴대폰을 봤다. 간담회가 끝난 뒤부터 알림이 멎지 않았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메시지 사이로, 뒤늦게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이름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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