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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변수

Autor: 공자영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17 11:18:34

“난 또.”

“……”

“그때 일 말해주는 줄 알았네.”

사실 몇 번이고 다짐했다. 최대한 빨리 말해주자고.

그래야 다음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도 그날 일을 떠올리면.

“……”

윤호는 급격히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주먹을 세게 쥐고서야 겨운 떨림을 감출 수 있었다.

여림은 더 묻지 않았다. 오래 지난 일임에도 괜히 듣고 싶다 생각한 건 욕심이었을까.

이런 자신이 우스워진 거 같아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는 윤호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호는 그런 여림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여림아.”

그렇게 운을 뗐을 때.

지잉.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여림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림이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발신인을 확인한 순간, 묘하게 굳어지는 표정.

여림은 잠시 망설이다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팀장님.”

윤호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렸다. 잘 들리지 않았지만 전화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가 꽤 다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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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어 죽을 첫사랑   21. 벚꽃이 준 밤

    공연은 어찌저찌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현장에 있던 기존 직원들을 필두로 현재와 여림이 일을 도왔다. “두 분 다 얼른 올라가세요. 저희는 하선 님이 오면 최종 마무리 하신다고 해서 대충 정리하고 내일 올라가려고요.”“괜찮을까요? 할 일이 많을 텐데.”“에이, 두 분 다 할 일이 있는데 이 정도면 많이 도와주신 거죠.”이미 현장에 파견되어 있던 모먼트 직원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결국 거의 등을 떠밀리다시피한 두 사람은 나란히 차에 타 버렸다.“그냥 가도 괜찮겠죠?”여림은 괜히 불안한 마음에 현재에게 물었다.“거기 있는 직원들도 한 경력하는 사람들인데요 뭐. 저희는 일손 돕는 걸로 왔잖아요. 도왔으니 가죠.”“뭐, 그쵸. 저희도 내일 오프비트 미팅 준비해야 되니까.”여림은 뻐근한 목을 풀며 말했다. 지금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었다. 공연장 답사와 미팅이 많이 남지 않은 시점, 여림의 발등도 슬슬 뜨거워질 때였다.“운전 힘드시면 제가,”“안 돼요. 푹 자요.”현재는 여림의 말을 끊으며 팔을 뻗어 여림의 등받이를 내려주었다.순간 가까워진 거리에 여림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턱 참았다.“저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오늘 피곤했잖아요.”“아이, 그래도 누워서 가는 건 싫어요!”여림은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에 얼른 등받이를다시 세웠다.“알겠어요.”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여림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밤공기가 제법 따뜻해져 있었다.밤거리를 달리는 도로 옆으로 나무들이 스쳐 지나갔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에는 만개하기 전 벚꽃 봉오리가 잔뜩 달려 있었다. 그중 몇몇은 이미 연분홍빛 꽃을 피어내기도 했다.“벚꽃 필 때가 됐나 봐요.”여림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또다시 오래 묵었던 기억이 떠올랐다.***학창시절에는 일명 ‘회전초밥 놀이’가 있었다. 점심 시간이면 별다른 목적 없이 운동장 트랙을 빙글빙글 도는 것.여림과 수진은 회전초밥 놀이의 단골 초밥이었다.그날은 벚꽃이 화려하게 핀 4월의

  • 얼어 죽을 첫사랑   20.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여림 님.”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여림 님.”몇 번의 부름 끝에 여림이 천천히 눈을 떴다.“…… 헐.”잠결에 눈을 뜬 여림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도착한 곳은 주차장이었다.“도착했어요.”현재는 여림인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속삭였다.“저… 잤나요?”목이 푹 잠겨 있었다.“잘 주무시길래 안 깨웠어요.”“얼마나 잤죠, 저……”여림은 입술을 앙 물고는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료 보다가 고개를 꾸벅꾸벅 하시더니 어느 순간 주무시던데요?”현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태블릿도 떨어진 거 같아요.”“헐.”여림은 서둘러 의자와 문 사이에 떨어진 태블릿을 찾아냈다.“피곤하실 거 같아서 안 깨운 거예요. 안 미안하셔도 돼요.”현재는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여림은 울상을 짓다가 제 몸을 덮고 있는 외투를 발견했따.“아, 그건 추워하시길래.”“진짜 죄송합니다……. 아, 언제 잠들었지.”언제 잠든 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림은 괜히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에이, 시간이 몇 신데 피곤할 만도 하죠.”“그래도 혼자 운전하시느라……. 제가 밥이라도 사겠습니다……”여림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일단 내립시다.”먼저 차에서 내린 현재는 뒷좌석을 열어 두 사람의 짐을 꺼냈다.“아, 제 건 제가 들게요.”여림이 자신의 가방을 집으려 하자 현재가 한 발 먼저 여림의 가방을 어깨에 맸다.“빨리 먼저 가서 엘리베이터 버튼 눌러줘요.”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여림을 재촉했다.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행사장 인근에 마련된 스태프 숙소였다.현재는 방 안까지 짐을 옮겨주었다.“일단 오늘은 들어가서 쉬고, 내일 아침 일찍 현장으로 가면 될 거 같아요.”“네. 푹 쉬세요.”“여림 님도 푹 쉬고 이따 봐요.”여림은 피곤한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히 주무세요.”“여림 님도요.”현재가 돌아서고, 여림은 닫히는 문을 바라보다 침대에 풀썩 누웠다.“

  • 얼어 죽을 첫사랑   19. 변수

    “난 또.”“……”“그때 일 말해주는 줄 알았네.”사실 몇 번이고 다짐했다. 최대한 빨리 말해주자고.그래야 다음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도 그날 일을 떠올리면.“……”윤호는 급격히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주먹을 세게 쥐고서야 겨운 떨림을 감출 수 있었다.여림은 더 묻지 않았다. 오래 지난 일임에도 괜히 듣고 싶다 생각한 건 욕심이었을까. 이런 자신이 우스워진 거 같아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는 윤호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호는 그런 여림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여림아.”그렇게 운을 뗐을 때.지잉.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여림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림이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발신인을 확인한 순간, 묘하게 굳어지는 표정.여림은 잠시 망설이다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네, 팀장님.”윤호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렸다. 잘 들리지 않았지만 전화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가 꽤 다급했다.ㅡ 여림아, 지금 회사야?“아니요. 좀 아까 퇴근 했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ㅡ 큰일 났어. 지금ㅡ하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여림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네?”한동안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던 여림은 벌떡 일어났다.“지금요?”윤호는 그런 여림을 바라보다 여림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네. 알겠습니다.”여림은 입술을 잘근잘근 뜯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현재 님한테 합류하겠습니다.”현재? 그 이름이 들린 순간, 윤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전화를 끊은 여림은 소파에 대충 던져둔 가방을 챙기고 서둘로 현관으로 향했다.“오빠 미안한데 나중에 얘기하자.”윤호도 덩달아 현관까지 마중을 나왔다.“무슨 일이야?”여림을 따라 현관에 어정쩡하게 선 윤호는 조심히 물었다.“아, 회사에 일이 터져서 급하게 출장가야 될 거 같아.”신발을 대충 꺾어 신은 여림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러곤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모먼트 남현

  • 얼어 죽을 첫사랑   18. 듣고 싶은 이야기

    “우리 집 갈래?”아, 왜 말이 이렇게 나왔지.이건 생각했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말을 뱉은 순간 이미 골든 타임은 끝났다.여림의 눈치를 살폈다. 누가 봐도 당황함이 얼굴에 잔뜩 묻어 있었다. 빨리 무언가 덧붙여야 했다.“아니, 그 얘기할 데가 마땅히 없어서.”아, 왜 또 말이 이렇게 나와. 얘기할 데가 집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째 말하면 할수록 잘못 뱉은 말의 얼룩이 더 번지는 거 같았다.“근처에 카페도 있는데 그러면 또 그 골목 빠져나가야 하니까.”“……”“그래서 거기보다는 우리 집이 편할 거 같아서.”윤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평소에는 이리 흐트러진 모습이 없었다. 항상 깔끔한 편이었고, 결점이 없어 보인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이었으니까.그러니까 이렇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여림에게만 자꾸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그때 여림은 가만히 윤호의 말을 듣다 입을 열었다.“…… 오빠 집이 그렇게 편해?”윤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이거 뭐지.왜 차윤호가.“들어가자.”우리 옆 빌라에 들어가자는 거지?!“……”벙찐 채로 윤호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이게 뭐지 싶으면서도 몸은 일단 따라가고 있었다. “우리 집 여기야.”윤호는 익숙하게 도어락을 풀더니 문을 열었다.“실례합니다….”여림은 일단 들어왔다. 아주 어색하게 신발을 벗고 거실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평범한 남자의 자취방이었다. 거실에는 검은색 소파가 하나 놓여 있었고, 낮은 테이블이 있었다. 여기저기 생활감이 묻어 있는 방 안의 풍경을 눈에 담아 보니 실감이 났다. 진짜 여기 사는 구나.“소파에 앉아 있어. 물 줄까?”“응.”윤호는 자연스레 겉옷을 소파에 올려두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 사이, 어색하게 소파 한 자리를 차지한 여림은 두 주먹을 무릎에 올려두고 눈알을 굴렸다.“집에 뭐가 없어서 물 밖에 줄 수가 없네.”“아냐, 이거면 충분해.”컵 두 개를 가져온 윤호는

  • 얼어 죽을 첫사랑   17. 환하게 밝혀줘

    중간고사를 앞둔 열일곱의 어느 날.여림의 동네는 이미 열 시가 넘어가며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는 곳이었다. 그날은 시험 준비로 늦게까지 독서실에 있다가 자정이 다 된 시각에 집에 가게 되었는데. “고장났나.”집으로 가는 골목길의 가로등이 나갔었다.그땐 지금보다 어렸으므로 겁도 더 많았다. 어두운 골목길에 여림은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렇게 가방끈을 고쳐 잡은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을 때.[집에 잘 들어갔어?]독서실에 나오기 전에 집에 들어가겠다고 연락했던 윤호에게서 답장이 왔다.“……”당시 여림은 망설임 없이 윤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흐아앙…….”울먹거리며 전화를 건 여림에 윤호는 심히 당황했고, 여림이 집에 들어갈 때까지 나긋한 목소리로 여림을 달래주었다. 그날 여림은 전화 뿐이었지만 왠지 주변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래서 생각나는 건가.여림은 길바닥에 주저 앉아 윤호의 전화번호를 바라보았다. “……”통화 버튼 위에 손가락이 머물렀다. 하지만 쉽게 용기내지 못했다. 그때처럼 어린 애가 아니었으니까. 조금 더 섬세한 감정을 느끼는 어른이 되었으니까.그리고 지금 전화를 걸자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나이까지 무서워서 전화했다는 말을 하면 이상할 거 같고.“하…….”역시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결국 화면을 끄려 할 때.지잉.손 안 휴대폰이 진동했다.“……!”밝게 켜진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여림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길바닥]“…… 뭐야.”마치 자신이 전화를 걸려는 걸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여림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진동이 계속 울렸다. 두 눈을 씻고 봐도 제대로 본 것이 맞았다. 잠시 망설이던 여림은 결국 조심스레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잠시 정적이 흘렀다. 잘못 전화한 건가? 이런 생각이 들 때 쯤.ㅡ 여림아.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순간 손끝에 들어갔던 힘이 스르르 풀렸다. ㅡ 어디야?“집에 가는 중….”통화

  • 얼어 죽을 첫사랑   16화. 연락해도 된다며

    “나 왔다.”“뭐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오랜만에 와서 좀 헤맸어.”수진은 맥주 두 캔을 제외하고 나머지 맥주를 냉동실에 넣고선 여림의 옆에 앉았다.“짠.”두 맥주캔이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닭발도 곧 온대.”“그래? 그거랑 먹으면 되겠네.”여림은 어느새 취기가 조금 올랐는지 양 볼이 붉어져 있었다.“하, 시원하다.”“…… 야, 여림아.”“응?”“너 만약에 윤호 선배가 네가 아직도 좋대. 그럼 어떡할거야?”“뭐야, 갑자기. 그럴 리가 없잖아.”여림은 어색하게 시선을 떨궜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을 빗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정말 아무 감정도 없다면 저렇게 급하게 부정할 이유도 없었다. “왜 없어. 그럴 수도 있지.”“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그건 착각일 거야.”“뭐?”“오빠가 나한테 옛날에 있던 일에 대한 죄책감을 착각하는 걸 수도 있다고.”수진은 대답 대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저 말이 꼭 윤호만을 향한 것은 아닌 거 같다. 오히려 여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하는 말 아닐까.다시 상처 받기 싫으니 윤호가 자신을 좋아할 리 없다고 믿어야 눈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사람마다 같은 물건을 보고도, 같은 상황에 놓이고도 생각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였다. 수진은 이것을 바로 옆에 여림을 보고서 또 한 번 느꼈다.“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무슨 죄책감을 착각해. 애도 아니고.”“아, 몰라…….”수진은 말없이 여림을 바라봤다. 그때 내가 차단을 안 했으면 선배가 연락을 했을까.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그땐 그게 맞았어. 무슨 사정이 있든 친구가 힘들어 하는데 그렇게라도 해줘야 했었다고.***그렇게 수진이 다녀간 주말이 지났다.주말 내내 윤호의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다. 의도는 모르겠으나 왠지 수진이 자꾸 마음을 떠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뭐 어떡하라고.”다시 만나서 그때 일은 언급도 안 하는데.왠지 게워내려 풀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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