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여울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그래도 해준의 태도는 의외였다. 먼저 여울을 위로하고 사과까지 할 줄은 몰랐다.해준이 먼저 이렇게 나온 이상, 오늘만큼은 조금 더 제멋대로 굴어도 될 것 같았다.“목말라요.”해준이 머리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물 가져올게.”말을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 맨몸으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잠깐... 그렇게 나가게?”해준은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이 집에 우리 둘밖에 없는데 뭐가 문제야.”여울은 이불을 확 끌어당겨 얼굴까지 덮어 버렸다.‘이 남자 대체 왜 이래?’안방을 나온 해준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평소 단단하기만 하던 여울에게 이런 부끄러움도 있고, 투정도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다음 날 아침, 여울은 드물게 늦잠을 잤다. 침대 옆 협탁에서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 바람에 겨우 잠에서 깼다.[여울아, 너 어디야? 오늘 같이 병원 가기로 했잖아. 한 시간 넘게 기다려도 안 오면 어떡해. 같이 가기 싫었으면 싫다고 말을 하지.]전화받자마자 둘째 외숙모 이선영의 날 선 목소리가 쏟아졌다.여울의 목소리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도 제 일이 있어요. 아무 때나 바로 빠질 수 있는 건 아니에요.”외삼촌 진대호는 여울의 기분이 상한 걸 알아채고 곧바로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여울아, 외숙모 말은 마음에 담지 마. 급해서 그래. 태희가 오늘 진료 예약을 잡아 줬다고 했는데 병원에 와 보니 등록된 게 없대. 갑자기 이러니까 속상해서 말이 좀 거칠어진 거야. 화내지 마.]여울은 미간을 누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알았어요. 지금 갈게요.”통화가 아직 끊기지 않았는데 전화 너머로 이선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쟤가 무슨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다고 바빠. 돈 많은 남자 옆에 붙어 아직도 안 일어난 거 아니야?][목소리 좀 낮춰. 사람들 다 보잖아.]이선영은 진대호가 이미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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