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괜찮은 남자가 엄해준 대표님 한 사람뿐인 것도 아니고, 모든 여자가 엄해준 대표님 아내 자리를 노리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만나는 사람 따로 있고요.”말을 마친 여울은 손에 쥐고 있던 젖은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기 사무실로 걸어갔다. 걸음과 자세는 평소처럼 흐트러짐이 없었다.하지만 사무실 문을 닫자마자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뒤 아림이 들어왔을 때 여울은 이미 책상 위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타격을 받은 사람 같지 않았다.“실장님, 그분 가셨어요.”여울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알았어요. 잘 왔어요. 여기 내가 정리해 둔 자료가 하나 있는데 가져가서 한번 봐요. 앞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아림은 파일을 펼쳐 보다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실장님, 이거 우리 회사 주요 협력사 자료잖아요?”원래 해준과 여울 정도만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는 자료였다. 그런 걸 자신에게 건넨다는 게 이상했다.여울은 옅게 웃었다. “기본 자료만 추린 거라 기밀 내용은 없어요. 계속 실무 보조만 하고 싶지 않다면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어요.”아림은 잠깐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장님, 혹시 퇴사하실 생각이세요?”“왜 그렇게 생각해요?”“요즘 실장님 업무를 하나씩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계시잖아요. 이런 중요한 자료까지 주시는 걸 보면 퇴사 아니면 부서 이동밖에 생각이 안 나서요.”“부서 이동일 수도 있잖아요.”“정말 비서실장 그만두실 거예요? 실장님 없으면 대표님도 엄청 불편해하실 것 같은데요.”여울은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대표님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에요? 내가 없어도 아림 씨가 잘하면 되죠.”여울은 아림을 향해 미소 지었다. “이 얘기는 당분간 비밀로 해 줘요.”아림이 울상을 지었다. “실장님, 안 가시면 안 돼요?”여울은 대답하지 않았다.‘남아 있으면 또 누가 찾아와 이런 모욕을 견뎌야 하나?’회사 소문은 늘 빨랐다. 저녁에 구내식당에 갔을 때는 이미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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