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불온한 정착 / Kabanata 91 - Kabanata 100

Lahat ng Kabanata ng 불온한 정착: Kabanata 91 - Kabanata 100

322 Kabanata

91화

회의는 십 분간 중단됐다. 법무법인 대표비서는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회의실 문과 창문은 전부 열렸다. 임원들은 하나둘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사라는 가장 먼저 복도로 빠져나왔다.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정민이 뒤따라 나왔다. “사라 씨.” “네.” “나 봐요.” “왜요?” 사라가 돌아봤다. 멀쩡했다. 너무 멀쩡해서 더 수상했다. 정민이 팔짱을 꼈다. “뭐 먹였습니까?” “간식.” “그건 압니다.” “그런데요?” “왜 우리 다 멀쩡한데 저 사람만 저럽니까?”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실장님.” “예.” “사람마다 장 건강이 다르잖아요.” 정민이 헛웃음을 쳤다. “우연이다?” “그럴 수도 있죠.” “아까 따로 챙긴 것도?” “취향 고려.” “무슨 취향인데요?” “개인정보예요.” 정민은 기가 막혀 입을 다물었다. 그때 회의실에서 강수가 나왔다. “민사라.” 사라가 냉큼 대답했다. “네, 회장님.” “들어와.” “왜요?” “들어오라고.” 강수는 그대로 회장실로 향했다. 사라가 정민을 돌아봤다. “나 혼나나?” “아마도요.” “왜요? 난 간식밖에 안 줬는데.” “그 말을 회장님 앞에서도 꼭 하십시오.” 사라는 어깨를 으쓱하고 회장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강수는 책상 앞에 기대선 채 사라를 바라봤다. “말해.” “뭘요?” “뭐 했어.” “또 그 얘기예요?” “어.” 사라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간식 줬다니까.” “민사라.” “네.” “나한테 준 거랑 그 새끼한테 준 거 달랐잖아.” “다를 수도 있죠.” “왜 달랐는데.” “회장님은 내 남자친구고.” 사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 사람은 얄미우니까.” 강수의 눈썹이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추궁하던 내용은 순간 뒷전으로 밀렸다. “다시 말해봐.” “뭘요?” “방금.” 사라가 생각하다 알아챘다. “내 남자친구?” 강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 “맞잖아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92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라는 칼같이 컴퓨터를 껐다. “실장님, 내일 봐요.” 정민이 모니터에서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빠르네요.” “소고기 먹으러 가야 돼요.” “누구랑요?” 사라가 회장실 쪽을 턱짓했다. 정민의 시선이 따라갔다. “회장님이랑요?” “네.” “왜 둘이서…….” “밥 먹을 수도 있죠.” 사라는 태연하게 가방을 챙겼다. 아직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정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때 회장실 문이 열렸다. 강수가 재킷을 걸치며 나왔다. “가자.” “네.” 사라는 너무 자연스럽게 강수를 따라나섰다. 정민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혼자 중얼거렸다. “……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단둘이 남자마자 강수가 사라의 손을 잡았다. 사라가 맞잡힌 손을 내려다봤다. “회사예요.” “문 닫혔잖아.” “카메라 있잖아요.” “내 회사야.” “그게 무슨 논리야.” 사라가 웃으며 손을 빼려 하자 강수가 더 단단히 깍지를 꼈다. “가만있어.” “왜요?” “하루 종일 회사에서는 못 잡았잖아.” “일하러 왔으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 잡는다고.” 사라는 결국 내버려뒀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손이 떨어졌다. 강수가 데려간 곳은 청담동의 한우 전문점이었다. 독립된 룸으로 안내받은 사라는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가격부터 확인했다. 눈이 동그래졌다. “와.” “왜.” “비싸다.” “그래서?” “제일 비싼 거 먹어도 돼요?” 강수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비싼 거 먹으러 오자며.” “진짜 제일 비싼 거?” “먹어.” “나 많이 먹는데.” “알아.” 사라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이거랑 이거랑…… 이것도.” 강수가 메뉴판을 아예 사라 쪽으로 밀었다.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남으면요?” “싸가.” 사라는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잠시 뒤 고기가 들어왔다. 직원이 구워주려 하자 강수가 집게를 가져갔다. “제가 하겠습니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93화

저녁을 먹고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사라의 오피스텔이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시작된 입맞춤은 현관에서 거실로, 다시 욕실까지 이어졌다. 함께 씻는 동안에도 사라는 얌전히 있지 않았다. 강수의 얼굴에 거품을 묻혀놓고 혼자 웃다가 붙잡혔고, 샤워기까지 빼앗아 도망치려다 좁은 욕실 안에서 금세 허리를 잡혔다. “야.” “왜요.” “가만히 좀 있어.” “씻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결국 강수까지 웃었다. 욕실을 나와서는 자연스럽게 침대로 향했다. 한참 뒤. 방 안을 채우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흐트러진 이불 사이에서 사라는 강수의 팔을 베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강수의 한쪽 팔이 작은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사라는 그의 가슴에 뺨을 붙인 채 가장 편한 자리를 찾느라 한참을 꼼지락거렸다. “뭐 해.” “자리 잡아요.” “아까부터 잡고 있잖아.” “여기가 제일 편해.” 그제야 움직임이 멈췄다. 강수는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머리 말리고 자.” “귀찮아.” “감기 걸려.” “회장님이 말려줘요.” “드라이기 가져와.” “싫어. 지금 편한데.” 강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해달라는 사람은 사라인데 움직이는 건 언제나 자기 몫이었다. “그럼 그냥 자.” “네.” 대답은 또 빠르다. 강수의 손이 천천히 사라의 등을 쓸었다. 사라는 눈을 감고 있다가 슬그머니 손을 움직였다. 단단한 가슴 위를 의미 없이 돌아다니던 손끝이 어느 순간 길게 남은 흉터 하나에서 멈췄다. “여기도 있네.” 강수가 내려다봤다. “뭐 해.” “구경.” “뭘.” “회장님 몸.” 손가락이 옆으로 움직였다. “이건 또 뭐야.” “흉터.” “그건 나도 보여요.” 조금 아래에도 하나. 옆구리에도 하나. “와, 여기도 있어.” 강수가 결국 사라의 손을 잡았다. “그만 만져.” “왜요.” “간지러워.” “잠깐만. 몇 개인가 세어보게.” “나도 몰라.” 사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자기 건데 몰라요?” “그걸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94화

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가늘게 스며들었다. 흐트러진 이불 한가운데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사라는 강수의 가슴에 얼굴을 반쯤 묻고 있었다. 한쪽 팔은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리까지 아무렇게나 걸쳐놓은 모습이 꼭 커다란 베개를 끌어안고 자는 것 같았다. 강수 역시 한 팔로 사라의 허리를 감싸 작은 몸을 제 품 깊숙이 품고 있었다. 밤새 몇 번이나 자세가 바뀌었는데도 아침이 되면 이상하게 다시 붙어 있었다. 웅— 고요한 방 안에 낮은 진동이 울렸다. 협탁 위에 놓인 강수의 휴대전화였다. 강수의 미간이 희미하게 구겨졌지만 눈은 뜨지 않았다. 오히려 품 안의 사라를 조금 더 당겨 안았다. 웅— 다시 한번. “으음…….” 사라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더 깊숙이 묻었다. “시끄러워…….” 강수가 눈도 뜨지 않은 채 팔을 뻗어 휴대전화를 더듬었다. 진동이 끊겼다. 다시 잠들려던 순간. 웅— 세 번째 진동에 결국 눈을 떴다. 휴대전화를 집어 화면을 확인한 강수의 눈에서 순식간에 잠이 달아났다. 김서희. 부재중 전화 두 통. 그리고 세 번째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누군데요…….” 사라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서희.” “아.” 짧은 한마디. 사라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화면에 뜬 이름을 한번 본 그녀는 말없이 강수의 가슴에서 몸을 조금 떼었다. “받아요.” 강수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여보, 자고 있었어?” 서희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부드러웠다. “어. 조금.” “미안. 깨웠구나.” 강수의 시선이 사라에게 향했다. 사라는 아무 말 없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어제 늦게까지 일했어? 안 들어왔길래.” “어.” 짧은 거짓말이었다. “회사 근처에서 잤어.” “그럴 줄 알았어. 연락이라도 하지. 기다리다가 나도 그냥 잤어.” “미안.” “아침은?” “아직.”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95화

오전 아홉 시 반. CH건설 대회의실에는 법무팀과 비서실 직원들이 길게 자리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수정된 계약서와 검토 자료가 빼곡하게 펼쳐져 있었고, 정면 스크린에는 이번 협력업체 계약의 최종 조항이 띄워져 있었다. 강수는 상석에 앉아 자료를 넘겼다. “다음.” 낮은 한마디에 법무팀장이 곧바로 다음 페이지를 띄웠다. “제12조 손해배상 범위입니다. 지난 회의에서 말씀하신 내용을 반영해 귀책 범위를 세분화했습니다.” 강수의 눈이 빠르게 문장을 훑었다. 오른편에는 정민. 그리고 그 옆에 사라가 앉아 있었다. 처음 십여 분은 얌전했다. 그런데 회의가 길어지자 어깨 앞으로 흘러내리는 긴 머리카락이 거슬리는지 몇 번이나 귀 뒤로 넘겼다. 또 흘러내렸다. 사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결국 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입에 잠깐 물더니 양손으로 긴 머리를 한꺼번에 쓸어 모았다. 한 번 비틀고. 두 번 말아 올린 뒤. 볼펜을 그대로 푹 꽂았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엉성한 올림머리. 잔머리가 목덜미와 뺨 옆으로 조금씩 흘러내렸다. 정민이 힐끗 봤다. “그게 고정이 됩니까?” 사라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되는데요?” “신기하네.” “머리 긴 사람은 다 해요.” “다 저렇게 볼펜으로?” “급하면.” 강수의 시선이 잠깐 옆으로 움직였다. 목덜미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 제 팔을 베고 누워 있던 여자였다. 씻고 나오면서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도 않아 결국 자신이 수건으로 한참 닦아줬던 그 머리를, 지금은 볼펜 하나로 대충 틀어 올려놓고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회장님.” 법무팀장의 목소리에 시선이 돌아갔다. “말해.” “이 조항은 상대 측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있으면 가져오라고 해. 검토하지.” 회의는 계속됐다. 사라는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화면과 출력물을 번갈아 봤다. 한 장. 다음 장. 다시 앞장. 그러다 손가락이 멈췄다. 눈이 가늘어졌다. “어?” 정민이 옆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96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라는 시계를 세 번이나 확인했다. 다섯 시 오십칠 분. 모니터에 띄워둔 파일을 저장하고 메일 하나를 보내고 나니 오십구 분이었다. 사라는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정민이 힐끗 봤다. “퇴근 준비가 굉장히 빠르네요.” “약속 있잖아요.” “아까 그 친구분들?” “네.” 정각. 사라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퇴근합니다.” “칼 같네.” “퇴근은 원래 칼같이 해야죠.” 가방을 어깨에 멘 사라는 회장실 쪽을 한번 봤다. 마침 문이 열렸다. 강수가 나왔다. 아침부터 입고 있던 검은 슈트 차림 그대로였다. 사라가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 가요?” “왜.” “아니, 너무 회장님 같아서.” “내가 회장인데.” “친구들 만나러 가는데 누가 회장님이래요.” 강수가 사라를 내려다봤다. “그럼 뭔데.” 사라가 입꼬리를 올렸다. “차강수 씨?” 정민의 시선이 또 두 사람에게 향했다. 강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가자.” “네.” 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정민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 이상한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사라가 강수를 올려다봤다. “근데 진짜 괜찮겠어요?” “뭐가.” “애들 시끄러워요.” “알아.” “술도 많이 마시고.” “봤어.” “질문도 엄청 할걸?” 강수가 짧게 웃었다. “너보다?” 사라의 눈이 커졌다. “나는 질문 별로 안 하는데.” “많이 해.” “언제요?” “어제도.” “내가 뭘 물었는데?” 강수의 시선이 사라에게 내려왔다. “흉터도 원래 잘생겼냐고.” 사라의 입이 딱 다물렸다. 잠시 뒤 강수가 웃었다. “흉터도 얼굴을 타냐고도 했고.” “그걸 기억하고 있어요?” “네가 한 말인데 왜 잊어.” 사라가 괜히 앞만 봤다. “그건 궁금할 만했어.” “그래.” “진짜였고.” “뭐가.” 사라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잘생긴 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97화

다섯 살. 강수의 머릿속에 그 숫자가 걸렸다. 민서후. 사라보다 다섯 살 많았던 남자. 사라가 아직도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착하고 싶었다고 말했던 사람. 하지만 정작 사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강수를 빤히 올려다보던 눈이 가볍게 휘었다. “그래. 그럼 오빠 해요.” 강수의 눈이 멈췄다. “뭐?” “오빠.” 사라는 너무 쉽게 한번 더 불렀다. 그러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열두 살이나 많은데 오빠 맞잖아요.” 테이블에서 곧바로 웃음이 터졌다. “야, 드디어 회장님 탈출!” “차강수 씨 표정 봐.” “왜요?” 사라가 강수를 돌아봤다. “싫어요?” 강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먼저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사라의 입에서 나온 두 글자가 생각보다 깊게 들어왔다. 그 호칭을 예전에 누가 먼저 가지고 있었는지 알아서인지. 아니면 지금 자신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웃는 사라가 정말 아무 의미 없이 그 자리에 자신을 넣어버려서인지. 강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아니.” 짧게 대답했다. “해.” “뭘 또 허락까지 해.” 사라는 픽 웃으며 고기 한 점을 집었다. “오빠, 이것 좀 구워봐.” 강수의 시선이 바로 내려갔다. 사라가 집게를 밀어놓고 있었다. “빨리. 타잖아.” 친구 하나가 배를 잡고 웃었다. “야, 적응 개빠르다.” “편한데?” “아까는 자기 싫다며.” “자기는 이상해.” 사라는 아무렇지 않게 강수의 앞접시까지 밀어놓았다. “오빠가 낫네.” 강수는 결국 집게를 들었다. “먹어.” “응.” 그것뿐이었다. 사라에게는 정말 그것뿐이었다. 누군가를 대신 부르는 호칭도 아니었고, 오래전 기억을 겹쳐놓은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이 해보라고 했고. 강수가 해보라고 했고. 해보니 생각보다 입에 잘 붙었다. 그래서 했다. 강수만 혼자 그 두 글자에 다른 이름 하나를 떠올렸을 뿐이었다. 술잔이 돌고 청첩장을 가운데 놓은 이야기가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98화

“여보?” 서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강수는 식당 문 앞에 선 사라를 바라봤다. 사라는 안으로 들어가지도, 가까이 오지도 않은 채 문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가야 돼요?’ 입 모양으로 물었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가야 한다면 가면 된다는 얼굴. 강수는 그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고쳐 쥐었다. “서희야.” “응.” “미안하다. 오늘 못 들어갈 것 같다.” 사라의 눈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많이 늦어?” “아니.” 강수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그냥 못 들어가.” 전화기 너머가 잠잠해졌다. 강수는 재촉하지 않았다. 잠시 후 서희가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없어.” “그런데?” 강수의 턱이 굳었다. 회사 핑계를 대면 됐다. 급한 미팅이 생겼다거나 중요한 사람이 찾아왔다고 하면 서희는 믿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도 이미 회사 근처에서 잤다고 거짓말했다. “약속이 있어.” 결국 그렇게만 말했다. “아…….” 작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알겠어.” 평소보다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다음에는 미리 말해줘. 나 기다렸잖아.” “미안하다.” “응. 너무 늦게까지 마시지 말고.” 그 와중에도 서희다운 말이었다. “내일 봐.” 전화가 끊겼다. 강수는 검게 변한 화면을 한동안 내려다봤다. 아침에 했던 약속을 잊은 건 자신이었다. 사라가 억지로 끌고 온 것도 아니었다. 같이 가자고 했고. 자신이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도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가지 않았다. “끝났어요?” 사라의 목소리에 강수가 고개를 들었다. “어.” “집에 안 가요?” “안 가.” “그래요?” 그게 끝이었다. 왜 안 가는지. 자기 때문에 그러는 건지. 서희가 뭐라고 했는지. 사라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럼 들어와요.” 몸을 돌리던 사라가 덧붙였다. “고기 다 타겠다.” 강수의 입에서 짧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역시 민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99화

2차는 근처 와인바였다. 어두운 조명 아래 길게 늘어진 바 테이블과 낮은 소파.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곳이라 조금 전 고깃집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친구들은 안쪽 넓은 테이블을 차지했다. “와인 뭐 마실래?” 메뉴판을 받은 사라가 빠르게 훑었다. “난 레드.” “아까 소주 마시고?” “소주는 소주고 와인은 와인이지.” 옆에 앉은 강수가 메뉴판을 가져갔다. “천천히 마셔.” “또 시작이네.” “섞어 마셨잖아.” 사라가 친구들을 향해 턱짓했다. “봐. 원래 이래.” “좋네. 너 제어해줄 사람도 생기고.” “누가 날 제어해.” 사라가 바로 받아치자 웃음이 터졌다. 강수도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자신도 이제는 안다. 민사라는 제어하는 게 아니었다. 제멋대로 움직이면 옆에서 따라가든, 기다리든. 둘 중 하나였다. 와인이 나오고 잔이 채워졌다. 결혼을 앞둔 친구의 왼손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사라가 그 손을 잡아당겼다. “이거 예쁘다.” “예쁘지?” “응. 잘 골랐네.” “우리 같이 골랐어.” 친구의 남자친구가 웃었다. “쟤가 고르고 저는 결제만 했죠.” “그게 같이 고른 거지.” “그럼 카드만 같이 간 거 아니야?” 사라의 말에 또 웃음이 터졌다. 그러다 맞은편 친구가 사라와 강수의 손을 번갈아 봤다. “근데 너희는?” “뭐가?” “커플링 안 해?” 사라가 눈을 깜빡였다. “커플링?” “연애하잖아. 하나 맞춰.” 사라는 자기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곧 강수의 손도 봤다. 역시 반지는 없었다. “굳이?” 대답이 너무 빨랐다. 친구가 혀를 찼다. “분위기 진짜 없다.” “왜. 반지 있어야 연애야?” “그건 아닌데 기분이잖아. 둘이 같은 거 하나씩 끼고.” 사라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말했다. “나 있는데.” “뭐가?” 사라는 왼팔 소매를 살짝 걷었다. 가느다란 손목 위로 익숙한 팔찌가 드러났다. 도쿄에서 돌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100화

와인 두 병이 비고 세 번째 병이 열릴 무렵이었다. 사라의 뺨에는 어느새 옅은 붉은 기가 올라와 있었다. 처음에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 말에 웃고, 중간중간 끼어들어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자기 잔이 비면 알아서 채웠다. 그런데 취기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자 달라졌다. 일단 말끝이 길어졌다. “나 안 취했는데에.” 강수가 사라 앞의 와인잔을 가져갔다. “그만 마셔.” “왜애.” “취했어.” “안 취했어요.” 사라가 빼앗긴 잔을 따라 손을 뻗었다. 강수가 팔을 들어 올리자 작은 손이 허공만 휘저었다. “줘요.” “안 돼.” “치.” 사라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맞은편 친구 하나가 눈을 크게 떴다. “야.” 옆 친구가 속삭였다. “쟤 원래 저래?” “아니?” 사라는 그런 시선에는 관심도 없었다. 강수의 팔을 잡아 아래로 끌어내리려다 안 되자 아예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그대로. 폭. 강수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어?” 강수도 잠시 아래를 내려다봤다. 사라는 그의 넓은 가슴에 뺨을 붙이고 편하게 기대 있었다. 한 팔은 강수의 허리를 감고. 다른 손으로는 슈트 재킷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189센티미터의 큰 몸에 160센티미터의 작은 몸이 완전히 묻혔다. “사라야?” 친구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응?” 대답하면서도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너 지금 뭐 해?” “뭐가?” “아니…….” 친구가 말문을 잃었다. 그 민사라가 남자 품에 안겨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강수 역시 밀어낼 생각은커녕 사라가 소파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허리를 한 팔로 받쳐주고 있었다. 사라가 고개를 들어 강수를 올려다봤다. “오빠.” “왜.” “내 와인.” “안 돼.” “한 잔만.” “안 돼.” 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더니 갑자기 강수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듯 기대며 늘어진 목소리를 냈다. “우리 들소 씨이~.” 강수의 눈썹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1
Magbasa pa
PREV
1
...
89101112
...
33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