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사라는 강수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았다. “오빠, 이거 먹을래?” “오늘 몇 시에 끝나?” “퇴근할 때 나 데리러 와.” 며칠 지나자 반말은 완전히 자연스러워졌다. 강수도 그 편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회사 문을 통과하는 순간은 달랐다. “회장님, 오전 회의 자료입니다.” “회장님, 법무팀 검토본 올라왔습니다.” “회장님, 오후 세 시 일정 변경됐습니다.” 꼬박꼬박 회장님. 말끝에는 깔끔하게 존댓말까지 붙었다. 강수가 서류를 받으며 사라를 내려다봤다. “끝이야?” “네, 회장님. 추가로 필요한 거 있으십니까?” “없어.”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뻔뻔하게 고개까지 숙인 사라가 돌아섰다. 잠시 뒤 휴대전화가 울렸다. [꼬박꼬박 회장님이네.] 사라가 피식 웃었다. [회사잖아.] [둘만 있을 때도 그렇게 해봐.] [싫은데, 회장님.] 일부러 마지막 호칭만 붙여 보내고 휴대전화를 엎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강수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퇴근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의 오피스텔로 향했고, 아침이면 함께 출근했다. 회사 근처에서 따로 내리는 선만 지켰다. 사라는 그것에도 별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오면 문을 열어줬고, 먼저 퇴근하면 제 할 일을 했다. 그날 점심 무렵. 회장실 앞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정민이 고개를 들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모님?” 서희가 환하게 웃었다. 한 손에는 큰 쇼핑백, 다른 손에는 도시락 가방이 들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강수 씨 보러 왔어요.” 서희가 쇼핑백을 살짝 들어 보였다. “며칠째 집에 못 들어오잖아요. 갈아입을 옷도 없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점심도 같이 먹으려고요. 요즘 많이 바쁜가 봐요.” “아…… 예.” 마침 복도 끝에서 서류를 들고 오던 사라가 걸음을 멈췄다. 서희가 먼저 손을 흔들었다. “사라야!” “서희야? 웬일이야?” 사라는 금세 웃으며 다가갔다. “강수 씨 점심 챙겨주려고 왔지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