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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불온한 정착: Kabanata 261 - Kabanata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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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의 어머니가 사는 곳은 한적한 시골의 끝집이었다.서울에서 한참을 달려 큰길을 벗어나자 높은 건물부터 사라졌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 양옆으로 낮은 집과 밭이 이어졌고, 그마저 뜸해진 끝에 작은 단층집 하나가 나타났다.사라는 창밖을 내다봤다.“여기야?”“어.”“진짜 조용하다.”강수가 차를 세웠다.마당 한쪽에는 작은 장독대가 있었고 처마 아래에는 말린 나물 몇 묶음이 걸려 있었다. 오래된 집이었지만 마당과 창문은 깨끗했다.사라는 안전벨트를 풀다가 강수를 봤다.강수는 이미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오빠.”“왜.”“오랜만에 오는 거야?”강수의 손이 잠시 멈췄다.“어.”사라는 더 묻지 않았다.어머니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강수가 자주 찾아오는 곳은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세월을 자신이 굳이 헤집을 필요도 없었다.사라는 무릎 위에 올려둔 작은 액자를 챙겼다.강수의 시선이 내려갔다.“내가 들어.”“싫어.”“왜.”“뜬금이 내가 들 거야.”강수는 더 말하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사라는 액자를 가슴에 품었다.현관문이 열렸다.강수의 어머니가 급히 마당으로 나왔다.“왔니?”아들에게 향했던 눈이 곧 사라에게 옮겨갔다.“어서 와요.”“안녕하세요.”사라가 꾸벅 인사했다.어머니는 사라의 얼굴부터 살폈다. 며칠 전 병원에서 본 것보다는 혈색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평소보다 창백했다.“추운데 왜 밖에 서 있어요. 들어와요.”“안 추운데요.”“그래도 들어와요.”사라가 순순히 현관으로 향했다.강수가 뒤에서 사라의 등을 받치려 하자 사라가 돌아봤다.“나 잘 걸어.”“가.”“자꾸 환자 취급해.”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강수가 신발 벗는 동안 기다렸다.어머니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주방으로 먼저 향했다.집 안에는 따뜻한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사라가 코끝을 움직였다.“냄새 좋다.”어머니가 바로 돌아봤다.“배고파요?”“조금요.”“잘됐네. 이것저것 해놨어요.”강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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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는 젓가락을 든 채 어머니를 바라봤다.방금 자신을 뭐라고 불렀는지 뒤늦게 알아챈 건 강수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사라 씨.계속 그렇게 불렀다. 카페에서도, 병원에서도, 조금 전까지도 그랬다.그런데 방금은 자연스럽게 이름이 나왔다.사라야.어머니의 입술이 잠시 굳었다.“내가…….”사라는 눈을 깜빡였다.“네.”너무 자연스러운 대답이었다.어머니가 오히려 멈칫했다.“며칠 있다 가도 된다고. 몸도 아직 제대로 회복 안 됐고.”“네.”“……있겠다고?”“네.”강수의 시선이 사라에게 향했다.사라는 고기를 하나 더 집어 먹었다.“왜?”“회사.”“며칠 안 가도 되잖아.”“집은.”“르베르 안 도망가.”강수의 눈이 가늘어졌다.“나도 있어.”“오빠도?”“어.”“회사 안 가?”“여기서 해.”사라가 피식 웃었다.“회장 아무나 하네.”“먹어.”강수가 국그릇을 다시 밀어줬다.사라는 순순히 한 숟가락 떠먹었다.어머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강수 너까지 있으려고?”“사라 있으면요.”짧은 대답이었다.사라는 당연하다는 듯 밥을 먹었지만 어머니의 손은 잠시 멈췄다.아들이 이 집에서 며칠을 지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어린 강수를 두고 떠난 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다시 연락이 닿은 뒤에도 둘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었다. 강수는 찾아오라고 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쉽게 가까이 가지 못했다.그런 아들이 사라가 있으면 여기 있겠다고 했다.“방은…….”어머니가 잠깐 생각했다.“강수 쓰던 방이 있기는 한데.”사라의 눈이 반짝였다.“오빠 방?”강수의 표정이 굳었다.“아니야.”“있다는데?”“내 방 아니야.”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릴 때 방은 아니고, 나중에 혹시라도 오면 쓰라고 그냥 만들어둔 방이야.”사라가 강수를 봤다.“오빠 여기서 자본 적 있어?”“몇 번.”“그럼 오빠 방 맞네.”“먹어.”사라는 웃었다.“왜 숨겨.”“안 숨겼어.”“나 구경할래.”“볼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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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는 사라의 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그대로 둔 채 어머니를 돌아봤다.“왜요.”어머니는 금방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강수야.아들의 이름을 이렇게 가까이 두고 불러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전화로 몇 번 부르는 것과 한집 안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부르는 건 이상하게 달랐다.“아니…… 그냥.”강수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왜 불렀어요.”“네가 여기 있으니까.”사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어머니가 새 이불을 꺼내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이렇게 네가 여기서 자겠다고 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아서.”“전에 잤습니다.”“그건 하루였잖아.”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사라는 강수의 팔을 슬쩍 잡았다.“오빠.”“왜.”“어머니가 좋아하시잖아.”“알아.”“근데 왜 표정이 그래.”“내 표정이 왜.”“무서워.”“안 무서워.”사라가 어머니를 봤다.“무섭죠?”어머니가 잠깐 아들을 보고는 작게 웃었다.“어릴 때부터 저랬어.”사라의 눈이 반짝였다.“어릴 때도?”강수의 표정이 굳었다.“민사라.”“왜. 궁금하잖아.”“안 궁금해도 돼.”“싫어.”사라는 침대 가장자리에 다시 앉았다. 이번에는 강수도 일으키지 않았다. 대신 뒤에 있던 베개를 당겨 사라의 허리 뒤에 받쳐주었다.어머니의 시선이 그 손을 따라갔다.“어릴 때는 지금보다 말이 많았어.”사라가 눈을 크게 떴다.“진짜요?”“어.”“차강수가요?”“어.”강수가 낮게 끼어들었다.“그만하세요.”“왜. 사실인데.”“오빠 말 많았대.”“너보다는 아니야.”“그건 당연하지.”사라는 조금 웃었다.그 웃음이 며칠 전보다 자연스러워진 것을 강수는 말없이 지켜봤다.어머니 역시 알아챘다.그래서 더 말해주고 싶다가도 입을 다물었다.어린 강수의 이야기를 자신이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아이 곁에 끝까지 있어주지 못한 사람이 이제 와 추억을 꺼내놓는 것조차 욕심처럼 느껴졌다.사라가 먼저 물었다.“오빠 어릴 때 뭐 좋아했어요?”어머니의 손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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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는 손 위에 놓인 사진을 내려다봤다.사진 속 열 살짜리 아이는 지금의 자신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직 오른쪽 얼굴을 가르는 흉터도 없었고, 몸에 칼자국 하나 생기기 전이었다.사라가 강수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오빠.”“왜.”“어린 열 살 차강수는 엄마 기다렸거든.”강수의 눈이 사라에게 향했다.어머니의 숨이 멎었다.“민사라.”“왜.”“그만해.”“싫어.”사라는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다.그렇다고 강수를 불쌍한 사람 보듯 하지도 않았다.사진 속 아이를 한번 보고, 지금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봤다.“어린 열 살 차강수는 지금 이곳이 필요해.”강수의 턱이 굳었다.“나 서른일곱이야.”“알아.”“애 아니야.”“그것도 알아.”사라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근데 얘는 열 살이잖아.”사진 속 아이를 가리켰다.강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빠는 이제 엄마 없어도 잘 살지.”“어.”“돈도 많고.”“어.”“힘도 세고.”“어.”“전국 서열 1위고.”강수의 미간이 좁아졌다.“그 얘기가 왜 나와.”“그만큼 잘 컸다는 거지.”사라는 사진을 다시 봤다.“근데 얘는 아니잖아.”어머니의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사라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이건 어머니를 용서하라고 강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어머니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하라는 말도 아니었다.그저 사진 속 아이가 기다렸다는 사실 하나였다.“엄마가 돌아오나 기다렸을 거 아니야.”강수의 손가락이 천천히 사진 가장자리를 감쌌다.“……기다렸어.”처음 나온 대답이었다.어머니가 입을 틀어막았다.강수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사진만 내려다봤다.“얼마나요?”사라가 아니라 어머니가 물었다.강수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뭐가요.”“얼마나…… 기다렸니.”강수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굳이 기억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봤다.밖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리면 창문으로 갔다.아버지가 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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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사라는 방에 깔린 요 위에 누워 있었다.바닥이 뜨끈했다.처음에는 잠깐만 누워 있겠다며 들어왔는데 등이 따뜻해지자 일어날 생각이 사라졌다. 이불을 배 아래까지 덮고 옆으로 돌아누운 채 방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주방에서는 칼이 도마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사라가 눈만 굴렸다.이상했다.강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결국 몸을 일으켜 방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오빠.”대답이 없었다.“차강수.”주방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왜.”“뭐 해?”“있어.”“뭘 있는데.”“누워 있어.”사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궁금했다.뜨끈한 바닥의 유혹을 이기고 천천히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그리고 입구에서 멈췄다.강수가 어머니 옆에 서 있었다.소매까지 걷어 올린 채 대파를 썰고 있었다.사라는 눈을 크게 떴다.“뭐야?”강수가 돌아봤다.“왜 나왔어.”“오빠 지금 뭐 해?”“보면 몰라?”“알겠는데.”사라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어머니는 냄비에 김치를 넣다가 사라를 봤다.“왜 나왔어. 들어가서 누워 있어.”“저 뜨끈하게 잘 누워 있었어요.”“그럼 계속 누워 있지.”“근데 차강수가 자꾸 어머니 따라다니잖아요.”강수의 칼질이 멈췄다.“내가 뭘 따라다녀.”“지금 따라다니는데?”“도와드리는 거야.”“그러니까.”사라는 벽에 기대 팔짱을 꼈다.강수의 어머니가 웃음을 참듯 입술을 다물었다.그 모습까지 본 사라의 장난기가 제대로 올라왔다.“아궁.”강수의 눈이 가늘어졌다.사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열 살 차강수, 엄마가 그렇게 좋아요?”“민사라.”“우쭈쭈.”강수의 표정이 험악해졌다.사라는 양손까지 모아 흔들었다.“우리 강수 엄마 옆에서 김치찌개도 도와주고 싶었어요?”“들어가.”“아궁, 착해라.”“민사라.”“왜요, 강수 어린이?”어머니가 결국 등을 돌리고 웃었다.강수의 턱이 굳었다.“재밌냐.”“응.”“몸은.”“괜찮아.”“그럼 들어가.”“싫어. 재밌어.”사라는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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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떨어진 대답에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강수는 이미 방문 쪽으로 몸을 돌린 뒤였다.평소 같으면 끝까지 아니라고 했을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 그만하라고 잘랐고, 어머니 앞에서도 굳이 감정을 꺼내놓지 않았다.그런데 방금은 좋다고 했다.아주 작게.사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오빠.”강수가 문 앞에서 돌아봤다.“왜.”“됐어.”“뭐가.”사라는 뜨끈한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올렸다.“그럼 어른 차강수는 냅둬.”강수의 눈썹이 움직였다.“뭘 냅둬.”“알아서 하니까.”서른일곱 살 차강수는 누가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산다.먹을 것도, 잘 곳도, 돈도 넘치게 가지고 있었고 자기 사람들을 거느릴 힘도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위험한 조직의 꼭대기까지 혼자 올라간 사람이었다.사라는 이불 밖으로 손을 꺼내 아까 서랍장 위에 세워둔 사진을 가리켰다.“대신 열 살 차강수는 잘 챙겨줘.”강수의 시선이 사진으로 향했다.“밥도 잘 먹이고.”“…….”“엄마 옆에 있고 싶으면 있게 하고.”“민사라.”“왜.”“사진이야.”“알아.”사라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내 뜬금이도 사진이야.”강수의 입이 닫혔다.사라는 사진 속 작은 강수를 바라봤다.“근데 나는 뜬금이 잘 챙길 건데?”침실 협탁에 놓일 작은 액자.아침에 눈을 뜨면 보고, 밤에 잠들기 전에도 볼 생각이었다. 사진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서 그 아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그러니까 오빠도 해.”강수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사라가 손을 휘휘 저었다.“이제 가. 엄마 도와드려.”“누구 엄마.”“오빠 엄마.”“네가 왜 보내.”“열 살 차강수가 가고 싶대.”강수의 미간이 좁아졌다.“걔가 말을 해?”“응.”“뭐라는데.”사라는 귀를 기울이는 척 사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엄마랑 김치찌개 끓이고 싶대.”“…….”“대파도 더 썰고 싶대.”강수가 어이없다는 듯 사라를 봤다.“아궁, 가봐.”“진짜 적당히 해.”“우쭈쭈 해줄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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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마주 앉은 저녁 식탁은 생각보다 평범했다.김치찌개에서는 아직 김이 올랐고, 사라는 고기반찬을 자기 앞으로 조금 당겨놓은 채 밥을 먹고 있었다. 강수의 어머니는 사라가 한 숟가락 뜰 때마다 반찬을 하나씩 더 얹었다.“어머니, 저 진짜 잘 먹어요.”“알아. 그래도 먹어.”“이러다 살찌는데.”“지금은 좀 쪄도 돼.”사라는 자기 팔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먹을게요.”강수는 말없이 밥을 먹었다.그런데 이상했다.이곳은 처음 오는 곳이 아니었다.어머니와 연락이 다시 닿은 뒤 몇 번 왔다. 식사도 했다. 하루를 묵고 간 적도 있었다.서희와 함께 온 적도 있었다.서희는 늘 자신과 어머니 사이를 신경 썼다.두 사람만 남으면 말이 끊기는 걸 알았고, 강수가 먼저 어머니에게 연락하지 않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한번 다녀오자고 했고, 같이 온 날이면 일부러 자리를 비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그게 잘못된 건 아니었다.서희는 진심으로 자신과 어머니가 가까워지길 바랐다.아버지에게 맞으며 살았던 어머니가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해해보라고 했다. 이제라도 서로 남은 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강수도 그 말을 거부하지 않았다.하라고 해서 했다.오자고 하면 왔고.전화하라고 하면 했다.어머니와 둘이 있으라고 자리를 비우면 그냥 있었다.그때는 그게 전부였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오빠.”강수가 고개를 들었다.사라가 자기 밥그릇을 가리켰다.“고기.”“먹어.”“저거.”강수 앞쪽에 있는 접시였다.강수가 집어 사라의 밥 위에 올려놓았다.“두 개.”하나 더 올렸다.“됐어.”강수는 다시 밥을 먹었다.어머니가 웃었다.“손이 없니, 사라야?”“있어요.”“그런데 왜 강수 시켜.”사라가 당연한 얼굴로 말했다.“오빠 앞에 있잖아요.”강수가 짧게 말했다.“잘만 먹어.”“그래도 가까운 사람이 주는 게 빠르잖아.”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먹었다.누구에게도 뭔가를 요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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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셋은 함께 지냈다.특별한 계획은 없었다.아침이면 어머니가 먼저 일어났고, 강수는 어느새 그 뒤를 따라 마당으로 나갔다. 밭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든 어머니 옆에는 덩치 큰 강수가 붙었다.그리고 사라는 그늘에 있었다.몸조리 중인 사람은 밭에 들어오지 말라는 두 사람의 의견이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나도 할 수 있는데.”“앉아 있어.”“사라야, 흙 만지지 마.”“둘이 아주 잘 맞네.”결국 사라는 나무 그늘 아래 의자를 펴놓고 앉아 과자를 먹었다.한참 흙을 고르던 강수가 허리를 펴자 기다렸다는 듯 소리가 날아왔다.“아궁, 우리 열 살 차강수 엄마 도와드려요?”강수가 고개를 돌렸다.“과자나 먹어.”“우쭈쭈.”“민사라.”어머니가 호미질을 하다 웃었다.“사라야, 그만 놀려.”“어머니도 웃으시잖아요.”그 말에는 반박하지 못했다.오일장이 서는 날에는 셋이 읍내로 나갔다.사라는 몸조리하러 온 사람답지 않게 입구부터 신이 났다. 어묵 냄새가 난다고 멈추고, 호떡을 보고 또 멈추고, 처음 보는 약초 앞에서도 멈췄다.“이거 뭐예요?”“도라지.”“이건요?”“더덕.”“오빠, 알아?”“알아.”“거짓말.”“왜 물어봤어.”사라는 결국 양손에 먹을 것을 들었다.짐은 전부 강수가 들었다.어머니가 미안한 듯 봉투 하나를 가져가려 하자 강수가 손을 피했다.“두세요.”사라는 옆에서 호떡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냅두세요. 힘 세요.”“네 것도 내가 들고 있어.”“그러니까 힘 세다고.”집에 돌아오면 사라가 또 일을 만들었다.날이 맑다는 이유로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오라고 강수를 시켰고, 툇마루에 두툼하게 깔아놓고는 어머니까지 불렀다.“셋이 누워요.”“여기서?”“별 봐야죠.”결국 밤이 되자 세 사람은 나란히 툇마루에 누웠다.사라가 가운데였다.한쪽에는 강수, 다른 한쪽에는 어머니.“와.”사라가 하늘을 올려다봤다.“별 진짜 많다.”강수는 별보다 사라가 춥지는 않은지 이불 끝부터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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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두 사람에게 시간이 필요한 듯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나는 먼저 잘게.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마.”사라가 손을 흔들었다.“네. 주무세요, 어머니.”강수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주무세요.”방문이 닫히고 마당은 금세 조용해졌다.며칠 동안 밤마다 들었던 풀벌레 소리가 다시 선명해졌다. 멀리 낮은 산등성이가 어둠에 잠겨 있었고, 집집마다 하나둘 불이 꺼졌다.사라는 툇마루 끝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수도 재촉하지 않았다.그저 옆에 앉아 있었다.사라가 말이 없는 건 드문 일이었다.평소라면 별이 많다느니, 저건 무슨 별이냐느니, 서울에서는 왜 안 보이냐느니 질문이 열 개쯤 나왔을 시간이었다.강수는 옆을 한번 봤다.“왜.”사라가 풍경만 보며 대답했다.“그냥.”“추워?”“아니.”강수는 그래도 사라의 어깨에 걸친 겉옷을 여며주었다.사라는 그 손을 내려다봤다가 다시 앞을 봤다.이곳에서 보낸 며칠이 천천히 머릿속을 지나갔다.뜨끈한 방바닥.어머니가 차려준 밥.밭에서 일하는 강수.그늘 아래 앉아 과자를 먹으며 그를 놀리던 자신.시골 장터에서 먹었던 호떡.툇마루에 이불까지 끌어내 셋이 누워 봤던 별.새까맣게 태워먹은 냄비.멀쩡한 방을 두고 굳이 마당에 쳤던 텐트.그리고 매일 저녁 걸었던 이 길.별것 없었다.사라가 평생 피해 다녔던 건 어쩌면 이런 것이었다.같은 곳.같은 사람.반복되는 하루.내일도 그다음 날도 똑같을 것 같은 생활.그런 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한곳에 오래 있으면 떠나고 싶었고, 익숙해지면 새로운 곳을 찾았다. 오는 남자는 막지 않았지만 가는 남자를 잡지도 않았다.자신 역시 언제든 갈 수 있어야 했다.그래야 민사라였다.그래서 정착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결혼한다고 정착하는 건지도 몰랐고.아이를 가진다고 달라지는 건지도 몰랐다.강수에게도 말했다.지금 돌아갈 곳은 여기라고.현재 자신이 돌아올 곳은 강수라고.그런데도 그게 정착인지는 몰랐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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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의 품에 안겨 있던 사라가 한참 뒤 고개를 들었다.“오빠.”“왜.”“우리 해.”“뭘.”“결혼.”강수의 눈이 사라에게 고정됐다.사라는 웃었다.“결혼해도 되고 안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거든.”그건 지금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종이 한 장이 두 사람을 붙들어놓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하지 않아도 같이 있을 수 있었고, 결혼한다고 영원히 함께하는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결혼이 그냥 서로의 정착이 되겠다고 하는 거였나 봐.”강수는 말없이 들었다.“어디든 갈 수 있는데.”사라가 맞잡은 손을 흔들었다.“언제든 떠나도 다시 돌아오겠다고 서로 약속하는 거.”그렇게 생각하니 하고 싶어졌다.붙잡히기 위한 결혼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한 약속이라면.민사라도 할 수 있었다.강수의 엄지가 사라의 손등을 천천히 쓸었다.“후회 안 해?”“하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민사라.”“왜. 나 원래 이런데.”사라가 웃었다.그러다 웃음이 조금씩 옅어졌다.“그리고 뜬금이도 돌아올 거야.”강수의 손이 멈췄다.사라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봤다.눈물이 차오르지는 않았다.이상하게 오늘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었다.“워낙 작아서 오는 길이 먼가 봐.”강수의 턱이 굳었다.“우리가 기다리면 돌아올 거야.”의학적인 이야기도, 다음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사라에게는 그저 뜬금이였다.왔다가 너무 빨리 가버린 아이.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혼자 못 지킨 작은 아이를 기다리겠다는 말이었다.강수는 부정하지 않았다.“어.”짧게 대답했다.“기다리자.”사라가 강수를 봤다.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차강수, 사랑해.”강수의 눈빛이 흔들렸다.사라는 웃었다.“많이.”강수의 손이 사라의 뺨을 감쌌다.큰 몸이 천천히 숙여졌다.입술이 닿았다.짧게 닿았다 떨어지는 키스가 아니었다.사라가 먼저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강수는 허리를 당겨 품 안에 깊숙이 넣었다. 며칠 동안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말 대신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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