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불온한 정착 / Kabanata 251 - Kabanata 260

Lahat ng Kabanata ng 불온한 정착: Kabanata 251 - Kabanata 260

322 Kabanata

251

강수는 화장실 쪽을 한번 보고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네.”망설임은 없었다.어머니의 눈이 흔들렸다.“사랑해?”“네.”서희가 고개를 숙였다.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좋아한다는 말도 들었고, 사라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들었다. 아이가 없어도 결혼하겠다는 말까지 방금 들었다.그런데 어머니 앞에서 나온 짧은 대답은 또 다르게 박혔다.어머니가 아들을 한참 바라봤다.“서희도 사랑했잖아.”“네.”“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해?”강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그건 없어지는 거 아닙니다.”“뭐?”“서희 사랑했던 거.”서희의 손끝이 떨렸다.강수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았다.“좋아서 만났고, 내가 결혼하자고 했습니다.”“그러면…….”“그때는 그랬어요.”낮고 담담한 목소리였다.“지금은 사라입니다.”어머니의 입술이 굳었다.“사람 마음이 그렇게 마음대로 바뀌니?”“바뀌었습니다.”“강수야.”“나도 압니다.”강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왜 사라였는지,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는지 길게 늘어놓을 생각도 없었다.이미 일어난 일이었다.어머니가 낮게 물었다.“서희는 어떡하고.”“그건 제가 책임집니다.”“어떻게?”“이혼하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합니다.”서희가 고개를 들었다.“나는 돈 필요 없어.”“알아.”“집도, 재산도 필요 없다고.”“알아.”“나는 오빠가 필요해.”강수의 시선이 서희에게 머물렀다.“그건 못 해.”짧았다.서희의 눈가가 붉어졌다.어머니가 답답한 듯 가슴을 눌렀다.“어떻게 그렇게 말하니. 네가 잘못했잖아.”“압니다.”“알면서 서희한테 그렇게 잘라 말해?”“안 되는 걸 된다고 할 수는 없어요.”강수는 변명하지 않았다.잘못은 잘못이었다.서희에게 상처를 줬고,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여자를 만났다. 그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그렇다고 죄책감 때문에 서희에게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어머니가 나한테 화내는 건 상관없습니다.”강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근데 사라 불러다 놓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52

사라는 빨대를 물고 있다가 눈을 깜빡였다.예정일.병원에서 분명 들었다. 수첩에도 적어뒀고 초음파 사진을 받아오면서 의사에게 설명도 들었다.그런데 정확한 날짜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사라가 옆을 돌아봤다.“오빠, 언제였지?”강수가 사라를 봤다.“4월 18일.”대답은 바로 나왔다.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봤다.“4월 18일이요.”강수 어머니의 시선이 아들에게 향했다.“넌 그걸 바로 알아?”“네.”“병원도 같이 갔니?”“갑니다.”사라가 옆에서 덧붙였다.“맨날 같이 가요.”“맨날?”“네. 처음 심장 소리 들을 때도 같이 있었고, 지난번에 살짝 유산기 있다고 했을 때도 같이 있었어요.”강수의 시선이 즉시 사라에게 향했다.사라는 아차 싶었는지 빨대를 입에서 뺐다.어머니의 얼굴이 굳었다.“유산기?”“지금은 괜찮아요.”“그런 게 있었어요?”“살짝요. 지난번에 다시 갔는데 많이 좋아졌대요.”어머니가 강수를 봤다.“그런데 얘를 회사에 데리고 다녀?”“제가 온 거예요.”사라가 바로 말했다.“집에 있으면 심심해서.”“임신 초기에 유산기까지 있었다면서요.”“그래서 아까 누워 있었어요.”“어디서요?”“오빠 회장실 소파요.”강수 어머니가 할 말을 잃었다.사라는 아무렇지 않게 밀크셰이크를 마셨다.“일하기 싫어서 대놓고 누워 있었는데 전화 온 거예요.”“…….”“오빠가 뭐라고 안 해요.”강수가 낮게 말했다.“하라고 해도 안 하잖아.”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내가 언제.”“오늘.”“오늘만.”“어제도.”“어제는 일했거든?”“두 시간.”“두 시간이 어디야.”두 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동안 어머니는 말없이 바라봤다.서희 역시 조용했다.강수는 원래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분명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사라는 회장실 소파에 누워 있고, 강수는 그걸 내버려둔다.그게 특별한 일조차 아닌 것처럼.어머니가 다시 사라에게 물었다.“입덧은요?”“거의 없어요.”“밥은 잘 먹고?”사라의 표정이 밝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53

서희는 초음파 사진만 보고 있었다.사라의 손끝에 들린 작은 흑백 사진. 강수의 어머니가 그걸 받아보려고 손을 내미는 모습이 눈앞에서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조금 전까지 분명 자신과 함께 화를 내던 사람이었다.강수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서희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했다. 그런데 예정일을 묻고, 입덧을 묻고, 밥은 잘 먹느냐고 걱정하더니 이제는 그 아이의 초음파 사진까지 보려고 하고 있었다.서희의 숨이 거칠어졌다.“서희야?”어머니가 이상함을 알아채고 불렀다.서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어머니까지…….”사라가 사진을 들고 있던 손을 멈췄다.“왜…….”서희의 목소리가 떨렸다.“왜 사라 편이에요?”“서희야, 무슨 말을…….”“왜요!”갑자기 터진 고함에 카페 안이 조용해졌다.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어머니까지 왜 사라 편이에요? 왜!”“서희야. 나는 사라 씨 편을 든 게 아니라 아이가…….”“그 아이가 사라 애잖아요!”서희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내 남편이 다른 여자랑 만든 애잖아요!”강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서희야.”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도 서희는 듣지 못했다.“나는요?”서희가 울면서 가슴을 쳤다.“나는 아직 며느리잖아요. 아직 강수 오빠 아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저 아이 예정일을 물어보고, 사진을 보려고 해요?”강수 어머니의 얼굴이 굳었다.“서희야, 진정하고 앉아.”“싫어요!”서희의 시선이 다시 사라에게 꽂혔다.사라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서희를 보고 있었다. 초음파 사진을 천천히 자신의 쪽으로 거두었다.“서희야.”“넌 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나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 적 없어.”“맨날 그래!”서희가 울면서 웃었다.“미안하다고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오빠 옆에 앉아 있고, 같이 살고, 애 낳고, 결혼할 수도 있다고 하고!”사라는 입을 다물었다.“다 가져가 놓고 넌 왜 맨날 아무렇지도 않아!”“김서희.”강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제야 사라가 강수를 돌아봤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54

강수의 시선이 사라의 배에서 아래로 떨어졌다.그리고 그대로 굳었다.사라의 다리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밝은 피부를 타고 번지는 색을 확인한 순간 강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사라야.”사라도 강수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봤다.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다 제 다리 사이로 흐르는 피를 본 순간 눈이 크게 벌어졌다.“……안 돼.”목소리가 떨렸다.“안 돼.”사라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피를 손바닥으로 막고, 다시 위로 밀어 올리듯 문질렀다.마치 그렇게 하면 흘러나온 무언가를 다시 제 안으로 돌려보낼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안 돼!”“사라야.”“안 돼, 안 돼!”강수가 손목을 붙잡았다.“하지 마.”“놔!”사라가 처음으로 강수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가지 마. 뜬금아, 가지 마.”피 묻은 손으로 다시 다리를 막았다.“엄마 여기 있어. 가지 마. 안 돼.”평소의 사라는 없었다.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을 때도 당황했고, 심장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도 얼떨떨해했다. 자신이 정말 엄마가 되는 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배를 툭툭 건드리던 여자였다.그런 사라가 지금은 피를 다시 몸 안으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었다.“사라.”강수가 양손으로 사라의 얼굴을 잡았다.“나 봐.”“뜬금이가…….”“나 봐.”사라의 흔들리는 눈이 겨우 강수에게 향했다.강수의 얼굴도 창백했다.그러나 목소리만큼은 낮게 눌렀다.“아직 아무것도 몰라.”“피 나잖아.”“알아.”“오빠, 피 나.”“병원 가.”강수는 사라를 그대로 안아 들었다.사라가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안 돼. 뛰지 마. 흔들리면 안 돼.”“안 흔들어.”강수는 사라의 몸을 가슴에 단단히 붙였다.그제야 주변의 소리가 다시 들렸다.누군가 놀라 웅성거렸고 직원이 구급차를 부르겠다고 했다.강수 어머니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강수야…….”강수는 돌아보지 않았다.서희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었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55

강수가 의료진 앞으로 갔다.“접니다.”의사는 차트에서 눈을 들었다.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다.그 짧은 침묵이 이상할 만큼 길었다.“아이……는.”강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의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유산되었습니다.”복도가 멎었다.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들었는데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의사를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자신의 손 아래 있었다.아직 평평한 사라의 배를 감싸고, 거기 있으라고 말했다.뜬금아.거기 있어.그런데 없다고 했다.“……다시.”의사가 강수를 바라봤다.“말해.”“강수야.”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강수는 듣지 않았다.“아이가 어떻게 됐냐고.”“죄송합니다. 현재 검사상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로 확인됐습니다.”강수의 턱이 굳었다.“살릴 방법은.”“현재로서는…… 없습니다.”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서희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젖어 있었고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아니야…….”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나는…….”강수의 고개가 돌아갔다.서희의 말이 멈췄다.그 시선에는 고함도 분노도 없었다.그저 아무것도 없었다.정민이 먼저 움직였다.강수와 서희 사이를 막듯 한 걸음 옮겼다.“형님.”강수는 다시 의사를 봤다.“사라는.”“출혈 상태를 확인하면서 필요한 처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자분 상태를 먼저 안정시키는 게 중요합니다.”“위험합니까.”“현재로서는 생명에 위협이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계속 관찰해야 합니다.”강수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사라한테는.”말이 한번 끊겼다.“말했습니까.”“아직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강수의 손이 천천히 주먹으로 말렸다.손바닥에 말라붙은 피가 보였다.사라의 피였다.강수는 그 손을 한동안 내려다봤다.“내가 말합니다.”“환자분이 안정되면 같이 설명드리겠습니다.”“……알겠습니다.”처음으로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강수 어머니가 입을 틀어막았다.눈물이 떨어졌다.불과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56

강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사라의 손은 여전히 제 배 위에 있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조금 전까지 그 안에서 살아 있던 아이가 이제 없다는 말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왜…….”사라의 입술이 떨렸다.“왜 안 돌아와.”강수의 손이 사라의 손등을 덮었다.“사라야.”“우리 돌아오기로 했잖아.”“…….”“오빠도 어디 있든 돌아오고, 나도 돌아오고.”사라의 숨이 가빠졌다.“그럼 뜬금이도 와야지.”강수의 턱이 굳었다.“뜬금이는 왜…….”목소리가 점점 커졌다.“왜 안 돌아오냐고!”사라가 강수의 손을 뿌리쳤다.“민사라.”“왜! 왜 안 돌아오냐고!”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강수가 바로 어깨를 잡았다.“일어나지 마.”“놔!”“안 돼.”“뜬금이 찾아야 돼!”사라가 강수의 팔을 밀어냈다.“어디 갔는지 찾아야 되잖아. 아까까지 있었잖아!”“사라야.”“내 배에 있었어!”사라의 두 손이 다시 아랫배를 감쌌다.“여기 있었단 말이야.”울음이 터졌다.“심장도 뛰었어. 오빠도 들었잖아.”강수의 눈이 붉어졌다.“들었어.”“엄청 빨랐잖아.”“어.”“그런데 왜 없어?”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사라는 강수의 셔츠를 움켜쥐었다.“오빠가 있으라고 했잖아.”“…….”“차에서도 그랬잖아. 거기 있으라고.”“사라야.”“근데 왜 갔어!”주먹이 강수의 가슴을 쳤다.한 번.다시 한 번.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강수는 피하지 않았다.“오빠가 잡고 있었잖아.”“어.”“나도 잡았어.”“알아.”“근데 왜 못 잡았어!”강수의 몸이 굳었다.사라는 울면서 계속 그의 가슴을 쳤다.“왜 못 잡았어. 오빠 힘 세잖아.”“…….”“다 잡잖아.”떠나려는 자신도 잡겠다고 했다.어디로 가든 다시 붙잡겠다고 했다.팔다리가 없어도 돌아오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에게 돌아오자고 약속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그런 강수가 왜 이것만은 못 잡았는지 사라는 이해할 수 없었다.“왜 뜬금이는 못 잡았어!”강수는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57

강수는 잡힌 손을 내려다봤다.사라의 손끝에는 아직 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의 손가락 하나를 꽉 붙들고 있었다.“안 잃어버려.”“가방 카페에 있잖아.”“정민이가 챙겼어.”사라의 눈이 움직였다.“진짜?”“어.”“지갑도?”“가방 안에 있어.”“확인했어?”강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지금 확인해.”정민에게 전화를 걸자 금방 받았다.-네, 형님.“사라 가방.”-제가 가지고 있습니다.“지갑 안에 사진 있어.”잠깐의 침묵 뒤 정민이 바로 알아들었다.-확인해서 가져가겠습니다.“접지 마.”-네.“구겨지지도 않게.”-알겠습니다.통화를 끊은 강수가 다시 침대 옆에 앉았다.“가져온대.”사라가 그제야 손에 힘을 풀었다.“다행이다.”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게 뜬금이 첫 사진이야.”강수의 손이 사라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정리했다.“알아.”“마지막 사진이기도 하고.”손이 멈췄다.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라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눈물이 말라가던 눈가에서 다시 한 줄이 흘렀다.“이상하다.”“뭐가.”“아까까지만 해도 예정일 얘기했는데.”4월 18일.자신은 기억도 못 해서 강수에게 물었고, 강수는 곧바로 대답했다.“오빠는 바로 기억했잖아.”“어.”“나는 엄마면서 까먹었는데.”“그럴 수도 있어.”“오빠는 다 기억해?”“어.”“병원 가는 날도?”“어.”“9주인 것도?”“알아.”사라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뜬금이 심장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도?”강수의 턱이 굳었다.“기억해.”“나중에도?”“어.”“안 잊어?”“안 잊어.”그제야 사라의 입술이 조금 떨렸다.“나도 안 잊을 거야.”강수는 대답 대신 사라의 손을 잡았다.잠시 뒤 문이 열리고 정민이 들어왔다.평소와 달리 발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손에는 사라의 가방이 들려 있었다.“형수님.”사라가 바로 손을 내밀었다.“줘.”정민은 강수에게 넘기지 않고 사라에게 직접 가방을 건넸다.사라는 힘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58

강수는 서희 쪽으로 향하던 발을 돌렸다.사라가 생각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은 지킨다. 지금 서희에게 가서 무슨 말을 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어디.”“진료실 앞입니다.”강수는 정민과 함께 복도를 걸었다.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던 의사가 강수를 확인하고 안으로 안내했다. 강수는 의자에 앉지도 않은 채 책상 앞에 섰다.“말씀하세요.”의사가 잠시 차트를 확인했다.“우선 환자분은 현재 안정되고 있습니다. 출혈도 처치 후 지켜보는 중이고요.”“유산 원인은요.”강수는 다른 설명을 기다리지 않았다.의사가 고개를 들었다.“한 가지 원인만으로 단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강수의 눈이 가라앉았다.“넘어진 것 때문 아닙니까.”“환자분이 임신 초기였고, 이전 진료에서 출혈과 유산 위험 소견이 조금 있었던 건 맞습니다. 최근에는 상태가 좋아졌지만 임신 초기 유산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오늘 충격은.”“영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강수의 턱이 굳었다.“그럼 그것 때문에 죽은 겁니까.”의사는 섣불리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침묵이 내려앉았다.강수는 책상 가장자리를 내려다봤다.카페에서 사라의 머리채가 잡혔다.몸이 끌렸고, 밀려 넘어졌다.그리고 피가 흘렀다.눈앞에서 본 사실은 그것뿐이었다.“사라가 물으면 똑같이 말해주십시오.”“네.”“애매하게 빼지 말고.”의사가 강수를 바라봤다.“가능성이 있는 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건 없다고.”“그렇게 설명드리겠습니다.”강수는 그제야 몸을 돌렸다.“그리고 환자분이 자신을 탓할 가능성이 큽니다.”걸음이 멈췄다.“임신 초기 유산을 겪은 분들이 많이 그러십니다. 뭘 먹어서 그런 건지, 움직여서 그런 건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계속 이유를 찾으려고 하세요.”강수의 눈앞에 조금 전 사라가 떠올랐다.내가 카페 안 왔으면.오빠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간다고 해서.“환자분 잘못이라고 볼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59

강수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사라가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지 자신이 정해줄 수는 없었다. 서희를 미워하라고 할 수도, 아무도 미워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몰라.”사라가 강수를 봤다.“오빠도 몰라?”“어.”강수의 엄지가 사라의 손등을 천천히 쓸었다.“네 마음대로 해.”“내 마음대로?”“미우면 미워해.”“안 미우면?”“그러면 말고.”사라는 다시 사진을 내려다봤다.간단한 말이었다.그런데 지금 자기 마음은 하나도 간단하지 않았다.서희가 자신을 밀었다.그 직후 피가 났고 뜬금이는 떠났다.그 사실만 생각하면 화가 났다.당장이라도 서희에게 왜 그랬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머리채를 잡혔던 두피도 아직 욱신거렸고, 바닥에 부딪친 몸도 아팠다.그런데 의사는 그것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이미 자신에게 유산기가 있었다.그렇다면 서희가 밀지 않았어도 뜬금이가 갔을까.아니면 그 충격만 없었으면 계속 있었을까.아무도 알려줄 수 없었다.“나 서희 미워해도 돼?”“어.”“내 친구인데.”강수의 눈이 가라앉았다.“그래도.”“근데 서희 입장에서는 나도 미웠겠지.”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사라는 그 침묵을 알아들었다.“나도 서희한테 나쁜 짓 했잖아.”“그거랑 이건 달라.”“다른 건 알아.”사라가 손가락으로 초음파 사진 가장자리를 만졌다.“내가 오빠 만난 거랑 서희가 나 민 거랑 다른 거 알아.”잠깐 숨을 삼켰다.“근데 서희도 나 때문에 많이 울었잖아.”“그래서 네가 밀려도 되는 건 아니야.”강수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사라가 그를 봤다.“알아.”“그거 섞지 마.”“안 섞어.”“지금 네가 걔 이해해줄 필요도 없어.”사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러다 힘없이 웃었다.“오빠 서희한테 진짜 화났구나.”강수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어.”짧은 대답이었다.“많이?”“어.”“얼마나?”강수의 시선이 사라에게 머물렀다.“말하지 마.”사라의 눈이 가늘어졌다.“왜?”“네가 아무것도 하지 말랬잖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260

퇴원한 뒤에도 사라는 서희를 만나지 않았다.연락을 막지는 않았다. 차단도 하지 않았다. 서희에게서 몇 번 메시지가 왔지만 읽기만 하고 답하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도 지금은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강수도 재촉하지 않았다.사라가 생각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고, 그는 그대로 두었다.르베르로 돌아온 첫날 사라는 가장 먼저 뜬금이의 초음파 사진을 액자에 넣었다.작은 액자는 침실 협탁 위에 놓였다.그 뒤로 며칠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회사에도 가지 않았다.여행을 가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밖에 나가 놀겠다는 말도 없었다. 소파에 누워 천장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다가 그것마저 내려놓았다. 배가 고프면 먹었고, 졸리면 잤다.울지도 않았다.강수는 그게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침에 눈을 뜨면 사라가 옆에 있는지 먼저 확인했다. 출근해야 하는 날에는 정민에게 일정을 최대한 줄이라고 했고, 집에서 처리할 수 있는 서류는 전부 르베르로 가져왔다.그렇다고 사라 곁에 붙어 말을 걸지는 않았다.밥을 가져다 놓고.약을 챙기고.물을 채워놓고.잠든 사라에게 이불을 덮었다.그뿐이었다.그날도 사라는 거실 소파에 옆으로 누워 있었다.강수는 맞은편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사라야.”“응.”“밥.”“조금 있다가.”“아까도 그랬어.”“지금 안 배고파.”강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먹어.”사라가 소파 등받이 너머로 눈만 내밀었다.“오빠.”“왜.”“나 살 빠져도 돼.”“안 돼.”“왜.”“몸 상해.”사라는 한참 강수를 보다가 천천히 일어났다.“뭐 먹어?”“죽.”표정이 바로 시들었다.“또?”“어.”“나 이제 환자 아니야.”“먹어.”“고기 먹고 싶은데.”강수는 바로 휴대전화를 들었다.사라가 눈을 깜빡였다.“뭐 해?”“고기 시켜.”“죽은?”“내가 먹어.”그제야 사라가 아주 조금 웃었다.며칠 만에 처음 보는 제대로 된 표정이었다.강수의 시선이 잠시 멈췄지만 아무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9-22
Magbasa pa
PREV
1
...
2425262728
...
33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