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불온한 정착 / Chapter 241 - Chapter 250

All Chapters of 불온한 정착: Chapter 241 - Chapter 250

322 Chapters

241

249화강수가 전화를 받았다.“왜.”-형님.덕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어제 말씀하신 거, 진심입니까?강수는 식탁 맞은편에서 갈비를 먹고 있는 사라를 한번 봤다.“어.”-아니, 씨발…….사라의 젓가락이 멈췄다.전화기 밖으로 새어 나온 목소리만으로도 덕배라는 걸 알아챘다. 사라는 바로 상체를 기울였다.“덕배 오빠야?”강수가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사라는 입을 다물면서도 귀는 쫑긋 세웠다.-형님이 사뇌파를 나한테 넘긴다는 게 말이 됩니까?“말했잖아.”-저한테 상의도 없이요?“지금 하잖아.”-이게 상의입니까? 통보지!사라가 결국 입을 막고 웃었다.강수의 시선이 날아오자 고개를 숙였지만 어깨는 계속 들썩였다.-그리고 형님 빠지시면 밑에 새끼들이 가만있겠습니까?“가만있게 해.”-제가요?“어.”-아, 진짜 미치겠네.강수는 덕배의 투덜거림을 끝까지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 물을 한 모금 마셨다.“싫어?”전화기 너머가 잠잠해졌다.-……싫다는 게 아니라.“그럼 해.”-형님.“오늘 저녁에 와.”-어디로요?강수의 시선이 사라에게 향했다.르베르를 말하려다 잠시 멈췄다.“회사.”-예.“정민이도 부를 거야.”-알겠습니다.통화가 끝났다.강수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자마자 사라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덕배 오빠 진짜 욕했어?”“먹어.”“나 어제 그럴 줄 알았어.”“밥.”“본인 모르게 전국 서열 1위 예정자 만들어놨으니까 그렇지.”사라는 갈비 한 점을 집어 먹으면서도 계속 웃었다.“근데 진짜 덕배 오빠한테 다 넘겨?”“어.”“정민 오빠는?”“그대로 있어.”“CH도?”“어.”사라가 고개를 갸웃했다.“그럼 오빠는 사뇌파만 완전히 빠지는 거야?”“시간 걸려.”“얼마나?”“정리해야 알아.”강수는 말을 짧게 끝냈다.수십 년을 몸담았던 조직이었다. 보스라는 자리만 넘긴다고 다음 날부터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되는 건 불가능했다.자신이 쥐고 있던 선을 하나씩 넘기고, 덕배가 완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42

강수의 손이 물잔 위에서 멈췄다.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덕배를 바라보는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정민도 말없이 서류에서 시선을 들었다.덕배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형님이 왜 갑자기 자리 내려놓는지 아는 놈은 아직 없겠지만, 움직임이 시작되면 이유부터 찾을 겁니다.”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형님 약점 찾겠다고 주변부터 뒤질 거고요.”덕배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지금까지 강수에게 가족은 약점으로 드러난 적이 없었다. 서희와의 결혼은 알려져 있었지만, 조직의 일과 철저히 분리해 보호해왔다.사라는 달랐다.이미 한 번 납치된 적이 있었다.그때 바다에 뛰어든 강수를 본 사람도 있었다.무엇보다 지금 사라에게는 아이까지 있었다.정민이 낮게 말했다.“승계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외부에 회장님 퇴진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그렇게 해.”강수의 대답은 짧았다.덕배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먼저 내부 정리하겠습니다. 형님 사람들부터 그대로 넘겨받고, 반발할 만한 놈들은 따로 보겠습니다.”“명단 뽑아.”“예.”강수는 의자에 등을 기대지 않았다.“사라 쪽은 건들지 마.”덕배의 미간이 좁아졌다.“경호 말입니까?”“어.”“붙여야죠.”“티 나게 하지 마.”“형수님 알면 싫어할 테니까요?”강수는 덕배를 한번 봤다.그것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건 사라가 일상을 바꾸게 만들 생각이 없다는 거였다. 자신이 자리를 정리한다고 해서 사라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이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평소대로 살게 해.”정민이 바로 알아들었다.“회사 출퇴근과 르베르 주변만 조용히 확인하겠습니다.”“어.”“외부 일정이 생기면 그때 동선만 추가하고요.”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덕배는 서류를 넘기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형님.”“왜.”“형수님한테는 말씀하셨습니까?”“뭘.”“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말할 거야.”덕배가 강수를 빤히 봤다.“진짜요?”강수의 눈썹이 움직였다.“왜.”“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43

251화사라가 눈을 깜빡였다.“왜?”겁먹은 얼굴은 아니었다.강수가 사뇌파의 보스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그 세계 때문에 실제로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위험하다는 말 하나에 놀라 주저앉을 사람은 애초에 아니었다.강수는 재킷을 벗어 소파에 내려놓았다.“내가 빠지면 자리 흔들려.”“덕배 오빠한테 넘기는데도?”“어.”사라는 강수를 따라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덕배 오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있겠지.”“많아?”“상관없어.”“왜 상관없어?”강수가 치킨 상자를 열었다.“정리하면 돼.”사라는 의자를 빼고 앉다가 멈췄다.“누가?”“덕배가.”“덕배 오빠 바빠지겠네.”강수는 사라 앞에 접시부터 놓았다.“먹어.”“설명하다 말고 왜 먹으래.”“배고프다며.”“배고픈 거랑 궁금한 건 별개야.”강수는 결국 맞은편에 앉았다.사라가 기다렸다.“나를 왜 노리는데?”강수는 짧게 대답했다.“나 때문에.”“오빠 약점이라서?”“어.”사라가 고개를 갸웃했다.“내가 왜 오빠 약점이야.”강수의 시선이 배 쪽으로 한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몰라서 물어?”“확인하는 거지.”“너 건드리면 내가 움직이니까.”사라는 잠깐 생각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자신이 납치됐을 때 강수가 어떻게 됐는지는 직접 봤다.“그럼 뜬금이 있는 것도 알아?”“아직 몰라.”“서희는?”강수의 얼굴이 굳었다.“왜 서희 얘기가 나와.”“오빠 부인이잖아.”사라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사뇌파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는 몰라도 서희가 오빠 부인인 건 알 거 아니야.”“알아.”“그럼 서희도 위험할 수 있는 거 아니야?”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사라는 그 침묵을 그대로 바라봤다.“오빠.”“조치할 거야.”“아직 안 했어?”“오늘 시작했어.”“그럼 해.”강수의 눈이 사라에게 향했다.사라는 치킨 한 조각을 집었다.“나만 하지 말고 서희도.”“알아서 해.”“응. 알아서 해.”사라는 그 이상 끼어들지 않았다.서희를 보호하라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44

강수는 사라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르베르는 아직 조직 안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정민과 덕배처럼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면 강수가 청담의 다른 집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모르게 할 거야.”“그래도 알아낼 수도 있잖아.”“그 전에 정리해.”사라는 치킨을 내려놓았다.조금 전까지는 경호를 붙이면 붙이는 대로 받아들이고, 위험하면 전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강수가 사뇌파에서 빠지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을 만들고 있었다.“오빠.”“왜.”“이래저래 위험한 것 같으면 그냥 냅둬.”강수의 시선이 올라왔다.“뭘.”“사뇌파.”사라는 손가락을 닦고 강수를 제대로 바라봤다.“꼭 그만둬야 돼?”“내가 정했어.”“알아. 근데 오빠가 나랑 뜬금이 때문에 그런다고 했잖아.”“어.”“그러니까.”사라는 잠시 말을 골랐다.“그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거면 하지 마.”강수의 얼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사라는 계속했다.“그리고 오빠가 일군 거잖아?”강수의 눈이 조금 가라앉았다.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좋은 방식으로 얻은 자리만은 아니었다. 피를 봤고, 빼앗았고, 살아남기 위해 더 잔인해진 시간도 있었다.그래도 자신의 인생이었다.어린 시절 아무것도 없던 차강수가 살아남아 쥔 힘이었고, 오랜 세월 자신이 만들어온 세계였다.사라는 그걸 미화하지도 않았다.그렇다고 자신 때문에 전부 버리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나 때문에 바꾸지는 마.”“너 때문만은 아니야.”“뜬금이도 나한테 포함.”“그게 어떻게 같아.”“내 배에 있잖아.”강수가 미간을 좁혔다.사라는 배를 한번 쓰다듬었다.“나는 오빠 처음 봤을 때부터 회장인 것도 알고, 사뇌파 보스인 것도 알았어.”“전부는 몰랐잖아.”“알게 됐잖아.”그 뒤에도 떠나지 않았다.강수의 흉터를 봤고, 그가 어떤 세계에서 살아왔는지도 알았다. 자신까지 그 세계에 휘말려 죽을 뻔했다.그래도 지금 여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45

253화사라는 강수의 어깨에 걸쳤던 팔을 풀지 않았다.뭐가 자신과 뜬금이를 지키는 데 나은지 다시 보겠다는 말이면 충분했다. 사뇌파에 남든 떠나든 그건 강수가 판단할 일이었다.사라는 애초에 그의 인생을 뜯어고쳐 자기 옆에 두고 싶은 게 아니었다.잠시 강수의 얼굴을 바라보던 사라가 말했다.“대신 약속해.”“뭘.”“오빠가 그랬잖아.”“뭐.”“돌아올 곳이 나라며?”강수의 눈이 사라에게 고정됐다.예전에 들었던 말이었다.그리고 얼마 전에는 르베르를 두고 돌아오는 곳이 여기냐고 물었을 때 강수는 둘 다라고 했다.사라는 그 말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집이라는 장소와 사람은 꼭 같은 의미가 아니었다.“나도.”사라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현재 돌아올 곳은 여기야.”강수의 손이 사라의 허리에서 멈췄다.사라는 여전히 정착이라는 게 뭔지 몰랐다.결혼하면 정착한 건지도 모르겠고, 아이를 낳고 한 집에서 오래 살면 그때부터 정착이라고 부르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평생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아직 자신답지 않았다.그래도 지금은 알았다.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향하는 곳이 르베르고, 문을 열었을 때 강수의 신발이 있으면 이상할 만큼 편했다.강수가 늦으면 기다리고 싶었고, 같이 밥을 먹고 싶었다.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는 것도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웠다.“여기.”사라가 발끝으로 바닥을 한번 툭 쳤다.“우리 집.”강수는 말이 없었다.“그러니까 무슨 일 생겨도 돌아와.”“어.”“아니, 제대로 약속해.”“돌아와.”“어떻게든?”“어.”사라는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졌다.“팔다리가 잘려도.”강수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민사라.”“왜. 아직 안 끝났어.”“그딴 소리 하지 마.”“이빨로라도.”“하지 말라고.”“기어서 와.”강수의 얼굴이 험악해졌다.사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럼 되잖아.”“안 돼.”“왜?”“멀쩡히 와.”사라가 피식 웃었다.“그건 당연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46

254화며칠 뒤.오후의 회장실은 조용했다.강수는 책상에 앉아 사뇌파 승계와 관련된 서류를 보고 있었다. 덕배와 정민이 정리해 올린 내용에는 넘겨야 할 권한과 당분간 강수가 직접 처리해야 할 일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사라는 그 맞은편 소파를 아예 침대처럼 쓰고 있었다.처음에는 앉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옆으로 누웠고, 지금은 쿠션까지 베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낮은 신발은 소파 아래 가지런히 벗어놓았다.“오빠.”강수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왜.”“나 일하기 싫어.”“알아.”“어떻게 알아?”“지금 안 하잖아.”사라가 휴대전화를 내리고 강수를 봤다.“나 임산부인데 너무 많이 일하면 안 되지 않아?”“그래서 누워 있잖아.”“회장실에서 이래도 돼?”“이미 누워놓고 왜 물어.”사라는 피식 웃더니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강수는 더 신경 쓰지 않았다.회장실에 사라가 있는 풍경도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자기 자리에서 일하다 힘들면 들어와 쉬었고, 강수 역시 굳이 내보내지 않았다.그때 책상 위 휴대전화가 울렸다.강수가 화면을 확인했다.어머니.그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지난번 꿈 이야기를 하며 전화한 뒤로 간간이 연락은 있었지만 이 시간에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드물었다.강수가 받았다.“어머니.”받자마자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졌다.-이게 무슨 경우니!소파에 누워 있던 사라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강수의 미간이 좁아졌다.“뭐가요.”-네가 어떻게 이래!강수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조금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무슨 말인지부터 하세요.”-바람을 피워놓고 애도 있다니!강수의 눈빛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사라도 이번에는 완전히 상체를 일으켰다.목소리가 워낙 커서 무슨 말인지 여기까지 들렸다.사라가 입 모양으로 물었다.‘누구야?’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누가 말했어요.”-그게 지금 중요해?“어머니.”-서희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래! 걔가 얼마나 착한 애인데 네가 어떻게 다른 여자랑 그러고 애까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47

결국 강수는 사라를 두고 가지 못했다.혼자 먼저 가겠다는 말을 빈말로 하지 않을 여자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차라리 자신의 옆에 두는 편이 나았다.회사에서 멀지 않은 카페에 도착하자 강수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사라도 따라 내렸다.“오빠.”“왜.”“표정 좀 풀어.”“멀쩡해.”“아닌데.”강수는 대꾸하지 않고 카페 쪽으로 걸었다.사라는 그 뒤를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강수의 손을 잡았다.강수가 내려다봤다.“왜.”“그냥.”놓으라는 말은 없었다.두 사람이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창가 안쪽에 앉아 있던 서희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 맞은편.강수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반쯤 일어났다.시선이 가장 먼저 아들에게 닿았다가 곧 그 옆에 선 사라에게 옮겨갔다.작은 체구.긴 머리.강수의 손을 잡고 있는 여자.그 시선이 사라의 배 근처에서 잠시 멈췄다.아직 겉으로 티가 날 시기는 아니었다.사라는 강수의 손을 놓고 먼저 허리를 숙였다.“안녕하세요.”강수의 어머니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사라는 다시 몸을 세웠다.“민사라예요.”서희는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지난번 르베르에서 마주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자리였다.그때는 자신이 찾아갔다.오늘은 강수의 어머니가 두 사람을 불렀다.“앉아.”강수의 어머니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수가 사라의 의자를 먼저 빼줬다.사라가 앉고 나서야 그 옆에 자리했다.강수의 어머니는 그 짧은 행동까지 놓치지 않았다.“강수야.”“네.”“너 지금 내가 왜 불렀는지 알지?”“압니다.”“그런데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사라는 테이블을 한번 내려다봤다.강수 어머니 앞에는 커피가 있었고 서희 앞에도 음료가 놓여 있었다.자신과 강수 것만 없었다.사라는 강수를 돌아봤다.“오빠.”강수의 시선이 내려왔다.“아이스 아메리카노지?”“어.”사라는 근처를 지나던 직원을 향해 손을 들었다.“저기요.”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사라에게 향했다.직원이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48

강수의 어머니가 사라를 바라봤다. “서로 다른 문제라고요?” “네.” 사라는 밀크셰이크 컵을 손에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혼은 서희와 오빠 문제고요.” 서희의 시선이 사라에게 향했다. “저희가 만나는 건 저희 문제예요.” 지난번 르베르에서도 했던 말이었다. 서희와 강수가 이혼하든 하지 않든 그 결정은 두 사람이 할 일이었다. 사라는 강수에게 이혼을 요구하지 않았고, 서희에게 해달라고 할 생각도 없었다. 자신이 강수를 만나는 건 자신의 선택이었다. 강수의 어머니 얼굴이 굳었다. “지금 그걸 그렇게 간단하게 말해요?” “간단하다는 게 아니라 다른 문제라는 거예요.” “강수가 서희 남편인데 어떻게 다른 문제예요?” “그건 알아요.” “알면서도요?” “네.” 사라는 피하지 않았다. 강수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시선만 차갑게 가라앉았다. 사라가 잠깐 밀크셰이크를 내려다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어머니.” “왜요.” “저는 이해가 안 돼요.” 강수의 어머니 눈썹이 올라갔다. 사라는 정말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세 사람 문제에 어머니가 끼시는 이유요.” 테이블 위가 조용해졌다. 서희마저 사라를 바라봤다. 강수가 낮게 불렀다. “사라야.” 사라는 옆을 봤다. “왜?” “말 조심해.” “나 조심해서 하는데.” 강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사라는 다시 그의 어머니를 바라봤다. “오빠가 어머니 아들인 건 알아요. 걱정하시는 것도 이해하고요.” “그런데?” “결혼한 건 어머니가 아니잖아요.” 강수 어머니의 입술이 굳었다. “서희가 이혼하기 싫은 것도 서희 마음이고, 오빠가 이혼하고 싶은 것도 오빠 마음이고, 제가 오빠를 계속 만나는 것도 제 마음이에요.”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만 살면 되는 줄 알아요?” “저는 제 선택은 제가 해요.” 사라는 담담했다. “대신 제가 한 선택 때문에 생기는 일도 제가 감당하고요.” “지금 서희가 이렇게 상처받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49

강수의 어머니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사라가 강수와 헤어지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서희가 다시 아들의 아내로 남고, 강수가 집으로 돌아가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잘못된 관계는 끝내야죠.”“그다음에는요?”“뭐가요?”“오빠가 서희한테 돌아가면 끝이에요?”사라는 따지듯 몰아붙이지 않았다.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서희는 그걸 원하고 있어요.”“그건 서희가 원하는 거고요.”“강수는 결혼한 사람이에요.”“알아요.”또 같은 자리였다.사라는 빨대를 입에 물었다가 금세 놓았다. 조금 전부터 똑같은 말이 돌고 있었다.“그래서 제가 아까 물어본 거예요. 왜 어머니가 끼시는지.”“내 아들이니까요!”강수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내 아들이 잘못된 짓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가만히 있어요?”그 순간 사라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강수가 먼저 알아챘다.“사라야.”낮은 목소리가 경고처럼 떨어졌다.사라는 강수를 돌아봤다.강수는 고개를 아주 작게 저었다.하지 말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사라는 이미 어머니에게서 들은 말 하나에 걸려 있었다.내 아들.사라는 다시 앞을 봤다.“어머니.”“왜요.”“그런데 왜 이제 와서 어머니 노릇하세요?”강수의 손이 멈췄다.서희가 숨을 삼켰다.강수 어머니의 얼굴에서도 순식간에 핏기가 빠졌다.“……뭐라고요?”사라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열 살짜리 어린 차강수는 버리고 가셨잖아요.”“민사라.”이번에는 강수의 목소리가 확실히 낮아졌다.사라가 옆을 봤다.“왜.”“그만해.”짧았다.사라는 입을 다물었다.강수가 자신의 과거를 숨긴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버지에게 맞으며 살던 어머니가 결국 살아남기 위해 집을 떠났다는 것도, 열 살짜리 강수가 울면서 붙잡았다는 것도.사라는 그때도 어머니가 떠난 것 자체를 함부로 비난하지 않았다.살려고 도망친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250

서희의 말이 떨어진 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사라의 시선이었다.강수의 어머니에게서 서희에게로 천천히 옮겨갔다. 놀랐다기보다 이제야 앞뒤가 맞는다는 얼굴이었다. 강수 역시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서희를 바라봤다.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서희야.”“제가 말씀드렸어요.”서희는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꽉 맞잡았다.“강수 오빠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그 사람이 사라고…… 아이도 있다고요.”사라는 밀크셰이크 빨대를 천천히 저었다.“왜?”짧은 질문에 서희가 사라를 봤다.“혼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그래서 어머니한테 말한 거야?”“응.”서희의 대답은 솔직했다.르베르에서 세 사람을 마주한 뒤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강수는 이혼하겠다고 했고, 사라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했다. 거기에 아이까지 있었다.자신 혼자 아무리 말해도 둘은 움직이지 않았다.“나는 아직 이혼하고 싶지 않아.”서희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근데 강수 오빠는 이미 다 결정했잖아. 너도 그렇고.”“응.”사라가 순순히 인정했다.“그래서…… 누군가한테라도 말하고 싶었어.”사라는 빨대에서 손을 뗐다.“그건 이해해.”서희의 눈이 조금 커졌다.“이해한다고?”“힘들면 누구한테 말할 수도 있지.”사라는 잠깐 생각하다 물었다.“근데 어머니가 오빠 마음 바꿔주길 바란 거야?”서희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 침묵으로 충분했다.사라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그랬구나.”비난도 화도 없었다.그게 오히려 서희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넌 화도 안 나?”“뭐가?”“내가 어머니한테 말한 거.”“내가 임신한 거?”“그것도.”사라는 자신의 배를 한번 내려다봤다.“숨길 생각 없었어.”강수의 눈이 사라에게 향했다.“회사에는 아직 말 안 했지만, 평생 숨길 수도 없잖아.”“그럼 내가 말해도 상관없다는 거야?”“그건 아니지.”사라가 곧바로 잘랐다.“내 임신을 누구한테 말할지는 원래 내가 정하는 거니까. 그건 기분 나빠.”서희의 입술이 굳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
PREV
1
...
2324252627
...
3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