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라일라 디 에이프롤르 ㅡ천년을 기다린 나의 계약자ㅡ: Chapter 11 - Chapter 20

22 Chapters

<이번에도 차가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네>

디에프롤 왕국의 왕성.국왕의 집무실에는 오늘도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넓은 책상 뒤에는 카일과 닮은 남색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가 앉아 있었다.디에프롤의 국왕, 카시온이었다.사각, 사각—펜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소리만이 조용한 집무실을 채웠다.한참 동안 서류를 처리하던 카시온이 지친 듯 펜을 내려놓았다.“하아…….”자연스럽게 옆에 놓인 찻잔으로 손을 뻗었다.이미 식어버린 차였지만 새로 가져오라고 할 여유도 없었다.그런데 손끝이 찻잔에 닿기 직전—휘익!갑자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쨍그랑!찻잔이 그대로 책상에서 밀려나 바닥으로 떨어졌다.갈색빛 차가 바닥을 적셨다.카시온은 놀라지도 않았다.한동안 깨진 찻잔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뿐이었다.“……하아.”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또인가…….”웅—주변의 마나가 대답이라도 하듯 작게 진동했다.카시온이 미간을 눌렀다.“알았어. 안 마시면 되잖아.”똑똑.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와.”문이 열리고 붉은 눈동자를 지닌 중년의 기사가 들어왔다.“폐하.”그러다 바닥에 깨져 있는 찻잔을 발견한 아그라트의 시선이 멈췄다.“……또입니까?”카시온이 책상에 팔꿈치를 올린 채 턱을 괴었다.“아그라트.”“예, 폐하.”“단둘이 있을 때만큼은 그 호칭 좀 그만해.”아그라트가 작게 웃었다.“알겠습니다, 카시온님.”그는 깨진 찻잔을 바라봤다.“이번에도 마나가 차를 엎은 겁니까?”“응.”“허허…….”“벌써 이번 달에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카시온이 피곤한 얼굴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대체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건지…….”“그럼 제 저택에서 가져온 차라도 드시겠습니까?”카시온의 눈이 조금 살아났다.“있어?”“마침 조금 가져온 것이 있습니다.”“부탁할게.”카시온이 다시 서류를 내려다보다 중얼거렸다.“형님도 없는 마당에 이것들까지 이러니…… 하아.”아그라트가 문으로 향하다 걸음을 멈췄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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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

카일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침대 주변에는 초월에 이르며 새롭게 변화한 황금빛 오러가 희미하게 맴돌고 있었다.라일라는 침대 곁에 앉아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봤다.“흠…….”카일의 몸 자체는 안정되어 있었다.그러나 새롭게 자리 잡은 힘은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상태였다.라일라가 카일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넘겼다.“괜찮으니 두려워하지 말거라.”잠든 카일에게 하는 말인지, 그 안에 자리 잡은 힘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목소리였다.“심연에 자리 잡은 힘과 대화하렴.”카일의 주변을 맴돌던 황금빛이 순간 일렁였다.라일라는 그것을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머지는 네가 직접 만나봐야 할 테니.”그녀는 그대로 오른쪽 방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고—카일의 의식도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눈을 뜬 카일의 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밤하늘이었다.“……여기는?”위도, 아래도 구분되지 않는 짙은 밤하늘색의 공간.그 순간 카일의 발밑에서 작은 빛이 피어났다.사락—한 줄기 황금빛 풀이 돋아났다.그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황금빛 잔디가 물결처럼 퍼져나가 순식간에 들판을 만들었다.카일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이곳은 대체…….”그때 등 뒤에서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졌다.카일이 천천히 돌아봤다.“…….”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온몸을 뒤덮은 털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눈을 감고 있음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두렵지는 않았다.오히려—편안했다.카일은 자신도 모르게 늑대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털을 쓰다듬었다.사락—“……부드럽다.”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웠다.카일은 몇 번 더 털을 쓸어내렸다.그러자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왜 이렇게…… 졸리지…….”몸에 힘이 빠졌다.카일이 앞으로 쓰러지려는 순간 늑대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푹—거대한 몸이 카일을 받아냈다.카일은 자연스럽게 황금빛 털에 몸을 기댔다.따뜻했다.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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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마, 네 가문의 첫 가주니라>

라일라는 잠시 세이라를 바라봤다.그러나 세이라는 이미 라일라의 설명에는 관심이 없어진 모양이었다.어느새 아르페르트의 등에 올라탄 아이는 풍성한 황금빛 털 사이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응~ 조용해서 좋아~~!”아르페르트는 별다른 반응 없이 몸을 낮췄다.세이라가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자세까지 조금 바꿔주었다.카일 역시 피곤했던 모양인지 아르페르트의 옆에 앉았다.그대로 거대한 몸에 등을 기대자 따뜻한 황금빛 털이 몸을 받쳐주었다.“……편하네.”‘쉬거라.’“그러려고.”얼마 지나지 않아 세이라의 눈이 먼저 감겼다.카일 역시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천천히 잠에 빠졌다.라일라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둘 다 잘 자는구나.”그제야 주변에 모여 있던 기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자.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한 기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대공 각하께서…… 라일라님의 반려라는 부분이었습니다.”“아, 그랬지.”라일라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계약자는 나의 유일한 반려이니라.”“…….”기사들의 표정이 다시 묘해졌다.“그리고 그 역할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테일러가 물었다.“그렇다면 카일이 태어났을 때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물론이지.”라일라가 잠든 카일을 바라봤다.“원래라면 저 아이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직접 만나러 갔어야 했다.”그러나 이어진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다만 그 무렵 누군가가 연결을 건드린 모양이더구나.”“열다섯 살…….”테일러가 기억을 되짚었다.“그러고 보니 그쯤이었군요.”“무엇이?”“카일이 귀족 영애들에게 상당히 냉정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때입니다.”“…….”라일라의 미소가 멈췄다.옆에 있던 기사 하나가 눈치 없이 말을 보탰다.“확실히 당시에는 많은 귀족 영애들이 대공 각하께 관심을 보였습니다.”“많은?”라일라의 황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기사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예.”“호오~.”목소리는 분명 웃고 있었다.그런데 기사들은 본능적으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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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 품이 제일 안전해>

라일라는 아르페르트에게 다가갔다.황금빛 털에 몸을 파묻은 채 잠들어 있던 세이라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자, 아이가 작게 몸을 뒤척였다.“으응…….”졸린 눈을 비비던 세이라가 라일라의 얼굴을 발견하고 작게 중얼거렸다.“마마~.”“잘 잤니, 세이라?”“응…….”세이라는 라일라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그러다 문득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빠빠는?”라일라가 아르페르트에게 기대 잠들어 있는 카일을 바라봤다.“조금 더 자야 한단다.”“아직도?”“응. 약기운이 이제 제대로 도는 모양이구나.”세이라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빠빠랑 놀고 싶은데~.”“조금만 기다리렴.”라일라가 세이라의 백금발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카일은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쉽게 피곤해질 테니 조금 더 쉬게 해주자꾸나.”“우웅…….”세이라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라일라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 세이라.”“응?”“카일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단다.”세이라가 고개를 들었다.“뭔데?”“카시프풀.”라일라의 금빛 눈동자가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저택에서 발견하면 전부 태워버리렴.”세이라의 오드아이가 반짝였다.“응!”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빠빠 괴롭히는 거 전부 없앨 거야!”라일라의 표정이 다시 풀렸다.“옳지~.”세이라의 볼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그래야 내 딸이지~.”조금 떨어져 있던 기사들이 동시에 움찔했다.“…….”한 기사가 팔을 문질렀다.“왜 갑자기 한기가 들지?”“나도…….”“뭔가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은데.”기사들은 서로를 바라봤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 불길했다.한 시간쯤 뒤.아르페르트의 옆구리에 기대어 있던 카일이 천천히 눈을 떴다.“…….”은빛 눈동자가 아직 몽롱했다.잠에서 깨어난 것 같으면서도 정신은 절반쯤 꿈속에 남아 있는 듯했다.아르페르트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커다란 얼굴로 카일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툭.“……아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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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이 나를 지키려 한다>

“카일!!”테일러의 다급한 외침이 울렸다.카일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눈앞으로 빛의 화살 하나가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피해!”카일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본능적으로 오러를 끌어올리려던 순간—“……윽!”심장 안쪽이 강하게 조여들었다.오러가 움직이지 않았다.그보다 먼저 아르페르트가 눈을 떴다.우웅—황금빛 장막이 카일과 세이라의 앞을 감쌌다.빛의 화살은 장막에 닿기도 전에 힘을 잃더니 허공에서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카일은 사라진 화살보다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윽…….”“빠빠?”세이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카일을 올려다봤다.카일은 애써 표정을 풀었다.“아…… 괜찮아, 세이라.”그러나 라일라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그녀가 곧바로 다가와 카일의 손목을 붙잡았다.“카일.”“정말 괜찮—”“가만히.”세이라가 카일의 품에서 버둥거렸다.“내릴래!”“세이라?”“빠빠 치료 먼저!”카일은 결국 세이라를 바닥에 내려주었다.세이라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지만 걱정스러운 시선은 카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라일라가 카일의 몸속으로 기운을 흘려보냈다.“흠…….”오러의 그릇은 멀쩡했다.균열도 완전히 붙었고, 확장된 형태 역시 안정적이었다.그런데 이상했다.“카일.”“응?”“오러를 다시 한번 사용해 보겠느냐?”카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지금?”“아주 조금만.”“……알겠어.”카일은 숨을 고르고 다시 오러를 끌어올렸다.순간—쿵!“큭!”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다시 발생했다.오러는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라일라가 즉시 손을 놓았다.“그만.”“후…….”카일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대체 왜…….”라일라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릇의 문제는 아니구나.”“그럼?”“힘 자체가 네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카일이 고개를 들었다.“……내 오러가?”“그래.”“왜?”라일라는 어떻게 설명할지 잠시 고민했다.“쉽게 말하면…….”“…….”“과보호?”카일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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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라가 곁에 있으니 괜찮다>

카일이 마차에 올라타자 카이는 세이라를 조심스럽게 안아 마차 안에 내려주었다.“빠빠 옆에 있을래~.”세이라가 카일 곁으로 다가갔지만, 카일은 이미 약기운에 깊이 잠들어 있었다.카이는 잠든 카일을 잠시 바라보다 그대로 마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뒤이어 레시아가 마차 안에 올라타자 문이 닫혔다.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덜컹—“…….”카일의 몸이 흔들림에 따라 조금씩 기울었다.세이라는 잠든 카일 대신 레시아의 품에 안겨 있었고, 레시아는 불편한 자세로 잠든 카일을 잠시 바라봤다.“저대로는 목이 아프시겠군요.”레시아가 손끝을 움직였다.휘이잉—부드러운 바람이 카일의 몸을 감싸더니 천천히 좌석 위에 눕혔다.다시 허공에 손을 넣자 작은 공간의 틈이 열렸다.그 안에서 두꺼운 담요 하나를 꺼내 카일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세이라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빠빠 추워?”“아니요.”레시아가 조용히 웃었다.“조금 더 편하게 주무시라고 그러는 겁니다.”“웅.”세이라는 그제야 안심한 듯 다시 레시아에게 기대었다.마차가 신전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라일라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 순간—쩌적.“…….”손등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라일라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피부 위로 가느다란 금이 퍼지고 있었다.유리 인형에 균열이 생기는 것처럼.쩌적—이번에는 손목까지 이어졌다.“이런.”라일라는 대수롭지 않은 듯 중얼거렸다.“이 육체도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구나.”뒤에서 따라오던 라스가 금이 간 라일라의 팔을 바라봤다.“오늘은 본체가 있는 숲으로 가실 건가요?”“그래.”라일라는 신전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서둘러야겠구나.”라스는 잠시 카이가 떠난 방향을 바라봤다.라일라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카이가 없으니 외로운 게냐, 라스?”“딱히요?”라스는 별 감흥 없이 대답했다.“연결되어 있으니까 어디 있는지는 느껴지는데.”“흠.”“다만…….”라스의 붉은 눈동자가 조금 가라앉았다.“얼음의 힘이 불안정합니다.”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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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얼음의 폭풍용>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땅이 크게 울렸다.쿠우웅—!달리던 마차가 크게 흔들리자 레시아는 곧바로 바람을 일으켜 잠든 카일의 몸을 감쌌다. 카일은 흔들림에도 깨지 않은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반면 세이라는 흔들리는 마차가 재미있는지 활짝 웃었다.“꺄~! 마마다!”“…….”레시아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하지만 마차 지붕 위에 있던 카이의 주변으로는 어느새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스으으—주변의 온도가 서서히 내려갔다.그 변화를 알아챈 레시아가 세이라를 바라봤다.“세이라님…… 잠시 안에서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웅?”세이라가 창밖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주변이 빨개~.”“……빨갛다고요?”레시아가 마차의 문을 열었다.그 순간, 어둠 속에서 수많은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숲 전체를 가득 메운 마수들이었다.마차 주변은 물론이고 멀리 보이는 마을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마수들이 곳곳에 퍼져 일행을 포위하고 있었다.크르르르—그르륵—기사들이 순식간에 긴장하며 검을 뽑았다.“마수다!”“마차를 보호해!”레시아가 천천히 마차 밖으로 걸어 나오자 한 기사가 다급하게 외쳤다.“레시아님! 나오지 마세요!”그러나 레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쿵!마차 지붕 위에 있던 카이가 땅으로 내려왔다.그리고 카이의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쩌저저적—!“……!”마차 주변으로 얼음이 빠르게 퍼져나가더니 거대한 방벽이 솟아올랐다.“우악!”“뭐, 뭐야?! 갑자기?”기사들이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레시아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카이님 근처로 가지 마세요.”“네?”“힘에 휩쓸려도 모릅니다.”기사들의 표정이 굳었다.카이는 아무 말 없이 마수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평소 하늘색이던 눈동자가 점차 짙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우우우웅—주변에 흩어져 있던 얼음이 허공으로 떠올랐다.수많은 얼음 조각이 카이의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점점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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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균형, 조율자의 개입》

라일라는 라스의 상태를 가만히 살피더니 작게 중얼거렸다.“흠~ 어떤 기운이 균형을 어긋나게 한 탓에 깨어나는 시기가 빨라졌구나…….”라스는 여전히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불의 기운을 억누르며 라일라를 바라봤다.“라일라님…… 준비는 끝났습니까?”“재촉하지 마렴, 라스. 그것보다…….”라일라가 작은 약병 하나를 내밀었다.“이거나 마시거라.”“…….”라스는 약병을 받아 단숨에 내용물을 삼켰다.몸 안에서 날뛰던 불의 기운이 조금씩 가라앉자 라일라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흠…… 세이라와 레시아가 있으니 괜찮겠지.”그러나 라스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카이와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이대로는 카이의 상태를 알 수 없습니다.”“괜찮으니라.”라일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연결이 끊어진 것이 아니라, 카이가 스스로 끊은 것뿐이니.”라스가 눈을 크게 떴다.“라일라님!”“라스.”라일라가 손을 올려 라스의 붉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네가 카이를 보호하려 하는 것처럼 카이 또한 너를 보호하려 하는 것이니라.”“하지만…….”“잊었느냐?”라일라가 옅게 웃었다.“나의 반려는 이 세계의 조율자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아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라스는 입을 다문 채 주먹을 꽉 쥐었다.“그리고 그곳에는 세이라도 있지 않느냐?”“…….”“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라일라가 준비하던 것들을 다시 확인하며 말했다.“서둘러 돌아갈 준비를 하자꾸나.”콰드드드득—!카이가 있는 곳은 이미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변하고 있었다.대지가 얼어붙었다.나무와 바위 위로 순식간에 서리가 내려앉더니 주변 전체가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곧이어—휘이이이잉—!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으악!”“이게 무슨?!”기사들이 팔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낮췄다.처음에는 단순한 눈보라처럼 보였지만 곧 바람에 섞인 얼음 조각들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하기 시작했다.테일러의 표정이 굳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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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길들이는 방법>

레시아가 손을 들어 바람을 일으켰다.휘이이잉—주변을 뒤덮고 있던 얼음이 바람에 휩쓸리더니 잘게 부서져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레시아는 아공간에 손을 넣어 여러 개의 포션을 꺼낸 뒤 테일러에게 건넸다.“기사들에게 먹이세요.”“네……!”테일러는 포션을 받아들다가 잠든 카이 쪽을 바라봤다.“그런데…… 카이님은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세이라님과 카일님이 곁에 계시니 괜찮겠죠.”레시아는 잠시 카이를 바라보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이제야 라일라님께서 라스님만 데리고 가신 이유를 알겠군요.”“네?”“라스님은 불의 힘을 지니고 계시니까요.”레시아가 차분하게 덧붙였다.“정확히는…… 불의 용, 칼라토스를 몸 안에 담고 계십니다.”쨍그랑!테일러의 손에 들려 있던 잔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근처에서 포션을 받아 마시던 기사들 역시 놀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카, 칼라토스요?!”테일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레시아를 바라봤다.“세계의 절반을 불태웠다는 그 화룡 말입니까?!”“네.”레시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그리고 카이님의 몸에는 쌍둥이 용인 물의 용 알트레스와 얼음의 폭풍용 알레스카가 깃들어 있습니다.”“…….”기사들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두 분 모두 용들의 힘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만…….”레시아가 잠든 카이를 바라봤다.“균형이 어긋나면 용의 힘이 폭주하기 시작하죠.”한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지금 말씀하신 이름들…… 전부 천 년 전 세계의 절반을 멸망시켰던 용들 아닙니까?”“맞습니다.”“그런 존재들이 어떻게 두 분의 몸 안에……?”“라일라님께서 그들의 육체를 빼앗으셨으니까요.”“……네?”레시아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남겨진 용의 힘을 두 분에게 맡기셨습니다. 본래라면 지금처럼 날뛸 일도 거의 없는데…….”테일러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그렇다면 왜 카이님에게만 두 마리의 용이 깃든 겁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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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선물은 마차 몇 대면 되겠느냐?>

세이라는 카이의 품에 안긴 채 작은 손으로 그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카이? 이제 괜찮아?”“……세이라.”카이는 잠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다 문득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방금 혹시…….”“웅?”세이라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곧 알아들었다는 듯 말했다.“아~ 마마가 연결해달라고 했어!”“……라일라님께서요?”“응! 카이랑 라스 힘을 날뛰게 한 기운 때문에 또 난리 날 것 같다고 했어~.”카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다른 이가 저와 라스의 연결에 들어온 것은 처음입니다.”태어날 때부터 이어져 있던 연결이었다.서로가 허락하지 않는 한 다른 존재가 간섭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역.그런데 라일라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연결 안으로 들어왔다.세이라가 카이의 표정을 보다가 손을 흔들었다.“아~ 이제는 못 해!”“……?”“힘이 난동 피운 상태라서 가능했던 거래.”세이라가 기억을 더듬듯 눈을 위로 굴렸다.“마마가 뭐라고 했더라…….”잠시 고민하더니 손뼉을 쳤다.“아! 그 기운을 봉인하고 역추적하려고 했대!”“역추적…….”카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응! 그러니까 이제 다시 가자~!”세이라가 언제 걱정했냐는 듯 활짝 웃었다.카이는 그런 세이라를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기사들은 다시 출발 준비에 들어갔다.부상자를 확인하고 흩어진 짐을 정리하는 사이, 한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테일러 자작님!”“무슨 일이냐?”“말들이…….”기사의 표정이 어두웠다.마수와 카이의 힘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견디지 못한 말 몇 마리가 심장이 멎은 채 쓰러져 있었다.테일러가 인상을 찌푸렸다.“이런…….”남은 말만으로는 모든 마차를 움직이기 어려웠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제가 하겠습니다.”“카이님?”카이의 발밑으로 푸른 소환진이 펼쳐졌다.우우웅—차가운 기운과 물의 기운이 동시에 주변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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