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라 디 에이프롤르 ㅡ천년을 기다린 나의 계약자ㅡ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22 챕터

<소란스럽군>

테일러와 카일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던 그때였다.급박한 발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정찰을 나갔던 기사가 숨을 몰아쉬며 달려와 카일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각하!"기사의 목소리에는 감추지 못한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적군이 한 시간 후면 브네티아에 도달합니다!"카일의 표정에서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친구와 언쟁하던 카일이 아니었다.디에프롤의 대공이자, 이곳에 모인 기사들의 지휘관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군을 분산시킨다."카일은 브네티아 일대가 표시된 지도를 내려다보았다."놈들의 수는 많다. 그렇다면 그 수가 오히려 방해가 되게 만들면 된다. 브네티아의 지형을 최대한 이용할 것이다. 전원 준비하도록.""예, 각하!"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달려갔다."카일!"테일러가 다시 그를 불렀다.카일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검집에 손을 얹으며 나지막이 말했다."……테일러. 지금은 전쟁 중이다.""그게 지금 중요하다는 게 아니잖아!""그리고."카일의 은빛 눈동자가 먼 곳을 향했다.브네티아에서 가장 높은 곳.새하얀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신전이 그곳에 있었다."라일라 님은…… 이 땅에 계신다."용의 신전.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백색의 신전 앞에는 두 기사의 석상이 서 있었다.왼편에는 검을 아래로 향한 기사.오른편에는 검을 가슴 앞에 세운 기사.누가 만들었는지조차 전해지지 않는 두 석상은 천 년 동안 한결같이 신전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그리고 그보다 훨씬 깊은 곳.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신전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존재가 잠들어 있었다.금빛 비늘.접힌 날개만으로도 넓은 공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육체.마지막 수호룡.라일라 디 에이프롤르.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용의 눈이 아주 조금 떠졌다.황금빛 세로 동공이 어둠 속에서 가늘게 빛났다.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수많은 인간의 발걸음.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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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약자여>

"소란스럽네."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존재의 첫마디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태평한 목소리였다.라일라는 신전 앞에 펼쳐진 참상을 천천히 둘러보았다.피로 물든 대지.곳곳에 쓰러진 기사들.그리고 아직도 무기를 놓지 않은 이천여 명의 타르베트군.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도, 긴장도 없었다.오히려 조금 귀찮다는 듯 황금빛 눈동자가 가늘어졌다."오랜만의 계약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방해물이 올 줄이야."라일라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렇지 않니? 라스, 카이."왼편에 서 있던 붉은 머리의 기사가 입을 가리며 길게 하품했다."하암…… 깨자마자 전투인가요? 라일라님……."라스였다.반면 짙은 푸른 머리의 카이는 전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쓰러진 디에프롤의 기사들과 피투성이가 된 카일에게 향해 있었다."라일라님. 일단 치료부터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그렇네."라일라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듯—탁.맑은 소리가 울렸다.그뿐이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신전 주변을 황금빛 광휘가 뒤덮었다."……어?"테일러의 눈이 커졌다.상처를 붙잡고 신음하던 기사들의 몸 위로 황금빛 입자가 내려앉았다.찢어진 살이 붙었다.부러졌던 뼈가 제자리를 찾았다.피가 멎었다.죽지만 않았다면, 아무리 심각한 상처라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이게……."한 기사가 멍하니 자신의 복부를 만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창에 꿰뚫렸던 곳이었다.그러나 상처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테일러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이게…… 수호룡의 힘…….'그러나 정작 기적을 일으킨 라일라는 기사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카일 앞에 서 있었다."……."라일라가 허리를 살짝 숙였다.그리고 양손으로 카일의 얼굴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뭐, 뭘……!"테일러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다가가려 했지만 카이가 팔을 뻗어 그를 막았다."기다리십시오.""하지만 카일이—""라일라님께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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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치료나 받거라 1>

테일러 자작과 살아남은 삼백여 명의 기사들이 차례로 신전 안으로 들어섰다. 마지막 기사까지 신전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라일라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우우웅— 조용하던 신전 전체가 낮게 울리기 시작했다. “……?” “신전이…….” 기사들이 놀라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텅 비어 있던 신전 내부의 모습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벽이 움직이며 여러 개의 방이 만들어졌고, 넓은 중앙에는 수많은 사람이 둘러앉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테이블이 나타났다. 한쪽에는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각종 조리 도구와 식기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럽게 변해가는 신전의 모습에 기사들은 넋을 잃고 주변을 바라봤다. 라일라는 그런 그들에게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기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시아.” 잠시 후 기둥 뒤에서 한 여인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긴 초록색 머리카락과 보랏빛 눈동자를 지닌 여인이었다. “네…… 라일라님.” “이들을 부탁하마.” “알겠습니다.” 레시아가 고개를 숙였다. 라일라는 곧바로 카일을 데리고 신전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테일러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불렀다. “라일라님!” 라일라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카일을 어디로…….” “치료하러 가는 것뿐이니라.” “치료요?” “방금 전 내 피를 먹여 응급처치를 해두었을 뿐이다. 아직 제대로 치료한 것은 아니니.” 라일라가 품에 안긴 카일을 한번 내려다봤다. “너희도 많이 지쳤을 터이니 쉬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카일을 바라봤지만 더 이상 붙잡지는 않았다. 라일라는 그대로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고, 벽면을 가득 채운 선반에는 수많은 물병과 약초가 정리되어 있었다. 반대편 벽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라일라는 카일을 침대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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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치료나 받거라 2》

라일라는 카일을 침대에 편하게 눕혔다. “일주일 정도 푹 쉬면 되겠구나.” 그 뒤로 카일은 고열 때문에 잠깐씩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 잠드는 일을 반복했다. 눈을 뜨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 “깼느냐?” 라일라는 그때마다 카일의 몸을 받쳐 일으켜 물을 조금씩 먹였다. “천천히 마시거라.” 카일이 힘겹게 물을 삼키고 나면, 라일라는 영양 성분을 압축해 만든 작은 환도 함께 먹였다. “이것도 삼키거라.” “…….” 카일은 반쯤 잠든 상태에서 환을 삼킨 뒤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나흘째가 되었을 무렵. 카일을 괴롭히던 고열도 상당히 내려갔다. 이제는 의식을 잃듯 잠들지 않아도 되었고, 혼자 침대에 앉아 있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어 있었다. “……후.” 카일은 침대 머리맡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처음에 비해 훨씬 나았다. 그러나 아직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쿵— “……윽!” 갑작스러운 통증에 카일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정확히는 심장 주변. 전투 당시 큰 충격을 받았던 오러의 그릇이 있는 곳이었다. “하아…….” 카일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조금 진정되는가 싶었지만, 몸속의 오러가 움직일 때마다 심장 주변으로 욱신거리는 통증이 따라왔다. 카일은 무의식적으로 오러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 순간— “……윽……!” 문이 조용히 열렸다. 라일라는 한 손에 식사가 담긴 쟁반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카일을 위해 소화하기 쉬운 수프와 잘게 자른 과일, 따뜻한 차를 준비한 참이었다. "카일, 이제 식사를……." 말을 이어가던 라일라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카일의 상태가 이상했다. 한 손으로 왼쪽 가슴을 움켜쥔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호흡도 불규칙했다. 라일라는 곧바로 쟁반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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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자는 빼도록>

카일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자, 라일라는 더 설명하지 않고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지금 당장 전부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된단다.”부드럽게 머리카락을 몇 차례 쓸어내린 라일라는 가져온 식사가 담긴 쟁반을 침대 옆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우선 밥부터 먹거라. 생각하는 것도 몸이 회복된 다음에 해야지.”“……라일라님.”“응?”카일은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한 듯했지만, 라일라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숟가락을 집어 건넸다.“밥이나 먹고 회복하는 데 힘쓰거라! 그리고…….”라일라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이제 ‘님’ 자는 빼도록.”“……라일라ㄴ…….”끝까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라일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카일은 입을 다물었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라일라.”그제야 라일라의 얼굴이 환하게 풀렸다.“흠~ 좋구나.”“대신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만큼은 양보해 주십시오. 라일라.”“음~ 그 정도는 좋다.”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라일라가 카일의 식사를 가리켰다.“그러니 얼른 먹거라.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네.”카일은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라일라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가볍게 쳤다.“아, 그러고 보니 레시아가 너희에게 줄 옷을 만들어 두었단다. 몸이 회복되면 한번 입어보거라.”“옷 말입니까?”“그래. 정령의 힘을 담은 실로 엮었으니 꽤 괜찮을 게다.”카일의 손이 우뚝 멈췄다.하마터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자, 잠깐만요. 정령실이라고 하셨습니까?”“응?”라일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그건 세계의 보물로 취급되는 물건입니다. 현존하는 것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아.”그제야 무언가 깨달은 라일라가 손바닥을 마주쳤다.“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구나. 지금은 만들 수 있는 자가 없는 모양이군.”“그걸 이제야…….”“괜찮으니라~”라일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레시아가 틈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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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보호도 정도껏 하거라>

테일러 자작은 기사에게 보고를 받으며 신전 안으로 들어오다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침대에서 벗어나 복도를 걷고 있는 카일이었다.테일러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졌다.“카일!”“……테일러.”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던 테일러는 주변에 모여 있는 기사들을 발견하고 잠시 헛기침했다.“마침 보고를 올리러 오던 참이었습니다만…… 대공 각하.”카일이 그런 테일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평소대로 해, 테일러.”“그러지, 뭐.”테일러가 피식 웃으며 카일의 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가까이서 얼굴을 확인한 순간 웃음기가 조금 사라졌다.“그런데 카일. 정말 괜찮은 건가? 안색이 별로인데.”“뭐가? 나쁘지는 않은데…….”카일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던 순간이었다.갑자기 시야가 흔들렸다.“……!”휘청—카일이 급히 벽을 짚었다.주변에서 검을 고르고 있던 기사들이 놀라 일제히 몸을 돌렸다.“각하!”“대공 각하!”기사들이 달려오려는 순간 라일라가 카일의 손목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팔찌로 변해 있던 로르세오가 금빛을 뿜으며 쉴 새 없이 진동하고 있었다.우웅—! 우우웅—!“로르세오!”라일라가 버럭 소리쳤다.“당장 멈추거라!”그러나 로르세오는 카일의 상태가 나빠졌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오히려 더 강한 회복의 힘을 쏟아냈다.카일의 몸이 순간 휘청였다.“……윽.”“이런 답답한 녀석!”라일라가 급히 카일에게 다가갔다.“갑자기 그렇게 많은 회복의 힘을 쏟아부으면 아직 약해진 몸이 버티지 못하잖느냐!”우웅…….“다시 부러뜨리기 전에 멈춰라, 로르세오!”그제야 팔찌의 진동이 움찔했다.우우웅…….마치 풀이 죽은 것처럼 작은 소리를 내던 로르세오에게서 금빛이 서서히 사라졌다.동시에 카일의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카일!”라일라가 쓰러지는 카일의 몸을 받아냈다.“이런…… 괜찮으냐?”카일은 라일라에게 기댄 채 몇 번 숨을 골랐다.“……조금 울렁거리는 것 빼고는 괜찮습니다.”“…….”라일라가 카일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왜……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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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에 보자꾸나>

철컥, 철컥!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왕성의 기사들이 감옥으로 몰려왔다.“이쪽이다!”검을 뽑아 든 기사들이 무너진 감옥 안으로 뛰어들었다가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그들의 시선 끝에는 라스와 카이, 그리고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듯 서 있는 라일라가 있었다.라일라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오호…….”금빛 눈동자가 기사들의 손에 들린 검을 차례로 훑었다.조금 전까지 장난스럽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래. 감히 나의 기사들을 이 꼴로 만든 자들이 그대들이더냐?”기사들이 긴장한 채 검을 고쳐 잡았다.“누구십니까!”선두에 있던 기사가 외쳤다.“이곳은 국왕 카시온 폐하께서 계시는 왕성입니다! 당장 신분을 밝히십시오!”“카시온?”라일라가 눈을 깜빡이다 이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아~ 카일의 동생이구나.”“……뭐?”“그 아이가 벌써 왕이 되었느냐? 직접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겠구나.”잠시 흥미로운 표정을 짓던 라일라의 시선이 다시 기사들에게 향했다.그리고 그들의 검을 바라본 순간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하지만…….”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지금 그대들의 태도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기사 한 명이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전원 경계—!”라일라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꿇어라.”쿵!“……큭!”“무, 무슨……!”명령은 단 한마디였다.그러나 그 순간 기사들의 몸이 일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누군가 위에서 짓누르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몸이 라일라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했다.검을 쥔 손가락 하나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이게…… 무슨 힘…….”라일라는 그들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카시온에게 전하거라.”기사들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백금발 사이로 빛나는 금빛 눈동자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나, 라일라 디 에이프롤르가 깨어났다고.”“……!”“그리고 이번 시대의 나의 계약자, 카일과 함께 왕성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이다.”기사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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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나의 계약자여 1>

라일라는 카일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침대 위에서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카일을 잠시 확인한 뒤, 그대로 침대를 지나 오른쪽 벽에 있는 문 앞으로 향했다.끼익—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어두웠던 공간에 하나둘 불이 들어왔다.동시에 평범한 방처럼 보였던 내부가 끝없이 늘어나듯 넓어졌다.벽면을 가득 채운 선반 위에는 수백, 수천 종류의 약초와 광석, 마석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라일라는 익숙하게 선반 사이를 걸었다.“흠…… 일단 카일에게 먹일 포션부터 챙기고.”손짓하자 선반 깊숙한 곳에 있던 작은 병 몇 개가 허공으로 떠올랐다.“보호 아티팩트도 하나 필요하겠구나. 아직 몸이 너무 약하니…….”라일라가 물건을 고르고 있을 무렵.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카일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은빛 눈동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한동안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카일은 정신이 돌아오자 몸을 일으켰다.“……윽.”머리가 무거웠다.카일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분명…… 라일라가…….”우웅—그 순간 오른쪽 손목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카일이 시선을 내렸다.팔찌의 모습을 하고 있던 로르세오가 희미한 빛을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로르세오?”우웅! 우웅!이름을 불러주자 기다렸다는 듯 진동이 커졌다.카일이 눈을 깜빡였다.“……좋아하는 건가?”우웅!“그런 것 같네.”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던 카일이 주변을 둘러봤다.“그런데 라일라는 어디에…….”카일이 침대에서 내려가려 하자 로르세오가 갑자기 그의 손목을 뒤로 잡아당겼다.“응?”우웅!이번에는 침대를 향해 움직였다.“……누워 있으라고?”우웅!그러더니 오른쪽 방문을 향해 몇 번 흔들렸다.카일이 그 방향을 바라봤다.“라일라는 저쪽에 있고?”우웅!“알았어. 그래도 잠깐만—”카일이 몸을 일으켰다.그 순간이었다.“……!”머릿속이 강하게 뒤틀렸다.시야가 순식간에 기울어졌다.“윽……!”카일은 그대로 침대 가장자리에 주저앉았다.한 손으로 머리를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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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나의 계약자여 2>

카일이 모든 힘을 받아들이고 나자 주변을 맴돌던 황금빛 오러도 조금씩 잦아들었다.하지만 초월자로 올라섰다는 것이 무색하게도 카일은 완전히 지친 상태였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여전히 라일라에게 기대어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라일라는 그런 카일을 가만히 살펴보다 그의 손목을 잡았다.“흠…….”“……왜 그러십니까?”“카일. 너는 몸이 상당히 약한 편이구나.”카일이 눈을 깜빡였다.“……네. 원래부터 약한 편이었습니다.”“약한 편?”라일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지금 네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하는 말이냐?”“……아닙니까?”“겨우 일반인 정도니라.”“…….”카일의 표정이 묘해졌다.조금 전 초월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육체는 겨우 평범한 일반인 수준이라니.라일라가 그의 표정을 읽었는지 작게 웃었다.“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순수한 육체의 상태를 말하는 게다.”“아…….”“그것도 내가 계속 약을 먹이고 치료한 결과가 이 정도라는 뜻이고.”“……그렇게 심합니까?”“심하니라.”이번에는 단호한 대답이었다.카일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러를 담는 그릇만큼은 상당히 큰 편이었습니다.”“몸은 약하게 태어났는데 오러의 그릇은 컸다라…….”라일라가 턱을 매만졌다.“그렇다면 상당한 부작용이 있었을 텐데?”카일이 작게 웃었다.“……테일러와 지금의 기사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호오?”“몸이 버티지 못할 때마다 오러로 육체를 강화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래 유지하지도 못했지만…… 익숙해진 뒤에는 일상생활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일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그랬군. 오러를 육체에 둘러 부족한 신체 능력을 억지로 보완한 게로구나.”“맞습니다.”카일이 희미하게 웃었다.“그래서인지 다들 과보호가 조금 심합니다.”“…….”라일라가 아무 말 없이 카일을 바라봤다.“왜 그러십니까?”“카일.”“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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