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마차 반대편의 문이 열렸다. 카일이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 잠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라일라가 먹인 약의 기운이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휘청거리자 기다리고 있던 테일러가 재빨리 팔을 붙잡았다. “야, 천천히.”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거든?” 카일이 귀찮다는 듯 테일러를 바라봤지만 이번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테일러의 부축을 받은 채 저택을 바라보던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상했다. 너무 조용했다. 대공이 오랜 시간 저택을 비웠다가 돌아왔다. 그렇다면 적어도 집사와 시녀장, 사용인들이 밖으로 나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테일은?” 카일이 낮게 물었다. 테일러 역시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게. 루니아도 안 보이고.”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저택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쾅! 저택의 문이 열리더니 먼저 내부를 확인하러 들어갔던 기사가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가, 각하……!” 테일러가 카일을 부축한 상태로 기사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냐?!” “그게……저택 내에…….” 기사가 숨을 몰아쉬며 보고하려던 순간— “아하하하하!” 저택 안에서 호탕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테일러의 얼굴이 굳었다. 카일의 미간도 천천히 좁혀졌다. 그리고 현관 안쪽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노란색 머리카락. 눈에 띄는 주황색 눈동자. 마치 이곳이 자신의 저택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한 걸음걸이까지.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테일러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하아…….” “……?” 카일이 옆을 바라봤다. 테일러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카일…….” “왜.” “베르네아 공녀가 또…….” “……뭐?”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각하!!” “각하!” 베르네아 공녀의 뒤편에
Last Updated : 2026-09-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