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라일라 디 에이프롤르 ㅡ천년을 기다린 나의 계약자ㅡ: Kabanata 21 - Kabanata 30

37 Kabanata

《내가 태우라고 하지 않았느냐?》

앞서가던 기사들이 천천히 성문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기사들의 행렬이 하나둘 성 안으로 들어서자 길 양옆을 가득 메우고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사단이다!” “돌아오셨다!” “대공 전하께서 돌아오셨어!” 성문에서부터 대로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있던 시민들이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은 채 발돋움했고, 몇몇 시민들은 미리 준비해 온 꽃잎을 기사들이 지나가는 길 위로 뿌렸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귀환이었다. 그리고 선두의 기사들이 어느 정도 성 안으로 들어온 뒤— 마침내 카일이 타고 있는 마차가 성문을 지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조금 전보다 훨씬 거대한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그 소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 “저기…….” “마차 위에…….” 시민들의 시선이 하나둘 위로 향했다. 대공이 타고 있는 마차. 정확히는 그지붕 위였다. 그곳에는 카이가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 “…….” 환호성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처음 보는 소년이었다. 그것도 대공가의 마차 지붕 위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앉아 있는 소년. 주변을 호위하는 기사들 중 누구도 그를 끌어내리기는커녕 제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시민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카이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카이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보는 성 안의 풍경이 더 흥미로운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테일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말을 몰아 마차 가까이 다가갔다. “카이 님.” “네?” 카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차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카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이 편합니다만..?” “그게…….” 테일러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편한 것과 별개로 대공가의 마차 지붕 위에 사람이 앉아 수도 한복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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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우라고 하지 않았느냐? 2》

그때 마차 반대편의 문이 열렸다. 카일이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 잠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라일라가 먹인 약의 기운이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휘청거리자 기다리고 있던 테일러가 재빨리 팔을 붙잡았다. “야, 천천히.”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거든?” 카일이 귀찮다는 듯 테일러를 바라봤지만 이번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테일러의 부축을 받은 채 저택을 바라보던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상했다. 너무 조용했다. 대공이 오랜 시간 저택을 비웠다가 돌아왔다. 그렇다면 적어도 집사와 시녀장, 사용인들이 밖으로 나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테일은?” 카일이 낮게 물었다. 테일러 역시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게. 루니아도 안 보이고.”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저택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쾅! 저택의 문이 열리더니 먼저 내부를 확인하러 들어갔던 기사가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가, 각하……!” 테일러가 카일을 부축한 상태로 기사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냐?!” “그게……저택 내에…….” 기사가 숨을 몰아쉬며 보고하려던 순간— “아하하하하!” 저택 안에서 호탕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테일러의 얼굴이 굳었다. 카일의 미간도 천천히 좁혀졌다. 그리고 현관 안쪽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노란색 머리카락. 눈에 띄는 주황색 눈동자. 마치 이곳이 자신의 저택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한 걸음걸이까지.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테일러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하아…….” “……?” 카일이 옆을 바라봤다. 테일러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카일…….” “왜.” “베르네아 공녀가 또…….” “……뭐?”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각하!!” “각하!” 베르네아 공녀의 뒤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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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님?! 아가씨?!》

수습을 진행하려던 테일러의 등 뒤에서, 지금만큼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이건 또 뭔 소란이냐?”“…….”테일러의 몸이 굳었다.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그는 기겁한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폐, 폐하!”카일의 동생이자 현 디에프롤의 왕, 카시온이었다.카일이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바이소 대공저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호위 기사들조차 데려오지 않은 채 아그라트만 동행하고 있었다.뒤늦게 그를 발견한 기사들이 황급히 예를 갖췄다.카시온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됐다. 하아…… 일단 베르네아 공녀.”“네, 폐하…….”“조사에 협조해주게. 공작에게는 내가 따로 전달하지.”“……예, 폐하.”그때 카시온이 옆을 돌아봤다.아그라트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아그라트?”대답이 없었다.아그라트는 한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레시아였다.레시아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한참 살펴보았다.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눈을 살짝 크게 떴다.“……어머?”“아버지!”테일러가 불렀지만 아그라트는 듣지 못한 듯했다.그는 떨리는 걸음으로 레시아에게 다가갔다.그리고—“……선조님!”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레시아가 오히려 살짝 당황했다.“……어머나. 그 아이였군요.”그녀가 아그라트를 찬찬히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어릴 때부터 잘 울더니, 지금도 울보네요?”“서, 선조님…….”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시온이 잠시 침묵했다.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테일러를 돌아봤다.“설마 아그라트가 항상 말하던 분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안 그런가, 자작?”테일러의 어깨가 움찔했다.“그게…… 어쩌다 보니…….”“그래서?”카시온은 주변을 둘러봤다.“형님은 어디 계시지?”“방에 계실 겁니다. 다만 라일라 님이 주신 약 때문에 잠드셨을 수도…….”“뭐,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상황 보고는 나중에 해주게.”카시온이 저택 안으로 향했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 그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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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은 것들》

레시아의 한마디가 떨어지자 그제야 주변이 조용해졌다.테일과 루니아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카시온 역시 본래 이곳을 찾아온 목적을 떠올렸다.“하아…….”한숨을 내쉰 그는 카일의 방으로 향했다.레시아는 카이와 세이라를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갑작스럽게 손님들이 몰려든 탓에 시녀들은 응접실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나쳐 복도를 걷던 레시아가 문득 어느 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어머…….”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방 안을 가만히 바라보던 순간, 근처에서 정리하던 시녀가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아, 그 방은 안 되세요!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아서…….”하지만 레시아는 방 안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이 방 위치가…….”“……네?”레시아의 시선이 천천히 방 안을 훑었다.창문의 방향부터 가구의 위치까지.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익숙했다.시녀가 난처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대공 각하께서 라일라 님을 기다리시면서 준비해두신 방이에요. 그런데 방금 전 공녀 때문에 조금 엉망이 돼서…….”“…….”레시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라일라 님…… 취향은 잊지 않으셨나 보네요.”“……네?”“아무것도 아니에요.”레시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카이와 세이라 역시 그녀를 따라 안쪽 응접실로 향했다.한편, 카시온은 카일의 방에 들어와 있었다.“…….”침대에는 카일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카시온은 한동안 말없이 형을 내려다보다 침대 옆에 놓인 의자를 끌어와 털썩 앉았다.“하아…… 진짜.”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카시온이 투덜거렸다.“형님 때문에…….”그 순간.카일의 무거운 눈꺼풀이 움찔했다.“……?”천천히 눈이 떠졌다.아직 잠에서 제대로 깨어나지 못한 흐릿한 은빛 눈동자가 한동안 허공을 헤매다 옆에 앉아 있는 카시온에게 멈췄다.“……형님?”카일은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동생을 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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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를 모르는 수호룡》

카시온은 한참 동안 잠든 카일을 바라보다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레시아와 카이, 세이라가 기다리고 있는 응접실이었다. 응접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안쪽에서는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아그라트는 여전히 레시아의 곁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레시아가 싱긋 웃었다. “후후…… 아그라트?” “…….” 아그라트의 어깨가 움찔했다. 웃고 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서, 선조님! 하지만…….” “어머?” 레시아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지금 가문은 테일러가 맡고 있지 않나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저도 당분간 이쪽에 있을 거랍니다. 그러니 그렇게 붙어 있지 않아도 돼요.” 아그라트가 못내 아쉬운 얼굴을 하다가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물었다. “그런데 언제 제 아들과 그렇게 친해지신 겁니까?” “테일러 말인가요?” 레시아는 찻잔을 들어 올리다 잠시 생각했다. “아르페프스의 가보가 되었던가요? 제가 사용하던 도구 말이에요.” “예?” 아그라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가보로 등록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오래전에 소실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후. 당연하죠.” 레시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제 도구니까요.” “……예?” “라일라 님께 맡겨두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테일러를 주인으로 인정해서 떨어지려고 하질 않네요.” “…….” 아그라트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잠시 후— “그, 그 가보를 테일러가요?!” 마침 응접실로 들어오던 카시온이 화들짝 놀라 아그라트를 바라봤다. “아그라트?” “……아.” 아그라트가 뒤늦게 카시온을 발견했다. “폐하.” 카시온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네가 소리를 다 지르고. 별일이군.” “어머? 그런가요?” 레시아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저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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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늦지 않느냐!》

성문 밖.거대한 게이트에서 라일라가 탄 마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성벽 위의 기사들이 일제히 긴장했다.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게이트.그곳에서 갑자기 나타난 수많은 마차.경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마차 안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라일라가 턱을 괴었다.“음…… 어찌할꼬?”옆에 있던 카이가 머리를 긁적였다.“라일라 님. 힘으로 해결하지는 마십시오.”“응?”“괜히 소란을 일으키셨다가 카일 님께 피해가 갈 수도 있습니다.”라일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그게 무슨 소리냐?”이내 당연하다는 듯 가슴을 폈다.“그 전에 내가 해결하면 될 일이다!”“……하아.”카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사이에도 게이트에서는 계속해서 마차가 빠져나오고 있었다.한 대.두 대.열 대.수십 대…….그리고도 끝나지 않았다.결국 기다리다 못한 라일라가 마차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냐!”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성문까지 울려 퍼졌다.“당장 열어라! 선물이 늦지 않느냐!”성벽 위 기사들의 표정이 굳었다.“……선물?”“저게 전부?”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두두두두—!기사 두 명이 말을 몰아 성문 앞으로 달려왔다.“성문을 열어라!”“무슨 일인가!”“라일라 님이시다!”“뭐?!”기사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어서 성문을 열어라!”쿠구구궁—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서서히 열렸다.가장 앞에 있던 라일라의 마차가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그 뒤를 두 번째 마차가 따랐다.그리고 세 번째.네 번째.열 번째…….성벽 위에서 마차의 숫자를 세던 기사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야, 왜 그래?”옆에 있던 기사가 이상하다는 듯 다가왔다.그러나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그 역시 그대로 굳었다.“저, 저게…… 다 몇 대야?”먼 곳의 게이트에서는 지금도 마차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먼저 세고 있던 기사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나…… 방금 수백 대까지 세다가 포기했어.”“……뭐?”“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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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가 어디 있느냐?》

마침내 라일라가 탄 마차가 바이소 대공저에 도착했다.그러나 문제는 그 뒤였다.라일라의 마차가 저택 안으로 들어오고도 뒤따라온 행렬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한 대, 두 대.수십 대를 넘어 수백 대의 마차가 이어지더니, 결국 저택 안에 들어오지 못한 마차들이 외곽 성벽을 따라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저택 밖으로 나온 레시아는 그 광경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곁에는 세이라와 카이가 함께였다.“라일라 님.”레시아가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아무래도 적당히를…… 넘으신 것 같은데요.”마차에서 내린 라일라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적당히가 어디 있느냐?”“…….”“오랜 시간 주지 못했던 선물을 이제야 주는 것뿐인데.”너무나 당당한 대답이었다.카이가 끝없이 이어진 마차 행렬을 바라봤다.그에게도 딱히 할 말은 없어 보였다.라일라는 그런 주변의 반응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대공저를 둘러봤다.“흐음…….”그러던 그녀의 시선이 정원의 한쪽에서 멈췄다.“…….”방금 전까지 기분 좋게 웃고 있던 얼굴에서 순식간에 표정이 사라졌다.황금빛 눈동자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정원 한편에 자라고 있는 풀.카시프풀.라일라의 손끝이 천천히 움직였다.그 순간 레시아가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라일라 님.”“…….”“없애시면 안 돼요.”라일라의 손이 멈췄다.“왜지?”목소리마저 조금 전과 달라져 있었다.레시아가 카시프풀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범인을 찾아야 하잖아요.”“…….”“증거는 남겨두셔야죠.”라일라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카시프풀을 노려봤다.당장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시켜버리고 싶은 표정이었다.그러다 마지못해 손을 내렸다.“……알겠다.”레시아가 살짝 웃었다.“잘하셨어요.”“다만.”라일라의 시선이 저택으로 향했다.“저택 내부에는 결계를 쳐두마.”이번에는 레시아도 말리지 않았다.“네.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네요.”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라스가 지친 얼굴로 마차 행렬을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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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방인데》

카일은 거의 라일라에게 끌려가다시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라일라, 천천히…….”“천천히 가면 네가 또 어디로 샐 것 아니냐.”“내가 언제…….”“방금.”“…….”반박할 말이 없었다.그렇게 복도를 지나던 중이었다.라일라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황금빛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향했다.아직 시녀들이 정리하고 있는 방이었다.흐트러진 가구와 장식품들이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라일라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창문의 방향.가구의 배치.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까지.라일라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라일라?”카일의 부름에 라일라가 뒤늦게 시선을 거뒀다.“……아무것도 아니다.”그러면서도 다시 한번 방을 바라봤다.“저 방은…….”“라일라 방인데.”“…….”너무나 당연하게 돌아온 대답에 라일라가 카일을 바라봤다.카일은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방 안을 힐끗 보며 덧붙였다.“다시 정리해야 돼.”“다시?”“응. 준비해놨는데…….”카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공녀가 난리를 쳤더라고.”“…….”라일라는 아무 말 없이 카일을 바라봤다.천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그런데도 자신이 돌아올 자리가 이곳에 있었다.그것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잠시 후 라일라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후후.”카일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라일라?”“아무것도 아니란다.”“아까부터 자꾸 아무것도 아니래…….”“어서 들어가기나 하거라.”라일라는 다시 카일을 이끌었다.“잠깐, 나 혼자 걸을 수 있다니까.”“방금 휘청거린 녀석이 할 말은 아니구나.”“…….”결국 카일은 다시 라일라에게 끌려가다시피 방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레시아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저택 밖을 가득 메운 마차 행렬을 향했다.“그럼…….”레시아가 근처에 있던 시녀에게 물었다.“대공저의 창고가 어디인지 알려줄래요?”“아!”시녀가 정신을 차리듯 고개를 들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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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게 없구나》

라일라는 카일을 거의 끌다시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방 안에는 아르페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거대한 황금빛 늑대는 돌아온 카일을 보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다.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변한 게 없군.’라일라가 피식 웃었다.“제대로 말리지 그랬느냐?”아르페르트가 콧방귀를 뀌었다.‘흥. 붙잡는다고 말을 들을 고집인가?’“하긴…….”두 존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의견을 맞췄다.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일의 어깨가 움찔했다.“…….”괜히 볼을 긁적인 카일이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내가 뭐…….”그 순간.라일라와 아르페르트의 시선이 동시에 카일에게 향했다.‘변한 게 없다.’“변한 게 없어.”“…….”카일의 은빛 눈이 살짝 커졌다.그는 라일라와 아르페르트를 번갈아 바라봤다.“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라일라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딱—순간 황금빛 마력이 방 안으로 퍼져나갔다.카일의 방을 시작으로 마력이 벽과 복도를 타고 빠르게 저택 전체를 감쌌다.외부의 침입과 해로운 기운을 차단하는 결계.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라일라는 자연스럽게 확장 마법까지 덧붙였다.“이 정도면 되겠구나.”“……방금 뭘 한 거야?”“결계를 쳤단다.”“저택 전체에?”“그래.”“…….”카일은 그냥 묻지 않기로 했다.그런데 라일라의 황금빛 눈이 다시 자신에게 향했다.정확히는—여전히 침대에 눕지 않고 서 있는 자신에게.“…….”“……왜?”라일라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카일.”“응?”“내가 분명 쉬라고 하지 않았느냐?”“앉아 있으려고 했는데…….”“누워라.”“괜찮—”라일라가 카일의 손을 덥석 잡았다.“자, 잠깐! 라일라!”그대로 침대까지 끌고 간 라일라는 카일을 억지로 눕혔다.푹—“정말이지!”“나 이제 괜찮다니까…….”“아까 제대로 걷지도 못한 녀석이 할 말은 아니구나.”“그건 잠이 덜 깨서…….”“가만히 있거라.”라일라가 몸을 숙였다.“……?”순식간에 가까워진 얼굴에 카일의 말이 멎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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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소리》

라일라는 한동안 카일의 반응을 즐기듯 그를 괴롭혔다.“라일라…….”“후후.”“그만 좀 웃어…….”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일이 재미있는지 라일라의 웃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그러던 순간.라일라가 카일의 손을 붙잡았다.“……?”카일이 의아한 듯 바라본 찰나, 라일라가 그대로 입술을 맞췄다.“……!”은빛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너무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카일은 그대로 굳어버렸다.한 손은 여전히 라일라에게 붙잡힌 채였다.잠시 후 라일라가 천천히 떨어졌다.“…….”카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라일라는 그런 그의 반응을 한참이나 즐겁게 바라보다 탁자 위에 놓인 약을 집어 들었다.그리고—자신의 입에 약을 물었다.“……?”카일이 미처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이었다.라일라가 다시 입을 맞췄다.“……!”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카일에게 약이 천천히 넘어갔다.카일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삼켰다.꿀꺽.“으…… 콜록!”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카일이 기침을 터뜨렸다.라일라는 웃으며 그의 등을 쓸어주었다.“후후~ 뭐…….”“콜록…… 뭐가…….”“장난은 아니지만~.”“…….”기침하던 카일의 움직임이 순간 멎었다.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라일라?”이번에는 라일라가 웃으며 피하지 않았다.황금빛 눈동자가 조용히 카일을 바라봤다.그녀의 손이 카일의 남색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넘겼다.그리고 다시 가까워졌다.이번에는 카일도 알 수 있었다.조금 전까지와는 달랐다.장난도 아니었고, 약을 먹이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라일라가 천천히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놀라 굳어 있던 카일도 피하지 않았다.맞잡은 손에도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그렇게 둘만의 시간이 한동안 이어졌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십오 분쯤 지났을 무렵, 약기운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카일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라일라…….”희미한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결국 카일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라일라는 잠든 카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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