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을 진행하려던 테일러의 등 뒤에서, 지금만큼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이건 또 뭔 소란이냐?”“…….”테일러의 몸이 굳었다.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그는 기겁한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폐, 폐하!”카일의 동생이자 현 디에프롤의 왕, 카시온이었다.카일이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바이소 대공저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호위 기사들조차 데려오지 않은 채 아그라트만 동행하고 있었다.뒤늦게 그를 발견한 기사들이 황급히 예를 갖췄다.카시온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됐다. 하아…… 일단 베르네아 공녀.”“네, 폐하…….”“조사에 협조해주게. 공작에게는 내가 따로 전달하지.”“……예, 폐하.”그때 카시온이 옆을 돌아봤다.아그라트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아그라트?”대답이 없었다.아그라트는 한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레시아였다.레시아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한참 살펴보았다.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눈을 살짝 크게 떴다.“……어머?”“아버지!”테일러가 불렀지만 아그라트는 듣지 못한 듯했다.그는 떨리는 걸음으로 레시아에게 다가갔다.그리고—“……선조님!”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레시아가 오히려 살짝 당황했다.“……어머나. 그 아이였군요.”그녀가 아그라트를 찬찬히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어릴 때부터 잘 울더니, 지금도 울보네요?”“서, 선조님…….”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시온이 잠시 침묵했다.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테일러를 돌아봤다.“설마 아그라트가 항상 말하던 분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안 그런가, 자작?”테일러의 어깨가 움찔했다.“그게…… 어쩌다 보니…….”“그래서?”카시온은 주변을 둘러봤다.“형님은 어디 계시지?”“방에 계실 겁니다. 다만 라일라 님이 주신 약 때문에 잠드셨을 수도…….”“뭐,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상황 보고는 나중에 해주게.”카시온이 저택 안으로 향했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 그의 걸
Huling Na-update : 2026-09-14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