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천 년 전 인간을 지키고 잠든 마지막 수호룡 라일라. 전쟁으로 왕국 디에프롤이 위기에 처한 순간, 대공 카일의 힘에 반응해 그녀가 깨어난다. 카일은 라일라가 천 년간 기다려온 유일한 계약자이자 초대 왕의 영혼을 이은 존재. 두 사람의 재회와 함께 잠들어 있던 신과 정령, 용, 오래된 힘들이 깨어나고, 천 년 전 끝나지 않은 운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Lihat lebih banyak인간에게 있어 천 년은 역사였다.
왕조가 몇 번이고 바뀌고, 한때 찬란했던 도시가 폐허가 되어 그 위에 새로운 도시가 세워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용에게 천 년은 긴 잠에 지나지 않았다.
마지막 수호룡.
인간들이 아직 서로의 피를 흘리며 작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던 시대부터 그들을 지켜보았던 존재.
라일라 디 에이프롤르.
그녀에게는 단 한 명의 계약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계약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라일라는 인간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 수많은 전쟁과 재앙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했고, 마침내 사람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나라를 세웠다.
그 나라의 이름이 디에프롤이었다.
더 이상 자신의 힘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날, 라일라는 브네티아에 세워진 용의 신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들었다.
다시 눈을 뜰 날을 정하지 않은 채.
그렇게 천 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라일라가 지켜낸 나라를 향해 오만이 넘는 군대가 진군하고 있었다.
"대공 각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카일은 고개를 돌렸다.
짙은 남색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은빛 눈동자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신하인 테일러 자작을 향했다.
"적은 어디까지 왔지?"
테일러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만으로도 카일은 대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각하."
"말해."
"철수하셔야 합니다."
카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현재 브네티아에 남은 기사는 사백오십입니다. 반면 확인된 타르베트군만 오만이 넘습니다. 이건 전투가 아닙니다."
테일러가 이를 악물었다.
"학살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테일러."
"……나의 친구, 카일."
이번에는 신하가 아닌 친구로서 그가 대답했다.
"나는 이 땅보다 네가 중요하다."
카일의 표정이 굳었다.
"망해가는 디에프롤보다도!"
"테일러!"
"대체 무엇을 지키겠다는 거냐!"
참아왔던 감정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카일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기사로 남기로 했다."
그의 손이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이 땅에는 아직 라일라 님께서 계신다. 그분을 두고 내가 어디로 도망치란 말이냐."
그 순간 테일러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무너졌다.
"그 라일라 님께서는!"
고함이 텅 빈 성벽을 울렸다.
"이런 위기에도 어째서 나타나지 않으시는가!"
카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천 년이다, 카일."
테일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제 누구도 그분을 본 적이 없어. 라일라 디 에이프롤르라는 이름도, 마지막 수호룡이라는 존재도……."
그는 멀리 보이는 용의 신전을 바라보았다.
"우리에게는 역사가 아니라 전설이 되어버렸단 말이다."
그때 마차 반대편의 문이 열렸다. 카일이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 잠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라일라가 먹인 약의 기운이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휘청거리자 기다리고 있던 테일러가 재빨리 팔을 붙잡았다. “야, 천천히.”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거든?” 카일이 귀찮다는 듯 테일러를 바라봤지만 이번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테일러의 부축을 받은 채 저택을 바라보던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상했다. 너무 조용했다. 대공이 오랜 시간 저택을 비웠다가 돌아왔다. 그렇다면 적어도 집사와 시녀장, 사용인들이 밖으로 나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테일은?” 카일이 낮게 물었다. 테일러 역시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게. 루니아도 안 보이고.”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저택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쾅! 저택의 문이 열리더니 먼저 내부를 확인하러 들어갔던 기사가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가, 각하……!” 테일러가 카일을 부축한 상태로 기사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냐?!” “그게……저택 내에…….” 기사가 숨을 몰아쉬며 보고하려던 순간— “아하하하하!” 저택 안에서 호탕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테일러의 얼굴이 굳었다. 카일의 미간도 천천히 좁혀졌다. 그리고 현관 안쪽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노란색 머리카락. 눈에 띄는 주황색 눈동자. 마치 이곳이 자신의 저택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한 걸음걸이까지.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테일러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하아…….” “……?” 카일이 옆을 바라봤다. 테일러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카일…….” “왜.” “베르네아 공녀가 또…….” “……뭐?” 카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각하!!” “각하!” 베르네아 공녀의 뒤편에
앞서가던 기사들이 천천히 성문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기사들의 행렬이 하나둘 성 안으로 들어서자 길 양옆을 가득 메우고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사단이다!” “돌아오셨다!” “대공 전하께서 돌아오셨어!” 성문에서부터 대로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있던 시민들이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은 채 발돋움했고, 몇몇 시민들은 미리 준비해 온 꽃잎을 기사들이 지나가는 길 위로 뿌렸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귀환이었다. 그리고 선두의 기사들이 어느 정도 성 안으로 들어온 뒤— 마침내 카일이 타고 있는 마차가 성문을 지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조금 전보다 훨씬 거대한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그 소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 “저기…….” “마차 위에…….” 시민들의 시선이 하나둘 위로 향했다. 대공이 타고 있는 마차. 정확히는 그지붕 위였다. 그곳에는 카이가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 “…….” 환호성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처음 보는 소년이었다. 그것도 대공가의 마차 지붕 위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앉아 있는 소년. 주변을 호위하는 기사들 중 누구도 그를 끌어내리기는커녕 제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시민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카이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카이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보는 성 안의 풍경이 더 흥미로운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테일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말을 몰아 마차 가까이 다가갔다. “카이 님.” “네?” 카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차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카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이 편합니다만..?” “그게…….” 테일러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편한 것과 별개로 대공가의 마차 지붕 위에 사람이 앉아 수도 한복판을
세이라는 카이의 품에 안긴 채 작은 손으로 그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카이? 이제 괜찮아?”“……세이라.”카이는 잠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다 문득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방금 혹시…….”“웅?”세이라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곧 알아들었다는 듯 말했다.“아~ 마마가 연결해달라고 했어!”“……라일라님께서요?”“응! 카이랑 라스 힘을 날뛰게 한 기운 때문에 또 난리 날 것 같다고 했어~.”카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다른 이가 저와 라스의 연결에 들어온 것은 처음입니다.”태어날 때부터 이어져 있던 연결이었다.서로가 허락하지 않는 한 다른 존재가 간섭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역.그런데 라일라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연결 안으로 들어왔다.세이라가 카이의 표정을 보다가 손을 흔들었다.“아~ 이제는 못 해!”“……?”“힘이 난동 피운 상태라서 가능했던 거래.”세이라가 기억을 더듬듯 눈을 위로 굴렸다.“마마가 뭐라고 했더라…….”잠시 고민하더니 손뼉을 쳤다.“아! 그 기운을 봉인하고 역추적하려고 했대!”“역추적…….”카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응! 그러니까 이제 다시 가자~!”세이라가 언제 걱정했냐는 듯 활짝 웃었다.카이는 그런 세이라를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기사들은 다시 출발 준비에 들어갔다.부상자를 확인하고 흩어진 짐을 정리하는 사이, 한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테일러 자작님!”“무슨 일이냐?”“말들이…….”기사의 표정이 어두웠다.마수와 카이의 힘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충격을 견디지 못한 말 몇 마리가 심장이 멎은 채 쓰러져 있었다.테일러가 인상을 찌푸렸다.“이런…….”남은 말만으로는 모든 마차를 움직이기 어려웠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제가 하겠습니다.”“카이님?”카이의 발밑으로 푸른 소환진이 펼쳐졌다.우우웅—차가운 기운과 물의 기운이 동시에 주변으
레시아가 손을 들어 바람을 일으켰다.휘이이잉—주변을 뒤덮고 있던 얼음이 바람에 휩쓸리더니 잘게 부서져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레시아는 아공간에 손을 넣어 여러 개의 포션을 꺼낸 뒤 테일러에게 건넸다.“기사들에게 먹이세요.”“네……!”테일러는 포션을 받아들다가 잠든 카이 쪽을 바라봤다.“그런데…… 카이님은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세이라님과 카일님이 곁에 계시니 괜찮겠죠.”레시아는 잠시 카이를 바라보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이제야 라일라님께서 라스님만 데리고 가신 이유를 알겠군요.”“네?”“라스님은 불의 힘을 지니고 계시니까요.”레시아가 차분하게 덧붙였다.“정확히는…… 불의 용, 칼라토스를 몸 안에 담고 계십니다.”쨍그랑!테일러의 손에 들려 있던 잔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근처에서 포션을 받아 마시던 기사들 역시 놀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카, 칼라토스요?!”테일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레시아를 바라봤다.“세계의 절반을 불태웠다는 그 화룡 말입니까?!”“네.”레시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그리고 카이님의 몸에는 쌍둥이 용인 물의 용 알트레스와 얼음의 폭풍용 알레스카가 깃들어 있습니다.”“…….”기사들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두 분 모두 용들의 힘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만…….”레시아가 잠든 카이를 바라봤다.“균형이 어긋나면 용의 힘이 폭주하기 시작하죠.”한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지금 말씀하신 이름들…… 전부 천 년 전 세계의 절반을 멸망시켰던 용들 아닙니까?”“맞습니다.”“그런 존재들이 어떻게 두 분의 몸 안에……?”“라일라님께서 그들의 육체를 빼앗으셨으니까요.”“……네?”레시아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남겨진 용의 힘을 두 분에게 맡기셨습니다. 본래라면 지금처럼 날뛸 일도 거의 없는데…….”테일러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그렇다면 왜 카이님에게만 두 마리의 용이 깃든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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