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를 기다린 거야.”유리의 말이 떨어진 뒤에도 조향실 안에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모니터에는 4개월 전 작성된 매칭 리스트가 그대로 떠 있었다. KJ-04 — KWON JAEHEON. HAN YURI — Highest compatibility based on sensory interpretation profile.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문장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우연이었는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제 유리는 다른 방식으로 그 문장을 보고 있었다.누군가 두 사람을 사랑에 빠뜨리기 위해 연결한 게 아니다.그보다 훨씬 단순하고, 그래서 더 불쾌한 이유.필요했기 때문이다.권재헌이라는 특이한 체향 반응을 가진 사람과, 그것을 하나의 향으로 해석해낼 수 있는 조향사 한유리.둘을.“2년 전에는 실패한 거예요.”재헌이 유리를 바라봤다.“무엇을.”“향으로 만드는 거.”유리는 작업대에 놓인 〈BORDERLINE〉 시향지를 집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첫 향은 거의 사라지고, 아이리스와 시더우드 사이로 피부 가까이 붙는 머스크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2년 전에 재헌 씨 체온도 측정했고, 맥박도 봤고, 감정에 따라 체향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사람과의 거리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까지.”“그런데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네.”유리는 시향지를 내려놓았다.“수치만으로는 향을 못 만들었으니까.”체온이 1.8도 오른다.맥박이 빨라진다.체향이 강해진다.그건 현상에 대한 기록이다.하지만 조향은.그 현상이 어떤 감각인지 알아야 했다.차가운가.따뜻한가.불편한가.설레는가.가까워지고 싶은가.도망치고 싶은가.그리고 그 감정을 어떤 원료로, 어떤 순서로, 어느 정도의 잔향으로 남길 것인가.그건 숫자가 대신할 수 없었다.유리는 천천히 말했다.“재헌 씨 향을 처음 맡았을 때 저도 바로 못 만들었어요.”재헌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그래서 저를 일주일이나 향 모델로 썼군요.”“그 얘기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