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윤의 어머니 강혜진 여사는 공항에서 곧장 별채로 들이닥쳤다.한 손에는 명품 캐리어, 다른 손에는 아기 옷이 가득한 쇼핑백. 프랑스에서 전시를 보다가 기사를 읽고 첫 비행기로 돌아왔단다.“우리 세아!”혜진 이모가 나를 와락 안았다. 어릴 때부터 수백 번 안겨 봤지만 오늘은 포옹에 ‘예비 며느리’라는 추가 옵션이 붙었다.“왜 이렇게 말랐어? 도윤이가 제대로 안 먹였지?”“원래 이 정도예요.”“입덧은? 신 게 당겨, 매운 게 당겨?”“아직은…….”질문이 기관총처럼 쏟아졌다. 도윤이 쇼핑백을 받아 들었다.“엄마, 세아 피곤해.”“애 아빠가 유난 떠는 것 좀 봐.”혜진 이모가 평평한 내 배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나는 괜히 배에 힘을 줬다가 더 찔려서 바로 풀었다.“몇 주래?”“아직 병원은…….”“검진도 안 했어?”도윤이 끼어들었다.“다음 주에 갈 거예요.”“그럼 테스트기만 했고?”“네.”“두 줄은 선명했어?”갤러리 관장인 줄 알았는데 질문법은 국세청 조사관이었다.혜진 이모가 손바닥만 한 노란 양말을 꺼냈다.“성별 상관없이 신길 수 있는 색. 태명은?”“없어요.”“그럼 ‘기적이’. 스무 해 동안 친구 타령만 하던 애들이 갑자기 아이까지 만들었다니 기적 맞지.”그녀는 휴대전화 메모장을 켰다.“기적이, 찰떡이, 도담이. 산후조리원은 세 군데 예약해 뒀어.”“왜 세 군데나 예약하세요?”“며느리에게 선택권은 줘야지.”나는 생기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조리원 세 곳에 사과 전화할 미래를 봤다.혜진 이모는 거실에 아기 옷을 펼쳐 놓고 색상별로 사진까지 찍었다. 도윤이 노란 배냇저고리를 접으려다 소매를 뒤집어 놓자 혀를 찼다.“아빠가 될 사람이 이것도 못 접어?”“아직 크기가 너무 작아서요.”“애가 네 양복만 하게 태어나면 세아가 널 먼저 죽일걸.”나는 웃다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 가족의 농담에 자연스럽게 섞일수록 죄책감이 더 무거워졌다.늦은 점심에는 양가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혜진 이모는 와인을 마시면서도
Last Updated : 2026-09-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