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어마마마.""들었다는 뜻이냐, 처분하겠다는 뜻이냐.""상소를 받았습니다. 처분은 정하지 않았습니다."대비는 제 찻잔을 당겨 놓았다."그 조회 뒤로 이레가 지났다. 사간원 정언 세 명이 다시 상소를 올리려 한다더구나. 언제까지 답을 미룰 셈이냐."왕은 잔을 내려놓고 어머니를 마주했다."어마마마께서는 어찌하기를 바라십니까.""네 아버지의 것을 네가 왜 남겨 두느냐."대비가 소매를 걷어 찻주전자를 들었다. 왕의 잔에는 차가 남아 있어 따르지 않고 도로 놓았다."네 아버지가 그자를 곁에 두는 동안 내 처소는 비어 있었다. 궁 안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제 주인도 죽었는데, 쓰던 것을 치우는 게 뭐가 어렵느냐."왕이 잔을 상 안쪽으로 밀었다. 찻잔 바닥이 나무를 긁었다."제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최령이 문고리에 걸친 손을 떼지 못했다. 대비는 찻주전자에서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왕은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는 처분을 재촉하지 말라 할 참이었다. 어머니가 맞은편에 앉아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뜻이냐.""그 사람의 처분은 제가 정합니다. 죽이든 내치든 절로 보내든, 어마마마의 뜻으로 정할 일은 아닙니다.""진아.""제 처분 아래 있는 사람입니다. 더는 치우라 하지 마십시오."대비는 아들을 오래 마주하다가 먼저 차로 눈을 돌렸다. 잔을 들어 마시는데 차가 식었는지 입가를 굳혔다. 내려놓을 때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가 보아라."왕이 일어서자 최령이 비켜서며 문을 열었다. 문턱을 넘기 직전, 뒤에서 어머니가 다시 불렀다."진아. 네 아버지도 내게 그자를 내치라 하지 말랬다."왕은 문설주에 손을 댄 채 멈췄다. 뜰에서 기다리던 도홍이 다가왔다. 왕은 어머니에게 더 묻지 않고 문턱을 넘었다.—선정당으로 향하는 걸음이 빨랐다. 도홍은 옷자락을 걷어 쥐고 따라붙었으나 왕의 뒤꿈치가 자꾸 멀어졌다.왕이 먼저 방에 들어갔다. 뒤따라 문을 열려던 도홍은 안에서 들려오는 말에 손을 멈췄다."들어오지 마라."문이
Last Updated : 2026-09-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