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당 문을 활짝 열어 낮빛을 들였다. 세자는 비어 있는 상석 아래, 동쪽 자리에 앉아 대신들의 보고를 받았다.좌상 이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 희끗한 수염 아래 입매는 곧았다.“창의 사신이 서관에 닿았다 합니다. 관문을 넘는 날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넘고 나면 열흘 안에 입경할 터이니 맞을 채비를 해야 합니다. 선왕 때와 같이 신이 맡겠습니다.”“대비마마께서도 좌상이 맡는 게 온당하다 하셨습니다.”우상 윤척이 거들었다. 세자의 외숙인 그는 누이의 뜻을 전한 뒤 이헌에게 자리를 돌려주었다. 한겸은 세자 뒤에서 접대 절차를 적었다.예조판서 민해가 예물 목록을 펼쳤다. 쉰을 넘긴 사내의 목소리가 선정당에 울렸다. 인삼 스무 근, 종이 삼백 권, 말총 열 필, 해란산 향료 세 상자.“향료는 선왕 때 몇 상자를 보냈나.”민해가 읽던 대목에 손가락을 댔다.“다섯 상자였습니다.”“다섯으로 맞춰라. 사신이 셈을 할 테니.”민해가 곁의 붓을 당겨 목록을 고치는 동안 세자는 이헌을 향했다.“선왕 때 온 사신은 모두 좌상이 맞았나.”“예. 다섯 차례 모두 신이 맞았습니다.”“창의 사신은 휘의 왕보다 좌상 얼굴을 더 잘 알겠군.”이헌은 입을 다물고 숨을 들이쉰 뒤 답했다.“신은 왕명을 받들었을 뿐입니다.”“이번에도 왕명을 받들라. 즉위 뒤 명을 내리겠다.”윤척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저하, 관문을 넘었다는 전갈이 오면 열흘도 남지 않습니다. 미리 정해 두지 않으시면—”“준비를 멈추라 하지 않았다.”윤척은 소매를 당겨 무릎 위에 놓았다. 민해가 고친 목록을 건네려 하자 이헌이 손을 들어 막았다.“저하. 즉위 전에 정리하실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세자는 이헌에게 말을 이으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색적자 처분입니다. 사간원 상소도 있고, 침전 곁방에 그대로 두는 것이 법도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나옵니다. 미리 처분하시면 새 임금의 첫 조회가 깨끗할 것입니다.”한겸의 붓이 종이에서 떨어졌다.“즉위 전에는 왕이 없다.”“저하께서 뜻을 정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14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