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홍은 더 묻지 않고 따라붙었다.뜰에서 물을 나르던 궁녀가 길을 비켰다. 마루를 닦던 내관도 걸레를 내려놓고 엎드렸다. 왕이 서쪽 회랑으로 들어서자, 고개를 들던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회랑 바닥에는 창살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었다. 왕은 그 위를 빠르게 지나다가 안채가 보이는 모퉁이에서 걸음을 늦췄다. 바싹 따르던 도홍도 멈춰 섰다.선왕이 쓰던 안채는 문이 닫혀 있었다. 그 옆 곁방에서는 낮은 말소리가 났다.—단이가 젖은 수건을 개다 말고 문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누가 오나 봐요."여울도 들었다. 봉수라면 회랑을 돌기 전에 헛기침부터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런 기척이 없었다. 앞선 발소리가 느려지자 뒤따르던 걸음도 멎었다."전하. 봉수 내관을 부르오리까."도홍의 목소리였다.여울의 손에서 수건이 떨어졌다. 단이가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동안 그는 무릎을 꿇었다. 삐걱대던 마루가 잠잠했다. 도총부에서 고쳐 준 판자 위에 손을 짚고 앉았는데도 몸이 자꾸 기우는 듯했다."단이야, 수건을 치워라."아이는 서둘러 수건을 거두고 이부자리를 살폈다. 이불은 이미 개어 놓았고 화로의 재도 비워 두었다. 여울은 소매를 내려 손등을 덮었다.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왕이 왜 왔는지 알 수 없었다.어젯밤까지는 문이 열려 누군가 처분을 전할까 두려웠다. 막상 왕의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얼굴을 보고 싶었다. 엎드린 채로 맞으면 신발만 보게 될 텐데, 그렇다고 문 앞에 서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너는 밖에 나가 있거라.""정말 혼자 계셔도 돼요?"여울은 대답 대신 문 쪽으로 턱을 조금 움직였다. 단이가 나가 문을 닫고 나서야 마루에 이마를 댔다. 안채 쪽에서 다시 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났다.이번에는 곁방 앞에서 멎었다.—왕은 마루에 올라섰다. 문 옆의 어린 궁녀가 치마를 모으며 엎드렸고, 도홍은 그보다 뒤에 섰다.이 회랑 끝에서 여울을 놓아 보냈을 때 둘은 열여덟이었다. 왕은 등을 돌린 뒤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다시
Last Updated : 2026-09-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