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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가 막내 아가씨의 첫 한마디
재발가 막내 아가씨의 첫 한마디
Author: 목화

제1화

Author: 목화
고연준의 목소리는 봄물처럼 부드러웠다.

고연준은 재단이 잘된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고, 금테 안경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심지어 살뜰하게 미지근한 물까지 한 잔 따라서 아빠 손정욱 앞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룹 최상층의 회의실 전체는 쥐 죽은 듯 고요했고, 공기에는 숨이 막힐 듯한 절망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나는 구석 소파에 앉아서 손에 든 큐브를 기계적으로 돌리고 있었다.

딸깍, 딸깍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의 눈에 나는 그저 머릿수를 채우는 용도이자, 사람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바보였기 때문이었다.

내 맞은편에 앉은 유태오는 커피잔을 들어서 한 모금 홀짝였다.

오늘 이 자리를 밀어붙인 장본인이었다.

동시에 재계에서는 사람을 잡아먹고도 뼈 하나 남기지 않는 웃는 얼굴의 늑대로 악명 높은 인물이기도 했다.

“손 회장님,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아요.”

“오늘 밤 12시가 지나고 내일 아침 장이 열리면, SS그룹의 주가는 바닥을 뚫고 곤두박질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이 몇천억 원조차 손에 넣지 못하실 거고요.”

유태오의 나른한 말투는 마치 내일의 날씨라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아빠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렸고 이마에는 핏줄이 불거졌다.

아빠는 탁자 위에 놓인 두툼한 인수합병 계약서를 마치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라도 되는 것처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한쪽에 서 있는 오빠 손재우는 밤을 새운 탓에 눈이 새빨갰다.

만 18살에 월가를 휩쓴, 손씨 집안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사업의 천재였다.

그런데 지금은 만년필을 꽉 움켜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린 채,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계약서의 글자 하나하나를 샅샅이 훑었지만 그 어떤 빈틈도 찾아내지 못했다.

“오빠, 다시 한번 봐. 정말 다른 방법이 없어?”

언니 손시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늘 차갑고 도도하던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눈시울마저 붉어져 있었다.

오빠가 맥없이 손을 풀자, 만년필이 매끈한 탁자 위를 굴러가며 맑은 소리를 냈다.

“저쪽 자금이 우리 세 배야. 공매도 수법이 너무 은밀해서 우리가 반격할 최적의 시기를 놓쳤어.”

“지금은 자금줄까지 끊어졌고 은행에서는 대출을 회수하고 있어. 신이 내려와서 우리를 돕지 않는 한 방법이 없어.”

오빠는 눈을 질끈 감았고 목소리는 심하게 잠겨 있었다.

이윽고 고연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오빠 곁으로 걸어가서 어깨를 토닥였다.

“도련님, 도련님 마음이 어떤지 저도 잘 알아요.”

“SS그룹은 저한테도 집이나 마찬가지예요. 여기서 10년을 일했고요. 오늘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저예요.”

“하지만 법은 증거와 조항을 근거로 하고 사업은 실력으로 말하죠.”

“유 대표 쪽 조건이 가혹하긴 해도, 적어도 앞으로 체면치레를 하면서 살 수 있을 거예요.”

“산이 남아 있는 한 땔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법이고요.”

고연준의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손씨 집안을 위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런 말들을 구석에 앉아 듣고 있자니 내 속이 메스꺼웠다.

전생에 나는 한 번도 패소한 적 없는 업계 최고의 변호사였다.

그렇기에 이런 위선적인 얼굴의 인간들은 지겹도록 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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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발가 막내 아가씨의 첫 한마디   제13화

    “그렇게 된다면 당신들도 다 같이 여기에 들어오게 될 거예요! 하하하!”고연준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그러나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내가 못 이긴다고?’전생에 내가 법정에서 다국적 재벌 몇 명을 감옥에 보낼 때, 안씨 집안은 기껏해야 진흙 장난이나 하고 있었다.구치소를 나서니 햇빛이 눈부셨다.오빠가 차를 몰고 구치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내가 차 문을 열고 올라타자, 오빠는 물 한 병을 건네며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어땠어? 뭐 좀 캐냈어?”이에 나는 물을 건네받아 뚜껑을 열어 한 모금 마셨다.“오빠, 남부지역 부지를 전면 봉쇄해 줘. 파리 새끼 한 마리도 못 들어가게.”“국내 최고 수준의 지질 탐사팀에 연락해서 비밀리에 조사하고.”오빠의 안색이 변했다.“그 말은...”“우리 손에 금광을 쥐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릴 뻔했어.”나는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입꼬리에 차가운 웃음을 걸었다.그 뒤 한 달 동안 SS그룹은 1급 전시 태세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질 탐사 결과가 나왔다.정말로 희귀 광물이 매장되어 있었고 매장량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 가치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안씨 집안에서는 금세 소식을 듣고, 온갖 경로를 통해 SS그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자금 봉쇄, 사업 방해, 심지어 관할청의 허가까지 곳곳에서 막히기 시작했다.아빠는 근심으로 머리가 한 움큼이나 하얗게 셀 정도였다.“채윤아, 안씨 집안의 압박이 너무 강해. 우리가 곧 버티지 못할 것 같구나.”가족회의 자리에서 아빠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나는 두툼한 서류 한 부를 탁자 위에 내던졌다.“아빠, 겁내지 마세요.”“안씨 집안이 규칙을 지키지 않겠다면, 우리가 법으로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면 돼요.”나는 전생의 기억을 되살려서 안씨 집안 산하의 핵심 회사 몇 군데에서 저지른 독점 및 부당한 이익 제공 혐의에 관한 증거들을 밤새 모은 뒤 감독 기관에 제보했다.이

  • 재발가 막내 아가씨의 첫 한마디   제12화

    “고연준 변호사님, 15년 치 먹게 될 콩밥이 어떤 맛일까요?”나는 등받이에 기댔고 눈빛은 평온했다.“안에서 매일 그 중범죄자들한테 특별한 보살핌을 받으신다면서요?”“하긴 양복 입고 돈 빼먹던 점잖은 분들이 거기서는 제일 인기가 좋죠.”고연준의 몸이 대번에 떨리더니 두 손으로 철창을 꽉 움켜쥐었다. 두 눈에는 붉은 실핏줄이 가득했다.“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이미 감옥에 들어와 있는데 끝까지 밟겠다는 건가?”나는 차갑게 고연준을 바라보았다.“끝까지 밟는다고요? 그럴 값어치나 되세요?”나는 철창 가까이 다가가서 목소리를 낮췄다.“유태오 대표는 자금줄이 끊어졌죠. 그런데 그 뒤에 있던 해외 사모펀드는 왜 당신들이 움직이기 직전에 갑자기 자금을 뺐을까요?”“누가 미리 말을 흘려서 유태오 대표를 버리는 카드로 만들었을까요?”고연준은 그 말에 경직되더니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속으로 저울질을 했다.“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고연준은 아직도 버티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그러나 나는 살짝 웃은 뒤, 몸을 일으키며 나갈 채비를 했다.“모르셔도 상관없어요.”“그냥 알려 드리러 온 거예요. 사모님은 변호사님의 그 40억을 들고, 지난주에 외국 남자와 함께 떠나셨어요.”“아드님은 외국 사립학교에서 학비를 내지 못해 퇴학당했고요.”나는 말을 잠시 멈춘 뒤, 순식간에 무너지는 고연준의 표정을 바라보았다.“변호사님, 이번 판은 정말 형편없이 두셨네요.”“거짓말!”고연준이 발광하는 짐승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으로 철창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그럴 리 없어! 내가 그 인간이 빠져나갈 루트도 다 마련해 뒀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교도관이 곧바로 달려와서 고연준을 눌렀다.“얌전히 있으세요!”나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고연준의 마지막 몸부림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이런 인간은 자신이 모든 것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자만하면서, 인간성이 시험에 가장 약하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변호사에게 알아보게 하면 되겠죠.

  • 재발가 막내 아가씨의 첫 한마디   제11화

    나는 언니를 바라보았다.손씨 집안 사람들이 다소 도도하기는 해도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만큼은 일류였다.“언니, 요즘 연구실에서 바이오 약을 개발하고 있죠?”나는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이에 언니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런데 자금이 많이 모자라. 아빠한테는 차마 말을 못 꺼냈어.”나는 서랍을 열고 어제 유태오에게서 빼앗은 신재생에너지 회사의 지분 양도 증서를 언니 앞으로 밀었다.“이거 팔아서 현금화하고, 돈은 전부 언니 연구실에 넣으세요.”“SS그룹이 부동산이랑 전통 금융에만 기댈 수는 없잖아요. 기술이 미래예요.”언니는 2천억 원짜리 지분 증서를 받아 들면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면서 언니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채윤아, 너 이렇게 핵심 자산을 언니한테 맡긴다고? 내가 말아먹을까 봐 무섭지 않아?”나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검토했다.“언니는 박사 학위가 두 개잖아요. 이 정도 자금도 못 굴리면 그 학위는 찢어 버리는 게 나아요.”내 말투는 담담했고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았다.이렇게 조금도 꾸미지 않은 직설화법이 오히려 언니의 눈시울을 붉혔다.“그래.”언니가 깊이 숨을 들이켜고 지분 증서를 품에 꽉 안았다.“언니가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언니가 사무실을 나설 때의 걸음은 들어올 때보다 훨씬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 뒤 보름 동안, 나는 미친 듯한 수완으로 SS그룹 내부의 불순한 세력을 철저히 걷어 냈다.오빠는 나와 발을 맞춰서 자금 레버리지를 이용해, 우리가 넘어지기를 기다리던 작은 회사 몇 곳을 역으로 인수했다.SS그룹의 주가는 안정을 되찾은 데 그치지 않았다. 한바탕 진통을 겪은 뒤 그룹의 주가는 연이어 상한가를 쳤다.업계에 이름난 그 바보 막내 아가씨는 이제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안색이 확 변하는 저승사자가 되어 버렸다.주말, 손씨 집안 저택.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했다.식탁에는 예전 같은 죽은 듯한 압박감도 없었다. 상석에 앉은 아빠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

  • 재발가 막내 아가씨의 첫 한마디   제10화

    “이 사건은 고 변호사님이 생전에... 아, 아니지. 감옥에 들어가시기 전까지 계속 맡으셨던 사건이에요. 이제 전무님께서 넘겨받으셨으니 제가 한번 읽어 드릴까요?”문기범은 일부러 ‘읽어 드릴까요’라는 말을 아주 강조하듯 발음했다.내가 법률 문서를 읽지 못할 거라고 대놓고 깔보는 것이었다.나는 고개도 들지 않고 손에 든 자료를 계속 넘겼다.“상무님은 고연준 변호사님을 몇 년이나 따르셨죠?”문기범이 잠시 멈칫했다. 내가 이런 걸 물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5년이요.”“5년이요?”나는 그제야 서류를 덮고 고개를 들면서 문기범을 바라보았다.“5년이나 따라다니면서 뒤처리하는 법도 못 배웠나요?”문기범의 안색이 변하더니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전무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나는 어젯밤 막 정리한 재무제표 한 부를 문기범의 앞에 던졌다.“서부 사업의 최초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이 바로 상무님이시죠.”“일부러 위약 조항에 모호한 부분을 남겨서 상대방이 파고들 틈을 만들었고요.”“그 뒤로 상대 회사 재무팀에서 매달 당신 아내의 해외 계좌로 이른바 자문료를 보내 줬고요.”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차갑게 남자를 바라보았다.“다 합치면 거의 40억이더군요.”“상무님, 이 돈이면 안에서 한 10년쯤 지내기에 충분할까요?”문기범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거의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어제 회의실에서 벌어진 일은 단편적으로만 전해 들었다. 그저 회장인 아빠의 배경을 써서 위세를 부린 정도로만 생각했지, 바보라고 소문이 난 나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었다.하지만 이제야 문기범은 당시 고연준이 느꼈던 공포를 똑같이 맛보았다.“전무님, 저는...저는 고연준 변호사님에게 등을 떠밀린 거예요!”문기범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면서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고연준 변호사님이 시킨 거예요. 말을 듣지 않으면 저를 해고하겠다고 했어요!”나는 차갑게 웃었다.“좋아요. 정말 등을 떠밀린 거라면, 고연준

  • 재발가 막내 아가씨의 첫 한마디   제9화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오늘은 저 변호사가 너무 나빴어요. 우리 집안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을 했잖아요.”“그래서 더는 모른 척할 수가 없었어요.”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인 이 핑계가 조금 억지스럽기는 했지만,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부모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내 딸...”아빠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나를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내 몸을 부서뜨려 버릴 것처럼 꼭 껴안았다.“아빠가 잘못했어. 내가 눈이 멀었어!”“그동안 네가 그렇게 많은 설움을 겪게 했구나!”언니도 달려와서 나를 끌어안더니 울음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미안해. 채윤아, 언니가 미안해.”“나는 네가 정말... 네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어.”오빠는 한쪽에 서서 말없이 눈물을 훔치더니, 내게 다가와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동작은 부드러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존중이 담겨 있었다.“채윤아, 오빠가 앞으로 다시는 너한테 성가시게 굴지 않을게.”“우리 집안일은 앞으로 네가 결정해.”나는 가족들이 안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그러나 마음속에는 그리 큰 파문이 일지 않았다.전생에 고아로 살아온 경험 탓에, 이렇게 뒤늦게 찾아온 혈육의 정에 좀처럼 공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그렇다고 그것을 이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아빠, 그만 우세요.”나는 아빠를 살짝 밀어내면서 휴지를 뽑아 건넸다.“고연준 변호사는 잡혀갔지만, 법무팀에는 분명 그 사람의 프락치가 더 있을 거예요. 그룹 내부 정비를 당장 시작해야 해요.”아빠는 눈물을 닦고 곧바로 평소의 단호하고 매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걱정 마라. 아빠가 내일 법무팀을 위에서 아래까지 싹 갈아엎으마. 미꾸라지는 한 마리도 남기지 않을 거야!”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번거롭게 하실 필요 없어요.”나는 아빠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아빠, 법무팀 전무 자리는 굳이 밖에서 사람을 뽑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맡을게요.”이 말이 나오자 세 사람이 다시 얼어붙었다.

  • 재발가 막내 아가씨의 첫 한마디   제8화

    이 말이 나오자 유태오뿐만 아니라 아빠와 오빠까지 얼어붙었다.남부의 부지는 사실 애물단지였다. 정부가 줄곧 개발 계획 승인을 내주지 않아서, 몇 년째 손에 쥔 채 썩고만 있었다.반면 유태오의 신에너지 회사는 현재 자금 사정이 빠듯할 뿐, 실제로는 핵심 우량 자산이었다.이는 대놓고 강도질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꿈도 꾸지 말아요!”유태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머지 헛웃음을 터뜨렸다.“2000억짜리 회사를 썩은 땅이랑 바꾸자고요? 막내 아가씨, 욕심이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나는 서두르지도 화내지도 않은 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대표님,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신 모양이네요.”“저는 대표님과 거래하는 게 아니에요. 돈을 써서 목숨을 사는 법을 가르쳐 드리는 거죠.”“자금줄이 끊겼다는 소식이 새어 나오는 순간, 대표님의 그 신재생에너지 회사는 채권자들에게 곧바로 뜯겨 나갈 거예요.”“대표님은 그 회사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고 그대로 빼앗기시겠죠.”“지금 제게 넘기시면, 적어도 체면은 지키면서 이 판에서 물러나게 해 드릴게요.”몸을 일으켜서 유태오 앞으로 다가간 나는 둘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를 낮췄다.“대표님, 해외에 있는 그 혼외자, 다음 달에 치료비가 엄청나게 들어가죠? 그 아이를 죽게 내버려두실 건가요?”그 말에 유태오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대로 굳어 버렸다.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뒤로 물러서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유태오가 손에 쥔 모든 카드와 비밀이, 십여 년 동안 바보 행세를 해 온 한 여자의 눈에 훤하게 보였다.다시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 물러난 나는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3분 드릴게요. 양도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이 문을 나가지 못할 거예요.”회의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고연준의 억눌린 거친 숨소리만이 들렸다.결국 멘탈이 무너진 유태오는 두 손을 떨며 몸에 지니고 다니던 법인 인감을 꺼냈다.“사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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