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운명의 서양화과 정기 전시회 날이 밝았다.중앙 미술관 대전시실 한가운데에는 오직 두 개의 대형 캔버스만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으며 설치되어 있었다.이번 국책 프로젝트 최종 단독 연구원 선발을 겸한 전시였기에, 심사는 현장 방문객들의 대중 투표 40%와 학계 권위자들로 구성된 전문 심사위원단 점수 6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엄격하게 진행되었다.전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미술계 관계자들과 학생들, 그리고 수많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차지연의 작품 는 화려한 금박과 최고급 수입 물감, 그리고 매끄러운 기교로 가득 찬 대형 조형화였다. 압도적인 화려함에 많은 관람객이 눈길을 빼앗겼으나,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미술 평론가들의 표정은 어딘가 미지근했다.반면 다영의 작품 는 차분하면서도 겹겹이 쌓아 올린 붓 터치가 오묘한 빛을 발하는 유화작품이었다. 자신이 지나온 아픔, 정하와의 깊은 사랑, 병상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물에서 퍼져나간 진실한 온기가 캔버스 전체를 묵직하게 감싸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다영의 작품 앞에서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추고 깊은 울림을 느끼며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전시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권혁수 교수에게 차지연의 아버지인 차 이사장이 다가왔다. 차 이사장은 안하무인인 표정으로 권 교수의 곁에 서서 은근하지만 노골적인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권 교수, 오늘 전시회 분위기가 아주 좋구먼. 우리 지연이 작품이 역시 제일 눈에 띄지 않나? 학과 발전 기금 관련해서는 오늘 결과 나오는 대로 재단 이사회에서 바로 승인 처리하도록 함세."재단 기금을 빌미로 딸의 승리를 압박하는 차 이사장의 졸렬한 행태에 권 교수의 눈매가 차갑게 일그러졌다. 권 교수가 막 입을 열어 거절의 뜻을 내비치려던 바로 그 순간, 전시장 입구가 동요하며 묵직한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완벽한 핏의 칼라리스 정장을 입은 한성그룹 총괄대표 하정하가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기며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Última atualização : 2026-11-01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