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서 정승현의 취향은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나는 날마다 계속되는 연구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그 몇 년 동안 정승현의 회사에서 로봇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을 하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그 분야의 흐름을 다시 읽었다.그 덕분에 다시 붙잡았을 때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그사이 정승현이 메시지를 몇 번이나 보냈다. 내가 정말 떠날 거라고는 여전히 믿지 않는다는 내용이었고, 빠져나갈 구실도 몇 번 만들어 줬다.나는 대답하지 않았다.정승현이 사진 몇 장을 더 보냈는데 그건 임세라의 인사 발령 통지였다.[다 알아봤어. 네 사직서를 승인한 건 내가 아니라 세라야. 세라가 실수로 처리한 거고, 올린 사람이 너인 줄은 몰랐어.][세라는 지원 부서로 돌렸어. 앞으로 회사 일에는 손도 못 대게 할 거야. 이만하면 화도 풀렸지?]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세라도 사과 문자를 보내왔다.길고 긴 장문에 겉보기에는 간절했지만, 난 그게 그저 말장난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자세히 보면 문장 안에 나를 비꼬는 뜻이 박혀 있었다.정승현이 쓰라고 시킨 편지였을 거고, 남자는 내용도 보지 않고 임세라에게 보내라고 했을 것이었다.예전에는 내가 뭘 조금만 해도 임세라를 겨냥한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그 여자가 드러내고 나를 욕해도 그저 못 본 척하고 있었다.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피식 웃었다. 딱히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두 사람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더 쓰고 싶지도 않아서 그저 그대로 연락처를 삭제했다.이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그날 밤늦게 정승현이 갑자기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화면 속 정승현에게는 예전의 기세가 남아 있지 않았고, 얼굴에는 초췌한 기색이 얹혀 있었다.또한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지원아, 그만하자. 시간도 지날 만큼 지났잖아. 우리 화해하자.]자신을 낮추는 말투가 너무나도 낯설어 보였다.동시에 우습기도 했다.‘이 상황에서도 내가 투정을 부린다고 여기는 걸까.’[널 안 붙잡은 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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