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경매와 인도 절차가 이어지는 동안, 도진은 비워두었던 저택에 다시 들어가 버텼다. 마지막 계고 기한까지 넘긴 날, 오전 9시. 한남동 대저택 앞 골목에 짙은 안개와 함께 서늘한 아침 공기가 감돌았다.나는 길모퉁이에 정차된 롤스로이스 뒷좌석에서 차창을 내리고, 10년간 내가 피눈물로 닦아온 저택의 거대한 철문을 응시했다.쿠구구궁-!육중한 엔진 소리와 함께 대형 탑차 세 대와 법원 집행관 차량들이 들이닥쳤다. 차량 문이 열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 강제집행관들과 사설 용역 인력 수십 명이 일사불란하게 쏟아져 나왔다.- [법원 인도명령에 따라 부동산 인도명령 및 유체동산 강제집행을 개시합니다.]메가폰을 든 집행관의 차가운 음성이 부촌의 적막을 찢었다. 저택 내부에서는 밤새 숨어 있던 도진과 배옥순이 창살 너머로 사색이 된 얼굴을 드러냈다. 현관문에는 쇠사슬이 감겨 있었고, 깁스를 한 도진이 창문을 열고 발악했다.- [못 나가! 이 집은 우리 아버지 집이야! 어디서 무단 침입이야?!]- [사유재산 침해다, 이 도둑놈들아! 들어오면 옥상에서 뛰어내릴 거야!]2층 발코니에서 배옥순이 산발을 한 채 구정물을 마당으로 끼얹으며 악을 썼다. 그러나 집행 인력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위이이잉-!쾅-!공업용 절단기가 대문의 쇠사슬을 끊어버렸다. 육중한 철문이 맥없이 열리며, 용역 인력들이 현관문을 쇠지렛대로 부수고 들이닥쳤다. 저택 안에서 둔탁한 파열음과 비명, 가구 부서지는 소리가 뒤섞여 터져 나왔다.집행관들은 내가 10년 동안 매일 걸레질을 했던 안방과 드레스룸을 거침없이 헤집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시모 배옥순의 허영심이 담긴 물건들이 마당으로 끌려 나오기 시작했다."안 돼! 내 가방! 내 다이아몬드 패물함 손대지 마, 이 날강도들아!"배옥순이 인부들의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려 나오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인부들의 손길은 냉정했다. 드레스룸에서 꺼내온 에르메스 버킨백과 샤넬 백, 악어가죽 가방 십여 개가 허공을 갈랐다.퍽-!투두둑-!가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7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