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내 등 뒤로, 유리창을 깨부술 듯한 굉음이 접견실을 뒤흔들었다.쾅! 쾅!쾅!도진이 수갑 찬 양손으로 방탄 유리창을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었다. 피와 눈물, 침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이 투명한 유리창에 흉측하게 짓이겨졌다. 교도관 둘이 달려들어 그의 팔을 꺾었지만, 도진은 짐승처럼 포효하며 유리창 마이크를 향해 악을 썼다.- [은서야……! 제발 한마디만 해줘! 딱 한 번만 내 말 좀 들어줘!]마이크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도진의 쉰 목소리는 처절하게 갈라져 있었다. 나는 문턱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을 기어 유리창에 매달린 박도진을 내려다보았다.그의 눈동자에는 12년 형을 선고받은 죄수의 공포보다 더 지독한, 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반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재벌 2세라며 거들먹거리던 남자가, 10년간 종년 취급하던 아내에게 매달려 제 존재의 가치를 구걸하고 있었다.나는 다시 걸어와 수화기를 천천히 귀에 가져다 댔다. 도진이 숨을 헐떡이며 수화기를 으스러져라 쥐었다.- [10년이야…… 강은서, 우리가 함께 산 세월이 10년이라고……!]도진의 턱이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렸다.- [내가 밖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넌 항상 따뜻한 꿀물을 타줬잖아. 발을 씻겨주고, 내 옷을 다려주고, 내 투정을 다 받아줬잖아……! 그 다정했던 눈빛까지 전부 가짜였어?! 넌…… 넌 단 하루라도, 단 1초라도 날 사랑한 적이 없었던 거야?!]도진은 내 입술만 봤다. 부정하는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다음 말을 서둘러 붙이려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는 그 추악한 미련을 마주하며, 10년 만에 가장 투명하고 잔혹하게 미소 지었다. 얼음장 같은 내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도진의 고막으로 파고들었다."박도진, 넌 참 마지막까지 네 보고 싶은 것만 보는구나."- [……뭐?]"꿀물 한 잔에 네가 용서받았다고 생각했어? 네가 그걸 마시고 잠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7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