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현관문 앞에서 열쇠를 두 번이나 반대로 돌렸다.업무용 숙소에서는 카드 한 장이면 됐는데, 이 오래된 아파트는 보조 잠금장치에 열쇠가 필요했다. 중개인이 설명해 준 방향을 떠올리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넓지 않은 거실에 오전 햇빛이 들어와 있었다. 가구점에서 먼저 보낸 식탁과 의자 두 개, 아직 비닐을 벗기지 않은 소파가 전부였다. 창문 아래에는 이삿짐 상자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나는 신발을 벗고도 한동안 현관에 서 있었다.시어머니를 부를 필요가 없었다. 도진이 자고 있는지 살필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몸은 자꾸 집 안의 소리를 먼저 찾았다.냉장고가 낮게 울었다. 그뿐이었다.첫 번째 상자에는 업무용 옷이 들어 있었다. 검은 재킷과 흰 셔츠를 옷장에 걸고, 빈 칸을 세었다. 절반 이상이 남았다.옛 저택에서는 내 옷이 도진의 계절 지난 코트 옆에 끼어 있었다. 옷걸이 하나를 더 걸 때마다 시모가 무슨 돈으로 샀느냐고 물었다. 나는 벌어둔 돈이 있으면서도 값싼 옷의 가격표를 보여주곤 했다.옷장 문을 닫지 않고 다음 상자를 열었다.접시 네 장과 수저, 냄비 하나가 나왔다. 모두 새 물건이었다. 나는 접시를 꺼내다가 손을 멈췄다. 식탁은 두 사람용인데 왜 그릇은 네 벌을 샀을까.누가 올지도 정하지 않은 집이었다.초인종이 울렸다. 손에서 접시가 미끄러질 뻔했다."대표님, 한민혁입니다. 맡기신 서류를 가져왔습니다."인터폰 화면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민혁은 납작한 보관함을 들고 있었다. 옛 일기장과 재판에 쓰인 자료 중 내가 직접 보관하기로 한 것들이었다."서재 안쪽에 두면 될까요?""제가 받을게요. 무겁죠?""책 몇 권 정도입니다."그는 보관함을 식탁 위에 놓았다. 나는 손잡이를 잡아 들어봤다. 10년을 담은 물건이었지만, 양손으로 옮길 만했다. 서재의 잠금장치가 있는 수납장에 넣고 문을 닫았다.열쇠는 현관 열쇠와 다른 고리에 끼웠다.민혁이 빈 벽을 둘러봤다."책상이 아직 안 왔군요.""주문을 취소했어요. 회사 것보다 큰 걸 골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7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