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연애 예능 악역 메기 역할인데 다들 내가 좋단다. 뭐 어쩌라고?: Chapter 11 - Chapter 20

26 Chapters

제011화. 폭풍우 속의 대기

서우의 수술은 밤 9시 40분에 시작됐다. 병원 앱에는 [수술 중]이라는 짧은 표시만 떠 있었다.서령은 10분마다 화면을 새로고침했다.“그거 바뀌면 병원에서 먼저 연락 옵니다.”서도현이 말했다.“알아요.”“그런데 계속 누르시네요.”“알아요.”두 번 같은 대답을 한 뒤 서령은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그러고 30초도 못 버티고 다시 들었다.강태욱은 아무 말 없이 따뜻한 물을 건넸다.“커피 아니네요.”“지금 마시면 심장 더 뜁니다.”“강태욱 씨가 그런 것도 알아요?”“불면증 10년이면 카페인 박사가 됩니다.”서령이 겨우 웃었다. 그 웃음이 끝나자 바로 눈물이 났다.“나 왜 여기 있지.”누구에게 한 말인지 자신도 몰랐다.“서우 수술하는데, 나는 왜 예능 찍겠다고 섬에 와서…….”차민혁이 몸을 움직이려다 멈췄다. 서령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안 괜찮아 보이는데.”“그래도 제가 한 선택이에요.”서령은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병원비 때문에 왔고, 돈 필요해서 계약했고, 지금 후회하는 것도 제가 해야죠.”강태욱이 조용히 말했다.“후회랑 책임은 다른 겁니다.”서령이 그를 봤다.“동생 수술할 줄 알고 여기 온 것도 아니잖아요.”“그래도.”“배우들은 촬영 들어가면 부모 임종도 못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말이 차가운 것 같았지만 강태욱의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그게 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이 모든 순간을 예상하고 살 수 없다는 뜻입니다.”서령은 더 말하지 못했다.***새벽 1시가 지나며 바람이 잦아들었다.리조트 운항팀은 오전 5시 첫 배를 띄울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렸다. 서도현이 교통편을 확인했다.“배가 정상 출항하면 5시 20분. 제주항 도착 6시쯤. 공항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면 7시 10분 김포행 첫 편은 빠듯하고, 8시대가 현실적입니다.”차민혁이 물었다.“전세기는?”“지금 띄운다고 빨라지는 상황이 아닙니다. 공항 슬롯과 기상 확인이 필요합니다.”“답답하네.”“그 답답한 게 절차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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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2화. 서울의 밤과 수술실 앞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0시를 넘긴 뒤였다. 서령은 접수창구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중환자실 앞까지 뛰었다.수술을 마친 서우는 아직 마취에서 깨지 않은 상태였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작은 몸에 여러 관이 연결돼 있었다.서령은 손으로 입을 막았다.“보호자분.”이식 코디네이터가 다가왔다.“집도의 선생님 설명 들으실게요.”상담실에서 의사는 차분하게 수술 경과를 설명했다. 심장은 정상적으로 연결됐고, 현재 혈류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식 수술은 수술이 끝났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었다.“초기 거부반응, 감염, 출혈을 계속 봐야 합니다.”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성공한 거예요?”의사는 잠깐 말을 골랐다.“수술 단계는 잘 마쳤습니다. 이제 회복 과정을 지켜봐야 합니다.”그 답이 오히려 믿음이 갔다. 기적이라는 말도, 무조건 산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제가 뭘 하면 돼요?”“오늘은 보호자분도 쉬세요. 연락 가능한 상태 유지하시고요.”상담실을 나온 서령은 복도 의자에 앉았다. 다리에 힘이 없었다.강태욱이 자판기에서 따뜻한 캔을 뽑아 건넸다. 이번에도 커피가 아니라 보리차였다.“또 카페인 없는 거네요.”“오늘은 내가 더 잘 알 것 같아서.”서령이 캔을 받았다. 서도현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통화를 마쳤다.“제 회사 일정은 취소했습니다. 병원에는 따로 손댄 것 없습니다.”서령이 그를 봤다.“그걸 왜 굳이 말해요?”“한서령 씨가 싫어할 것 같아서요.”맞았다.“대신 필요하면 독립 간병 서비스나 법률 상담처럼 병원 밖의 일은 알아볼 수 있습니다.”“그건 나중에요.”“알겠습니다.”차민혁은 가장 멀리 앉아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자기 덩치가 위압적으로 보인다는 걸 아는지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서령이 손짓했다.“왜 거기 있어요?”“사람들 지나가잖아.”“여기 앉아요. 한 사람 앉을 자리는 있어요.”서령이 옆으로 조금 비켜주자 민혁이 그제야 다가왔다. 의자 하나를 두고 머뭇거리던 사람이 앉고 나서는 무릎을 꼭 모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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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3화. 병원 앞 카메라와 첫 대응

서령의 짧은 병원 앞 발언은 오후 뉴스에 그대로 나갔다.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커뮤니티에 먼저 올라온 글 하나가 빠르게 퍼졌다.[한서령, 남자 3명이랑 촬영장 무단이탈]제목만 보면 야반도주였다. 본문에는 병원 이야기도, 촬영 중단 승인도 없었다. 누군가 제주공항에서 찍은 사진까지 붙어 있었다.강태욱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제목 잘 뽑았네.”말투는 담담했지만 표정은 아니었다. 차민혁이 옆에서 욕을 삼켰다.“저런 건 못 내리냐?”서도현이 답했다.“내리게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바로 안 내려갈 수도 있죠.”“돈 주면 되잖아.”“그렇게 해결하는 게 제일 나쁩니다.”차민혁이 그를 노려봤다. 서도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기사나 게시물은 삭제시킬 대상보다 증거로 보존할 대상을 먼저 나눠야 합니다. 허위사실이면 정정 요청, 악의적 편집이면 법률 검토. 전부 한꺼번에 막으려 들면 오히려 숨기는 게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서령이 휴대폰을 들었다.“그럼 제가 먼저 설명할게요.”강태욱이 물었다.“어디에?”“제 SNS요.”“지금 감정으로 길게 쓰지 마요.”서령이 눈을 가늘게 떴다.“왜요?”“길게 쓰면 기자가 필요한 문장만 잘라갑니다.”강태욱은 자기 휴대폰 메모창을 열었다.“사실만 4줄. 촬영 중단은 제작사 승인. 이동 이유는 가족 수술. 세 출연자는 개인 일정으로 동행. 의료정보는 비공개.”“마지막 건 좀 이상한데요. 세 사람이 개인 일정이었던 건 맞지만 저 때문에 온 거잖아요.”“그럼 그렇게 쓰면 되죠.”강태욱이 고개를 들었다.“거짓말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예쁘게 만들자는 게 아니고.”서령은 직접 문장을 적었다.[제작사와 협의해 가족 수술로 촬영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출연자 3명은 각자의 판단으로 서울까지 동행했습니다. 프로그램 이탈이나 별도 촬영은 없었습니다. 가족의 의료정보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업로드 버튼을 누르기 전 손이 잠깐 멈췄다. 서도현이 말했다.“저라면 올립니다.”“왜요?”“사실관계가 짧고, 나중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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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4화. 한남동 레지던스의 새 룰

촬영 재개는 이틀 뒤로 미뤄졌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리조트는 외주 인력 출입 관리 문제로 방송사와 별도 조사를 진행했고, 제작진은 서울 촬영분을 먼저 소화하기로 했다.새 숙소는 한남동의 초고급 펜트하우스가 아니었다. 방송사가 장기 대여한 한강변 서비스드 레지던스 한 층.출연자 4명에게 각각 독립 객실이 배정됐고, 공용 라운지와 주방에만 고정 카메라가 설치됐다. 촬영 시간도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됐다. 서령은 현관에 붙은 안내문부터 읽었다.[개인 객실 촬영 금지 / 욕실 및 탈의 공간 촬영 금지 / 촬영 중단 요청권 보장 / 공용 카메라 위치 사전 고지]“이제 좀 방송 같네요.”서령이 말하자 뒤에 있던 안전담당 PD가 씁쓸하게 웃었다.“원래도 이렇게 했어야죠.”김진호는 현장에 없었다. 비인가 카메라 사건과 별개로, 출연자별 미션 지시가 과도했다는 내부 문제제기가 들어가 본사 면담 중이라고 했다. 해고도 체포도 아니었다. 다만 당분간 현장 연출에서 빠졌다.서령은 그 정도가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 하나가 사라진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짐을 풀고 거실로 나오자 강태욱이 대본을 보고 있었다.“영화 대본이에요?”“네.”“은퇴했다면서요.”“은퇴 선언한 배우가 대본 안 보는 법 있어요?”그는 표지를 닫아 보였다.《붉은 밤》 서령이 제목을 읽었다.“신작?”“준비 중인 작품입니다.”“강태욱 씨가 제작도 해요?”“공동 제작자로 이름은 들어갑니다. 지분으로 사람 캐스팅하는 정도는 아니고.”그가 웃었다.“미리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서령은 닫힌 대본에 눈길을 주었다. 공동제작자라는 말에 잠깐 기대가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기 이름을 꺼내기도 전에 배역부터 묻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맞은편에 앉은 배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끝까지 듣기로 했다.“왜 저한테 그걸 말해요?”“당신이 배우니까.”강태욱의 시선이 대본에서 그녀에게 옮겨왔다.“그리고 어제 병원 앞에서 카메라 받은 거 봤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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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5화. 첫 방송과 흔들린 방어선

《러브 아일랜드 VIP》 첫 방송은 금요일 밤 공개됐다. 지상파 28% 같은 기적은 없었다.케이블 본방 시청률 3.9%. 대신 OTT에서는 공개 6시간 만에 예능 부문 1위에 올랐고, 한서령이 진채린의 질문을 받아치는 짧은 클립이 하루 만에 600만 조회를 넘겼다.제작진 단체방은 난리가 났다.[메기 반응 대박][강태욱-한서령 첫 대면 클립 계속 올라감][차민혁 카바나 대화도 반응 좋음]서령은 휴대폰을 내려놨다.“생각보다 무서운데요.”거실 소파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태욱이 물었다.“뭐가요?”“사람들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 벌써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거요.”댓글에는 칭찬도 많았다.[한서령 말투 개좋다][저게 어떻게 무명이었지][진채린 긁는 거 속 시원함]그런데 다른 쪽에는 전혀 다른 서령이 있었다.[돈 필요해서 나온 여자라는데 너무 계산적임][남자 셋 노리고 들어온 거 티 난다][제작진이 대놓고 밀어주는 메기]똑같은 50분 방송을 보고 서로 다른 사람을 만들어냈다. 강태욱이 말했다.“그래서 다 읽으면 안 돼요.”“본인은 안 봐요?”“예전에는 전부 봤죠.”“지금은요?”“작품 반응만 봅니다. 내 인격 평가까지 읽으면 하루가 모자라서.”서령은 화면을 껐다.“배우 생활 오래하려면 그것도 배워야겠네요.”강태욱의 시선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배우 계속할 겁니까?”“왜요?”“이 방송 끝나면 유명해질 수도 있으니까.”“유명해지는 게 배우 그만둘 이유는 아니잖아요.”대답은 망설임 없이 나왔다. 서령도 그제야 알았다.돈 때문에 예능에 들어왔지만, 배우는 여전히 하고 싶었다.아니, 더 하고 싶었다. 강태욱이 무릎 위 대본을 접었다.“그 말 기억하겠습니다.”***저녁 촬영은 ‘첫 방송 함께 보기’였다. 네 사람은 공용 거실에서 방송을 다시 봤다.진채린은 제작진이 따로 잡은 인터뷰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방송 속 서령은 실제 자신보다 훨씬 차갑게 보였다.강태욱이 말했다.“편집이 표정 반 박자씩 늦게 붙었네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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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6화. 한 지붕 네 남녀와 4대 룰의 제정

다음 날 아침, 서령은 공용 테이블 위에 A4 한 장을 올려놨다.제목은 단순했다.[공동 촬영 생활 규칙]강태욱이 커피를 들고 와 종이를 읽었다.“규칙까지 만듭니까?”“필요하잖아요.”서령이 펜을 들었다.“1. 개인 객실은 초대받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서도현이 맞은편에 앉았다.“합리적입니다.”“2. 신체 접촉은 상대가 명확하게 동의했을 때만.”차민혁이 계란을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손 잡는 것도?”“네.”“급하게 넘어질 때 잡는 건?”“그건 구조죠.”“그럼 됐어.”서령은 세 번째 줄을 썼다.“3. 방송 미션과 실제 감정은 구분한다. 제작진이 시킨 고백이나 선택은 하지 않는다.”강태욱이 웃었다.“이건 제작진이 싫어하겠는데.”“계약서 수정본에도 비슷하게 들어갔어요.”“그러면 더 좋죠.”서도현이 펜을 받아 문구를 조금 고쳤다.[제작진의 미션 제안은 출연자의 자발적 선택을 대체하지 않는다.]“이렇게 쓰는 게 더 정확합니다.”서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민혁이 말했다.“난 마지막에 하나 추가.”“뭔데요?”“싸우지 않기.”강태욱이 그를 봤다.“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형도 포함.”차민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가 화나도 사람 안 칠 테니까 형도 시비 걸지 마.”강태욱이 피식 웃었다.“좋습니다.”서령은 네 번째 항목을 적었다.[4. 다툼이 생겨도 신체적 충돌은 하지 않는다.]서도현이 서명했다. 강태욱도 서명했다.차민혁은 자기 이름 옆에 작은 점을 하나 찍더니 물었다.“이거 방송에 내보내?”서령이 카메라를 봤다. 아직 촬영 시작 전이라 빨간 불은 꺼져 있었다.“제작진한테 보여줄 거예요. 방송에 쓸지는 나중에 같이 정하고.”“오케이.”그제야 차민혁도 사인했다.***오전 제작회의에서 담당 PD는 규칙서를 보고 잠깐 고민했다.“출연자끼리 이런 합의 만드는 건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번 촬영에서는 필요할 것 같고요.”“그럼 제작진도 공유해 주세요.”서령이 말했다.“미션 짤 때 이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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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7화. 날조된 과거와 반론 촬영

진채린 측이 보낸 자료는 두꺼웠다. 첫 장부터 자극적이었다.[한서령 과거 유흥업소 근무 의혹]첨부된 사진에는 희미한 여성의 뒷모습이 있었고, 이름이 적힌 근무 명부 캡처도 붙어 있었다. 서령은 사진을 한참 봤다.“저 아니에요.”담당 PD가 물었다.“확실합니까?”“네.”“명부에 이름은 있는데요.”“같은 이름이겠죠. 아니면 만든 거거나.”진채린의 변호사가 팔짱을 꼈다.“그건 확인하면 될 일입니다. 진채린 씨는 온라인으로 들어온 제보를 제작진에 전달했을 뿐입니다.”서령이 바로 물었다.“그럼 아직 사실 확인도 안 된 걸 촬영하자고 가져오신 거네요?”변호사의 입이 잠깐 멈췄다.“반론 기회를 드리려는 겁니다.”“반론 전에 검증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강태욱은 아무 말 없이 서령을 보고 있었다.서도현이 자료를 넘기며 말했다.“원본 파일을 받을 수 있습니까?”진채린 측 변호사가 경계했다.“왜 필요하죠?”“이미지 생성일, 수정 이력, 캡처 출처 확인해야 하니까요.”“서 대표님이 검증하실 사안은 아닙니다.”“맞습니다.”서도현이 자료를 내려놨다.“그래서 제작사에 독립 포렌식 업체를 쓰라고 제안하는 겁니다. 제 회사는 빠지고.”서령은 그를 봤다. 그는 전에도 그랬다.도와주되 자기 손에 종속시키지 않았다. 제작사는 결국 원본 파일을 받아 외부 업체 검증을 맡기기로 했다. 방송 전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관련 촬영분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진채린은 그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저는 피해자예요. 저 여자 들어오고 프로그램 다 망가졌다고요.”서령이 그녀를 봤다.“채린 씨가 싫어하는 건 이해해요.”“뭐?”“나 때문에 선택 못 받은 것도 싫고, 방송 반응이 나한테 오는 것도 싫겠죠.”진채린의 얼굴이 붉어졌다.“근데 싫어하는 거랑 거짓말해도 되는 건 다른 얘기예요.”“거짓말인지 아직 모르잖아.”“맞아요.”서령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확인하자고요.”그 말에 진채린이 오히려 아무 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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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8화. 반격과 첫 균열

루머는 밤새 퍼졌다.다음 날 아침, 포털에는 ‘한서령 과거’가 연관 검색어로 붙었다.사실로 확정됐다는 기사도 있었고, ‘의혹’이라는 단어를 붙인 기사도 있었다. 반박 기사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제작사가 새벽에 공식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현재 온라인에 유포된 자료는 사실관계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으며, 외부 포렌식 검토에서 일부 자료의 편집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제작사는 최초 유포 경위를 확인 중입니다.]완전히 뒤집힌 여론은 아니었다.“조작 아니냐”는 사람과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이런 자료가 나온 것 아니냐”는 사람이 섞여 싸웠다.서령은 댓글창을 닫았다.“제가 직접 할게요.”제작사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그녀를 봤다.“뭘요?”담당 PD가 물었다.“제가 가진 기록 공개요.”변호사가 신중하게 말했다.“전부 공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정보도 있고요.”“전부는 안 해요.”서령은 준비해 온 파일을 열었다. 국세청 발급 근로소득 자료.편의점 근무 기간. 물류센터 급여 내역.단역 출연료 지급 명세.“날짜만 맞추면 돼요. 제가 그 시기에 어디서 뭘 했는지.”강태욱이 물었다.“인터뷰로 합니까?”“제 채널에서 짧게 할래요.”“생방송?”“아니요. 녹화하고 법무 검토받고 올릴게요.”강태욱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선택입니다.”서도현은 외부 변호사와 자료 공개 범위를 확인했다. 차민혁은 촬영팀 옆에서 괜히 서성이다가 서령에게 물었다.“내가 뭐 하면 돼?”서령이 잠깐 생각했다.“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마요.”“아, 진짜. 제일 어려운 걸 시키네.”“그 어려운 거 좀 해줘요.”차민혁은 마지못해 소파에 앉았다.“알았어.”***영상은 4분 12초였다. 서령은 화장도 평소보다 옅게 했다.“안녕하세요. 한서령입니다.”카메라를 정면으로 봤다.“어젯밤부터 제 과거 근무 경력에 대한 자료가 돌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길게 감정을 호소하지 않았다.“제가 대학 다닐 때 했던 일은 물류센터 야간 근무, 편의점 야간 아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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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9화. 첫 선택의 기준

촬영 재개 첫날, 공용 거실 한가운데에 작은 나무 상자가 놓였다.[첫 번째 정식 선택]이번에는 제작진이 미리 상대를 지정하지 않았다. 출연자마다 검은 카드 한 장을 받아, 오늘 가장 오래 이야기해 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적는 방식이었다. 서령은 카드 위에 펜을 대고 한참 움직이지 않았다.차민혁은 아침마다 계란을 구웠고, 서도현은 계약서의 애매한 문장을 하나씩 걷어냈다. 강태욱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과 꺼지는 순간의 차이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다. 누가 더 좋은지는 아직 몰랐다.다만 오늘 묻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은 있었다. 서령은 이름을 적었다.강태욱.카드를 뒤집는 순간 차민혁의 시선이 먼저 흔들렸다. 서도현은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강태욱만 카드와 서령을 번갈아 보더니 아주 느리게 웃었다. 진행 작가가 물었다.“이유를 말씀해 주실래요?”서령은 준비된 멘트를 읽지 않았다.“배우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걸 제일 먼저 물어본 사람이 강태욱 씨였어요. 오늘은 연애 얘기 말고 그 얘기를 좀 해보고 싶어요.”거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강태욱의 웃음도 사라졌다.“그 이유면 영광인데.”차민혁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중얼거렸다.“연애 예능에서 일 얘기로 선택받네.”서령이 바로 받아쳤다.“왜요. 일 잘하는 것도 매력인데.”“그럼 나도 다음엔 훈련 보여줘야겠네.”“그건 보고 싶어요.”차민혁이 입을 다물었다. 귀가 빨개졌다. 서도현은 자기 카드를 뒤집었다.거기에도 한서령이라고 적혀 있었다.“저는 이유가 다릅니다.”“뭔데요?”“이 사람은 계약서를 읽기 시작한 뒤부터 선택이 달라졌습니다. 다음에는 뭘 바꿀지 궁금하죠.”진행 작가가 웃었다.“서 대표님다운 이유네요.”마지막 차민혁 역시 같은 이름이었다. 그는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같이 있으면 내가 좀 덜 멍청해져.”이번에는 서령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강태욱과의 데이트 장소는 대학로의 작은 연습실이었다. 화려한 레스토랑 대신 그가 고른 공간이었다. 제작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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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0화.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

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는 제작진이 보낸 새로운 카드가 놓였다.[선택받지 못한 사람의 데이트]서령이 카드를 읽고 웃었다.“제작진 정말 집요하네요.”차민혁이 바로 카드를 낚아챘다.“좋네. 오늘은 내가 고르면 되는 거지?”진행 작가가 고개를 저었다.“한서령 씨가 두 분 중 한 분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분이 각자 30분씩 데이트를 제안하고 서령 씨가 수락 여부를 정하는 방식이에요.”“거절도 가능해요?”서령이 묻자 담당 PD가 대답했다.“네. 지난번 합의대로요.”차민혁이 먼저 손을 들었다.“난 체육관.”“데이트인데 체육관요?”“내가 제일 잘하는 데 보여준다며.”서령이 웃었다.“수락.”서도현 차례가 왔다.“저는 저녁 식사 후 30분 산책을 제안합니다.”“너무 정상적이라 재미없는데요.”“방송용으로 재미있는 제안을 할 이유가 있어요?”“여긴 방송인데.”“그러니까 더 평범한 걸 해보고 싶어요.”서령은 잠깐 그를 봤다.“그것도 수락.”***오후 체육관은 차민혁이 훈련하는 곳이 아니라 방송사가 빌린 스포츠센터였다. 일반 회원 동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별도 스튜디오를 예약했고, 촬영팀도 최소 인원만 들어왔다. 차민혁은 서령에게 글러브를 건넸다.“펀치 가르쳐줄게.”“저 사람 때릴 일 없는데요.”“사람 말고 미트.”그가 미트를 끼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손목 꺾지 말고. 주먹 세게 쥐는 것도 마지막에.”서령이 첫 펀치를 날렸다.퍽.“오.”“왜요?”“생각보다 세.”“물류센터 상하차 했어요.”“그거랑 펀치가 같냐.”차민혁은 웃으면서 자세를 고쳐줬다. 허리를 만지기 전에 손을 들고 물었다.“자세 잡아줘도 돼?”서령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손바닥으로 어깨와 팔꿈치 위치를 짧게 조정했다. 예전의 차민혁이라면 생각하지 않았을 과정이었다.“많이 달라졌네요.”“뭐가.”“물어보는 거.”“누가 하라며.”“불편해요?”“아니.”그가 미트를 다시 들었다.“오히려 편해.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아니까.”서령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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