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하면 이 비단 자락을 들고 내 저택으로 오시게. 필요한 건 내가 모두 마련해 두었네."말을 마친 배서준은 돌아서 떠났다.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웅크린 채 두툼한 비단 자락에는 끝내 손도 대지 않았다.몹시 추웠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하여 이 은혜를 받을 수도, 더는 누구에게도 빚지고 싶지 않았다.배서준이 떠난 뒤에도 나는 날이 저물 때까지 후부의 대문 앞을 지켰다.집집마다 불이 꺼져 갔지만, 소연후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소연후를 따라갔던 시종이 은표를 챙기러 급히 돌아와 나를 비웃듯 말했다."주제 파악이나 하시지요.""우리 후야께서는 앞으로 며칠간 삼공주와 객잔에 머무실 테니, 돌아오실 리 없지요.""삼공주를 위해 온 성에 불꽃놀이를 하고 천등을 띄우라며 돈을 가져오라 하셨습니다.""게다가 유등까지 띄우실 거랍니다.""어느 쪽이 더 중한지 이제 아시겠지요?"시종은 턱을 치켜들고 돌아섰다.고개를 들자 과연 하늘에는 불꽃이 잇달아 터지고, 그 사이로 수많은 천등이 천천히 떠올랐다.몸을 일으키는 순간 어지럼이 일었고, 눈앞에 환하게 웃는 소연후의 얼굴이 떠올랐다."시월아, 너를 위해 온 경성에 불꽃놀이를 벌였으니 어서 가서 보자꾸나."나는 소연후를 따라 한 발 내디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리 위에는 소연후가 한 여인을 품에 안은 채 유등을 물에 띄우고 있었다.소연후의 눈빛은 다정하고 애틋해, 세상에 오직 송화정밖에 없는 듯했다.내 시선이 따가웠는지 소연후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곧장 눈빛에서 온기를 거두었다.그러다 곁의 여인에게 무언가 속삭인 뒤 내게 다가와 내 손목을 꽉 움켜쥐고 쏘아붙였다."내가 멀리 꺼지라고 하지 않았느냐? 헌데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손목에 통증이 번졌고, 소연후는 나를 멀리 밀쳐냈다. 송화정이 나를 보기라도 할까 봐 소연후가 다시 경고하려던 순간, 여인이 먼저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며 눈시울을 붉혔다."후야, 꼭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경성에 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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