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월이 붉어진 눈으로 임하연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언니는 어머니 곁에 조금 더 있고 싶지 않으세요? 모녀 사이에 무슨 감정을 그리 오래 품겠어요. 아까는 어머니도 언니 때문에 놀라셔서 그러신 거예요. 이제 저희 모두 언니를 믿으니, 여전히 한 가족이잖아요.”저 얄미운 계집이 또 이간질을 시작했다.이대로 나갔다가는 어머니를 외면한 매정한 딸이 될 게 뻔했다. 어차피 오늘은 눈물을 짜낼 필요도 없으니, 장단이나 한번 맞춰 줄까.짧은 순간 생각을 정리한 임하연은 침상 곁으로 사뿐히 다가갔다.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낮춰 임씨 부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얼굴에는 서글픈 기색을 드리운 채였다.“저도 당연히 어머니 곁에 있고 싶어요. 그날 어머니께서 저를 거두어 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벌써 얼어 죽었을 거예요. 그동안 친딸보다 더 아껴 주셨으니, 저 역시 오래전부터 어머니를 친어머니로 여기고 있었고요. 예전에는 제가 너무 철이 없었어요. 이제야 알겠어요. 시집도 가지 않고 평생 어머니 곁에서 재롱도 부리고, 정성껏 모시며 살고 싶어요.”물론 진심은 아니었다.임씨 부인의 마음을 얻어 볼 생각도 했지만, 그 지독한 편애를 겪고 나니 마음이 돌아선 지 오래였다. 지금 이러는 건 그저 임서월의 속을 뒤집어 놓기 위해서였다. 저쪽에서 제 망신을 보고 싶어 할수록, 순순히 뜻대로 해 줄 수는 없었다.그러나 임씨 부인의 마음은 그 말에 누그러졌다. 아무리 화가 나도 임아연은 어린 시절부터 제 손으로 키운 아이였다. 어릴 적의 천진하고 사랑스럽던 모습이 떠오르자, 절로 나직한 한숨이 흘러나왔다.“딸은 자라면 시집을 가야지. 어찌 평생 친정에 머물겠니. 네 동생 말대로, 네가 임씨 성을 쓰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한 가족이란다.”둘 사이의 분위기가 갑자기 부드러워지자 임서월은 파리라도 삼킨 듯 속이 불쾌해졌다.임아연, 저 천한 계집. 연기 하나는 기막히게도 하는구나!슬쩍 눈을 든 임하연은 임서월의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발견했다. 꼭 변비로 고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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