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버니, 여동생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오라버니, 여동생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

Por:  매화야담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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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보니 국공부의 가짜 규수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곧 성병에 걸린 남자에게 시집가야 한다고? 소설 속 비참한 죽음을 피하려면 방법은 하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오라버니, 임태겸의 마음을 붙잡아라! 모두가 진짜 여동생이 돌아오면 임하연은 쫓겨날 거라 했다. 하지만 감옥에 간 건 진짜 규수였고, 가짜인 임하연은 온갖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후작의 아들은 그녀만 졸졸 따라다니고, 고귀한 사황자는 든든한 수호자를 자처한다. 냉정하기로 소문난 임 대인마저 그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애지중지하니……. “아무리 여동생이 예뻐도, 저건 좀 지나치지 않나?” 그 말에 임태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여동생이 아니라 내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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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제1화

면접을 보러 가던 임하연은 교통사고를 당해 허망하게 죽었다.

다행이라면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는 것.

딱 절반쯤 죽은 셈이었다. 소설 속으로 빙의했으니까.

문제는 하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가짜 규수의 몸에 들어왔다는 거였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임아연.

임하연과 이름 한 글자만 다른 그녀는 국공부에 입양되어 딸로 자랐지만, 진짜 딸이 돌아오면서 성병에 걸린 망나니에게 떠밀리듯 시집을 가야 했다. 시댁에서도 시부모의 냉대를 받으며 지내던 그녀는 끝내 부군에게 병까지 옮았고, 유씨 가문에서 쫓겨난 뒤 길가에서 얼어 죽고 말았다.

소설 속 그 처참한 장면을 떠올리자 임하연의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

그저 일자리 하나 구해 보겠다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던 불쌍한 취준생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시작부터 이렇게까지 꼬아 놓을 필요가 있나?

“아가씨, 많이 추우세요? 제가 손을 좀 비벼 드릴게요.”

곁에서 들려온 시녀의 목소리에 임하연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마른 풀이 깔려 있었고, 여기저기 농기구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장작을 쌓아 두는 헛간인 듯했다.

그때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은 먹었느냐?”

임하연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나무문 앞에 훤칠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스물셋이나 넷쯤 되었을까. 묵직한 검은 장포가 남자의 몸에 꼭 맞게 떨어졌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옷 위로도 선명하게 드러났고, 반듯하게 선 자태에는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배어 있었다.

임하연은 잠시 멍해졌다.

이 잘생긴 남자는 누구지?

아직 머릿속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문밖에서 누군가가 대답했다.

“예, 도련님. 아가씨께서는 이미 드셨습니다.”

달칵, 문이 열렸다.

남자는 허리를 조금 숙여 천장이 낮은 헛간 안으로 들어왔다. 구름무늬가 수놓인 신발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임하연의 두피가 바짝 조여 들었다. 막혀 있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도련님이라고?

그렇다면 이 사람이 바로 임아연의 명목상 오라버니, 소설 속에서 여동생을 끔찍이 아끼던 임태겸이었다!

물론 그가 아낀다는 여동생은 친여동생인 임서월이었다. 그러니 다시 말해 임하연과는 눈곱만큼도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 순간, 마디가 또렷한 커다란 손이 임하연의 턱을 움켜쥐었다. 낮고 냉랭한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임아연. 대체 언제까지 이리 소란을 피울 셈이냐?”

눈이 마주쳤다.

짙고 곧은 눈썹과 맑고 날카로운 눈매, 높게 뻗은 콧대와 얇은 입술이 또렷한 얼굴 윤곽과 어우러져 더없이 수려했다.

임하연은 넋을 놓고 바라보다 그만 속마음을 입 밖으로 흘리고 말았다.

“정말 잘생겼다…….”

임태겸이 순간 멈칫했다. 이내 턱을 쥔 손에 한층 힘이 들어갔다.

그의 눈 속에서 금방이라도 불꽃이 일 듯했다.

“한 번만 더 허튼소리를 하면 추월호에 도로 던져 버리겠다.”

추월호.

그 이름을 듣고서야 임하연은 자신이 소설의 어느 대목에 들어왔는지 깨달았다.

불쌍한 조연인 원래 주인은 조금 전 물에 뛰어들었다. 구경꾼까지 잔뜩 모아 놓고 벌인 일이었으니, 국공부의 체면이란 체면은 다 구긴 뒤였다.

임아연은 북백후의 장남 심청운을 짝사랑했다. 그런데 임서월이 돌아오자마자 그를 빼앗아 갔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임아연은 그때부터 온갖 소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기억이 맞는다면, 이 일이 있은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임씨 가문에서는 임아연의 혼처를 정했다. 그 썩어 빠진 망나니를 골라 준 사람이 바로 눈앞의 잘난 오라버니였고…….

“왜 말이 없느냐? 물에 빠지더니 머릿속까지 물이 찬 게냐?”

싸늘한 눈빛에 임하연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임태겸은 임씨 가문의 유일한 적자였다. 그의 말 한마디가 집안에서 얼마나 큰 무게를 갖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원래 주인과 같은 최후를 피하려면, 무슨 수를 써서든 이 남자와 가까워져야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임하연은 얼른 고개를 들었다. 물기를 머금은 눈을 깜빡이며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오라버니, 오해하셨어요. 저 물에 뛰어든 게 아니에요. 오라버니께 드릴 물고기를 잡으러 간 거예요.”

“물고기를 잡아?”

임태겸의 얇은 입술 끝이 올라갔다.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임아연이 심청운의 동정심을 사려고 일부러 물에 빠졌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저런 가당치 않은 거짓말을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늘어놓다니. 십수 년 동안 어지간히도 잘못 키운 모양이었다.

“거짓말 아니에요. 정말 물고기를 잡으러 갔어요. 돌아와서 오라버니께 국을 끓여 드리려고 했는데, 수초에 다리가 감기는 바람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 뭡니까.”

일자리를 구하느라 고생했던 날들과 그동안 견뎌야 했던 냉대가 떠오르자, 설움이 불쑥 치밀었다.

눈앞에 금세 뿌연 물기가 어렸다. 강아지처럼 맑은 눈망울에 눈물까지 맺히니 더없이 가련해 보였다.

임태겸이 천천히 몸을 숙였다.

깊은 눈동자는 속을 헤아릴 수 없었다. 겉으로는 고요했지만, 먹잇감에 시선을 고정한 맹수처럼 섬뜩했다.

“국공부에 물고기 살 돈이 없어 네가 직접 잡으러 갔다는 말이냐?”

임하연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했다. 더는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아 얼른 시선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억울한 듯 항변했다.

“살 수야 있죠. 그래도 제가 직접 잡아 드리는 건 다르잖아요.”

임태겸이 코웃음을 쳤다.

“네가 언제부터 나를 그리 살뜰히 챙겼는지 모르겠구나.”

심청운을 알게 된 뒤로 저 아이의 눈에 오라버니가 들어오기나 했던가.

임하연은 겁을 꾹 누른 채 조심스럽게 임태겸의 소매를 잡았다.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오라버니를 좋아했어요. 오라버니께서 저를 가까이하지 않으셨을 뿐이죠. 이제 친여동생까지 돌아왔으니…… 저를 무슨 못 볼 것처럼 피하시잖아요. 저는…… 그저 오라버니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어요.”

임태겸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동안 그녀를 살폈다. 그 말의 진위를 가늠하는 듯하더니, 이내 붙잡힌 소매를 빼냈다. 뒤이어 쏟아진 목소리는 북풍처럼 매서웠다.

“내게 쓸데없이 매달릴 시간에 바느질이나 익혀라. 서월과 심청운은 서로 마음이 깊고, 혼인도 이미 정해졌다. 네가 무릎을 꿇고 빈다 해도 달라질 일은 없다. 또 기회를 엿보아 훼방을 놓는다면, 그때는 남매의 정조차 기대하지 말거라.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도 똑똑히 생각해 두고.”

휘날린 넓은 소매가 임하연의 얼굴을 스칠 뻔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임태겸의 모습이 사라진 뒤였다.

임하연은 문밖을 향해 퉤, 침을 뱉었다.

말만 들으면 정이 아주 깊으신 줄 알겠네. 십수 년을 남매로 지내 놓고도 마음만 먹으면 가차 없이 끊어 버릴 거면서.

그때 곁에 있던 채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그 하인은 한기를 풀어주는 약을 가져오지도 않았어요. 분명 임서월 아가씨가 중간에서 버린 걸 거예요. 왜 도련님께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임하연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말해 봐야 소용없어. 사랑받지 못하면 가족이 있어도 고아나 마찬가지지. 지금은 기운이나 아껴 둬야 해.”

그녀는 마른 풀 위로 털썩 누웠다. 몸을 몇 번 뒤척여 편한 자리를 잡고는 눈을 감았다.

채의는 더 말하지 못하고 분한 마음을 삼켰다.

임하연에게는 어린 시녀와 길게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다. 풀 한 줄기를 입에 물고 소설의 줄거리를 차근차근 되짚었다.

멀쩡한 사람의 눈으로 보자면, 임아연은 그야말로 사랑에 눈이 먼 여자였다. 혼자 품었던 꿈이 깨지자 순식간에 이성을 잃었다. 심청운과 억지로 하룻밤을 보내 기어이 혼인하려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을 가로막는 임씨 부인과 임태겸을 독살하려고까지 했다. 임태겸이 서둘러 그녀를 시집보낸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기억을 정리한 임하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힘껏 문질렀다.

괜찮아. 아직 큰일 난 건 아니야.

심청운에게 약을 먹이지도 않았고, 임씨 집안의 실세인 모자를 독살하려 들지도 않았으니 아직 수습할 여지는 있었다.

지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게 상책이었다.

소설에도 원래 주인이 갇히는 장면이 있었다. 뒤이어 큰비가 쏟아지자 임태겸이 차마 두고 보지 못하고 사람을 보내 풀어 주었다.

당장 할 일도 없으니, 누워서 비나 기다리자.

그렇게 짚더미에 몸을 맡긴 임하연은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그런데 비는 여전히 내리지 않고 있었다.

갇힌 지 두 시진이면 비가 온다더니. 무슨 일기예보가 이렇게 엉터리야?

임하연은 하늘이라도 살펴볼 생각으로 마른 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귀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스쳤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희미한 달빛 아래, 커다란 푸른 뱀 한 마리가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뱀은 이미 나무 창살 사이를 지나, 헛간 안으로 천천히 기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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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면접을 보러 가던 임하연은 교통사고를 당해 허망하게 죽었다.다행이라면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는 것. 딱 절반쯤 죽은 셈이었다. 소설 속으로 빙의했으니까.문제는 하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가짜 규수의 몸에 들어왔다는 거였다.이 몸의 원래 주인은 임아연. 임하연과 이름 한 글자만 다른 그녀는 국공부에 입양되어 딸로 자랐지만, 진짜 딸이 돌아오면서 성병에 걸린 망나니에게 떠밀리듯 시집을 가야 했다. 시댁에서도 시부모의 냉대를 받으며 지내던 그녀는 끝내 부군에게 병까지 옮았고, 유씨 가문에서 쫓겨난 뒤 길가에서 얼어 죽고 말았다.소설 속 그 처참한 장면을 떠올리자 임하연의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그저 일자리 하나 구해 보겠다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던 불쌍한 취준생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시작부터 이렇게까지 꼬아 놓을 필요가 있나?“아가씨, 많이 추우세요? 제가 손을 좀 비벼 드릴게요.”곁에서 들려온 시녀의 목소리에 임하연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마른 풀이 깔려 있었고, 여기저기 농기구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장작을 쌓아 두는 헛간인 듯했다.그때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약은 먹었느냐?”임하연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나무문 앞에 훤칠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스물셋이나 넷쯤 되었을까. 묵직한 검은 장포가 남자의 몸에 꼭 맞게 떨어졌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옷 위로도 선명하게 드러났고, 반듯하게 선 자태에는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배어 있었다.임하연은 잠시 멍해졌다.이 잘생긴 남자는 누구지?아직 머릿속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문밖에서 누군가가 대답했다.“예, 도련님. 아가씨께서는 이미 드셨습니다.”달칵, 문이 열렸다.남자는 허리를 조금 숙여 천장이 낮은 헛간 안으로 들어왔다. 구름무늬가 수놓인 신발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임하연의 두피가 바짝 조여 들었다. 막혀 있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도련님이라고?그렇다면 이 사람이 바로 임아연의 명목상 오라버니, 소설 속에서 여동생을 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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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크지 않았지만 생김새가 몹시 사나웠다. 꼿꼿이 치켜든 머리는 삼각형이었고, 새까만 눈에서는 서늘한 빛이 번뜩였으며, 둥글게 말린 꼬리 끝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붉은꼬리 죽엽청이다!임하연은 숨을 삼켰다. 맹독을 품은 뱀이지만 약재로는 버릴 것 하나 없는 귀한 것이기도 했다. 의학을 전공한 임하연에게는 더없이 익숙했다. 직접 죽엽청을 해부해 담낭을 꺼낸 적도 있었으니까.하지만 살아 있는 놈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해독 혈청도 없는 시대에 저 뱀에게 한 번 물렸다가는 그대로 저승행이었다.임하연은 몸을 지킬 만한 막대기를 찾으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그만 채의를 깨우고 말았다. 문가에서 고개를 치켜든 뱀을 발견한 채의는 목청껏 비명을 질렀다.그 소리에 놀란 독사가 순식간에 몸을 튕겨 임하연을 향해 덮쳐 들었다.임하연의 눈앞이 아득해졌다.잘 있어라, 임씨 집안. 이 몸은 오늘 밤 저세상으로 떠난다!절체절명의 순간, 헛간 밖에서 비수 하나가 날아들었다. 탁, 짧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뱀이 벽에 박혔다.어느새 나무문 밖에 임태겸이 서 있었다.검은 머리카락은 풀어 헤친 채였고, 웃옷이라고는 급히 걸친 겉옷 한 벌뿐이었다. 미처 여미지도 못한 옷자락이 밤바람에 벌어지자, 군살 없이 탄탄한 허리가 드러났다. 단단하게 잡힌 근육마다 힘이 배어 있었다.임하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얼른 문살을 움켜쥐고 울먹였다.“오라버니, 조금만 늦게 오셨으면 저 죽을 뻔했어요!”창백하게 질린 얼굴에 놀라고 겁먹은 표정까지. 어느 하나 과하지 않게, 딱 알맞았다.임태겸은 빛을 등지고 서 있어 표정을 읽기 어려웠지만, 목소리에는 조금 전보다 다급한 기색이 묻어났다.“왕길, 어서 문을 열어라.”왕길이 다가와 자물쇠를 풀자마자 임하연은 밖으로 달려 나가 임태겸의 품에 와락 안겼다.“오라버니, 저 뱀 너무 무서워요. 저 정말 무서웠어요…….”너무 기세 좋게 달려든 탓에 손이 벌어진 옷자락 안으로 들어가 그의 맨허리에 닿았다.임하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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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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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어젯밤 임씨 부인은 말을 할 때마다 숨이 달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 몸에 이상이 있는 듯했다. 마침 자신은 의술을 배웠으니, 병을 고쳐 준다면 저를 향한 미움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터였다.“채의, 어머니 몸이 많이 안 좋으셔?”채의가 고개를 끄덕였다.“임서월 아가씨가 돌아오신 뒤로 예전 같지 않으세요. 그래도 집안일은 임서월 아가씨가 도와주시고, 바깥일은 도련님께서 맡고 계시잖아요. 나리께서 운주에 계셔도 집안에 큰일은 없었어요.”임하연의 마음에 무언가가 걸렸다.“그럼 임서월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계속 건강하셨다는 거야?”“네. 그런데 다들 아가씨께서 속을 썩여서 그러신 거래요. 그 하인들도 참 못됐어요. 하나같이 눈치만 보다가 임서월 아가씨 편으로 돌아서서는, 아가씨께서 잘해 주셨던 건 싹 잊어버리고…….”채의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한참 더 말을 쏟아 냈다. 그러나 임하연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소설은 임씨 가문과 임서월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집안 살림과 안채의 사정도 적잖이 다뤘지만, 임씨 부인의 건강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없었다.어젯밤 나타난 뱀도 원래 줄거리에는 없었다. 자신이 이곳에 온 뒤로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나비효과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아무래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임하연은 아침을 서둘러 먹고 임씨 부인의 처소로 향했다. 막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안에서 임서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 아직도 언니 일로 마음이 쓰이세요?”임씨 부인이 한숨을 내쉬었다.“임아연이 고집스럽고 철이 없기는 해도, 본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지. 몇 년이나 심청운을 좋아했는데 갑자기 너와 혼인이 정해졌으니,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게다. 당분간은 잠잠해지지 않겠지.”임서월이 나긋하게 말했다.“언니가 마음 아파하는 게 걱정되시면 이 혼인은 없던 일로 해요. 저는 어머니와 떨어져 지낸 세월이 길잖아요. 곁에 머물며 더 모시고 싶기도 하고요.”임씨 부인의 목소리에 애정이 묻어났다.“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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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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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오라버니, 저…… 손이 너무 아파요!”임하연의 얼굴이 가을날 익은 감처럼 순식간에 붉어졌다. 민망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그나마 다친 손이 있어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아픈 줄 알면서 굳이 나왔느냐.”귓가에 닿은 임태겸의 목소리는 담담할 뿐, 다른 기색은 들리지 않았다.그래도 임하연은 그를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남자와 이토록 민망한 접촉을 한 적은 처음이었다.“답답해서…… 조금 걷고 싶었어요.”고개를 숙인 채 발가락만 잔뜩 오그렸다. 이러다 발끝으로 지하 끝까지 뚫을 판이었다.“그럼 앉아라.”임태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심했다. 두 손도 자연스럽게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다만 무릎을 움켜쥔 손끝만은 무언가를 억누르듯 희게 질려 있었다.“오라버니께서 가시는 길이 아니면…… 괜찮아요. 혼자 걸어가도 돼요.”임하연은 하필 지금 나온 것을 후회했다.다 임태겸 때문이었다. 분명 서재에 있다더니 왜 뜬금없이 마차에 앉아 있는 건데? 사람 사이에 믿음이라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닌가.“나도 천화가로 가는 길이다.”서늘하고 맑은 목소리에 임하연은 더 말을 보태지 못했다.“고마워요, 오라버니.”그녀는 조심스레 한쪽에 앉았다. 슬쩍 임태겸의 옷자락을 보니, 조금 전 움푹 들어갔던 부분이 반듯하게 펴져 있었다. 괜히 감추려다 더 티를 내는 것 같기도…….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임태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겨우 자신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었는데, 지금까지의 노력을 허사로 돌릴 수는 없었다.임하연은 머릿속의 음흉한 생각을 얼른 털어 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일 보러 가세요? 아니면 벗을 만나러 가세요?”“벗을 만나러 간다.”대답하던 임태겸의 눈에 임하연의 목을 주렁주렁 둘러싼 조악한 진주 목걸이가 들어왔다.그는 긴 손가락을 뻗어 목덜미를 스치듯 목걸이를 걸어 올렸다. 잠시 살펴본 뒤 미간을 좁혔다.“이런 볼품없는 것을 왜 걸고 다니느냐. 체면이 깎이는 줄도 모르고.”목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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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무엄하다!”이 층에서 낮고 매서운 호통이 터졌다. 순간, 백자 찻잔 뚜껑이 창밖으로 날아들더니 얼굴 긴 사내의 손목을 정확히 때렸다.“아악! 내 손! 부러진 것 같아!”임하연의 귀에도 희미하게 뼈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사내는 손목을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천향루 안에서 차분한 발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문을 나선 훤칠한 남자는 임태겸이었다.단단히 좁힌 미간에는 서릿발이 서려 있었고,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거센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얇은 입술마저 일자로 굳게 다문 얼굴은 한겨울 추위처럼 싸늘했다.사내의 얼굴이 경련하듯 떨렸다.“도…… 도련님. 아니, 도찰어사 대인을 뵙습니다!”그는 아픔을 참으며 무릎을 꿇고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임아연 같은 어수룩한 여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됐다. 하지만 임태겸은 달랐다.그는 겨우 스물 몇 살에 도찰원의 우도어사가 되어, 육부의 수장들과 나란히 구경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었다. 누구 하나 조사하기로 마음먹으면 조상 팔 대까지 낱낱이 들춰낼 사람이었다. 도성의 크고 작은 관리 가운데 뒤가 깨끗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사람들은 그를 존중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그렇다고 달리 손쓸 도리도 없으니, 일찌감치 집안 자제들에게 단단히 일러 두었다. 임태겸을 보면 피해 가고, 절대로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그런 그들이 임아연을 희롱할 수 있었던 것은 임태겸이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딸까지 돌아왔으니, 가짜가 아무리 날뛰어 봐야 가짜일 뿐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임태겸이 가짜 여동생 때문에 화를 내고 있었다.구경하던 망나니들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슬그머니 사람들 틈으로 숨어들어 딴청을 피웠다. 임태겸의 눈에 띄기라도 할까 두려웠다.임하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마부가 안으로 달려가 알리는 걸 보지 못했다면 자신도 손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호랑이 위세를 빌리는 여우라니. 빌릴 수 있는 위세가 있는데 안 쓰는 게 더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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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임하연은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도 내내 넋이 나가 있었다. 임씨 부저에 도착해서는 곧장 운방각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아가씨?”채의가 걱정스레 불렀다.“잠깐 혼자 있고 싶어. 너는 네 일 봐.”문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채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아이고, 또 시작이네. 저렇게 풀이 죽으신 걸 보니, 분명 몰래 나가 청운 도련님을 만나고 오신 모양이었다.대체 언제쯤 그 마음을 접으실까.“그럼…… 저는 앞마당에 가서 낭류 언니와 꽃가지를 다듬고 있을게요.”“그래.”방 안의 임하연은 이불을 끌어안고 몸에 서너 겹 둘둘 감았다. 그러고는 답답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침상 위를 이리저리 굴렀다.다른 사람들은 소설에 빙의하면 아는 줄거리를 이용해 잘만 살던데, 왜 자신은 한 걸음 뗄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는 걸까.앞날을 전혀 내다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짓눌렀다. 임하연은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를 벗으려다 실수로 두 줄이나 끊어 버렸다.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 진주가 바닥 사방으로 흩어졌다.“분풀이도 해 주었는데, 또 무엇이 못마땅해서 심통이냐?”끼익, 문이 열리더니 임태겸이 들어왔다. 훤칠한 몸이 문턱을 넘자 옷자락이 바람을 머금은 듯 가볍게 나부꼈다.임하연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불에 꽁꽁 묶인 탓에 오뚝이처럼 한 번 휘청하더니 도로 침상에 쓰러졌다.임태겸의 입꼬리가 드물게 올라갔다. 목소리에도 옅은 웃음이 배어 있었다.“이런 어리숙한 것.”그는 다가와 이불을 풀어 임하연을 꺼내 주었다.긴 손가락이 옷 위를 스치자, 임하연은 문득 일찍 죽은 소월향을 떠올렸다. 몸이 저절로 뒤로 움츠러들었다.자신도 그 명기처럼 줄거리에 떠밀려 죽게 되는 건 아닐까?임태겸은 그녀가 피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짙은 눈썹이 좁혀지고, 검은 눈동자에 불쾌한 기색이 어렸다.“천향루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추잡한 곳이 아니다. 나와 사황자 전하는 곡을 들었을 뿐이야.”응?임하연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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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아무리 그래도 처녀의 규방인데, 이불 하나 제대로 개어 놓지 않다니. 이게 무슨 꼴인가.임하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한마디 하려다 그만두었다.원래 주인이 잘못한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굳이 임씨 부인과 말로 다퉈 이겨 봐야 소용없었다.임서월이 몸을 살짝 굽혀 오라버니에게 인사한 뒤 임하연을 바라보았다.“오늘은 언니가 걱정돼서 찾아왔어요. 다친 건 언니인데 제 마음이 다 아프더라고요. 어젯밤에도 그 일 때문에 뒤척이느라 한숨도 못 잤어요. 언니가 왜 갑자기 넘어졌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언니를 밀지 않았거든요.”임서월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서글픈 목소리로 이어 갔다.“청운 도련님 일로 저를 미워하시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분이 언니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 화를 왜 제게 푸시는 거예요?”입으로는 임하연이 걱정된다면서, 말마다 제 책임을 지우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아픈 곳까지 정확히 찔렀다.원래 주인이었다면 진작 참지 못하고 펄펄 뛰었을 것이다.그러나 임하연은 그저 조용히 임서월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말이 모두 끝나고서야 되물었다.“네가 이해하지 못하면 내 잘못이 되는 거야? 내가 널 때렸니, 욕을 했니? 대체 뭘 보고 너한테 화풀이를 한다는 건데?”임하연은 잠깐 말을 끊고 임서월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심청운은 나한테 잠깐 마음이 갔던 장난감일 뿐이야. 네가 좋으면 가져. 이랬다저랬다 하는 인간한테 시집갈 생각도 없고,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관심 없어. 그런데 너는 왜 사사건건 나를 몰아세우니? 나를 바닥까지 짓밟아야 속이 시원하겠어?”목소리는 잔잔했다. 예전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흥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보다 훨씬 날카롭게 귀를 찔렀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임서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이 집에 자매라고는 저희 둘뿐인데, 제가 왜 언니를 몰아세우겠어요? 저를 적으로 여기시는 건 언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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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임하연의 몸이 움찔했다. 그녀가 겁먹은 얼굴로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니, 저를 가둬 두시겠다는 말씀이세요?”임씨 부인은 어느새 임하연이 몰아가는 말에 휘말려 있었다. 그녀가 노성을 터뜨렸다.“허튼소리! 내가 언제 너를 가두겠다고 했느냐?”임하연은 작은 보따리를 움켜쥔 채 고개를 숙였다.“그럴 생각이 아니시라면 떠나게 해 주세요. 여기 남아서 눈엣가시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임서월이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두 손으로 임하연의 발목을 붙잡더니 눈물 콧물까지 쏟으며 울었다.“언니, 저를 죽게 만들 작정이세요? 언니가 나가 버리면 어머니와 오라버니는 무슨 낯으로 사람들을 만나시겠어요?”“둘 다 그만하거라!”더는 참을 수 없었던 임태겸이 낮게 호통쳤다.임아연은 겨우 잠잠해진 참이었다. 그런데 임서월이 굳이 찾아와 아픈 곳을 들쑤셔 놓았다. 임태겸은 안채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무엇보다 싫어했다. 임서월의 행동에도 반감이 일기 시작했다.“오라버니, 저는…….”임서월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억울한 기색이 눈가에 가득했고, 눈물은 진주알처럼 굴러떨어졌다.임태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목소리에도 냉기가 서렸다.“어머니 곁이나 잘 지켜라. 다른 일에는 나서지 말고.”그제야 임씨 부인은 자신이 친딸의 편을 들어 주러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태겸아, 서월이 잘못한 일도 아니지 않느냐. 그 애는 마음이 착해서 임아연을 밀었을 리가 없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분명히 가려야지.”임태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더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임아연의 손이 다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임서월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 아래로 증오가 연달아 스쳤다. 그러나 곧 임씨 부인의 팔을 붙잡고 작게 말했다.“어머니, 이제 그만하세요. 그냥 제가 잘못한 걸로 해요.”억울해도 순순히 감내하려는 모습에 임씨 부인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지. 임씨 집안에서는 누구를 편들지도, 잘못을 눈감아 주지도 않는다. 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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