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비친 그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지훈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깊은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며칠 전, 본부장실에서 태건과 나누던 대화가 떠올랐다.‘미친놈 맞고, 맞아 죽을 새끼도 맞아. 그러니까 내 부탁 좀 들어줘. 원하는 건 다 들어줄게.’‘그냥 나가 죽어.’‘그게 네가 원하는 거면, 기꺼이 그럴게. 근데 대신에 일이 다 끝나고 나서. 그 전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서.’자신을 보며 말하는 입가엔 미소가 그려져 있었지만, 눈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슬퍼 보였다.결국에는 거절할 수가 없어 받아들이긴 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계획이었다. 애초에 성공 가능성도 희박했다.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태블릿 화면에 비친 제 얼굴이 보였다.가만히 얼굴을 바라보던 지훈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려 유리창에 이마를 박았다.“그냥 내가 미친놈이지, 내가.”태건은 그런 지훈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훈의 자기 비하는 채원이 차에 탈 때까지 계속됐다.* * *행사장 입구에 검은 세단이 멈춰 섰다.먼저 차에서 내린 태건이 몸을 돌려 채원에게 손을 내밀었다.채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얹었다.그녀가 차에서 내리고 다정하게 팔짱을 낀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을 향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결혼 이후 좀처럼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다. 꽤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기자들은 둘의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담기 위해 바쁘게 셔터를 눌렀다.태건과 채원은 자신을 향한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거나,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함께 발맞춰 걷는 모습을 보였다.“둘이 같이 왔네.”“둘이 별거 중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그건 아닌가 봐?”낮게 낮춘 목소리였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들릴 만한 크기였다.채원은 애써 들리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그녀의 입가엔 계속 미소가 그려져 있었고, 태건의 팔에 팔짱을 낀 손은
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