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로 돌아온 백재연은 한동안 창밖만 바라봤다. 그녀의 책상 위엔 오늘 아침 유연의 상태가 적힌 보고서가 놓여있었다. 몇 년을 매달렸지만, 유연의 상태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유연의 치료는 극비로 진행되어 병원에서 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워낙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 이를 아는 이들 중 일부는 그녀의 치료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재연이 딸이 쓰러져서 점점 미쳐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윤 원장 또한 백재연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딸이라면 채원도 있는데, 왜 가망도 없는 유연에게 왜 그리 집착하는 것이냐며 묻기도 했다.그의 질문에 백재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채원은 유연이처럼 쓸모 있는 애가 아니에요.”그 표정과 목소리에 윤 원장은 더 이상 유연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다.하지만 확실히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문제가 더 커질 게 분명했다. 치료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백재연은 투자자가 필요했다.한숨을 내뱉은 백재연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남 비서가 추려온 국내 대기업 현황 자료를 펼쳤다.한 장, 한 장 넘기던 손이 어느 한 곳에서 멈췄다.대건그룹. 최근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가지며 국내 여러 제약사에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는 기업이었다.백재연은 유심히 서류를 바라보더니, 해당 페이지를 빼며 남 비서를 불렀다.곧바로 문이 열리고, 남 비서가 안으로 들어오며 고개를 숙였다.“부르셨습니까.”백재연은 대건그룹이 적힌 페이지를 그에게 건넸다.“여기, 좀 더 알아봐.”그녀에게서 종이를 건네받은 남 비서는 시선을 내려 대건그룹의 이름을 확인했다.“어디까지 알아볼까요?”남 비서의 물음에 백재연은 나머지 종이들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며 말했다.“뭐든 다. 가족 관계, 주변 인물, 집안 배경 다. 쓸만한 정보는 다 알아봐.”“네, 알겠습니다.”남 비서는 종이를 곱게 접어 재킷 안 주머니에 넣고 허리를 숙였다. 그가 서둘러 방을 나가고, 백재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어쩌면 채원을 쓸
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