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서.] 도아윤은 휴대전화 화면에 떠 있는 다섯 글자를 벌써 열두 번째 읽고 있었다. 처음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잘못 본 줄 알았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상대방이 잘못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에는 혹시 자신이 모르는 영국식 농담인가 싶었고, 네 번째부터는 슬슬 화가 났다. 아니, 정확히는 화가 나는 척하고 싶었다. “이 남자는 대체 뭐야.” 아윤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끌어안았다. 목욕을 마친 뒤라 머리카락은 아직 조금 젖어 있었고, 무릎에는 가벼운 담요가 덮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마신 캐모마일 차와 오늘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 그리고 수정 중인 주얼리 스케치북이 놓여 있었다. 평소였다면 이미 노트북을 열고 내일 일정을 정리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문제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내일 점심시간 괜찮습니까?] [무슨 일인데요?] [식사.] [왜요?] [보고 싶어서.] 다시 읽어도 이상했다. 업무적인 이유도 없고, 계약 조건을 추가로 검토하자는 말도 아니었다. 그저 보고 싶어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아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너무 직접적이잖아.” 그것이 문제였다. 레이 컨덜튼은 지금까지 아윤이 만난 남자들과 달랐다.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게 굴다가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너무도 간단하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걱정했다는 말도 그랬다. 보고 싶다는 말도. 무엇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레이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낮에 작업대 앞에서 벌어졌던 일이 떠올랐다. 뒤로 넘어지려는 자신을 붙잡아 주던 팔, 허리를 받치던 단단한 손바닥, 가까워진 얼굴과 입술에 잠시 머물렀던 시선까지. 그때 레이는 분명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히 상대방을 확인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아니야.’ 아윤은 고개를 저었다. ‘혼자 착각하지 마.’ 삼 년 전의 일이 있은 뒤, 그
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