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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질수록 위험한 사람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4 22:42:23

호텔 라운지를 나왔을 때는 밤 아홉 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공기가 차가웠다.

아윤은 코트 깃을 여몄다.

레이가 옆에서 걸음을 맞췄다.

“집까지 데려다주겠습니다.”

“오늘은 거절 안 할게요.”

“다행이네요.”

아윤이 웃었다.

“그렇게 좋아요?”

“네.”

또 너무 솔직한 대답이었다.

아윤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적응 안 돼.”

“곧 익숙해질 겁니다.”

“누구 마음대로요?”

레이가 그녀를 바라봤다.

“아윤 씨 마음대로.”

“…….”

그 말에 아윤은 괜히 웃음이 났다.

두 사람은 호텔 앞의 작은 정원을 지나 차가 기다리는 쪽으로 걸었다. 정원 가장자리에는 키가 낮은 관목이 심어져 있었고, 비에 젖은 잎사귀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 아윤이 멈췄다.

“레이 씨.”

“네.”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저 사실.”

레이가 기다렸다.

“어제 조금 후회했어요.”

그의 눈썹이 움직였다.

“뭘요?”

아윤은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비 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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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을 말하다   가까워질수록 위험한 사람

    호텔 라운지를 나왔을 때는 밤 아홉 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공기가 차가웠다.아윤은 코트 깃을 여몄다.레이가 옆에서 걸음을 맞췄다.“집까지 데려다주겠습니다.”“오늘은 거절 안 할게요.”“다행이네요.”아윤이 웃었다.“그렇게 좋아요?”“네.”또 너무 솔직한 대답이었다.아윤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적응 안 돼.”“곧 익숙해질 겁니다.”“누구 마음대로요?”레이가 그녀를 바라봤다.“아윤 씨 마음대로.”“…….”그 말에 아윤은 괜히 웃음이 났다.두 사람은 호텔 앞의 작은 정원을 지나 차가 기다리는 쪽으로 걸었다. 정원 가장자리에는 키가 낮은 관목이 심어져 있었고, 비에 젖은 잎사귀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그때 아윤이 멈췄다.“레이 씨.”“네.”그녀는 잠시 망설였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저 사실.”레이가 기다렸다.“어제 조금 후회했어요.”그의 눈썹이 움직였다.“뭘요?”아윤은 손끝을 만지작거렸다.“비 왔을 때.”레이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차양 아래에서요?”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윤은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이미 말을 시작했으니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었다.“그때 키스해도 되냐고 물었잖아요.”“기억합니다.”“제가 아직은 안 된다고 했고요.”“네.”아윤은 고개를 들었다.“근데.”잠시 입술을 깨물었다.“조금 후회했어요.”레이의 표정이 달라졌다.그가 한 걸음 가까이 왔다.“도아윤.”처음이었다.존칭 없이 이름을 불렀다.아윤의 숨이 멈췄다.“……네.”“그 말.”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어떤 뜻인지 알고 합니까?”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레이가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참을성이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아윤은 잠시 그를 올려다봤다.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그런 것 같아요.”레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런데도?”아윤은 한 걸음 다가갔

  • 사랑을 말하다   가까워질수록 위험한 사람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은 DW 본사에서 멀지 않은 작은 호텔의 라운지였다. 레이는 직원에게 안쪽 자리를 부탁했고,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 앉았다.아윤은 커피를 주문했지만 마시지 않았다.레이의 얼굴만 바라봤다.“이제 이야기해요.”레이는 잠시 손가락을 맞잡았다.“마린이라는 여자가 있습니다.”아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사람이에요?”“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입니다.”“전 여자친구예요?”“아닙니다.”대답은 즉각적이었다.“사귄 적 없습니다.”아윤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레이는 말을 이었다.“마린은 몇 년 전부터 나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감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이 심해졌어요.”“어떻게요?”“내 일정을 알아내 찾아오고, 연락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연락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사진을 찍기도 했고요.”아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스토킹이네요.”“네.”레이는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그러나 아윤은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진지하게 물었다.“신고는 했어요?”레이는 잠시 침묵했다.“과거에 여러 차례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당시 내 주변 사람이 심하게 다친 사건도 있었고요.”아윤의 얼굴이 굳었다.“마린이 한 일이에요?”“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증거는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어요.”“…….”“그 뒤로 접근을 차단했는데, 최근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아윤은 커피잔을 내려다봤다.“그래서요?”레이가 그녀를 바라봤다.“어젯밤 내게 연락했습니다.”“…….”“당신 이름을 알고 있더군요.”순간 아윤의 손이 멈췄다.“제 이름을요?”“네.”“어떻게?”“확인 중입니다.”아윤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뒤섞였다.누군가 자신을 알고 있다.그것도 레이에게 집착하던 사람이.그 사실은 분명 두려웠다.하지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의외로

  • 사랑을 말하다   가까워질수록 위험한 사람

    오전 회의는 예상보다 길어졌다.체인의 연결 구조를 바꾸면 무게는 줄일 수 있었지만 펜던트가 돌아가는 문제가 생겼다. 아윤은 세공 담당자와 함께 몇 가지 해결 방법을 검토했다.“이 부분을 조금 더 안쪽으로 넣으면 어떨까요?”샬럿이 새로운 스케치를 보여주었다.아윤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괜찮네요. 대신 피부에 닿는 면은 둥글게 처리해야 해요.”“네.”“착용할 때 불편하면 아무리 예뻐도 의미가 없으니까.”디자인의 마지막 선까지 확인한 뒤에야 회의가 끝났다.아윤이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는 거의 정오였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반사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레이 컨덜튼.아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표정을 굳혔다.‘아니야.’그냥 거래처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아윤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바쁩니까?]평소와 같은 낮은 목소리였다.“조금 전에 회의 끝났어요.”[손목은요?]“많이 좋아졌어요.”[다행이네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아윤은 책상 위의 펜을 굴렸다.“그런데 무슨 일이에요?”[오늘 저녁 시간 괜찮습니까?]펜이 멈췄다.“오늘요?”[네.]“왜요?”전화기 너머에서 아주 짧은 숨소리가 들렸다.[할 이야기가 있습니다.]아윤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어제와는 다른 말투였다.평소처럼 장난스럽지도 않았다.“무슨 이야기인데요?”[직접 만나서 말하고 싶습니다.]아윤은 잠시 생각했다.“일곱 시 이후면 괜찮아요.”[그럼 일곱 시 반에 보죠.]“어디서요?”[제가 찾아가겠습니다.]“회사로요?”[네.]아윤은 창밖을 바라봤다.“레이 씨.”[네.]“무슨 일 있어요?”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그리고 잠시 후.[있습니다.]아윤의 손이 멈췄다.[하지만 지금은 일부터 하세요.]“…….”[저녁에 이야기하죠.]통화가 끝났다.아윤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불길한 기분이었다.레이가 평소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그는 무언가를 숨기

  • 사랑을 말하다   가까워질수록 위험한 사람

    비가 그친 런던의 새벽은 유난히 고요했다. 레이 컨덜튼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서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식어버린 커피와 몇 장의 서류가 놓여 있었고, 노트북 화면에는 조금 전 비서가 보내온 보고서가 열려 있었다.마린 애슈포드.스물아홉.모델로 활동했던 여자.그리고 레이가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보고서에 따르면 마린은 사흘 전 영국에 입국했다. 정확한 체류 장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런던에서 과거 함께 일했던 관계자들과 접촉한 정황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최근 HR 그룹의 신규 편집관 사업과 DW 주얼리에 관한 공개 자료를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레이는 마지막 문장에 시선을 고정했다.DW.도아윤의 회사였다.그 이름을 보는 순간 전날 밤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마린의 웃음소리가 다시 떠올랐다.‘도아윤. 예쁘더라.’그녀는 이미 아윤을 알고 있었다. 단순히 이름을 들은 정도가 아니었다. 웃는 얼굴이 예쁘다고 이야기할 만큼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레이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에드워드.”[네, 이사님.]“어젯밤 통화 기록은 보존했습니까?”[네. 법무팀에 전달할 자료와 함께 정리하고 있습니다.]“마린이 아윤의 신상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도 확인해 주세요. 회사 내부 자료에 부적절한 접근이 있었는지부터요.”[알겠습니다. 경찰에 제출할 수 있는 자료도 준비하겠습니다.]레이는 잠시 침묵했다. 과거에는 마린이 저지른 일들을 가족 사이의 문제처럼 덮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녀의 불안정한 행동을 가볍게 여기거나, 레이가 조금만 부드럽게 대해주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그 결과 누군가 크게 다쳤다.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그리고 DW 쪽 계약과 무관한 개인정보 접근은 즉시 차단하세요.”[네.]“경호 인력을 보내는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하겠습니다. 당사자에게 설명도 없이 누군가를 붙이는 건 원하지 않아요.”통화를 마친 레이는 의

  • 사랑을 말하다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

    아윤은 레이를 바라봤다.레이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왜요?”“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가 웃었다.“그냥 조금 신기해서.”“뭐가요?”“그날 비가 안 왔으면 우리 못 만났을 수도 있잖아요.”레이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렇겠죠.”“그럼 이렇게 다시 만나는 일도 없었을 테고.”“…….”레이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그래서.”그가 천천히 말했다.“나는 그날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아윤의 심장이 내려앉았다.“…….”“아윤 씨를 만났으니까.”그 말이 끝나는 순간.톡.빗방울 하나가 아윤의 뺨에 떨어졌다.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이어서 두 번째.세 번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어?”아윤이 손을 뻗었다.“진짜 오네.”레이가 주변을 둘러봤다.가까운 곳에 건물의 차양이 보였다.“이쪽으로.”그가 아윤의 손을 잡았다.“……!”아윤은 반사적으로 그를 바라봤다.레이도 곧바로 멈췄다.“괜찮습니까?”아윤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큰 손이 자신의 손가락을 감싸고 있었다.따뜻했다.삼 년 전.비 오는 거리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워 주던 손처럼.아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제야 레이가 그녀와 함께 걸었다.두 사람은 건물 차양 아래로 들어갔다.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레이는 휴대전화로 운전기사에게 연락한 뒤 아윤을 돌아봤다.“조금만 기다리죠.”“네.”아윤은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그 순간 레이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잠깐.”“네?”그가 손을 들었다.아윤은 움직이지 않았다.레이의 손끝이 그녀의 관자놀이 가까이 다가왔다.젖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뺨에 붙어 있었다.그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떼어 귀 뒤로 넘겨주었다.손끝이 피부를 스쳤다.아윤의 숨이 멈췄다.“…….”레이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눈이 마주쳤다.차양 아래는 생각보다 좁았다.한 걸음만 움직이면 서로의 어깨가 닿을 거리였다.레이의 시선이 아윤의 눈에 머물렀다.그리고 아주 천천히.입술로 내

  • 사랑을 말하다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

    그런데 안전벨트를 당기는 순간 손목이 욱신거렸다. “아.”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레이는 바로 알아차렸다. “아직 아픕니까?” “조금요.” 레이가 몸을 숙였다. “제가 하죠.” “아니, 혼자 할 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멈췄다. 아윤을 바라봤다. “해도 됩니까?” 아윤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제야 레이가 상체를 숙였다. 순간 아윤의 숨이 멈췄다. 가까웠다. 예상보다 훨씬. 그의 어깨가 아윤의 시야를 가렸고, 코트 안쪽으로 부드러운 향이 스쳤다. 레이는 안전벨트를 당겨 그녀의 어깨와 허리 앞으로 넘겼다. 손끝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움직임이 오히려 아윤을 더 의식하게 만들었다. 딸깍. 벨트가 채워졌다. 하지만 레이는 바로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아윤의 목걸이가 안전벨트 아래에 걸려 있었다. “잠깐.” 그가 펜던트를 조심스럽게 빼냈다. 손가락이 쇄골 아래의 체인에 아주 잠깐 닿았다. 아윤의 어깨가 움찔했다. 레이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쳤다. “불편합니까?” 아윤은 입술을 달싹였다. 불편한 건 아니었다. 다만.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있었다. “……아니요.” 레이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 그러더니 아주 작게 웃었다. “그럼 다행이고.”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윤은 차 문이 닫힐 때까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 사람.’ 정말 위험했다. ⸻ 레이가 데려간 곳은 템스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프랑스식 레스토랑이었다. 유명한 호텔이나 화려한 고급 식당일 거라고 예상했던 아윤은 조금 놀랐다. 레스토랑은 생각보다 아담했고, 테이블마다 놓인 생화와 부드러운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강물이 천천히 흘렀다. “여기 자주 오세요?” 아윤이 물었다.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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