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죽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이현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숨을 삼켰다. 들이마신 공기가 가슴 한가운데서 걸렸다. 기침을 참으려 입을 막았지만, 젖은 숲에 마른 소리가 새어 나갔다. 조금 전까지 들리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도윤…….” 대답은 없었다. 휴대전화에는 통신 불가라는 글자만 떠 있었다. 한 번만 산에 올라보고 싶었다. 가을이 끝나기 전에. 남들처럼 제 발로 걸어서,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 바람이었는데. 이현은 마지막 알약을 물 없이 삼켰다. 목에 걸려 한참을 기침했다. 눈물이 차올랐다. “길만 찾으면 돼.” 등산화 안에서 발목이 욱신거렸다. 길을 되짚은 것이 몇 번째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을 봐도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안개가 낮게 흘렀다. 그때였다. 부스럭. 이현이 멈췄다. 오른쪽 수풀에서 난 소리였다. 바람인가 싶었지만 머리 위 잎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스럭, 부스럭. 무언가가 가지를 밀고 있었다. 이현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발밑에서 자갈이 굴렀다. 소리는 잠깐 멎었다가, 이번에는 더 가까운 곳에서 났다. 뚝. 굵은 가지가 부러졌다. 수풀이 벌어졌다. 먼저 보인 것은 도끼였다. 날에 묻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이어 커다란 손과 두꺼운 팔, 젖은 머리카락 아래 검은 눈이 나타났다. 남자는 가지를 어깨로 밀어내며 이현을 내려다봤다. 너무 컸다. 이현은 숨도 못 쉬고 뒷걸음쳤다. “거기—” 남자가 손을 뻗었다. 발뒤꿈치 아래에 있어야 할 땅이 없었다. 시야가 뒤집혔다. 어깨가 바위에 부딪히고, 몸이 한 바퀴 굴렀다. 손을 뻗어 잡은 풀은 뿌리째 뽑혔다. 마지막으로 들린 것은 욕설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비탈을 뛰어 내려오는 소리. 무진은 도끼를 던져놓고 쓰러진 사람 곁에 무릎을 꿇었다. “들립니까.” 대답이 없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어 있었다. 무진은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걷어내려다 손을 멈췄다. 흙
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