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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손을 빌려드립니다

Author: 운디네J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4 18:13:32

“저도 할래요.”

무진은 도끼를 내려놨다.

이현의 시선이 도끼로 갔다가, 그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거 말고요. 약초.”

나흘째 아침에도 계곡 아래의 길은 끊겨 있었다. 무진은 아침마다 능선에 다녀왔고, 오늘도 구조대를 만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손이 자꾸 이불 끝을 뜯었다.

무진은 바구니를 식탁에 놓았다.

“잎이 찢어진 건 이쪽. 검게 변한 건 버리고.”

“멀쩡한 건요?”

“이쪽.”

바구니 세 개가 나란히 놓였다.

이현은 첫 잎을 집었다. 뒷면이 은빛인, 차에서 봤던 잎이었다. 줄기는 보랏빛이 돌았다.

무진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잎을 치웠다.

“이건 섞으면 안 됩니다.”

“똑같이 생겼는데요.”

“뒤집으면 달라요.”

이현은 잎을 뒤집고 두 장을 비교했다. 이제야 차이가 보였다.

“사람도 뒤집어보면 잘 알 수 있으면 좋겠네요.”

무진은 고개를 들었다.

“왜요.”

“겉만 보고 자꾸 틀리니까요.”

말하고 나서 이현은 입을 다물었다. 무진도 아무 말이 없었다. 목욕하던 날의 일이 식탁 사이로 돌아왔다.

괜한 말을 했다 싶었을 때, 무진이 잎 하나를 내려놨다.

“그건 내가 틀렸습니다.”

이현은 그를 봤다.

무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물어볼게요.”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이번에는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무진이 잎을 다시 확인해 천 위에 펼쳤다. 무진은 그늘과 바람이 중요하다며 선반의 위치를 바꿨다.

이현은 공책에 날짜를 적었다.

“날씨는 맑음?”

“오후에 안개 끼면 그것도 적어요.”

“제 이름도 써도 돼요?”

무진의 손이 멎었다.

“왜.”

“제가 했다는 표시요.”

이현은 허락을 기다렸다. 무진은 잠깐 공책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취자는 무진.

선별은 무진, 이현.

자신의 이름이 그의 이름 옆에 놓였다.

이현은 펜 끝을 한 번 더 눌렀다.

오후에는 무진이 지붕의 빗물받이를 고쳤다.

이현은 처마 아래서 나무 조각을 받아줬다. 무진이 내려올 때 손바닥에 가시가 박혔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빼려 했지만 끝이 잘 잡히지 않았다.

“손 주세요.”

이현이 작은 집게를 들었다.

무진은 잠깐 망설이다 맞은편에 앉았다.

“안 보여요. 더 가까이.”

의자가 끌렸다.

이현은 무진의 손을 받쳐 들었다. 두 사람의 무릎이 닿았다. 무진이 물러나려 하자 이현이 손을 잡은 채 따라갔다.

“움직이면 더 아파요.”

무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현의 머리카락이 손등 가까이 내려왔다. 고개를 숙일 때마다 숨이 닿았다. 무진은 창밖을 봤다. 나무가 몇 그루인지 세어보려다가 그만뒀다.

세는 것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됐어요.”

이현은 상처를 확인하고 손을 놓았다. 무진은 곧장 일어나지 못했다.

“또 박히면 저한테 와요.”

“여기 계속 있을 것도 아닌데.”

말이 먼저 나왔다.

이현이 집게를 내려놓았다.

무진은 그의 얼굴을 보고 뒤늦게 입술을 다물었다. 웃고 있던 사람이 조용해졌다.

“그러네요.”

그 대답이 불편했다.

무진은 고쳐 말할 기회를 찾았지만, 이현은 먼저 바구니를 들었다.

저녁이 되자 이현의 어깨가 뻐근해졌다.

젖은 옷은 갈아입었지만 머리는 다시 감고 싶었다. 그는 대야를 끌어오다가 무진에게 들켰다.

“또 혼자 하려고.”

“이번에는 안 넘어져요.”

“그건 넘어지고 나서 하는 말 아닙니다.”

무진은 대야를 옮기고 의자를 가져왔다. 이현을 앉힌 뒤 물 온도를 물었다. 이현이 괜찮다고 하자 천천히 머리카락을 적셨다.

이마를 받치는 손이 따뜻했다.

이현은 눈을 감았다. 물이 귀로 흐르지 않도록 손바닥이 방향을 바꿨다. 사람을 대하는 데 서툰 손이 자신에게만큼은 자꾸 조심스러워졌다.

무진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쌌다.

“아까는.”

이현은 눈을 떴다.

“가라는 뜻으로 한 말 아닙니다.”

무진의 손이 수건 위에서 멈췄다.

“나도 압니다. 여기 계속 있을 수 없는 거.”

이현은 그 손을 올려다봤다.

이번에는 무진의 말이 더 아팠다. 자신도 알고 있는 끝을, 둘이 같이 보고 있다는 뜻이어서.

그는 수건 끝을 잡았다.

무진의 손가락과 잠깐 겹쳤다.

어느 쪽도 먼저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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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서 주운 남자가 겨울을 약속했다   5화. 돌아올 자리

    아침에 눈을 뜬 이현은 먼저 손을 봤다. 비어 있었다. 의자에는 무진의 겉옷만 남았다. 지난밤의 기억이 꿈처럼 희미했다. 그러나 이마 위에는 미지근해진 천이 있었다. 문이 열렸다. 무진이 들어오자 이현은 괜히 손을 이불 속에 넣었다. “좀 어때요?” “괜찮아요.” “일어나면 어지럽고?” 이현은 천천히 상체를 세웠다. 평소보다 가슴이 덜 답답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셔도 곧장 기침이 나오지 않았다. 낯설어서 한 번 더 해봤다. 무진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식탁에 그릇을 내려놨다. “죽 말고 밥도 있습니까?” 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있죠.” “그걸 먹고 싶어요.” 무진은 아무 말 없이 찬장을 열었다. 이번에는 웃는 입가를 숨기지 못했다. *** 비가 멎은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무진은 지도를 펼쳤다. 종이 끝이 닳아 있었고, 군데군데 연필로 선을 더 그어놓았다. “이 길은 무너졌고, 이쪽 다리는 물에 잠겼습니다.” 굵은 손가락이 계곡을 따라 움직였다. 이현은 자신이 걸었던 길을 찾았다. 도윤과 헤어진 지점은 기억났지만 그 뒤로는 방향을 알 수 없었다. “위쪽에서는 연락이 될까요?” “예전에는 됐는데. 확인해보죠.” 무진은 이현의 휴대전화를 받았다. 배터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전원을 껐다. “만약 연결되면 도윤에게요. 최근 통화에 있어요.” 무진의 손이 멈췄다. “가족입니까.” “친구요. 같이 왔어요.” “……걱정하겠네.”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진은 신발 끈을 당겼다. 단단히 묶인 매듭을 한 번 더 당겼다. “혼자 밖에 나가지 마요.” “처마까지만요.” “발이 아직—” “계속 누워 있으면 등이 먼저 굳겠어요.” 무진은 문턱과 마당을 번갈아 봤다. 결국 의자를 밖으로 옮기고 발을 올릴 나무 상자를 가져왔다. 이현은 웃음을 참았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에 붉은 끈이 보였다. 무진은 걸음을 멈췄다. 흙에 박힌 말뚝 옆으로 낯선 숫자가 적혀 있었다. 지난달 서린이 말했던 측량 표식이었다. 그

  • 산에서 주운 남자가 겨울을 약속했다   4화. 쓴맛을 나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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