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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여자 옷은 없습니다

Author: 운디네J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4 18:12:44

“여자 옷은 없습니다.”

이현은 단추에 올렸던 손을 멈췄다.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 목덜미는 햇볕에 그을렸는데 귀 끝만 붉었다.

이현은 잠깐 그 등을 바라봤다.

여자 옷?

눈을 뜬 것은 새벽이었다.

낯선 천장과 장작 냄새.

침상 옆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커다란 몸을 좁은 의자에 구겨 넣은 채 잠들어 있었다. 자신을 비탈에서 끌어올린 사람이었다.

도끼와 뒤집히던 숲이 떠올랐다.

아직도 자신이 남자의 손목을 쥐고 있었다.

손을 떼자 남자가 눈을 떴다.

“어디 아픕니까.”

잠에서 깬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발목이 조금…….”

남자는 다리를 살피고 물컵을 내밀었다. 이현이 상체를 일으키자 등에 베개를 받쳐주었다. 큰 손이 다가오자 이현은 움찔했다.

남자가 곧 손을 거뒀다.

“놀랐겠네.”

“아까는 곰인 줄 알았어요.”

말하고 나서 이현이 입술을 다물었다.

남자는 자신을 내려다봤다.

“곰은 도끼 안 듭니다.”

이현의 입에서 웃음이 샜다. 웃다가 기침이 나자 남자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

“천천히.”

물컵을 받친 손은 놀랄 만큼 조심스러웠다.

이현은 이름을 말했다.

“이현이에요.”

남자의 시선이 잠깐 얼굴에 머물렀다.

“무진.”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무진 씨.”

무진은 대답 대신 난로에 장작을 넣었다.

날이 밝아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무진은 길을 확인하고 돌아와 계곡물이 불었다고 말했다. 위쪽 능선에 구조 신호를 남겼으며, 물이 빠지는 동안 오두막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도윤은 지금쯤 자신을 찾느라 산을 헤맬 것이다.

미안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 일이 조금 기뻤다. 식탁에는 따뜻한 죽이, 창밖에는 숲이 있었다.

무진은 식탁 맞은편에 앉지 않았다.

이현이 고개를 들 때마다 다른 일을 하는 척했다.

“저 무서워요?”

“아니.”

“그럼 왜 자꾸 피하세요?”

무진은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놨다.

“안 피합니다.”

귀가 다시 붉어졌다.

이현은 더 묻지 않았다.

무진은 젖은 옷이 불편할 거라며 씻을 물을 준비했다.

방 한쪽의 나무 욕조를 닦고, 낡은 천을 걸어 가림막을 만들었다. 찬물을 섞은 뒤 팔꿈치를 담가 온도를 확인했다.

수건을 놓았다가 옮기고 다시 접었다.

“너무 뜨거우면 말해요.”

이현은 발을 내려놓았다. 통증에 숨을 들이켜자 무진이 바로 다가왔다.

“딛지 말고.”

그의 팔을 잡고 일어났다.

무진은 이현이 중심을 잡자 물러났지만, 손은 바로 놓지 않았다.

이현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먼저 피한 것은 무진이었다.

무진은 궤짝에서 가장 작은 옷을 골랐다. 그래도 소매가 한참 남을 것 같았다.

왜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서린이 다녀갈 때는 이렇지 않았다. 옆에 앉아 손등을 건드리며 말을 해도 장부의 숫자를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은 방 건너편에서 옷자락 스치는 소리만 나도 고개가 돌아갔다.

“밖에 있을 테니까 씻어요. 넘어질 것 같으면 부르고.”

“혼자 들어갈 수 있을지…….”

이현이 욕조 가장자리를 바라봤다.

무진은 대답하려다 시선을 내렸다. 이현의 손끝이 옷깃을 풀고 있었다. 젖은 천이 목에서 떨어졌다.

목이 말랐다.

그는 황급히 등을 돌렸다.

“내가 나가고 벗어요.”

뒤에서 움직임이 멎었다.

무진은 옷을 더 가까이 밀어놓았다.

“여자 옷은 없습니다.”

“왜 여자 옷이 필요해요?”

“……불편할까 봐.”

“무진 씨.”

부르는 목소리에 그가 돌아봤다.

이현은 풀다 만 단추를 잡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미하게 웃었다.

“저 남자인데요.”

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로 안에서 장작이 무너졌다.

손에 들고 있던 수건 끝이 바닥에 닿았다.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

남자.

그 말은 뜻을 이해하기 전에 오래된 목소리부터 데려왔다.

너 같은 건—

무진은 이를 악물었다.

이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무진 씨?”

그는 수건을 내려놓고 문으로 향했다.

“씻어요.”

목소리가 낯설게 굳었다.

문을 닫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닿았다. 무진은 처마 아래에 멈춰 섰다.

눈을 감았다.

그런데도 방금 본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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