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톱스타가 내 월세를 대신 냅니다: Chapter 31 - Chapter 40

55 Chapters

# 31화. 다시 만난 계약자

# 31화. 다시 만난 계약자문 안쪽에서 잠금장치가 풀렸다.철컥.서지안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났다.문이 천천히 열렸다.남시헌이 그 안에 서 있었다.기자회견장에서 입었던 검은 정장은 사라지고, 짙은 회색 티셔츠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제대로 말리지 않은 듯 이마 위로 흐트러져 있었다.그는 지안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놀란 눈빛이 곧 굳었다.“어떻게 찾았어요?”첫마디가 반가움이 아니라 추궁이었다.지안은 예상했다는 듯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당신이 보낸 사진.”“위치 정보는 지웠습니다.”“정보가 없어도 보이는 건 있거든요.”지안은 방 안 벽에 붙은 찢어진 영화 포스터를 가리켰다.“김도완 감독님이 만든 한정 포스터. 창문 밖 붉은 벽돌. 오래된 현상소를 개조한 작업실.”시헌은 포스터를 돌아봤다.“감독님이 말했습니까?”“처음에는 안 했어요.”“결국 했군요.”“내가 알아냈고, 감독님은 확인만 해줬어요.”시헌은 복도 너머를 확인했다.“혼자 왔습니까?”“해솔이랑 감독님은 아래에 있어요.”그의 굳은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들어오면 안 됩니다.”지안은 기가 막힌 듯 웃었다.“문 열어놓고 할 말이에요?”“여기까지 온 건 확인했으니 돌아가요.”“뭘 확인해요?”“내가 살아 있다는 것.”“그것만 보러 온 줄 알아요?”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지안은 열린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그 역시 문을 닫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에 문턱 하나가 놓여 있었다.옥탑방에서는 무너진 벽이 둘을 연결했다.이번에는 멀쩡한 문이 가로막고 있었다.“들어오라고 할 거예요?”지안이 물었다.“안 됩니다.”“왜요?”“기자회견 직후라 감시가 붙었을 수 있습니다.”“오는 길에 세 번 갈아탔어요. 감독님 차도 중간에 바꿨고.”“그래도 위험합니다.”“당신이 나를 만나는 게?”“당신이 나를 만나는 게.”같은 문장이었지만 뜻은 달랐다.시헌은 자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지안은 그 생각에 지쳐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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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돈 없는 계약

# 32화. 돈 없는 계약다음 날 오후 두 시.서지안은 다시 낡은 현상소 앞에 섰다.이번에는 주소를 추적하지 않았다.남시헌이 직접 보낸 메시지에 적힌 시간에 맞춰 왔다.[오후 두 시.][기다리고 있겠습니다.]명령도 아니고 부탁도 아니었다.그저 약속이었다.지안은 손잡이를 잡기 전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박해솔에게 도착 메시지를 보냈고, 김도완에게도 위치를 공유했다.혼자 결정하지 않기로 한 것은 남시헌에게만 요구한 규칙이 아니었다.문을 두드리자 곧 발소리가 들렸다.이번에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문이 열렸다.시헌은 검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채였다.“시간 정확하네요.”“오라고 해놓고 늦게 오면 화낼 거잖아요.”“화를 내지는 않습니다.”“표정으로 내잖아요.”시헌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지안은 그의 옆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어제보다 공간이 조금 정돈돼 있었다.바닥에 흩어져 있던 서류는 책상 위에 종류별로 쌓였고, 접이식 침대 위의 이불도 반듯하게 접혀 있었다.작은 냉장고 위에는 컵 두 개가 놓여 있었다.하나는 종이컵.다른 하나는 검은 머그잔이었다.옥탑방에서 가져간 잔.지안의 시선이 그곳에 머무르자 시헌이 먼저 말했다.“커피 마십니까?”“그 머그잔에요?”“싫으면 종이컵 쓰겠습니다.”“당신 쓰라고 준 거잖아요.”“준 적은 없습니다.”“가져가라고 했죠.”“버리라고도 했고.”지안은 의자를 끌어 앉았다.“좋은 것만 기억하네요.”시헌은 대답 대신 커피를 내렸다.검은 머그잔은 자신의 앞에 두고, 지안에게는 깨끗한 흰 잔을 내밀었다.“새로 샀어요?”“근처에서.”“돈 아껴야 하는 사람 아니에요?”“컵 하나 살 돈은 있습니다.”“월 오백만 원씩 쓰던 사람이니까.”시헌의 손이 멈췄다.지안은 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계약이 끝난 뒤 처음으로 마주 앉은 자리였다.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돈 이야기를 꺼냈다.두 사람의 시작이 돈이었기 때문이다.책상 한가운데에는 어제 작성하다 만 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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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백윤서의 고백

# 33화. 백윤서의 고백백윤서가 보낸 주소는 영업을 중단한 소극장이었다.서울 외곽의 오래된 상가 건물 지하.간판에서는 글자 몇 개가 떨어져 나갔고, 입구에는 임대 문의 종이가 빛바랜 채 붙어 있었다.서지안은 계단 앞에서 멈췄다.“여기 맞아요?”남시헌이 휴대전화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맞습니다.”“백윤서 씨가 왜 이런 곳을 알아요?”“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에 공연했던 곳입니다.”시헌은 지안보다 반걸음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지안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같이 가기로 했잖아요.”그가 걸음을 멈췄다.“앞에서 확인만 하려고 했습니다.”“그게 먼저 가는 거예요.”시헌은 잠시 지안을 바라보다 옆으로 물러났다.두 사람은 나란히 계단을 내려갔다.지하 입구는 잠겨 있지 않았다.문을 열자 오래 묵은 먼지와 축축한 나무 냄새가 흘러나왔다.무대 위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객석 가장 뒤쪽에 작은 비상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백윤서 씨?”지안이 불렀다.대답 대신 좌석 사이에서 사람 그림자가 움직였다.검은 모자와 긴 코트를 입은 여자가 천천히 일어났다.화면에서 보던 백윤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화려하게 정돈된 머리도, 완벽한 화장도 없었다.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갈라져 있었다.그녀는 시헌을 보자 걸음을 멈췄다.“정말 나왔네요.”“당신이 부른 겁니다.”“그래도 안 올 줄 알았어요.”윤서의 시선이 지안에게 향했다.“서지안 씨죠?”“네.”“영상 봤어요.”윤서는 씁쓸하게 웃었다.“잘라내지 않은 영상.”지안은 그녀와 몇 자리의 거리를 두고 섰다.“왜 이제 연락했어요?”“나도 내가 살고 싶었으니까.”그 대답은 변명처럼 들리지 않았다.윤서는 객석 한가운데 놓인 가방을 가리켰다.“휴대전화 꺼주세요.”시헌의 얼굴이 굳었다.“이곳이 노출됐습니까?”“아직은 아닐 거예요.”“확실하지 않다는 뜻이군요.”“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윤서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끈 뒤 배터리까지 분리했다.지안과 시헌도 휴대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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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도망치지 않는 밤

# 34화. 도망치지 않는 밤김도완의 승합차가 소극장 뒤편 골목으로 들어왔을 때, 백윤서는 거의 서 있지 못했다.박해솔이 먼저 내려 윤서의 팔을 붙잡았다.“일단 타요.”윤서는 차량 문 앞에서 멈췄다.“어디로 가요?”“세림이 모르는 곳으로요.”해솔의 대답에도 윤서는 움직이지 않았다.서지안은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누군가를 따라갔다가 갇혔고, 시키는 대로 말했으며, 팔 개월 동안 감시 속에서 살았다. 이제는 도움을 주겠다는 말조차 쉽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김도완 감독님 작업실이에요.”지안이 말했다.“남시헌 씨도 숨어 있었던 곳.”“나를 왜 거기로 데려가요?”“지금 혼자 둘 수 없으니까.”“원본 때문에?”“그것도 있고요.”지안은 윤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오늘 말한 걸 후회하고 다시 세림으로 돌아갈까 봐요.”윤서의 입술이 떨렸다.“돌아갈 곳도 없어요.”“그럼 같이 가요.”지안이 손을 내밀었다.“도망치는 게 아니라, 다음 말을 준비하러.”윤서는 한참 동안 그 손을 바라봤다.마침내 손을 잡았을 때, 손끝이 얼음처럼 차가웠다.남시헌은 두 사람 뒤에서 골목 입구를 확인하고 있었다.검은 차량 한 대가 큰길을 지나쳤다.그는 차량 번호를 확인한 뒤에야 승합차에 올랐다.“추적기는 버렸습니까?”“소극장 안에 두고 왔어요.”지안이 대답했다.“배터리를 빼야 했습니다.”“바닥에 던진 상태면 몇 시간은 그 위치를 계속 전송할 거예요.”시헌의 얼굴이 굳었다.“오히려 그게 나아요.”윤서가 창가에 몸을 붙인 채 말했다.“우리가 아직 안에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시헌은 윤서를 바라봤다.호텔 사건 이후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 앉은 두 사람이었다.윤서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렇다고 사과를 반복하지도 않았다.이미 해야 할 말을 다 한 사람처럼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차량이 출발했다.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창밖의 불빛이 빠르게 지나갔다.지안은 휴대전화 케이스 안에 숨긴 메모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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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숨기고 싶은 사람

# 35화. 숨기고 싶은 사람세림엔터테인먼트의 입장문은 새벽 내내 퍼졌다.[백윤서 배우 연락 두절.][남시헌 및 서지안과 접촉한 정황.][외부 세력에 의한 강압 가능성.]짧은 문장 세 줄이면 충분했다.백윤서가 스스로 찾아왔다는 사실은 사라졌고 남시헌은 다시 위험한 남자가 됐다. 서지안은 그의 범죄를 돕는 공범으로 돌아갔다.김도완의 현상소 안에는 아침이 왔지만 누구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백윤서는 휴게실 소파에 앉아 자신의 사진이 붙은 기사들을 내려다봤다.“실종된 사람이 된 기분이 어때요?”박해솔이 컵라면에 물을 부으며 물었다.윤서가 쓴웃음을 지었다.“남시헌 씨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창가에 서 있던 시헌의 얼굴이 굳었다.“농담이에요.”윤서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웃기지는 않지만.”지안은 노트북 앞에 앉아 밤새 복제해둔 메모리 카드 파일을 다시 확인했다.문서 생성 계정은 세림 홍보팀 내부 계정.마지막 수정 계정은 강태준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외부 접속 계정.음성 파일에는 강태준의 목소리가 들어 있었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세림은 파일이 조작됐다고 주장할 것이고, 윤서가 강압에 의해 거짓 증언을 했다고 몰아갈 것이다.“백윤서 씨가 직접 영상 찍으면 안 돼요?”해솔이 물었다.윤서의 손이 굳었다.“내가 자발적으로 여기 있다고 말하면요?”“세림은 옆에서 누가 시켰다고 하겠죠.”지안이 대답했다.“영상 밖에 남시헌 씨가 서 있다고 할 수도 있고요.”시헌은 창밖을 살피며 말했다.“지금 공개하면 윤서 씨 집과 가족부터 압박할 겁니다.”윤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이미 하고 있을 거예요.”“가족에게 연락했습니까?”“못 해요.”윤서는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어머니는 내가 세림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믿어요. 대표님이 나를 딸처럼 아낀다고도 하고.”“딸처럼 아끼는 사람이 위치 추적기를 코트에 넣어요?”해솔의 말에 윤서는 씁쓸하게 웃었다.“우리 엄마는 그것도 보호라고 믿을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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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죽은 매니저의 전화

# 36화. 죽은 매니저의 전화금이 간 업무용 보조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화면 위에는 저장된 이름이 없었다.대신 정우현이 실종되기 전까지 사용했던 개인 번호가 떠 있었다.남시헌은 그 숫자를 알아봤다.십 년 동안 수없이 전화를 걸고 받았던 번호였다.정우현이 사망 처리된 뒤 해지됐다고 들었던 개인 번호.그 번호가 지금 정우현이 사용하던 업무용 보조 전화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시헌은 손을 뻗지 못했다.죽었다고 믿었던 사람.배신했다고 의심했던 사람.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차 키를 쥐여주며 도망치라고 했던 사람이 전화를 걸어오고 있었다.서지안은 시헌의 손등에 올린 손에 힘을 줬다.“받아야 해요.”“그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그러니까 확인해야죠.”시헌의 시선이 지안에게 향했다.그녀가 대신 받겠다는 뜻이 아니라 함께 받겠다는 뜻임을 확인한 뒤에야 그가 휴대전화를 들었다.통화 버튼을 누르고 스피커를 켰다.“여보세요.”아무런 대답도 없었다.희미한 숨소리만 들렸다.백윤서와 박해솔도 움직이지 않았다. 김도완은 출입문 쪽을 확인한 뒤 편집실 문을 닫았다.시헌이 다시 입을 열었다.“누구입니까?”전화기 너머에서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낮은 신음.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시헌아.”시헌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갈라지고 쉰 목소리였다.그러나 그는 한 음절만으로도 알아봤다.“형?”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숨을 삼켰다.“살아 있었구나.”시헌의 입술이 떨렸다.“형이야?”“목소리 들으니까.”남자의 숨이 거칠게 끊겼다.“진짜 살아 있네.”시헌은 의자에 앉지도 못한 채 책상 모서리를 붙잡았다.“어디야?”“찾지 마.”“어디 있냐고.”“내 이름으로 찾으면 안 돼.”“형.”“정우현은 죽었어.”전화기 너머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우현은 한동안 말을 멈췄다.멀리서 바퀴 달린 수레가 지나가고 금속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윤서가 지안에게 눈짓했다.병원 같았다.“형, 내 말 들려?”시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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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가명으로 입원한 남자

# 37화. 가명으로 입원한 남자현재 시각은 새벽 네 시 사십일 분.김우진 환자의 전원 예정 시각까지 한 시간 십구 분이 남아 있었다.서지안은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청림재활요양병원 위치를 확인했다.현상소에서 병원까지 차로 오십 분.교통이 막히지 않는 시간이라 해도 여유는 거의 없었다.남시헌은 이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바로 출발하겠습니다.”“병원에 들어가서 어떻게 할 건데요?”지안이 물었다.“형을 확인하고 데리고 나옵니다.”“병원이 순순히 보내줄 것 같아요?”“불법으로 감금한 사람입니다.”“그걸 지금 증명할 수 있어요?”시헌의 손이 멈췄다.지안은 노트북 화면을 돌렸다.김우진이라는 가명으로 작성된 진료 기록.보호자는 세림복지재단.환자의 실제 신원을 정우현이라고 입증할 자료는 업무용 보조 휴대전화와 통화 내용뿐이었다.시헌이 병원으로 들어가 정우현을 데리고 나오려 하면 오히려 납치나 업무방해로 신고당할 수 있었다.“변호사한테 연락해요.”“시간이 없습니다.”“그래서 더 필요한 거예요.”지안은 시헌의 휴대전화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우리는 정우현 씨를 빼내러 가는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확인하러 가는 거예요.”“그사이에 옮겨지면?”“전원 절차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을 데려가야죠.”시헌은 이를 악물었지만 전화를 걸었다.변호사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받았다가 상황을 듣자 곧장 정신을 차렸다.“병원에 먼저 연락하지 마십시오.”“이유가 뭡니까?”“환자를 옮기거나 기록을 지울 시간을 주게 됩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제가 경찰과 구급대에 동시에 연락하겠습니다. 환자 신원 위조와 불법 감금 가능성으로 현장 확인을 요청하죠.”“얼마나 걸립니까?”“병원보다 늦지 않게 도착하겠습니다.”통화가 끝나자 김도완이 차량 열쇠를 들었다.“내가 운전하죠.”백윤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나도 갈게요.”시헌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됩니다.”윤서의 얼굴이 굳었다.지안이 시헌을 바라봤다.그는 자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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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화. 사라진 날의 기록

# 38화. 사라진 날의 기록정우현은 새로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검사실로 옮겨졌다.혈액검사에서는 진정제 계열 약물이 검출됐다. 의료진은 장기간 반복 투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외상성 뇌손상.기억 장애.수면제와 진정제의 지속적인 투여.청림재활요양병원이 제출한 진료 기록에는 치료 목적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환자의 동의를 확인한 서류는 한 장도 없었다.김우진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였다.남시헌은 중환자 관찰실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유리창 너머 정우현은 산소마스크를 쓴 채 잠들어 있었다.“신원 확인은 얼마나 걸린대요?”서지안이 물었다.“지문은 일치했습니다.”시헌이 낮게 대답했다.“정우현 형이 맞습니다.”공식적으로 사망한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그러나 경찰은 아직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정우현의 안전을 확보하고, 청림병원이 환자를 가명으로 입원시킨 경위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변호사는 병실 앞에 경호 인력을 배치했다.세림복지재단이 보호자 자격을 주장하며 접근할 가능성도 차단했다.“세림에서는 뭐래요?”“행정상 착오라고 합니다.”“사람 이름이 바뀌고 죽은 사람으로 처리된 게 착오라고요?”“병원이 신원 미상 환자를 인계받았고, 재단은 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지안은 헛웃음을 삼켰다.장기석은 언제나 자신과 사건 사이에 사람 하나를 세웠다.호텔에서는 강태준과 백윤서.병원에서는 세림복지재단과 의료진.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가장했다.시헌은 유리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잠깐 쉬어요.”“괜찮습니다.”“안 괜찮아 보여요.”“형이 깨어났을 때 내가 없으면.”“경호원도 있고 간호사도 있어요.”“그 사람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지안은 시헌의 옆에 섰다.“나도 남을게요.”“현상소로 돌아가야 합니다.”“왜요?”“형이 남긴 파일을 확인해야 하니까.”“그럼 같이 가요.”시헌이 그녀를 바라봤다.“여기 남겠다고 했잖아요.”“당신 혼자 남을 것 같아서 그랬죠.”지안은 관찰실 안의 우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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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대표실의 비밀 금고

# 39화. 대표실의 비밀 금고세림엔터테인먼트 본사 건물의 불은 밤이 깊어도 꺼지지 않았다.오늘 밤 열한 시.대표실 보관 자료 폐기 및 이전.최민석이 보낸 보안 일정표에 적힌 시각까지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서지안은 노트북 화면 위에 세림 본사 내부 도면을 띄웠다.장기석 대표실은 최상층인 십칠 층.일반 엘리베이터로는 십육 층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다. 마지막 한 층은 비서실 안쪽의 전용 계단을 지나야 했다.대표실 출입에는 지문과 카드키가 모두 필요했다.“들어갈 방법이 없어요.”박해솔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경찰에 바로 넘기면 안 돼?”“지금 가진 자료만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남시헌의 변호사가 대답했다.정우현의 음성 파일에는 장기석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대표실 금고로 카메라를 옮겼다는 대화도 있었다.하지만 세림은 음성 파일이 조작됐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금고 속 물건이 옮겨지기 전에 법적 절차를 밟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증거가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변호사는 화면 속 일정을 가리켰다.“그렇다고 무단 침입하면 안 됩니다.”시헌이 물었다.“그럼 여기서 보고만 있으라는 겁니까?”“경찰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건물 밖에서 반출 차량을 확인하는 게 최선입니다.”“금고에서 무엇이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차량만 따라가면 놓칠 수 있어요.”지안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최민석이 보낸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카메라가 금고에서 나오는 순간이 마지막 기회입니다.]최민석은 그 순간을 볼 수 있다는 듯 말했다.그렇다면 지금도 세림 본사 안에 있거나,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과 연결돼 있다는 뜻이었다.지안은 익명 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금고가 열리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죠?]답장은 오지 않았다.오 분.십 분.시간만 흘렀다.백윤서는 창가에 서서 세림 건물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대표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모두의 시선이 윤서에게 향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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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우리를 찾게 만들자

# 40화. 우리를 찾게 만들자장기석의 책상 위 휴대전화에서는 다급한 보고가 계속 흘러나왔다.“대표님, 남시헌이 차량 앞을 막고 있습니다.”장기석의 시선이 서지안에게 향했다.“신호가 끊겼는데도 왔군.”지안은 부서진 송신기를 내려다봤다.“약속한 시간이 지났으니까요.”“그걸 약속이라고 믿어?”“대표님보다는 믿을 만해요.”장기석의 얼굴에서 남아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그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명령했다.“남시헌을 잡아. 경찰 오기 전에 차부터 빼고.”“지하 출구에 기자들이 있습니다.”“기자?”장기석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지안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전화기 너머에서 다시 보고가 이어졌다.“남시헌이 직접 불렀는지 취재 차량이 들어오고 있습니다.”장기석이 지안을 노려봤다.“이것도 계획했나?”“아니요.”지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 사람은 혼자 결정하지 않기로 했거든요.”그 말이 끝난 순간 건물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다.대표실 천장의 붉은 비상등이 깜박였다.[화재가 감지됐습니다. 비상구를 이용해 대피해주십시오.]장기석이 책상 아래 버튼을 눌렀지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비상 상황에서는 보안 시스템보다 소방 시스템이 우선이었다.대표실 문에서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백윤서가 곧장 문으로 달려갔다.장기석이 그녀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지안이 앞을 막았다.“비켜.”“싫어요.”“네가 지금 누구 앞을 막고 있는지 알아?”“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도 대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요.”장기석의 손이 올라왔다.지안은 피하지 않았다.손바닥이 닿기 직전 윤서가 장기석의 팔을 붙잡았다.“이제 그만해요.”장기석이 천천히 윤서를 돌아봤다.“윤서야.”“내 이름 그렇게 부르지 마요.”윤서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그래도 놓지 않았다.“대표님이 준 대본대로 울고, 거짓말하고, 남시헌 씨가 무섭다고 말했어요.”“내가 널 살려줬잖아.”“아니요.”윤서의 눈가가 붉어졌다.“대표님이 없었으면 살 필요도 없었던 일을 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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