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도망치지 않는 밤김도완의 승합차가 소극장 뒤편 골목으로 들어왔을 때, 백윤서는 거의 서 있지 못했다.박해솔이 먼저 내려 윤서의 팔을 붙잡았다.“일단 타요.”윤서는 차량 문 앞에서 멈췄다.“어디로 가요?”“세림이 모르는 곳으로요.”해솔의 대답에도 윤서는 움직이지 않았다.서지안은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누군가를 따라갔다가 갇혔고, 시키는 대로 말했으며, 팔 개월 동안 감시 속에서 살았다. 이제는 도움을 주겠다는 말조차 쉽게 믿을 수 없을 것이다.“김도완 감독님 작업실이에요.”지안이 말했다.“남시헌 씨도 숨어 있었던 곳.”“나를 왜 거기로 데려가요?”“지금 혼자 둘 수 없으니까.”“원본 때문에?”“그것도 있고요.”지안은 윤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오늘 말한 걸 후회하고 다시 세림으로 돌아갈까 봐요.”윤서의 입술이 떨렸다.“돌아갈 곳도 없어요.”“그럼 같이 가요.”지안이 손을 내밀었다.“도망치는 게 아니라, 다음 말을 준비하러.”윤서는 한참 동안 그 손을 바라봤다.마침내 손을 잡았을 때, 손끝이 얼음처럼 차가웠다.남시헌은 두 사람 뒤에서 골목 입구를 확인하고 있었다.검은 차량 한 대가 큰길을 지나쳤다.그는 차량 번호를 확인한 뒤에야 승합차에 올랐다.“추적기는 버렸습니까?”“소극장 안에 두고 왔어요.”지안이 대답했다.“배터리를 빼야 했습니다.”“바닥에 던진 상태면 몇 시간은 그 위치를 계속 전송할 거예요.”시헌의 얼굴이 굳었다.“오히려 그게 나아요.”윤서가 창가에 몸을 붙인 채 말했다.“우리가 아직 안에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시헌은 윤서를 바라봤다.호텔 사건 이후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 앉은 두 사람이었다.윤서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렇다고 사과를 반복하지도 않았다.이미 해야 할 말을 다 한 사람처럼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차량이 출발했다.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창밖의 불빛이 빠르게 지나갔다.지안은 휴대전화 케이스 안에 숨긴 메모리
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