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벽이 무너진 밤비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서지안은 이어폰 한쪽을 빼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누렇게 번진 물자국 한가운데서 작은 물방울이 맺히더니, 정확히 노트북 키보드 위로 떨어졌다.툭.“아, 진짜.”지안은 노트북을 끌어당기고 빈 컵을 천장 아래에 내려놓았다. 컵 안으로 두 번째 물방울이 떨어졌다.월세 삼십팔만 원.관리비 오만 원.햇빛은 하루에 두 시간도 들지 않고,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샜다. 그런데도 집주인은 이번 달부터 관리비를 만 원 올렸다. 옥상 수도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유였다.정작 교체됐다는 수도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노트북 화면에는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의 뒷모습이 멈춰 있었다.[잠적 243일째, 남시헌 부산 밀항설]방금 전까지 지안이 편집하던 영상의 제목이었다.“밀항을 했으면 외국으로 가지, 왜 부산에서 맴돌아.”혼잣말을 흘리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흔들리는 휴대전화 화면 속 남자가 항구 근처를 빠르게 지나갔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다는 것 말고는 확인되는 것이 없었다. 얼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그런데도 영상 제공자는 남시헌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남자가 입은 검은 패딩이 두 달 전 남시헌의 공항 사진 속 제품과 똑같다는 이유였다.지안은 화면을 확대했다.소매 끝에 박힌 로고가 흐릿하게 깨졌다.편집 프로그램 옆에 띄운 쇼핑몰 검색창에는 같은 패딩이 칠만 장 넘게 판매됐다는 정보가 나와 있었다.남시헌일 가능성보다 동네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칠 가능성이 더 높았다.그래도 채널 대표 강태준은 영상을 오늘 안으로 올리라고 했다.남시헌일 가능성이 낮다는 지안의 메시지에는 답이 없었다. 대신 십 분 전, 수정 요청만 도착했다.[얼굴 안 보여도 상관없어. 긴장감 있게 만들어.][중간에 심장 박동 효과음 넣고.][마지막엔 일본행 화물선 사진 붙여. 시청자들이 알아서 연결할 거야.]지안은 한동안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진실은 원본 영상 안에
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