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톱스타가 내 월세를 대신 냅니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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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한 방에서 자는 규칙

# 11화. 한 방에서 자는 규칙수도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남시헌이 밸브를 잠갔지만 이미 늦었다. 녹슨 배관 틈으로 새어 나온 물이 천장을 타고 흘러내렸고, 바닥은 발목이 잠길 만큼 흥건해졌다.간이침대 아래에 두었던 상자도 젖었다.서지안은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수도실 안으로 들어갔다.“노트북부터 옮겨요.”시헌은 접이식 책상 위에 있던 기기들을 한꺼번에 품에 안았다. 노트북 한 대와 휴대전화 세 대, 휴대용 배터리, 작은 녹음기까지.“이걸 다 쓰는 거예요?”“필요한 것들입니다.”“휴대전화가 세 개나 필요해요?”“하나는 연락용, 하나는 검색용.”“나머지 하나는요?”시헌이 잠깐 멈췄다.“예비용.”“대답하기 싫다는 뜻이네요.”지안은 더 묻지 않고 생수 상자를 들어 올렸다.바닥에 오래 잠겨 있던 종이 상자가 푹 꺼졌다. 물병 여러 개가 쏟아지며 사방으로 굴러갔다.“아.”지안이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넘어지기 직전 허리를 붙잡는 팔이 있었다.몸이 시헌의 가슴에 부딪혔다.한쪽 팔이 허리를 감았고, 다른 손은 그녀의 팔꿈치를 단단히 받치고 있었다.“조심해요.”머리 위에서 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지안은 젖은 바닥이 아니라 자신을 잡은 손부터 내려다봤다.“신체 접촉 금지.”“넘어지는 걸 잡은 것도?”“필요한 접촉이긴 한데... 이제 놔요.”시헌이 천천히 팔을 풀었다.손이 떨어진 뒤에도 허리에는 눌렸던 감각이 남았다.지안은 괜히 젖은 바지 끝을 다시 걷어 올렸다.“물건이나 옮겨요.”“내가 하죠.”“혼자 언제 다 해요?”“당신까지 다치면 계약에 문제가 생깁니다.”“나는 계약서보다 튼튼해요.”지안은 굴러간 생수병을 하나씩 주워 방 안으로 던졌다.좁은 옥탑방은 금세 시헌의 물건으로 가득 찼다.간이침대에서 건진 얇은 이불, 검은색 가방 두 개, 옷이 든 상자, 식료품과 노트북까지.원래도 발 디딜 곳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현관에서 침대까지 옆으로 걸어야 했다.지안은 방 한가운데 쌓인 짐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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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톱스타의 컵라면

# 12화. 톱스타의 컵라면“이런 경우는 없었는데.”남시헌의 낮은 목소리가 어둠 속에 남았다.서지안은 손목을 놓자마자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나 침대가 좁아 몇 센티미터도 움직이지 못했다.“지금 바로 내려가요.”“내가 올라온 게 아니라니까.”“어쨌든 지금 침대에 있잖아요.”“상체만.”“상체는 몸 아니에요?”시헌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지안은 그 표정을 보자 더 화가 났다.“웃어요?”“안 웃었습니다.”“지금 웃었잖아요.”“잘못 봤겠죠.”지안은 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밀었다.“내려가요.”시헌은 베개를 한 손으로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상체가 멀어지자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그는 바닥으로 내려가려다 손목을 한번 내려다봤다.조금 전까지 지안이 붙잡고 있던 자리였다.“잠버릇이 안 좋군요.”“내가 잡았다는 증거 있어요?”“내 손목에 손톱 자국이 남았습니다.”지안은 시선을 피했다.희미한 달빛 아래로 붉은 자국이 보이긴 했다.“그쪽이 먼저 침대에 기대니까 반사적으로 잡은 거겠죠.”“자는 사람이 반사적으로?”“사람은 잘 때도 위험을 감지해요.”“나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 방에는 들였고.”“수도실에 물이 차서 어쩔 수 없었잖아요.”시헌은 더 따지지 않았다.대신 바닥에 다시 누우며 이불을 끌어당겼다.“잘 자요.”“방금 일은 잊어요.”“노력해보죠.”“노력 말고 잊으라고요.”“명령이 많군.”지안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그러나 한 번 달아난 잠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손바닥에 남은 그의 피부 감촉이 자꾸 떠올랐다.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고, 거칠지도 않았다.카메라 앞에서 늘 완벽해 보이던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사실도 이상했다.지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남시헌은 계약자였다.한 달 동안 숨겨주고 돈을 받는 사람.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아침 여덟 시가 되기 전, 지안은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침대 아래를 내려다보니 시헌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창가에 등을 기대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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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제주도행 비행기

# 13화. 제주도행 비행기“같이 여행 가는 건 이상하지 않겠군.”서지안은 남시헌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농담을 기다렸지만 그는 진지했다.“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어떻게 타려고요?”“방법을 찾으면 됩니다.”“공항에 카메라가 몇 개인지 알아요?”“일반 승객처럼 움직이면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고.”“일반 승객처럼 생기지 않았어요.”시헌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그건 칭찬입니까?”“전 국민이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지안은 다시 제보 영상을 재생했다.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는 남자는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체격과 걸음걸이가 시헌과 비슷했고, 옆얼굴도 그럴듯했다.문제는 지나치게 그럴듯하다는 점이었다.지안은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돌렸다.“이상해요.”“뭐가?”“제보 영상치고 필요한 장면이 너무 정확해요.”남자의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제주행 항공편 번호가 잡히는 순간.탑승권을 내미는 순간.전부 흔들리는 화면 안에서도 분명히 보였다.“누가 일부러 찍었군요.”“당신처럼 생각하게 만들려고.”지안은 탑승권이 보이는 장면을 확대했다.항공편은 오전 여덟 시 십오 분 출발이었다.화면 오른쪽 위 전광판에 잠깐 표시된 시간은 아홉 시 사십 분.“비행기 시간이 안 맞아요.”“지연됐을 수도 있죠.”“이 항공편 오늘 지연 기록 없어요.”지안은 항공사 운항 정보를 확인했다.해당 비행기는 예정대로 오전 여덟 시 십칠 분에 출발했다. 그런데 영상 속 남자는 한 시간도 더 지난 뒤 같은 항공편 탑승구 앞에 서 있었다.“예전에 찍은 영상에 오늘 탑승권을 합성한 것 같아요.”“당신이 만든 것처럼?”“내가 만든 것보다는 엉성해요.”“자신감이 대단하군.”“사실이니까.”지안은 영상 파일을 내려받아 분석 프로그램에 넣었다.화면을 확대하자 탑승권 가장자리의 픽셀이 주변과 미세하게 달랐다. 조명 방향도 맞지 않았다.합성 영상이었다.“누가 왜 이런 걸 보냈을까요?”시헌은 쉽게 답하지 않았다.그는 화면 속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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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당신을 믿으라는 말

# 14화. 당신을 믿으라는 말“당신 혼자 보내지 않아요.”서지안은 눈앞에 선 남시헌을 멍하니 바라봤다.검은 모자와 마스크, 목까지 올라오는 후드 집업. 얼굴은 거의 가려졌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무엇보다 저 눈이었다.사람을 제멋대로 걱정하고, 제멋대로 따라오고, 그것을 당연한 선택처럼 말하는 눈.지안은 그의 팔을 붙잡아 탑승구에서 멀리 떨어진 기둥 뒤로 끌고 갔다.“미쳤어요?”“목소리 낮춰요.”“누구 때문에 높아졌는데요?”주변을 지나던 승객 몇 명이 돌아봤다.지안은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낮췄다.“어떻게 들어왔어요?”“정상적으로.”“전 국민이 찾는 사람이 공항을 정상적으로 돌아다녀요?”“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얼굴을 오래 보지 않습니다.”“그래서 모자 하나 쓰고 비행기까지 타겠다고요?”시헌은 대답 대신 지안의 손에 들린 항공권을 봤다.“탑승 시작까지 십 분 남았습니다.”“당신 표는요?”그가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줬다.같은 제주행 비행기였다.지안은 어이가 없어 눈을 감았다.“언제 예매했어요?”“당신이 가방을 싸기 시작했을 때.”“그때부터 따라올 생각이었어요?”“네.”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지안은 그의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좌석은?”“당신 옆.”“내 좌석을 어떻게 알았는데요?”“항공권 문자 화면이 보였습니다.”“그걸 훔쳐봤어요?”“같은 방에 있었습니다.”“그러니까 그게 훔쳐본 거잖아요.”시헌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그때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지안아.”강태준이었다.지안의 온몸이 굳었다.태준은 여행용 가방을 끌며 탑승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고, 그 옆에는 의 촬영 기사 한 명이 따라오고 있었다.지안은 곧장 시헌의 후드를 더 깊게 당겼다.“고개 숙여요.”“아픕니다.”“잡히는 것보단 낫잖아요.”“이미 충분히 가렸습니다.”“당신 얼굴은 충분이라는 게 없어요.”태준이 가까워졌다.지안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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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잘린 여섯 프레임

# 15화. 잘린 여섯 프레임“이 영상, 중간이 잘렸어요.”서지안은 타임라인을 확대했다.남시헌은 그녀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내려다봤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재생 화면이었던 영상이 편집 프로그램 안에서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펼쳐져 있었다.지안은 문제의 구간을 다시 재생했다.복도 끝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남자가 벽을 짚는 순간 천장의 조명이 흔들렸고, 다음 장면에서 그의 오른발이 바닥 타일 한 칸 앞으로 이동해 있었다.눈으로만 보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차이였다.“여기예요.”지안이 화면을 멈췄다.“이 프레임에서 오른발은 흰색 타일 위에 있어요.”방향키를 한 번 눌렀다.“그런데 바로 다음 프레임에서는 회색 타일을 밟고 있죠.”시헌이 화면 가까이 얼굴을 기울였다.“걸어서 움직인 게 아니라?”“한 프레임 사이에 이만큼 이동할 수는 없어요.”지안은 재생 구간을 반복해서 돌렸다.조명이 흔들리고, 남자의 몸이 순간 앞으로 튀었다.자연스러운 움직임처럼 보이게 속도를 조절했지만, 프레임 단위로 보면 명백한 단절이었다.“얼마나 잘린 겁니까?”“확인해봐야 해요.”지안은 영상의 프레임 속성과 음성 파형을 동시에 불러왔다.화면 아래로 푸른색 음향 파형이 길게 이어졌다. 영상이 끊긴 지점에서도 소리는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었다.오히려 지나치게 자연스러웠다.“음성은 안 끊겼는데.”시헌이 말했다.“따로 붙인 거예요.”“어떻게 압니까?”“배경 소리를 들어봐요.”지안은 헤드폰을 시헌에게 건넸다.한쪽씩 나눠 끼기에는 선이 짧았다. 시헌이 의자를 끌어 가까이 앉았다.어깨가 닿았다.지안은 몸을 조금 옆으로 움직였지만 책상 끝에 막혔다.“좀 떨어져요.”“안 들립니다.”“이어폰 한쪽만 쓰면 되잖아요.”“당신도 들어야 한다면서.”지안은 결국 포기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호텔 복도의 낮은 공조기 소리와 멀리서 카트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영상이 잘린 지점에서 공조기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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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거울 속의 남자

# 16화. 거울 속의 남자“이 사람...”서지안은 끝내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복도 벽에 붙은 좁은 거울.깨진 픽셀 사이로 남자의 형체가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검은 정장과 넥타이,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고개만 보였다.그런데도 익숙했다.영상 회의가 길어질 때마다 화면 속에서 보던 자세였다.상대의 말을 들으면서도 이미 다음 계산을 끝낸 사람처럼 고개를 기울이는 습관.남시헌이 지안의 얼굴을 살폈다.“아는 사람입니까?”“확실하지 않아요.”“누구와 닮았는지는 아는군.”지안은 확대된 화면을 원래 크기로 줄였다.“흐릿한 형체 하나만 보고 사람을 정하면 안 돼요.”“강태준입니까?”지안의 손이 멈췄다.시헌은 그 작은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맞군요.”“대표님이라고 한 적 없어요.”“말하지 않아도 알겠습니다.”“그렇게 보고 싶은 거겠죠.”지안은 노트북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당신은 처음부터 대표님을 의심했잖아요.”“당신은 처음부터 믿었고.”“일을 준 사람이니까요.”“일을 줬다는 이유만으로?”“적어도 내가 굶지 않게 해준 사람이에요.”시헌의 표정이 굳었다.“그 대가로 당신 손을 빌려 사람 하나를 범죄자로 만들었는데도?”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아직 대표님이 그랬다는 증거는 없어요.”“그래서 직접 확인하겠다는 겁니까?”지안의 휴대전화에는 조금 전 강태준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분석 끝났으면 1층으로 내려와.][저녁 먹으면서 얘기하자.]지안은 노트북을 닫았다.“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척할 거예요.”“혼자 내려가려고?”“당신을 데리고 가면 더 경계하겠죠.”“강태준이 거울 속 남자라면 이미 당신을 의식하고 있을 겁니다.”“그 사람이라고 확정하지 말라니까요.”“확정한 게 아니라 가능성을 말한 겁니다.”시헌이 문 앞을 막았다.“그래도 혼자는 안 됩니다.”“당신이 따라가면 얼굴 들킬 수도 있어요.”“남자친구라면서요.”“그 설정을 이럴 때까지 써먹게요?”“안전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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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연인이 해야 할 일

# 17화. 연인이 해야 할 일“연인이 뭘 하는지부터 정해야겠군요.”남시헌은 진지했다.서지안은 침대 위에 앉아 그를 올려다봤다.“손잡으면 됐잖아요.”“강태준은 우리 관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그건 당신이 첫 만남 설정을 틀려서고요.”“당신도 내가 먼저 좋아했다고 했죠.”“그건 사실처럼 보였으니까.”시헌이 눈을 가늘게 떴다.“내가?”“계속 따라왔잖아요. 제주까지.”“걱정돼서 온 겁니다.”“좋아해서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요.”말이 나간 뒤 지안은 입을 다물었다.시헌도 아무 말이 없었다.객실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지안은 괜히 침대 옆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설정부터 맞춰요.”“무슨 설정?”“언제, 어디서, 왜 사귀게 됐는지.”지안은 종이 위에 적었다.[만난 장소: 성산동 편의점 앞.][만난 시기: 한 달 전.][먼저 고백한 사람: 이현.]시헌이 마지막 문장을 보고 말했다.“왜 나죠?”“당신이 연기를 더 잘하니까.”“고백한 사람이 연기를 더 많이 해야 합니까?”“좋아하는 티를 더 내야죠.”“어떻게?”“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시헌은 지안 맞은편에 앉았다.“연애해본 적 없습니까?”“있거든요.”“몇 번?”“그걸 왜 말해요?”“연인 연기에 필요한 참고 자료입니다.”“당신은요?”지안이 되묻자 시헌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설마 없어요?”“공개한 적은 없습니다.”“공개 말고 실제로요.”“필요한 질문입니까?”“먼저 물었잖아요.”시헌은 시선을 피하며 종이를 가져갔다.“다음.”대답하지 않는 걸 보니 의외로 경험이 많지 않을 수도 있었다.지안은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억지로 눌렀다.“연인은 손을 잡고, 가까이 걷고, 자연스럽게 반말을 해요.”“해봐요.”“뭘요?”“반말.”지안은 그를 바라봤다.“지금?”“연습이라면서.”“너부터 해.”시헌의 눈썹이 올라갔다.“이렇게?”“어색해.”“당신이 먼저 하라고 했잖아.”낮은 목소리로 반말을 하자 존댓말보다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었다.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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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연기하지 않은 입맞춤

# 18화. 연기하지 않은 입맞춤“당신이 나를 가린 순간부터, 연기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남시헌의 목소리가 가까이 떨어졌다.서지안은 문에 등을 붙인 채 움직이지 못했다.그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에는 카메라를 보았을 때의 공포도, 강태준 앞에서 보였던 경계도 없었다.대신 숨기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지안은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그럼 왜 안 놨어요?”“놓기 싫어서.”대답이 너무 빨랐다.지안은 괜히 손에 들고 있던 생수병만 만지작거렸다.“나는 당신이 힘들어 보여서 그런 거예요.”“알고 있습니다.”“다른 뜻은 없었고.”“그것도 알고요.”“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요?”시헌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당신은 자꾸 선을 긋는데.”그의 시선이 지안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행동은 반대니까.”“내가 뭘 했는데요?”“새벽에는 숨을 맞춰줬고.”그가 하나씩 말했다.“플래시가 터졌을 때는 카메라를 막았고, 비행기에서는 내 손을 잡았고, 오늘은 사람들 앞에서 안았습니다.”“다 이유가 있었잖아요.”“달걀도 나눠줬죠.”지안은 어이가 없어 그를 노려봤다.“그게 지금 왜 나와요?”“당신한테는 중요한 행동 같아서.”“당신이 컵라면도 못 먹으니까 준 거예요.”시헌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웃지 마요.”“안 웃었습니다.”“당신은 매번 그 말이야.”지안이 생수병을 그의 가슴에 밀었다.“물이나 마셔요.”시헌은 병을 받지 않았다.오히려 지안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대답을 안 했습니다.”“무슨 대답?”“오늘 어디까지가 연기였는지.”지안은 손을 빼려다 멈췄다.시헌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원하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었다.그 사실이 더 어려웠다.“카메라 앞에서는 연기였어요.”“그다음은?”“당신이 숨을 못 쉬니까.”“그다음.”지안은 입술을 다물었다.관광객이 지나간 뒤에도 자신은 그를 바로 밀어내지 않았다.등을 두드렸고, 호흡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그가 허리를 감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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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계약에 없는 감정

# 19화. 계약에 없는 감정입맞춤이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한동안 떨어지지 못했다.남시헌의 이마가 서지안의 이마에 닿아 있었다. 가까운 숨이 천천히 섞였다.지안은 아직 그의 셔츠를 붙잡고 있었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끝나는 날짜가 생기면 안 된다고 했죠.”지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그게 무슨 뜻이에요?”시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아까까지 반말을 하던 사람이 다시 존댓말로 돌아갔다. 그 짧은 거리감이 지안에게는 이상하게 선명했다.“그대로의 뜻입니다.”“그대로가 뭔데요?”“이 일을 계약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그럼 뭘로 만들고 싶은데요?”시헌의 시선이 지안의 입술에 닿았다가 올라왔다.“아직 이름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지안은 헛웃음을 흘렸다.“입은 맞춰놓고 이름은 붙이기 싫다?”“싫은 게 아니라.”그가 지안의 손을 셔츠에서 천천히 떼어냈다.“지금 이름을 붙이면, 당신이 겁먹을 것 같아서.”“내가 왜 겁을 먹어요?”“서지안 씨는 모든 일에 조건과 기한을 정합니다.”“그게 뭐가 나빠요?”“나쁘다고 안 했습니다.”시헌의 엄지손가락이 지안의 손등을 가볍게 쓸었다.“그런데 감정까지 계약서처럼 정리할 수는 없으니까.”지안은 대답하지 못했다.그의 말이 맞았다.돈을 받고 사람을 숨겨주는 일은 계약서에 쓸 수 있었다. 벽을 넘지 않는 시간도, 옷을 갈아입는 순서도, 침대를 누가 쓰는지도 정할 수 있었다.하지만 입맞춤 이후에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적을 수 없었다.누가 먼저 마음을 인정해야 하는지도.한 달 뒤 계약이 끝나면 이 감정까지 끝나는지도.지안은 침대 아래로 떨어진 베개를 주워 다시 가운데에 놓았다.“일단 자요.”“경계선입니까?”“필요하잖아요.”시헌은 베개를 내려다보다 순순히 누웠다.“그럼 내일까지만.”“뭐가요?”“경계선.”지안은 그를 노려봤지만 시헌은 이미 눈을 감은 뒤였다.그날 밤, 지안은 거의 잠들지 못했다.눈을 감으면 입술이 닿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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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오늘은 가지 마요

# 20화. 오늘은 가지 마요“그러니까 지금 끝내는 게 맞습니다.”남시헌은 검은 가방을 들어 올렸다.서지안은 합판 문 앞을 막고 서 있었다.“비켜요.”“싫어요.”“서지안 씨.”“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에요.”지안의 목소리가 떨렸다.“혼자 정하고, 혼자 숨기고, 혼자 사라지려고 해요.”“당신을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그 말로 전부 해결되는 줄 알아요?”시헌의 손이 가방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었다.“강태준이 당신 주소를 확인하면 이곳부터 찾아올 겁니다.”“그래서 당신이 사라지면 나는 안전해져요?”“적어도 나와 함께 있는 것보다는.”“이미 늦었어요.”지안은 책상 서랍을 가리켰다.그 안에는 암호가 걸린 은색 외장 장치가 들어 있었다.“나는 이미 영상을 다시 봤고, 여섯 프레임이 잘린 것도 알아요. 대표님까지 의심하고 있고요.”“당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 됩니다.”“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해야 합니다.”“당신처럼요?”시헌의 눈빛이 굳었다.지안은 물러서지 않았다.“당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잖아요.”“무슨 뜻입니까?”“내가 당신을 범죄자로 만든 영상을 편집했다는 걸 알면서도 벽 너머에 숨어 있었어요. 내 생활을 지켜보고, 내가 뭘 먹는지까지 확인하면서도 아무 말 안 했고요.”“그건...”“필요해서 그랬겠죠.”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처음에는 나를 이용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시헌의 얼굴에 짧은 동요가 스쳤다.아주 잠깐이었지만 지안은 놓치지 않았다.“왜 그런 표정이에요?”“아무것도 아닙니다.”“또 말 안 하려고요?”“지금은 설명할 수 없습니다.”“그럼 가지도 마요.”시헌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무슨 자격으로 붙잡습니까?”“자격이 있어야 해요?”“당신은 우리 관계를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당신을 다 믿을 수 없다고 했지.”지안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좋아하지 않는다고는 안 했어요.”합판 너머로 수도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시헌의 손에 들린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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