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한 방에서 자는 규칙수도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남시헌이 밸브를 잠갔지만 이미 늦었다. 녹슨 배관 틈으로 새어 나온 물이 천장을 타고 흘러내렸고, 바닥은 발목이 잠길 만큼 흥건해졌다.간이침대 아래에 두었던 상자도 젖었다.서지안은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수도실 안으로 들어갔다.“노트북부터 옮겨요.”시헌은 접이식 책상 위에 있던 기기들을 한꺼번에 품에 안았다. 노트북 한 대와 휴대전화 세 대, 휴대용 배터리, 작은 녹음기까지.“이걸 다 쓰는 거예요?”“필요한 것들입니다.”“휴대전화가 세 개나 필요해요?”“하나는 연락용, 하나는 검색용.”“나머지 하나는요?”시헌이 잠깐 멈췄다.“예비용.”“대답하기 싫다는 뜻이네요.”지안은 더 묻지 않고 생수 상자를 들어 올렸다.바닥에 오래 잠겨 있던 종이 상자가 푹 꺼졌다. 물병 여러 개가 쏟아지며 사방으로 굴러갔다.“아.”지안이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넘어지기 직전 허리를 붙잡는 팔이 있었다.몸이 시헌의 가슴에 부딪혔다.한쪽 팔이 허리를 감았고, 다른 손은 그녀의 팔꿈치를 단단히 받치고 있었다.“조심해요.”머리 위에서 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지안은 젖은 바닥이 아니라 자신을 잡은 손부터 내려다봤다.“신체 접촉 금지.”“넘어지는 걸 잡은 것도?”“필요한 접촉이긴 한데... 이제 놔요.”시헌이 천천히 팔을 풀었다.손이 떨어진 뒤에도 허리에는 눌렸던 감각이 남았다.지안은 괜히 젖은 바지 끝을 다시 걷어 올렸다.“물건이나 옮겨요.”“내가 하죠.”“혼자 언제 다 해요?”“당신까지 다치면 계약에 문제가 생깁니다.”“나는 계약서보다 튼튼해요.”지안은 굴러간 생수병을 하나씩 주워 방 안으로 던졌다.좁은 옥탑방은 금세 시헌의 물건으로 가득 찼다.간이침대에서 건진 얇은 이불, 검은색 가방 두 개, 옷이 든 상자, 식료품과 노트북까지.원래도 발 디딜 곳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현관에서 침대까지 옆으로 걸어야 했다.지안은 방 한가운데 쌓인 짐을 바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1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