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이 있었습니까?”최명석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해당 날짜의 기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환자분이 스스로 물을 쏟았을 가능성도 있고…….”“물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중요합니까?”도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젖은 옷을 입고 밤새 있었다는 게 사실인지 묻고 있습니다.”최명석은 대답하지 못했다.도혁은 턱을 세게 문질렀다.하윤은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탔다. 겨울이면 집 안에서도 두꺼운 양말을 신었고, 침대에 누우면 차가운 발을 자신의 종아리에 가져다 대곤 했다. 도혁은 그때마다 귀찮다는 듯 밀어 냈지만, 하윤은 웃으며 다시 발끝을 가져왔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도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러나 그는 그 장면을 오래 떠올리지 않았다.“윤세아가 방문한 날의 처치 기록을 전부 가져오세요.”최명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당시에는 환자분이 치료에 협조하지 않는 일이 많았습니다.”“그건 나도 압니다.”도혁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하윤이 고집이 얼마나 센 여자인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병원에서 멋대로 굴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그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모순되는지 생각하지 않았다.하윤을 이곳에 가둔 사람은 자신이었고, 그녀가 아무리 울고 매달려도 돌아보지 않았던 사람 역시 자신이었다.하지만 도혁은 여전히 그 일을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았다.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문제는 자신이 맡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병원과,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윤세아에게 있었다.원장실로 돌아왔을 때 승재가 작은 봉투 하나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대표님, 개인 물품 인계 기록을 확인했습니다.”도혁은 젖은 코트 소매를 털어 내며 자리에 앉았다.“어디 있습니까?”“일부는 병원에서 폐기했고, 나머지는 보호자 측 대리인이 수령했습니다.”“누가 가져갔는데?”승재는 대답하기 전에 봉투에서 사본을 꺼냈다.인계서 아래쪽에는 윤세아의 서명이 있었다.도혁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목록은 짧았다.낡은 가디건 한 벌, 작은 머리끈, 사진
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