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서도혁은 불륜녀 윤세아의 거짓말을 믿고 아내 서하윤을 정신병원에 가뒀다. 살려 달라는 애원은 외면당했고, 차가운 병실에서 하윤은 존엄마저 짓밟혔다. 그녀가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도혁은 다른 여자와 행복을 꿈꿨다. 그리고 3년 후, 도혁에게 아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뒤늦게 드러난 학대와 음모 앞에서 그는 미친 듯이 무너지지만, 죽은 줄 알았던 하윤은 살아 있었다. 자신을 구한 남자 백도겸의 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제 도혁은 자신이 죽음으로 내몰았던 아내에게 용서를 구걸하고, 하윤은 그녀를 지옥에 가둔 이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매달릴수록 그녀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 간다. 한때 그녀를 버렸던 남자는 이제 눈길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Lihat lebih banyak“서하윤 데려와.”
서도혁은 마지막 결재 서류에 서명을 마친 뒤 만년필 뚜껑을 닫았다. 맞은편에 서 있던 오승재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다음 일정표를 펼쳤다.
오전 열한 시에는 해외 투자사와 화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었고, 오후에는 윤세아가 오래전부터 참석하고 싶어 했던 주얼리 브랜드의 비공개 행사가 잡혀 있었다. 저녁에는 어머니와의 식사 약속까지 있었다. 그 사이에 아내와의 이혼 문제를 정리할 생각이었다.
삼 년이나 미뤄 둔 일이었다.
“이번에는 변호사만 보내지 말고 직접 데려와. 서명할 서류가 몇 장 있으니까.”
도혁은 일정표 한쪽에 표시된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병원에서 나오는 게 싫다고 버티면 퇴원 절차부터 밟아. 비용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으니까 알아서 처리해.”
승재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자 도혁은 일정표를 내려놓았다.
“왜, 서하윤이 또 거절했어?”
“회장님, 사모님은 모셔 올 수 없습니다.”
창밖으로 늦가을의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집무실 안에서는 공기청정기가 낮은 소리를 내며 돌아갔고, 책상 한쪽에는 오전에 결재해야 할 서류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오전이었다.
도혁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승재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또 무슨 핑계지?”
승재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십 년 넘게 도혁을 보좌한 비서실장은 중요한 계약이 무산되었을 때조차 좀처럼 표정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서하윤 사모님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도혁은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승재를 바라보더니, 이내 어이없다는 듯 짧게 웃었다.
“누가?”
“사모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말조심해.”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멀쩡한 사람을 치료받으라고 보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승재는 도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사망 사실이 기재된 보고서가 확인됐습니다.”
“언제?”
도혁이 책상 가장자리를 짚고 일어났다.
“언제 죽었다는 거냐고.”
“삼 년 전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도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뭐?”
“입원하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셨다는 보고가 남아 있습니다.”
도혁은 천천히 책상을 돌아 나왔다. 그가 다가올수록 승재의 어깨가 굳어졌지만, 도혁은 상대의 표정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삼 년 전에 죽은 사람을 내가 오늘 데려오라고 했다는 거야?”
“회장님께 직접 전달된 사망 보고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넌?”
도혁의 손이 승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넌 알고 있었어?”
승재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당시 사모님 관련 연락은 별도 관리 대상이었습니다. 사망 보고서도 그 자료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승재가 대답하지 못하자 도혁은 거칠게 손을 놓았다. 밀려난 승재의 등이 서류장에 부딪혔고, 위에 놓여 있던 파일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보고서 가져와. 누가 작성했고, 누가 접수했으며, 왜 나한테 올라오지 않았는지 전부 확인해.”
도혁은 흐트러진 넥타이를 바로잡았다.
“내 아내가 죽었는데 내가 몰랐다는 게 말이 돼?”
그의 분노는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향해 있었다.
도혁은 책상 위에 놓인 이혼 합의서를 집어 들었다.
삼 년 동안 미뤄 둔 이혼이었다.
서류 첫 장에는 서하윤의 이름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그는 그 이름을 바라보다가 승재에게 물었다.
“사망 관련 서류는 어디 있어?”
“원본과 발급 경위는 확인 중입니다.”
“그럼 그것부터 알아봐. 언제, 어디서, 누가 확인했다는 건지.”
도혁은 합의서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나한테 알리지도 않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비켜요.”“그런데 저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세아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도혁 씨가 하윤 씨를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하세요?”하윤의 손끝이 굳었다.세아는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사랑하는 여자라면 그렇게 울게 두지는 않을 텐데. 아까 도혁 씨가 누구부터 챙겼는지 보셨잖아요.”하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당신이 일부러 잔을 깨뜨렸다는 거, 나 봤어요.”세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그래요?”그녀는 붕대 감긴 손을 내려다보았다.“그런데 도혁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던데요.”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세아는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하윤 씨가 아무리 설명해도 도혁 씨는 제 말을 믿을 거예요. 오늘 보셨으니까 아시겠죠?”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지만 하윤은 움직이지 않았다.세아는 그녀의 손에 들린 선물 봉투를 바라보았다.“아, 그리고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그녀가 웃었다.“하윤 씨한테는 별로 좋은 날이 아니었겠지만요.”하윤의 손이 떨렸다.세아는 그 모습을 잠시 감상하듯 바라보다가 객실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않아 다시 고개를 돌렸다.“참, 한 가지 더요.”하윤은 입술을 깨물었다.“다음에는 도혁 씨 앞에서 그렇게 소리 지르지 마세요. 그 사람, 감정적으로 구는 여자 정말 싫어하거든요.”세아는 잠시 하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낮게 덧붙였다.“오늘도 하윤 씨가 조금만 참으셨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요.”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다시 객실로 돌아갔다.하윤은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세아는 자신이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보다, 하윤이 그것을 목격하고 화를 냈다는 사실을 더 큰 잘못으로 만들고 있었다.그리고 도혁은 이미 그 판단을 받아들였다.***하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새벽 한 시가 넘었다.현관에 들어서자 익숙한 집 안 풍경이 보였다. 거실에는 그녀가 아침에 꽂아 둔 꽃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식탁 위에는 두 사람의 결혼사진이 담긴 작은 액자가
세아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지만, 하윤은 그녀의 손을 놓치지 않았다. 상처는 손바닥 가장자리에 있었고, 잔을 떨어뜨리는 순간 세아가 다른 손을 뻗었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우연히 떨어뜨린 것이 아니었다.하윤이 그 사실을 말하려는 순간, 도혁이 직원에게 먼저 지시했다.“필요한 처치만 하고 나가 주세요. 오늘 일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부탁합니다.”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잠시 뒤 객실 문이 닫히자 도혁은 하윤을 돌아보았다.“세아한테 사과해.”하윤은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세아의 어깨에 자신의 재킷을 걸쳐 주었다. 그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하윤은 자신이 모르는 동안 두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시간을 보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못 들었어?”“내가 왜 사과해야 해?”도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네가 다치게 했잖아.”“안 했어.”“서하윤.”하윤은 두 손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당신이 저 여자랑 잤어. 그걸 내 눈으로 봤는데, 지금 나보고 저 여자한테 사과하라는 거야?”“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세아가 다친 건 별개의 문제야.”“그럼 당신 잘못은?”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윤은 한 걸음 다가갔다.“당신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잊어버리고, 다른 여자랑 호텔에 있으면서…….”“그만하라고 했어.”도혁은 그녀의 말을 끊고 탁자 위에 놓인 선물 봉투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하윤의 손에 밀어 넣었다.“이거 가지고 집에 가.”하윤은 구겨진 리본을 내려다보았다.몇 달 동안 준비한 선물이었다. 남편이 웃는 얼굴로 받아 줄 거라 생각하며 포장지까지 골랐던 물건을, 도혁은 아무렇게나 돌려주었다.“내가 나중에 이야기할 테니까 지금은 조용히 돌아가.”하윤은 봉투를 붙잡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도혁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사과부터 하라고.”세아가 조심스럽게 그의 소매를 잡았다.“도혁 씨, 괜찮아요. 저 정말 사과 안 받아도 돼요.”그녀는 하윤을
“하윤 씨, 제발 진정하세요.”“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하윤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세아가 협탁에 놓인 와인잔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유리잔을 쥔 그녀의 손이 하윤의 시야에 들어왔다. 세아는 도혁을 힐끗 바라본 뒤, 마치 겁에 질려 몸을 피하려는 사람처럼 어깨를 움츠렸다.“저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아요.”다음 순간 세아의 손목이 미세하게 돌아갔다.유리잔이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쨍그랑!날카로운 파열음이 객실에 울렸다.깨진 유리 조각이 카펫 위로 튀었고, 세아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손을 움켜쥐었다. 잔이 깨지는 순간 다른 손을 뻗어 유리 조각을 건드린 탓에 손바닥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상처가 생겼다.“아악!”도혁이 곧바로 몸을 돌렸다.“세아야!”세아는 손바닥을 감싼 채 뒤로 비틀거렸다. 가운 소매 아래로 붉은 피가 번지고 있었다.도혁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상처를 살폈다.“괜찮아? 손 보여 줘.”하윤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자신은 세아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기는 했지만 유리잔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세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하윤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윤 씨……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이러지 마세요.”그녀의 목소리는 애처롭게 떨렸지만, 정작 하윤을 바라보는 눈빛은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하윤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뭘……?”세아는 대답하지 않은 채 도혁의 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도혁 씨, 저 정말 괜찮아요. 하윤 씨도 화가 나셨으니까…….”그 순간 도혁이 고개를 들었다.하윤은 남편의 눈빛을 보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쳤는지 깨달았다.“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하윤은 고개를 저었다.“나 아무것도 안 했어.”“세아 손에서 피 나는 거 안 보여?”“저 여자가 혼자 잔을 떨어뜨린 거야.”도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만해.”“정말이야. 내가 만지지도 않았어.”그녀가 한 걸음 다가가자 도혁은 세아를 자신의 등 뒤로 물렸다.“거
결혼한 뒤 삼 년 동안 하윤은 남편이 싫어하는 일을 피하려 애썼다.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그의 회사에 함부로 찾아가지도 않았다. 시댁 어른들이 그녀를 못마땅해할 때도 도혁의 입장이 난처해질까 봐 되도록 참았다.그러나 지금만큼은 물러설 수 없었다.“나한테 설명해 줘. 이 여자가 왜 여기 있는지, 당신이 왜…….”“하윤 씨.”세아가 부드럽게 끼어들었다.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가운의 허리끈을 느슨하게 묶었다. 맨발로 카펫을 밟는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하윤에게 다가오면서도 도혁의 곁에서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았다.“제가 설명할게요. 도혁 씨한테 화내지 마세요.”세아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도혁 씨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 아시잖아요. 집에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회사에서도 하루 종일 시달리는데…….”그녀는 말을 멈추고 도혁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허락을 구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오늘은 그냥 제가 곁에 있어 드리고 싶었어요.”하윤은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이 여자는 변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편의 아내 앞에서 자신이 그를 위로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그만해요.”하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내 남편이 힘든 걸 당신이 왜 위로해요?”세아는 눈을 크게 뜨더니 상처받은 듯 입술을 달싹였다.“하윤 씨, 그런 뜻이 아니라…….”“그리고 당신.”하윤은 도혁을 바라보았다.“이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도혁은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네가 이러는 게 더 피곤하다는 생각은 안 드나?”그 말에 하윤은 입을 다물었다.세아는 도혁의 뒤편으로 살짝 몸을 물리면서, 하윤에게만 보일 만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하윤은 손에 들고 있던 선물 봉투를 객실 입구의 작은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침대 위에 남아 있는 두 사람의 흔적이 자꾸 눈에 들어왔고, 도혁이 세아를 가리지도 않은 채 자신을 나무라는 모습은 더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대로 돌아가면 남편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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