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 역시 딸의 얼굴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그는 영안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건욱의 상태부터 물었고, 이안이 많이 힘들어한다고 대답하자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당연하지. 그 애가 유나를 얼마나 아꼈는데.”이안은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딸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사위가 얼마나 상심했는지를 먼저 걱정하는 사람. 아버지에게는 건욱의 사랑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조차 숨길 필요가 없는 사실인 모양이었다.“아버지, 언니가 어떻게 죽은 거예요? 저도 가족이잖아요. 적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야죠.”정필은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며 목소리를 낮췄다.“지금 그걸 따질 때냐? 건욱이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가뜩이나 예민한 사람 더 자극하지 말고.”어릴 때부터 익숙한 일이었다. 유나와 자신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는 언제나 같은 얼굴로 이안을 꾸짖었다. 언니가 아프면 동생이 양보해야 했고, 언니가 울면 동생이 사과해야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언니가 죽었다.죽음 앞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것.그때 영안실 문이 열렸다.건욱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안이 뒤따르려 하자 민석이 조심스럽게 길을 막았다. 대표님께서 혼자 들어가시겠다고 하셨다는 설명에 이안은 자신도 언니 얼굴을 봐야 한다고 항의했지만, 민석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에서 금속 쟁반이 바닥에 부딪히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이안은 놀라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하얀 조명 아래 놓인 침대에는 언니가 누워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 굳게 닫힌 눈꺼풀, 가지런히 정돈된 머리카락까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이었다.건욱은 침대 앞에 선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그러다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유나야, 나 왔어.”그가 언니의 뺨을 어루만졌다. 차가운 피부에 닿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이내 유나의 손을 들어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댔다. 이미 온기를 잃어
Last Updated : 2026-10-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