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슬픔으로 일그러졌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그는 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사과문 준비됐어?”민석이 준비되었다고 대답하자 건욱은 잠시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내일 이안이한테 직접 읽게 해.”민석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건욱은 말을 끊었다.“유나가 마지막에 얼마나 아팠는지, 그 애도 알아야 하니까.”전화를 끊은 건욱은 다시 영정사진 앞으로 다가갔다.“유나야, 걱정하지 마.”그는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을 손끝으로 쓰다듬었다.“네가 당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게 두진 않을게.”그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건욱은 이안이 자신 때문에 다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나가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이안이 감당하는 불편과 모욕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다.그는 민석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장례식장 직원들에게 전달할 지시를 추가했다. 이안이 유가족석에 앉지 못하도록 하고, 사과문을 거부하면 그 사실까지 기록해 두라는 내용이었다.민석이 조심스럽게 지나친 조치가 아니겠느냐고 묻자 건욱은 영정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지나친 건 유나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야.”그에게는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다음 날 아침, 장례식장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대기업 회장과 임원, 정치인과 유명 인사들의 화환이 복도 양쪽에 줄지어 놓여 있었고, 조문객을 안내하는 직원들은 무전기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백유나의 영정사진은 장례식장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사진 속 유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하얀 원피스를 입고 꽃다발을 든 모습이었다. 이안은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언니는 아름다웠다.어릴 때부터 유나는 어디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집안 어른들은 유나가 웃기만 해도 칭찬했고, 이안은 늘 그 곁에서 언니의 가방이나 외투를 들어 주는 아이였다.그때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영정사진
آخر تحديث : 2026-10-19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