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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eur: 해월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18 01:14:54

이안은 잠시 망설이다 언니에게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건욱에게 계속 연락하고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끼어드는 일을 멈춰 달라고 했다는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건욱의 얼굴에서 마지막 온기마저 사라졌다.

“끼어들지 말라고?”

그는 천천히 웃었다. 웃음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서늘한 표정이었다.

“네가 지금 누구한테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아? 유나가 먼저였어. 네가 내 아내가 되기 훨씬 전부터,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건욱이 이안의 손목을 붙잡았다. 뼈마디가 눌릴 만큼 강한 힘에 이안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유나는 네 언니야. 네가 조금만 참았으면 되는 일이었어.”

이안은 고통을 참으며 손목을 빼내려 했다.

“내가 뭘 얼마나 더 참아야 했는데? 결혼기념일에 언니한테 가도 참았어. 내 생일에 언니랑 여행을 가도 참았고, 내가 아파서 병원에 있을 때 언니 전시회에 간 것도 참았어.”

말을 할수록 목이 메었다. 이안은 떨리는 숨을 삼키며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언니한테 당신한테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까지 잘못이야?”

건욱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는 이안의 손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내려다보았지만, 손을 놓은 뒤에도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수건을 꺼내 방금 이안을 붙잡았던 손을 천천히 닦았다.

“유나가 죽었어. 그런데 넌 아직도 네 얘기뿐이야.”

그는 손수건을 접어 민석에게 건네며 덧붙였다.

“사람이 죽었는데 네가 얼마나 서운했는지가 그렇게 중요해?”

그 말에 이안은 입을 다물었다.

소정은 기다렸다는 듯 울음을 터뜨렸고, 정필은 딸에게 눈짓으로 물러나라고 했다. 친척들은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지만, 그들 사이로 오가는 시선에는 이미 이안을 향한 의심이 섞여 있었다.

건욱은 더 이상 아내를 보지 않았다.

그는 민석에게 돌아서서 유나의 휴대전화와 마지막 통화 내역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이 확인 중인 물품이라 당장 가져올 수 없다는 설명에도 건욱은 물러서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부터 가져와. 유나가 마지막으로 누구한테 연락했는지,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건 전부.”

그의 시선이 다시 이안에게 돌아왔다.

“누군가는 유나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해야 할 테니까.”

이안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건욱은 이미 언니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안은 아직 정확한 사망 경위조차 듣지 못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유나를 발견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남편은 벌써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임이 향하는 곳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이안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늦은 밤, 병원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리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주차장의 불빛이 길게 번졌다.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사라지자 병원 복도에는 낮 동안보다 더 깊은 적막이 내려앉았다.

이안은 자판기 앞에 서서 식어 버린 커피를 쥐고 있었다. 종이컵 가장자리가 손가락에 눌려 찌그러졌지만 마실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때 간호사 두 명이 지나가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까 그 보호자분, 정말 무섭더라. 그런데 아내가 따로 있다며?”

동료가 급히 입을 다물라는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이안을 발견하자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고, 이안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정미주였다.

친구의 목소리를 듣자 그제야 목 안쪽이 뜨거워졌다. 이안은 병원에 있다는 사실과 건욱이 영안실에서 언니의 손을 붙잡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힘겹게 털어놓았다.

“나랑 결혼한 게 잘못이었다고 했어. 내가 듣고 있는 줄은 몰랐을 거야.”

수화기 너머에서 의자가 거칠게 끌리는 소리가 났다.

“그게 더 나쁘지. 이안아, 너 지금 혼자 있어? 내가 갈게.”

이안은 괜찮다고 했지만 미주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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