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리를 청했더니, 정왕이 미쳤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23 チャプター

11화

잠시 후 눈을 뜬 소율은 낯선 천장을 보고 놀라 몸을 일으켰다가 문가에 선 도하를 발견했다.그가 안녕히 주무셨느냐고 묻자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지난밤의 일을 떠올렸다.옷차림은 그대로였고, 도하는 침상에 가까이 오지 않은 채 서 있었다.소율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정말…… 아무 일도 없었군요.”도하는 특별히 대답하지 않고 탁자 위에 놓인 따뜻한 물을 가리켰다.소율은 침상에서 내려와 얼굴을 씻었다. 밤새 잠을 잤는데도 몸은 여전히 아팠지만, 전날보다 정신은 한결 맑아져 있었다.그녀는 어머니가 남긴 은비녀를 다시 머리에 꽂은 뒤 도하를 바라보았다.도하는 그녀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디로 가겠느냐고 물었다.소율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창밖에서는 도성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상인들이 가게 문을 열고 멀리서 종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평범한 소리들이 이상하게 낯설었다.청홍루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자신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친정으로 가고 싶었다.그러나 친정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남은 친족들은 정왕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 설명 없이 돌아간다면 친정 사람들까지 화를 입을 수 있었다.그렇다고 정왕부로 돌아가 다시 이태겸의 얼굴을 볼 자신도 없었다.소율은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왕부로 가겠습니다.”도하의 눈빛이 움직였다.“그곳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소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끝내야 할 일이 있습니다.”도하는 더 묻지 않고 마차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그가 걸음을 옮기려 하자 소율은 그를 불러 세웠다.“백 공자, 오늘 베풀어 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그녀가 허리를 깊이 숙이자 도하는 잠시 바라보다가 은혜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소율이 다시 무언가 말하려 하자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오늘 밤 내가 한 일 때문에 부인께서 무엇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어디로 가실지, 누구와 함께하실지는 부인께서 결정하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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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그러니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기루에 보내면 겁을 먹고 잘못을 인정하리라 생각했다.손님을 받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에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녀는 정왕비였다.자신의 아내였다.다른 사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울면서 자신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런데 아침이 되도록 소율에게서 용서를 구하는 서찰이 오지 않았다.이태겸은 붓을 내려놓으며 아직도 소식이 없느냐고 물었다.문밖의 호위가 청홍루에서 사람이 오고 있다고 대답하자 그는 들여보내라고 명했다.잠시 후 호위가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그의 손에는 접힌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전하, 어젯밤 청홍루의 일을 확인하였사옵니다.”이태겸은 무심히 손을 내밀었다.“윤씨가 이제는 잘못을 인정하더냐?”호위는 대답하지 못했다.이태겸이 고개를 들었다.“왜 말이 없느냐?”호위는 조심스럽게 보고서를 내밀었다.“정실마마께서…… 다른 사내와 밤을 보내셨사옵니다.”서재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이태겸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무엇이라?”호위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백도하 공자가 은자 백 냥을 내고 마마의 하룻밤을 낙찰받았사옵니다.”이태겸의 손이 멈췄다.백도하.그 이름이 귀에 들어온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했다.그는 다시 말해 보라고 명했고, 호위는 떨리는 목소리로 백도하 공자와 정실마마께서 같은 방에서 밤을 보내셨다고 보고했다.이태겸은 보고서를 빼앗듯 받아 들었다.그 안에는 청홍루의 장부를 베낀 내용이 적혀 있었다.*윤소율.**은자 백 냥.**백도하.**동숙.*이태겸은 마지막 두 글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동숙.같은 방에서 밤을 보냈다는 뜻이었다.그는 종이를 구기며 누가 확인했느냐고 물었다.호위가 청홍루의 주인과 문을 지킨 하인들이 모두 같은 말을 했다고 대답하자 이태겸은 방 안까지 보았느냐고 다시 물었다.그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그의 눈빛이 사납게 번뜩였다.“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호위는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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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정왕부의 대문 앞에 마차가 멈추었을 때, 윤소율은 한동안 발을 내딛지 못했다.삼 년 전 혼례를 올리던 날, 이 문에는 붉은 비단이 걸려 있었고 하인들은 새로 들어오는 정왕비를 맞이하기 위해 두 줄로 늘어서 있었다. 그날 소율은 정왕부의 높은 문턱을 넘으며 비로소 이태겸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그러나 나흘 만에 돌아온 정왕부는 더 이상 그녀의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부인, 괜찮으십니까?”마차 밖에서 백도하의 목소리가 들렸다.소율이 고개를 들자 그가 휘장을 걷어 주었다. 아침 햇살이 스며들면서 그녀의 부어오른 뺨과 손목에 감긴 붕대가 드러났고, 도하의 시선이 그 상처 위에 잠시 머물렀다.“천천히 내려오십시오.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소율은 혼자 내려가겠다고 대답했지만, 발을 디디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마차 문틀을 붙잡아야 했다. 나흘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몸은 하룻밤을 쉬었다고 곧바로 회복되지 않았다.도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손을 잡으시겠습니까?”소율은 그 손을 잠시 바라보았다.청홍루에서부터 그는 언제나 먼저 물었다. 손을 잡아도 되는지, 의원을 불러도 되는지, 음식을 가져와도 되는지까지 그녀의 뜻을 확인했다.그런 대우가 익숙하지 않아 잠시 망설였지만, 소율은 결국 그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려왔다.발끝이 땅에 닿자 도하는 곧바로 손을 놓았다.초겨울의 찬바람이 불어와 낡은 치맛자락을 흔들었다. 소율이 어깨를 움츠리자 도하는 자신의 남색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걸 걸치십시오. 몸이 아직 성치 않으십니다.”“백 공자, 이미 너무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겉옷 한 벌 때문에 마음에 빚을 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부인께서 원하실 때 돌려주시면 됩니다.”소율은 잠시 망설이다가 겉옷을 받아 어깨에 걸쳤다.도하의 옷은 그녀에게 상당히 컸다. 넓은 어깨를 감쌌던 옷자락이 팔꿈치 아래로 흘러내렸고, 옷깃에서는 희미한 침향과 차가운 겨울 공기가 뒤섞인 냄새가 났다.그녀가 옷깃을 여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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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윤소율!”이태겸의 고함이 대문 밖까지 울렸다.소율이 고개를 들었다.나흘 동안 기다렸던 얼굴이었다. 청홍루의 차가운 방에서, 빨랫감을 씻던 우물가에서, 다른 사내들이 자신의 몸값을 부르던 대청에서 수없이 떠올렸던 얼굴이기도 했다.그러나 정작 눈앞에 선 남편을 보자 아무런 기쁨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전하를 뵈옵니다.”이태겸은 그 인사를 받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소율의 얼굴보다 먼저 남색 겉옷에 꽂혔다.“그 옷은 무엇이냐?”“백 공자께서 추울까 염려하여 빌려주신 것입니다.”이태겸의 입가가 일그러졌다.“남의 사내 옷을 입고 정왕부에 들어오겠다는 것이냐?”소율은 잠시 남편을 바라보았다.나흘 만에 돌아온 아내에게 처음으로 묻는 말이 그것이었다.다친 곳은 없느냐는 걱정도,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도 없었다.“제 옷이 너무 얇아 빌려 입었습니다.”“당장 벗어라.”소율은 움직이지 않았다.그녀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본 이태겸은 성큼 다가와 남색 겉옷의 옷깃을 움켜쥐었다.“내 말을 듣지 못했느냐?”그가 거칠게 잡아당기자 겉옷이 한쪽 어깨에서 흘러내렸고, 소율은 본능적으로 가슴 앞의 옷깃을 붙잡았다.“전하, 이러지 마십시오.”그러나 이태겸은 오히려 더욱 화가 났다.“그자의 옷이 그리도 소중하더냐? 내 앞에서조차 벗지 못할 만큼?”그는 겉옷을 다시 잡아당겼다.순간 백도하의 손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만하십시오.”정왕부의 호위들이 일제히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이태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도하를 노려보았다.“백도하, 감히 내 손을 잡아?”도하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전하께서 먼저 부인의 옷을 놓으십시오.”“내 아내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부인께서 원하지 않으십니다.”도하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대문 앞에 서 있던 모든 사람이 들을 만큼 또렷했다.“정왕 전하의 아내라는 이유로 원치 않는 일을 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이태겸의 눈빛이 사납게 번뜩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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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정왕부의 정청에는 차가 식어 가고 있었다.이태겸은 상석에 앉아 있었고, 소율은 그 앞에 서 있었다. 백도하는 정왕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떠나기 전 소율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사람을 보내라고 당부했다.소율은 그 말을 기억하며 정청의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이태겸은 그녀가 입고 있던 남색 겉옷을 노려보았다.“아직도 그 옷을 벗지 않을 셈이냐?”소율은 천천히 겉옷을 벗어 곁에 놓인 의자 위에 접어 두었다.찬 공기가 어깨를 스쳤지만 그녀는 옷깃을 여미지도 않았다.이태겸은 그제야 아내의 얼굴을 제대로 살폈다.뺨에 남은 붉은 손자국과 갈라진 입술, 피가 밴 붕대가 눈에 들어왔다.“누가 그리 만들었느냐?”소율은 잠시 멈칫했다.나흘 만에 처음 듣는 걱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청홍루의 손님이었습니다.”이태겸의 눈빛이 흔들렸다.“누가?”“장만석 대인이 제 뺨을 때렸고, 월향의 수하들이 제 팔을 비틀었습니다. 빨래를 하다가 손이 찢어졌고, 깨진 술잔에 손바닥을 베이기도 했습니다.”그녀는 붕대 감긴 손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나흘 동안 그곳에 있으면서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이태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장만석은 자신과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정왕부의 잔치에 참석하여 정실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던 자가 이제 그녀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그자가 감히 내 아내에게 손을 대?”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당장 장만석을 잡아들이라 명하겠다.”소율은 그를 바라보았다.“전하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이태겸의 움직임이 멈췄다.“무슨 뜻이냐?”“청홍루의 월향은 전하의 인장이 찍힌 명령서를 보여 주었습니다. 제가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손님을 받게 하여도 좋다고 적혀 있었습니다.”소율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 명령을 직접 내리셨습니까?”정청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이태겸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채령의 눈물과 자신의 분노에 휩쓸려 내린 명령이었다. 윤소율이 끝내 고집을 꺾지 않자 겁을 주기 위해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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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정청의 향로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올랐다.이태겸은 소율을 바라보며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무엇을 청한다고?”소율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전하와의 혼인을 끝내고 싶사옵니다. 부디 화리를 허락하여 주십시오.”그 순간 이태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윤소율!”고함이 정청을 울렸지만 소율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느냐?”“알고 있사옵니다.”“백도하와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오더니 이제는 나와 갈라서겠다고? 그 사내가 네게 무슨 말을 하였기에 이런 망발을 하는 것이냐!”소율은 잠시 눈을 감았다.자신의 화리 요구가 백도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의 모습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았다.“백 공자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화리는 제 뜻이옵니다.”“거짓말!”이태겸은 탁자를 돌아 그녀에게 다가왔다.소율은 무릎을 꿇은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전하, 소첩이 정왕부에 들어온 지 삼 년이 되었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정청 안에 또렷하게 울렸다.“혼례 첫날밤 전하께서는 제게 마음을 바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소첩은 기다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언젠가 전하께서 제게도 마음을 열어 주시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이태겸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소율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전하께서 채령의 처소에서 밤을 보내시는 동안에도 저는 안채를 지켰고, 전하께서 제 생일을 잊으셨을 때에도 서운하다는 말씀 한마디 드리지 않았습니다. 몸이 아파 누워 있을 때조차 전하께서 바쁘시다는 말을 듣고 더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습니다.”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그렇게 삼 년을 기다렸습니다.”이태겸은 시선을 피했다.그는 소율이 자신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어릴 적부터 정혼한 사이였고,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앞으로도 달라질 일은 없으리라 믿었다.“그런데 전하께서는 제가 채령에게 독을 먹였다는 말을 들으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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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소율은 한동안 남편을 바라보았다.삼 년 동안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인정이었다.그러나 그 말을 듣고도 기쁘지 않았다.그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모르고 있었다.“전하께서 잘못을 인정하시는 것과 제가 다시 전하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이태겸의 표정이 굳었다.“무엇이 다르다는 것이냐?”“소첩은 더 이상 전하를 믿지 않습니다.”정청이 조용해졌다.소율은 눈물을 닦고 허리를 곧게 폈다.“그러니 화리를 허락해 주십시오.”***이태겸은 소율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일어나라.”소율은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그가 손을 놓지 않자 얼굴을 찌푸렸다.“전하, 아픕니다.”그는 그제야 붕대 감긴 손목을 내려다보았다.붉은 피가 천 사이로 번져 있었다.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이태겸은 곧 다시 얼굴을 굳혔다.“네가 화리를 청한다고 해서 내가 허락할 것 같으냐?”소율은 손목을 빼내며 대답했다.“허락해 주실 때까지 청하겠습니다.”“내가 끝내 허락하지 않는다면?”“그렇다면 제 마음만이라도 정왕부에서 떠나겠습니다.”이태겸의 눈빛이 거칠어졌다.“마음이 떠난다고? 네 마음이 어디로 가겠다는 것이냐? 백도하에게?”소율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이태겸을 더욱 자극했다.그는 정청의 문을 열어 밖에 서 있던 총관을 불렀다.“정실의 혼수 장부를 가져오너라. 그리고 윤씨가 친정에서 가져온 물건은 하나도 밖으로 내보내지 마라.”소율이 고개를 들었다.“전하, 제 혼수는 친정에서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알고 있다.”“그렇다면 어찌 그것까지 막으십니까?”이태겸은 차갑게 웃었다.“네가 화리를 입에 올리니 나도 셈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삼 년 동안 정왕부에서 먹고 입고 지낸 값이 얼마인지 생각해 보았느냐?”소율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정왕부에 들어온 뒤 그녀는 자신의 혼수에서 상당한 돈을 꺼내 안살림을 꾸렸다. 기근이 들었을 때는 친정에서 가져온 비단을 팔아 하인들의 식량을 마련했고, 왕부의 손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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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그것도 혼수에 포함된 물건이 아니더냐?”“그러하오나 재물로 셈할 물건이 아닙니다.”“그렇다면 더욱 왕부에 두어야겠구나.”소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전하…….”“네가 화리를 거두어들이면 돌려주마.”그는 마치 당연한 조건을 내건 사람처럼 말했다.“정실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약조하면 네 물건을 모두 돌려줄 것이다. 하지만 끝내 나가겠다고 고집한다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소율은 한동안 그를 바라보았다.청홍루에서 어머니의 은비녀를 빼앗겼을 때보다 더 깊은 절망이 밀려왔다.그때는 낯선 사람들이 자신의 유품을 빼앗았지만, 지금은 남편이 그것을 볼모로 삼고 있었다.“전하께서는 제가 어머니의 유품 때문에 화리를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네게 소중한 물건이라 하지 않았느냐.”“그러하옵니다. 제게 남은 가장 소중한 물건입니다.”소율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하지만 그것 때문에 다시 전하의 아내로 살 수는 없습니다.”이태겸의 얼굴이 굳었다.그는 총관에게 명했다.“정실의 처소를 봉하고, 혼수와 패물은 모두 내 허락 없이는 꺼내지 못하게 하라.”소율은 눈을 감았다.어머니가 수놓은 매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러나 그녀는 끝내 화리를 거두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민채령은 정청에서 벌어진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시비가 달려와 정실마마께서 화리를 청하셨다고 전하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화리?”채령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윤소율이 스스로 정왕부를 떠나겠다고 한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도 없었다.그러나 시비가 이태겸이 화리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이자 그녀의 웃음이 사라졌다.“전하께서 거절하셨다고?”“그러하옵니다. 정실마마께서 거듭 청하셨으나 끝내 허락하지 않으셨고, 몹시 노하셨다 하옵니다.”채령은 손가락으로 찻잔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질렀다.이상했다.이태겸은 늘 윤소율을 귀찮아했다. 정실이 무엇을 하든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녀가 울며 매달려도 냉정하게 돌아섰다.그런데 정작 윤소율이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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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아니, 오히려 윤소율이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증거만 생긴다면 그녀를 정왕부에서 완전히 쫓아낼 수도 있었다.채령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이제 가 보자꾸나.”***정청의 문이 열리자 민채령은 문턱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소율의 얼굴을 보는 순간 놀란 듯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마마…… 어찌 얼굴이 이리되셨사옵니까?”채령은 황급히 다가오려다가 어지러운 척 몸을 흔들었다.이태겸이 곧장 그녀를 붙잡았다.“채령아, 아직 몸이 성치 않은데 어찌 이곳까지 왔느냐?”채령은 그의 품에 기대어 힘겹게 웃었다.“정실마마께서 돌아오셨다는 말을 듣고 어찌 가만히 있겠사옵니까. 소첩 때문에 그리 고생하셨다 하니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었사옵니다.”그녀는 이태겸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전하, 소첩이 오지 말았어야 했사옵니까?”이태겸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대답했다.채령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소첩은 그저 전하께서 보고 싶었사옵니다. 몸이 좋지 않아도 전하의 얼굴을 뵈면 나을 것 같아서…….”그녀는 이태겸의 옷깃을 가볍게 붙잡았다.“오늘은 소첩의 곁에 조금 더 계셔 주시면 아니 되옵니까?”이태겸의 얼굴이 누그러졌다.“네 몸이 먼저다. 무리하지 말거라.”채령은 수줍게 웃으며 그의 품에 더욱 가까이 기대었다.소율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삼 년 동안 수없이 보아 온 광경이었다.채령은 언제나 이태겸이 자신에게 화를 내려고 할 때면 눈물을 흘렸고, 그가 다른 일에 마음을 쓰려 하면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그리고 이태겸은 언제나 그녀의 말을 믿었다.채령은 소율의 시선을 느끼자 뒤늦게 놀란 듯 몸을 떼어 냈다.“마마 앞에서 소첩이 무례를 범하였사옵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였다.“마마, 정말 죄송하옵니다. 소첩이 조금만 더 조심하였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소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채령은 그녀의 침묵을 확인하더니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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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그녀는 이태겸의 얼굴을 살폈다.정왕의 표정에는 분노뿐 아니라 불편한 죄책감이 떠올라 있었다.채령은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더 이상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이태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전하…… 사실 소첩이 아직 말씀드리지 못한 일이 있사옵니다.”이태겸이 고개를 숙였다.“무슨 일이냐?”채령은 눈을 내리깔았다.“혹시나 전하께서 기뻐하시지 않을까 두려워 차마 말씀드리지 못하였사옵니다.”그녀는 이태겸의 손등을 손끝으로 천천히 쓸었다.“하지만 이제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사옵니다. 소첩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일이어서…….”이태겸의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채령아, 대체 무슨 일이냐?”채령은 대답 대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전하께서 소첩을 버리지 않겠다고 약조해 주시면 말씀드리겠사옵니다.”이태겸은 그녀를 끌어안았다.“내가 너를 어찌 버리겠느냐.”채령은 그의 품에서 조용히 미소 지었다.그러나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소첩의 몸에…… 전하의 아이가 들었사옵니다.”이태겸의 움직임이 멈췄다.“아이?”채령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의원에게도 조심스레 물었사오나, 소첩의 몸이 달라진 것이 분명하옵니다. 전하께서 기뻐하실까 두려우면서도…… 소첩은 너무도 행복하였사옵니다.”이태겸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채령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손을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전하, 소첩이 아이를 낳으면 전하께서는 더욱 소첩을 사랑해 주시겠사옵니까?”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소첩은 다른 것은 바라지 않사옵니다. 그저 전하의 아이를 품고, 전하의 곁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을 뿐이옵니다.”이태겸은 그녀를 끌어안았다.“어찌 그런 말을 하느냐. 내 아이를 품었다면 더욱 귀히 여길 것이다.”채령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눈을 감았다.그녀의 입가에는 아무도 보지 못할 만큼 작은 미소가 번졌다.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남았다.***채령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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