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보자. 정왕비마마의 손은 얼마나 고우신가.”쉰을 훌쩍 넘긴 사내가 윤소율의 손목을 움켜쥐더니, 그녀가 미처 몸을 피하기도 전에 제 앞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술기운에 붉어진 얼굴은 기름으로 닦아 놓은 듯 번들거렸고, 비단 허리띠 위로 불거진 배는 앉은 자세에서도 무릎에 닿을 만큼 거대했다. 굵은 손가락마다 금가락지를 낀 사내는 소율의 손바닥을 뒤집어 보다가 이미 터진 물집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렀다.“허어, 이것 좀 보게. 손에 물집이 잡혔어. 정왕비께서 빨래라도 하셨단 말인가?”날카로운 통증에 소율의 손끝이 움찔했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높이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가 배를 흔들며 너털웃음을 터뜨리자 술상을 둘러싸고 앉아 있던 손님들도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장 대인, 저 여인이 사흘 동안 청홍루의 빨랫감을 도맡아 씻었다 하오. 어제는 술상까지 치웠다던데, 정왕부에서 귀하게 자란 왕비마마께서 제법 일을 잘하시는 모양이오.”“정왕비가 빨래를 하고 술상을 치운다니, 이런 구경을 어디 가서 또 하겠는가. 정왕께서 참으로 재미있는 선물을 보내 주셨구먼.”장만석은 흡족한 듯 웃으며 소율의 손목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금가락지의 모서리가 살갗을 짓누르자 소율은 이를 악물었지만, 사내의 얼굴에는 오히려 그녀가 아파하는 모습을 즐기는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손을 놓으십시오.”소율은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쓰며 말했으나, 장만석은 못 들은 척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 보았다.“손이 이리 작고 고운데, 사내를 모시는 일은 얼마나 잘하실지 궁금하군. 정왕께서는 이런 여인을 곁에 두고도 어찌 다른 계집에게 빠지셨을까?”그가 능글맞게 웃으며 소율의 턱을 향해 손을 뻗자 그녀는 재빨리 얼굴을 돌렸다.“제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마십시오.”그 순간 장만석의 눈빛이 사나워졌다.“아직도 정왕부 안채에 앉아 계신 줄 아시는 모양이군.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말투를 쓰시는가?”사내는 소율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겼고, 그녀는
Last Updated : 2026-10-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