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요...”도희의 눈빛은 담담했다.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그렇구나.”케니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런데 도희가 무심코 고개를 들자, 거울처럼 반짝이는 엘리베이터 문에 시경의 모습이 비쳤다.시경은 자신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깜짝 놀란 도희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어차피 사투리도 못 알아듣잖아.’‘아무것도 모를 텐데, 뭐. 강도희, 넌 뭐가 그렇게 찔리는데?’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시경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서 대표실로 향했다.도희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그때 하린이 의자를 밀면서 도희 곁으로 다시 다가왔다.“소영남 대표님, 생각보다 좋은 분이시네.”“응. H시에 있을 때도 우리를 잘 챙겨 주셨어.”“젊어 보이시던데, 결혼은 하셨어?”도희가 하린을 빤히 바라봤다.“그건 왜 물어?”“그냥 궁금해서.”“하셨어. 놀이공원 사업을 시작하신 것도 딸이 좋아해서라고 하더라고. H시에서 따님도 봤는데, 대여섯 살쯤 됐어. 귀엽고 얌전하더라고.”“아... 괜찮은 남자는 죄다 임자가 있다니까.”도희는 정리해 둔 파일을 하린에게 보냈다.“이제부터는 선배한테 부탁할게. 소영남 대표님 회사랑은 협의하기도 편할 거야. 직원분들도 다 친절하시더라.”하린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C팀에서 처음 따낸 20억 원대 프로젝트잖아. 당연히 전력을 다해야지! 어쩌면 우리 팀 분위기를 확 뒤집을 기회일지도 몰라!”“믿습니다, 선배님.”C팀은 인원이 많지 않았다.인턴까지 전부 합쳐도 고작 8명뿐이었다.수진이 프로젝트를 따 와서 계약을 성사시키면, 정규직 직원 세 명이 업무를 나눠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조였다.하린은 주로 광고 카피와 미디어 운영을 맡았다.장주연은 거래처와의 협의 및 예산 관리를, 유재근은 현장 실무를 담당했다.인턴 세 명은 수진이 업무를 배정해 주는 대로 움직였다.수진이 시키는 일이 곧 자신들의 업무였다.“하린 씨, 몽글티 캐릭터 제작물이 밀렸어. 9월 9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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