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형수가 아주 좋은 곳에 들어앉았네. 형님 제사상 앞에서는 그렇게 정숙한 척하더니, 이제는 사내 집에서 밤을 보내?”하경의 얼굴이 굳어졌다.시율은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어머니께서 보내셨어. 돌아와서 이것만 찍으면 열녀문 태운 일도 덮어 주신대.”하경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혼수품 일체의 처분에 동의한다는 문서였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제 재산을 모두 팔겠다는 겁니까?”시율이 어깨를 으쓱했다.“형님 빚을 갚아야지. 설마 형님이 남긴 빚을 모른 척할 생각은 아니겠지?”하경은 문서를 접었다.“그 빚은 제가 진 것이 아닙니다.”시율이 코웃음을 쳤다.“형수가 돈을 빌렸든 형님이 빌렸든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집안 돈인데.”“제 혼수는 집안 돈이 아닙니다.”시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하경에게 성큼 다가왔다.“형수,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형수는 열녀문을 태운 죄인이야. 어머니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당장 관아에 끌려가!”하경은 물러서지 않았다.시율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려 했다.그러나 하경이 재빨리 손을 피했다.“손대지 마십시오.”시율이 비웃었다.“백 대행수 뒤에 숨으니까 이제 형수도 무서운 게 없어졌나 봐?”그가 다시 손을 뻗는 순간,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그 손을 어디에 대려는 거지?”백도겸이었다.시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도겸은 천천히 다가왔다.그의 시선이 시율의 손에 머물렀다.“어젯밤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시율은 황급히 손을 내렸다.“대행수님, 집안일입니다. 형수를 데리러 왔을 뿐입니다.”도겸은 하경을 바라보았다.“돌아가겠소?”하경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도겸은 시율에게 시선을 돌렸다.“들었나?”시율의 얼굴이 붉어졌다.“대행수님, 아무리 그래도 남의 집안일에 이렇게 끼어드시는 건—”도겸이 그의 말을 끊었다.“남의 집안일이라.”그는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남색 비단 열두 필의 거래 내역이었다.“그럼 이것도 집안일인가?”시율
Huling Na-update : 2026-10-21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