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겸이 윤씨 집안의 열녀문 앞에 도착했을 때, 한 사내가 흰 상복을 입은 여인을 억지로 제 품에 가두고 있었다.늦가을의 찬비가 산기슭을 적시는 밤이었다. 완공을 축하하는 붉은 비단과 등롱으로 치장한 열녀문은 윤씨 집안의 높은 담장 앞에 우뚝 솟아 있었고, 처마 아래에는 비바람을 피하도록 덮개를 씌운 횃불이 타고 있었다. 젖은 흙냄새와 기름 타는 냄새가 뒤섞인 가운데, 여인은 사내의 가슴을 두 손으로 밀어내며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사내는 그녀가 물러서려 할수록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흰 상복의 옷깃이 흐트러지고 한쪽 소매가 찢어졌지만, 그는 여인의 고통스러운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형수님, 왜 자꾸 저를 밀어내십니까? 제가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여인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 사내의 얼굴이 뺨 가까이 다가오자 어깨를 틀어 피했고, 손목을 움켜쥔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다 젖은 돌바닥에 발이 미끄러졌다. 그 순간 사내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는 대신 제 품으로 더욱 거칠게 끌어당겼다."도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도련님의 형수입니다."사내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는 잠시 여인을 내려다보더니 헛웃음을 흘렸고, 이내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그놈의 형수. 삼 년입니다. 형님이 죽고 삼 년 동안 제가 형수님 곁을 지켰는데, 아직도 제게 하실 말씀이 그것뿐입니까?"여인이 턱을 붙잡은 손을 뿌리치자 사내는 이번에는 손목을 움켜쥐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수록 여인의 얼굴이 창백해졌으나, 그는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밀어냈다는 사실에 더 분노하는 듯했다.백도겸은 마차의 휘장을 걷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사내는 윤씨 집안의 둘째 아들 윤시율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붙잡힌 여인은 삼 년 전 죽었다는 윤시헌의 아내, 서하경일 터였다. 도겸은 윤씨 집안과 거래한 장부에서 그녀의 이름을 여러 차례 보았으나, 실제로 마주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그가 이곳에 온 까
Zuletzt aktualisiert : 2026-10-20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