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는 적국의 왕에게 시집갑니다: Chapter 21 - Chapter 30

40 Chapters

21화. 두 번 깜빡임

「스카르 뱃사람 약정. 소금을 받은 배는 말린 대구를 싣고 돌아오며, 짐을 내릴 때까지 서로의 몫을 지킨다.」로잘린은 지도 위에 세웠던 펜을 내려놓았다.“무엇을 들여왔어요?”“말린 대구입니다. 소금을 주고 받았습니다.”창유리에 등대 빛이 돌아왔다. 마티아스는 창 쪽을 보지 않고 항구 기록을 로잘린 앞으로 당겼다.“이 배들입니다.”손가락이 작은 어선의 이름을 차례로 짚었다. 로잘린은 입항 날짜 옆의 빈칸을 살폈다. 짐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짐을 적지 않은 칸이었다.“등대 불은 배가 들어오라는 뜻인가요?”“두 번 가리면 들어와도 된다는 뜻입니다. 항구에서 짐을 받을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얀에게 전하께서 시키셨고요.”“예.”로잘린은 스카르 섬 아래에 놓인 빈 종이를 가져왔다.“언제부터예요?”“지난해부터입니다. 흉년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그럼 처음부터 말씀해 주세요. 소금을 내준 곳부터 대구를 받은 곳까지요.”마티아스가 의자를 가까이 당겼다. 지도 끝이 접히자 로잘린이 손바닥으로 눌렀다. 마티아스는 그 옆에 손을 놓아 종이가 다시 말리지 않게 했다.“내일 선장에게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제가 아는 것과 실제로 실은 양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로잘린은 어선 이름 옆에 표시했다.“그때는 짐을 내린 표도 가져오게 해 주세요.”«▼»안개달 22일 밤, 장부방 탁자에는 항구 기록과 소금 출고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로잘린은 낮에 받아 둔 환전 쪽지를 펼쳤다. 모서리에 바닷물이 마른 자국이 남아 있었다.「1피른에 2.2세르.」올덴의 수출 제한 포고가 오기 전에는 1피른을 바꾸는 데 1.6세르가 들었다. 로잘린은 밀 매입값을 적었던 장을 찾아 쪽지를 끼웠다.마티아스가 맞은편에서 물었다.“얼마나 달라졌습니까?”“피른을 그만큼 마련해도 세르를 더 줘야 해요. 올덴 상인이 값을 그대로 둔다고 해도 라우덴에서는 비싸져요.”“은의 무게는 달라지지 않았는데도요.”“지금 필요한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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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대구와 밀

「멜리네 조약 6조. 두 나라 상인은 상대 나라 항구와 시장에서 그 나라 상인과 같은 세를 낸다.」스벤은 수염에서 손을 떼고 토렌의 항구를 짚었다.“거기서 대구를 삽니까?”“생선을 실어 오는 배가 드물어요. 말린 것은 더 드물고요.”로잘린은 항구 품목표를 가져왔다. 곡물과 옷감 사이에 적힌 말린 생선의 값을 찾아 스벤 앞으로 돌렸다.“스카르에서 대구 1상자는 2세르죠?”“예. 30킬로그램입니다.”“토렌에서는 5세르예요.”스벤의 손가락이 값 옆에 멈췄다.“우리가 가져가면 그 값을 다 받습니까?”“그렇지는 않아요. 운반하는 값도 들고, 파는 사람의 몫도 있어요.”로잘린은 지도 아래에 종이를 놓았다. 소금, 대구, 밀을 떨어뜨려 적고 손끝으로 차례로 짚었다.“라우덴에서 소금을 싣고 스카르로 가요. 그 소금을 대구와 바꿔 토렌에 가져가고요.”“대구를 판 돈으로 밀을 삽니까?”“예. 그러면 올덴에서 피른을 마련해 밀을 사 오는 길만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마티아스가 밀 매입 장부를 가까이 당겼다.“토렌에 있는 밀도 올덴에서 나온 것 아닙니까?”“이미 토렌 상인에게 넘어간 밀은 있어요. 올덴에서 새로 내보내는 물건과는 따로 확인해야 해요.”로잘린은 펜을 들어 밀 옆에 짧게 적었다.「보관한 항구와 매입표 확인.」“팔겠다는 말만 믿으면 안 돼요. 어디에 있는 밀인지, 누구의 몫인지부터 물어야 해요.”스벤이 의자 깊이 앉았다.“대구를 가져갔는데 밀을 안 주면요?”“그래서 먼저 편지를 보내려고 해요. 대구를 살 사람과 밀을 내줄 사람이 정해진 뒤에 움직여야죠.”“섬 어른들이 소금을 주겠느냐고 물을 겁니다.”“라우덴의 출고표를 보여 드릴게요. 다만 섬의 약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선장님이 가져올 수 있는 몫만 적어 주세요.”스벤은 자기 짐표를 펼쳤다. 젖은 모자는 탁자 아래로 내려놓았다.“다른 배까지 약속하지는 못합니다.”“그 몫은 비워 둘게요.”로잘린이 펜을 내밀자 스벤은 천에 적힌 짐표를 보고 종이에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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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셋째 불

「라우덴 항구 저울 규정. 항구에 내리는 곡물은 궁의 저울로 재고, 파는 이와 사는 이가 함께 무게를 확인한다.」“따로 켠 불입니까?”로잘린이 신호표를 들고 물었다. 얀은 문턱에 기대지 않고 바로 섰다. 급히 달려오느라 비뚤어진 모자를 손안에서 돌렸다.“예. 스카르 배 옆에서 기다립니다. 항구에서도 확인하러 나갔습니다.”마티아스가 외투를 집었다.“배 이름을 확인한 뒤 궁으로 답을 보내라고 했습니다.”“저도 내려갈게요.”로잘린은 쓰던 장부를 덮었다. 사스의 답장은 사본 사이에 묶인 그대로 두고, 작은 상인들에게 보낸 편지만 챙겼다.페트라가 문 옆에 걸린 외투를 가져왔다. 로잘린이 팔을 넣는 동안 앞자락을 펴 주었다.“답을 가져온 배일 수도 있잖아요.”“그럴 수 있어요.”로잘린은 봉투를 넣을 안주머니를 확인했다.“그러면 답부터 읽고 오면 돼요.”마티아스는 문밖에서 기다렸다. 로잘린이 나오자 얀에게 등대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 불을 지킬 사람이 자리를 오래 비워서는 안 됐다.궁을 나서자 바다 쪽에 작은 불이 보였다. 등대 불과는 높이가 달랐다. 로잘린은 걸음을 재촉하다가 외투 안의 사본을 눌렀다. 아직 약속을 받지도 않았는데 빈 손으로 밀 자루를 세려 하고 있었다.항구에서 기다리던 관리가 젖은 봉투를 내밀었다.“토렌에서 왔습니다. 짐을 확인하고 서명을 받아 오느라 늦었다고 합니다.”봉랍에는 서로 다른 인장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로잘린은 등불 아래에서 편지를 폈다. 마티아스가 바람이 오는 쪽에 서자 종이 끝이 덜 흔들렸다.「토렌 창고에 보관한 밀 400자루. 자루마다 40킬로그램. 1자루 7세르. 긴밤달 2일, 멜리네 항구에서 인도.」편지 아래에는 대구를 받을 값과 항구 창고의 확인표가 붙어 있었다. 로잘린은 표의 표시를 사본과 맞췄다.“밀을 내주겠다고 썼어요.”마티아스가 아래의 서명을 보았다.“둘 다 서명했습니까?”“예. 각자 가진 몫을 적었고요. 배는 함께 쓰겠답니다.”“받아들일 수 있습니까?”로잘린은 무게를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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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긴밤달 바다

「스카르 소금 약정문. 소금 1자루와 말린 대구 1상자를 바꾸되, 양쪽에서 무게와 상태를 확인한 뒤 짐을 넘긴다.」마티아스가 로잘린의 외투 안으로 들어간 짐표를 보았다.“약정에 쓸 종이는 따로 싸십시오. 배에서는 젖기 쉽습니다.”“글씨부터 걱정하시는군요.”“쓰실 분도 걱정합니다.”로잘린은 안주머니의 입구를 여미던 손을 멈췄다. 마티아스는 항구 관리에게 출항할 때 쓸 덮개를 확인해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로잘린은 구겨진 짐표 끝을 펴서 다시 넣었다.«▼»긴밤달 6일 아침, 스벤의 배에는 소금 자루가 먼저 실렸다.로잘린은 갑판에 오르기 전에 자루 밑에 깐 판자를 살폈다. 바닥과 짐 사이로 손이 들어갔다. 스벤이 덮개를 당겨 묶으며 말했다.“물이 들어와도 바로 닿지는 않습니다. 안쪽에 두십시오.”문서 꾸러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로잘린은 기름 먹인 천으로 싼 종이를 품에 안았다. 페트라가 매듭을 묶고 풀어 보기를 거듭한 꾸러미였다. 급할 때 풀리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묶지는 말라는 당부도 들었다.마티아스는 난간 쪽 밧줄을 확인하고 돌아왔다.“움직일 때는 벽이나 줄을 잡으십시오.”“종이를 들었으면요?”마티아스가 손을 내밀었다.“제게 맡기십시오.”로잘린은 꾸러미를 건넸다. 손을 비우고서야 배에 오르는 발판이 생각보다 좁다는 것을 알았다. 난간을 잡고 올라가자 마티아스가 뒤따라 문서를 돌려주었다.배가 항구를 벗어날 때까지 로잘린은 궁 쪽을 보았다. 바닷바위 궁의 창문은 곧 서로 구별할 수 없게 됐다. 등대도 낮은 바위 위에 놓인 작은 기둥처럼 보였다.스벤이 옆에서 물었다.“스카르어는 어디서 배웠습니까?”“하론 강 관세소요. 생선 상인들이 왔어요.”“그 사람들은 물때보다 값부터 가르쳤겠군요.”“값을 물으면 배가 떠날 때부터 말했어요. 늦게 사면 짐을 다시 내려야 한다고요.”스벤이 수염을 쓸었다.“그건 잘 배웠습니다.”로잘린은 갑판에 놓인 밧줄을 피해 걸었다. 관세소에서 알던 뱃사람들은 젖은 장화를 벗지도 않고 의자에 앉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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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공란의 주인

「라우덴 금고 규정.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은 그 출처를 적고, 물건으로 받은 것은 받은 날의 기록을 함께 둔다.」마티아스는 올덴이 아직 계산 중이라는 말에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로잘린의 외투 끈이 난간에 걸리지 않도록 안쪽으로 넣어 주었다.“어머니께 편지를 보내시겠습니까?”“궁에 돌아가면요. 이번에는 적을 게 많아요.”“바다 이야기도 쓰십시오.”로잘린은 외투 앞자락을 눌렀다. 갑판에서 미끄러졌다는 대목을 쓰면, 어머니는 다른 이야기를 읽기도 전에 답장을 시작할 것 같았다.“걱정하실 텐데요.”“무사히 돌아왔다고 먼저 쓰시면 됩니다.”“그다음에 전하가 붙잡아 주셨다고 쓰고요?”“그것도 사실입니다.”로잘린은 난간에 놓인 마티아스의 손을 보았다. 밧줄을 당기느라 손바닥이 붉어져 있었다. 손등에 마른 소금이 남았다.“마티아스.”마티아스가 고개를 돌렸다.“들어가서 손을 씻으세요. 소금이 남으면 쓰라려요.”“함께 들어가시겠습니까?”로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티아스가 먼저 선실 문을 열었다. 몸을 낮추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로잘린은 안주머니에 든 약정문을 다시 눌러 보았다.어머니에게 보낼 편지에도 이 일을 적어야 했다. 소금을 내주고 대구를 받았으며, 다음 배가 올 때를 글로 정했다고.«▼»긴밤달 12일 아침, 바닷바위 궁의 복도에는 젖은 외투 대신 마른 양모 냄새가 났다.로잘린의 방에 놓인 짐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문서 꾸러미만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페트라가 기름 먹인 천을 걷자 종이 모서리가 드러났다.“물 한 방울 안 들어갔네요.”“매듭을 잘 묶어 줬으니까.”“이제 어머니께 답장부터 쓰세요. 편지가 와 있어요.”페트라가 책상 안쪽을 가리켰다. 익숙한 글씨로 이름을 쓴 봉투가 놓여 있었다. 토렌어의 짧은 끝획만 보아도 어머니의 손을 알아볼 수 있었다.로잘린은 봉투에 손을 얹었다가 내려놓았다.“장부방에 다녀와서 읽을게.”“아침은 드시고 가셔야 해요.”게르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쟁반에는 따뜻한 수프가 놓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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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파렌의 빵값

「올덴 세금 포고. 국고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세율을 12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올린다.」로잘린은 장부를 덮으려다 손을 멈췄다. 어머니의 편지 끝이 가죽 표지 밖으로 조금 나와 있었다. 종이가 접히지 않도록 안으로 밀어 넣었다.페트라는 새 종이에 눌러 둔 깃펜을 옆으로 옮겼다.“답장은 나중에 쓰실 거예요?”“아니. 써야지.”로잘린은 장부를 책상 안쪽에 두고 잉크병을 열었다. 무사히 돌아왔다는 말부터 썼다. 외투를 고쳤고, 궁에서 따뜻한 수프를 먹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시장 이야기를 묻는 대목에서는 펜이 잠깐 멈췄다.빵값이 올랐다면 밀값만 물어서는 안 됐다. 밀을 들여오는 길과 시장에서 붙는 세금도 알아야 했다.“페트라. 어머니께서 시장에 다니실 때 짐을 들어 주던 사람이 아직 있지?”“예. 집까지 가져다줘요.”“다음에는 그 사람에게 부탁하시라고 써야겠어. 무거운 걸 혼자 들지 마시고.”페트라가 책상 옆으로 다가왔다.“빵값부터 물으실 줄 알았어요.”“그것도 물을 거야.”로잘린은 편지에 짧은 문장을 더했다. 빵을 사러 나갔다가 무거운 짐까지 들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모습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펜촉을 다시 적실 때 페트라가 잉크병을 가까이 밀어 주었다.«▼»긴밤달 20일 아침, 답장을 보낼 봉투 위로 올덴 소식지가 놓였다.페트라가 가져온 종이는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여러 사람이 돌려 읽은 듯 접힌 곳마다 손때가 남았다. 소식지 사이에는 세금 포고를 옮겨 적은 종이도 끼워져 있었다.로잘린은 봉투를 한쪽으로 옮겼다.“어디서 받았어?”“항구요. 토렌 배에서 내려온 사람이 가져왔대요. 린드가 궁으로 보내 달라고 했어요.”포고의 첫 줄에는 국고가 부족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로 새 세율과 시행할 날짜가 이어졌다.로잘린은 손가락을 12퍼센트 위에 놓았다가 20퍼센트로 옮겼다.‘8을 더했네.’붙은 숫자는 짧았다. 그 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의 장부는 짧게 끝나지 않을 터였다.“빵에만 붙는 세금은 아니겠네.”“밀 파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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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발언권

「멜리네 조약 2조. 올덴은 평화의 보증으로 왕족 한 사람을 라우덴 궁에 머물게 한다. 기한은 5년. 라우덴은 그 사람을 정중히 대우한다.」“조약 2조는 5년이고 혼인은 라우덴 법입니다.”마티아스는 지도에서 손을 떼고 귀족을 보았다.“돌려 달라면 조약 8조대로 글로 묻겠지요. 그 답은 왕비가 씁니다.”회색 외투의 귀족이 로잘린 쪽을 보았다가 다시 마티아스에게 눈을 돌렸다.“올덴이 보낸 보증인에 관한 답을 당사자에게 맡기시겠다는 말씀입니까?”“내가 함께 확인하고 서명하겠소. 왕비를 빼고 정하지는 않겠소.”로잘린은 무릎 위에 놓았던 손을 탁자로 올렸다. 서류는 아직 베크 앞에 있었다. 마티아스가 대신 가져와 주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저 종이를 펼칠 때는 로잘린이 직접 펼치고 싶었다.“올덴이 물을 수 있다는 것과 우리가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은 다르오.”마티아스가 말을 이었다.“전쟁이 걱정되면 조약과 항구 기록을 살펴야지, 왕비를 먼저 돌려보낼 까닭을 찾을 일은 아니오.”“돌려보내자는 뜻은 아니었습니다.”“그렇다면 그렇게 기록하시오.”서기의 펜이 움직였다. 귀족은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로잘린은 서기가 쓰는 종이 끝을 보았다. 아직 로잘린의 말은 거기에 없었다.문이 열리고 기록방에서 가져온 법전이 들어왔다. 베크는 책을 받아 탁자에 놓았다. 표지 끈을 푸는 손이 바빴지만 아무 데나 펼치지는 않았다.마티아스가 물었다.“지금 확인할 수 있겠소?”“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 끝내겠다고 약속드리기는 어렵습니다.”“그러면 확인한 뒤 다시 모이겠소.”로잘린이 베크 앞의 서류를 가리켰다.“그동안 항구 기록과 금고 장부도 함께 보아 주세요. 제가 한 말을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말씀드릴 자료를 먼저 확인해 달라는 뜻이에요.”베크는 법전 옆에 서류를 놓았다.“대조해서 가져오겠습니다.”회색 외투의 귀족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항구로 배가 늘었다면 비용도 늘었을 겁니다. 세입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예. 나간 돈도 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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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생일 저녁

「멜리네 조약 8조. 조약을 어겼다고 보는 쪽은 먼저 글로 묻고, 60일 안에 답을 받는다.」로잘린은 사절의 이름 아래로 손가락을 내렸다. 눈달 5일이라는 날짜 옆에는 도착할 때까지 회의실과 서기를 준비해 달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답변할 자료는 왕비께 전달하라고 적었군요.”베크가 봉투를 뒤집어 보았다.“전하께만 보낸 서한인데 말입니다.”“제가 한 거래를 묻겠다는 뜻이겠지요.”로잘린은 서한을 항구 기록 위에 놓지 않았다. 따로 펼친 조약 사본 위에 얹었다.마티아스가 빈 봉투를 건넸다.“원문도 가져오겠습니다.”“폐위 문서도 함께 보겠어요. 올덴에서 보낸 글은 올덴에서 쓴 말로 답해야 하니까요.”서류 끈을 다시 풀었다. 조금 전까지 회의에 올릴 자료였던 종이들을, 이번에는 사절에게 내놓을 것과 궁에 남길 것으로 나누었다.«▼»긴밤달 25일 아침, 왕 서재의 긴 탁자에는 리타어 원문과 번역본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로잘린은 폐위 문서가 말리지 않도록 모서리를 눌렀다. 접힌 자리에 묻은 붉은 인장은 종이를 펼쳐도 그대로 남았다. 눈으로 확인한 뒤 손은 대지 않았다.사절이 도착하기까지 열흘이었다.로잘린은 새 종이 맨 위에 짧은 줄을 적었다.「왕족이 아닌 사람과의 혼인.」그 아래에는 곡물 밀무역, 마지막에는 하론 강 통행세 회피를 적었다.마티아스가 맞은편에서 종이를 보았다.“서한에는 위반한 조항을 적지 않았습니다.”“그러니 우리가 먼저 나누어 놓아야 해요. 사절이 말하는 순서대로 장부를 찾으면 늦어요.”“다른 것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예. 이건 사절의 말을 대신 써 놓은 게 아니라, 우리가 확인할 순서예요.”로잘린은 첫 줄 옆에 폐위 문서와 조약 2조, 9조를 적었다. 두 번째 줄에는 스카르 약정과 세금 영수증을, 세 번째에는 항로 기록을 붙였다.‘셋을 나누면, 한꺼번에 답하지 않아도 돼.’마티아스가 항로 기록을 옮겨 주었다. 로잘린은 받아서 통행세 항목 아래에 놓았다.“강을 지나지 않은 배에도 통행세를 내라고 할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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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왕족이란 말

「멜리네 조약 10조. 이 조약은 리타어로 적은 원문이 기준이다. 번역이 다르면 원문을 따른다.」로잘린은 폐위 문서 위에 얹힌 조약을 옆으로 옮겼다. 어느 종이도 다른 종이를 가리지 않게 놓으니 탁자의 빈자리가 좁아졌다.“사절에게 보여 줄 사본도 이렇게 놓아 주세요.”마티아스가 종이 사이를 손끝으로 짚었다.“인장까지 옮겨 그립니까?”“그리기만 하면 안 돼요. 실제 찍힌 것을 보게 해야 해요.”“원본을 앞에 두겠습니다.”로잘린은 폐위 문서의 접힌 자리를 눌렀다. 마티아스가 반대쪽 모서리를 잡아 주었다. 종이가 평평해지자 붉은 인장 둘레의 작은 글자까지 드러났다.둘의 손은 인장에 닿지 않았다.«▼»눈달 5일, 회의실에는 난로 가까이까지 의자가 놓였다.로잘린은 왕의 옆자리에 앉았다. 앞에는 리타어 조약 원문이, 그 옆에는 올덴에서 가져온 폐위 문서가 있었다. 서기에게 건넬 사본은 아직 끈으로 묶여 있었다.마티아스가 로잘린의 잔을 종이에서 조금 멀리 옮겼다.“물을 쏟으면 안 되겠군요.”“사절이 오기 전에 마실게요.”로잘린은 잔을 들었다. 미지근한 물이었다. 난로에 가까운 자리인데도 왼손 끝은 차가웠다.문밖의 발소리가 멎었다.레오폴드 그림은 깃 높은 외투를 벗어 팔에 걸친 채 들어왔다. 인사를 마친 뒤에도 로잘린 쪽에는 고개만 조금 숙였다. 의자 앞에 서서 봉인된 서한을 내밀었다.“올덴 왕의 뜻을 전하러 왔습니다.”베크가 서한을 받아 마티아스 앞으로 놓았다. 왕실 인장이 붙은 봉투였다.로잘린은 자기 앞의 붉은 인장을 보았다가 손을 무릎에 내려놓았다.마티아스가 봉인을 열었다.“앉으십시오.”“먼저 사절의 자격을 밝혀 두고자 합니다. 제가 하는 말은 개인의 의견이 아닙니다.”“그대로 기록하게 하겠습니다.”레오폴드는 앉기 전에 서기의 자리를 확인했다. 펜이 준비된 것을 보고서야 외투를 의자 등에 걸었다.베크는 서한의 날짜와 사절의 이름을 읽었다. 로잘린은 끝까지 듣고 묶어 둔 사본의 끈을 풀었다.종이를 건네려 하자 레오폴드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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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아버지의 장부

「구스타프 카렌츠의 하론 강 관세소 장부. 받은 돈과 넘긴 돈을 한 줄에 적고, 받는 이의 인장을 남긴다.」로잘린은 회의실 탁자에 가죽 장부를 내려놓았다. 끈을 풀자 오래 눌린 가죽 끝이 조금 들렸다. 그 옆에는 스카르 약정문과 항구 장부를 놓았다.서기가 새 기록지 위에 날짜를 적었다.눈달 6일이었다.레오폴드는 어제 받은 조약 사본을 펴 둔 채 기다리고 있었다. 외투는 의자 등에 걸려 있었고, 질문서는 손 닿는 곳에 놓여 있었다.“어느 장부부터 보시겠습니까?”“밀무역에 관한 것부터 보겠습니다.”로잘린은 가죽 장부에서 손을 떼었다.“그럼 거래를 나누어 확인하죠.”스카르 약정문을 사절 앞으로 밀었다. 바닷길에서 접힌 곳이 아직 반듯하지 않았다. 로잘린은 모서리에 받침을 놓고 스벤의 서명이 있는 줄을 보였다.레오폴드가 글을 살폈다.“스카르어군요.”“옆에 리타어로 그대로 옮겨 적었어요. 올덴어 사본도 준비했습니다. 가져가서 대조하실 수 있어요.”“라우덴에서 만든 번역입니까?”“제가 옮겼어요. 번역을 믿으라는 뜻은 아니에요. 원문과 함께 드리는 거예요.”레오폴드는 사본을 받아 원문 옆에 놓았다.로잘린은 약정문을 스카르어로 읽은 뒤 올덴어로 다시 읽었다. 물때에 따라 배를 대는 곳, 물건을 확인하는 사람, 교환할 소금과 대구의 양을 차례로 짚었다.“소금 1자루에 말린 대구 1상자예요.”“곡물은 없군요.”“예. 스카르에서 밀을 받았다는 질문이라면, 이 약정에는 그런 거래가 없어요.”“대구를 토렌에 팔아 밀을 샀지 않습니까?”“맞아요. 그건 토렌 장부에서 확인하시면 돼요.”로잘린은 항구 장부를 펼쳤다. 출항한 소금과 들어온 대구, 토렌에 넘긴 대구와 밀을 받은 줄에 얇은 종이를 끼워 두었다.레오폴드의 손이 종이 사이를 오갔다.“물건을 돈으로 바꾸지 않고 넘겼다면 세금을 매기기 어려웠을 텐데요.”“돈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물건의 값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항구에서 값을 적고 그 값에 따라 세금을 받았어요.”“이건 물건을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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