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네 조약 8조. 조약을 어겼다고 보는 쪽은 먼저 글로 묻고, 60일 안에 답을 받는다.」로잘린은 사절의 이름 아래로 손가락을 내렸다. 눈달 5일이라는 날짜 옆에는 도착할 때까지 회의실과 서기를 준비해 달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답변할 자료는 왕비께 전달하라고 적었군요.”베크가 봉투를 뒤집어 보았다.“전하께만 보낸 서한인데 말입니다.”“제가 한 거래를 묻겠다는 뜻이겠지요.”로잘린은 서한을 항구 기록 위에 놓지 않았다. 따로 펼친 조약 사본 위에 얹었다.마티아스가 빈 봉투를 건넸다.“원문도 가져오겠습니다.”“폐위 문서도 함께 보겠어요. 올덴에서 보낸 글은 올덴에서 쓴 말로 답해야 하니까요.”서류 끈을 다시 풀었다. 조금 전까지 회의에 올릴 자료였던 종이들을, 이번에는 사절에게 내놓을 것과 궁에 남길 것으로 나누었다.«▼»긴밤달 25일 아침, 왕 서재의 긴 탁자에는 리타어 원문과 번역본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로잘린은 폐위 문서가 말리지 않도록 모서리를 눌렀다. 접힌 자리에 묻은 붉은 인장은 종이를 펼쳐도 그대로 남았다. 눈으로 확인한 뒤 손은 대지 않았다.사절이 도착하기까지 열흘이었다.로잘린은 새 종이 맨 위에 짧은 줄을 적었다.「왕족이 아닌 사람과의 혼인.」그 아래에는 곡물 밀무역, 마지막에는 하론 강 통행세 회피를 적었다.마티아스가 맞은편에서 종이를 보았다.“서한에는 위반한 조항을 적지 않았습니다.”“그러니 우리가 먼저 나누어 놓아야 해요. 사절이 말하는 순서대로 장부를 찾으면 늦어요.”“다른 것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예. 이건 사절의 말을 대신 써 놓은 게 아니라, 우리가 확인할 순서예요.”로잘린은 첫 줄 옆에 폐위 문서와 조약 2조, 9조를 적었다. 두 번째 줄에는 스카르 약정과 세금 영수증을, 세 번째에는 항로 기록을 붙였다.‘셋을 나누면, 한꺼번에 답하지 않아도 돼.’마티아스가 항로 기록을 옮겨 주었다. 로잘린은 받아서 통행세 항목 아래에 놓았다.“강을 지나지 않은 배에도 통행세를 내라고 할까요?”
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