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네 조약 11조. 조약을 고칠 때는 두 나라 왕이 하론 강 다리 위에서 서명한다.」로잘린은 날짜 아래에 적힌 장소까지 읽었다. 하론 강 돌다리 가운데, 두 나라가 조약에 서명했던 자리였다.“방문이 아니라 회담을 청한 거네요.”전령은 젖은 외투 자락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올덴 쪽에서 숙소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답을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마티아스가 문서를 내려다보았다.“우리 쪽 숙소를 쓰겠습니다. 왕비도 함께 갑니다.”로잘린은 탁자 끝에 놓인 빈 봉투를 가져왔다. 올덴 백성에게 보낼 답장 곁에 회담에 응하겠다는 짧은 글을 썼다. 펜촉을 털고 종이를 밀어 놓자 마티아스가 날짜를 확인했다.“이대로 보내겠습니다.”“예.”마티아스는 마른 잉크 위에 손을 대지 않도록 종이 가장자리만 잡았다.페트라가 장 아래에서 여행용 덮개를 꺼냈다. 로잘린은 쓰던 편지를 덮고, 조약 원문과 폐위 문서를 따로 모았다.“길에서 입을 옷만 준비해 줘.”페트라는 덮개를 펼치다 말고 로잘린을 보았다.“돌아올 때 입을 것도요.”“응. 그것도.”페트라는 상자를 닫지 않았다. 받는 곳을 맞춰 둔 편지들이 탁자에 그대로 남았다.«▼»얼음달 3일, 하론 강 다리 난간에는 밤새 맺힌 서리가 남아 있었다.로잘린은 마차에서 내려 외투 앞섶을 여몄다. 마티아스가 먼저 밟은 돌을 따라 올라가니, 강 건너에 올덴 깃발이 보였다. 바람이 깃발을 펼칠 때마다 가장자리의 금실이 번쩍였다.다리 가운데에는 탁자가 놓여 있었다. 올덴 쪽 사람들이 탁자 위의 천을 당겨 펴고 있었다. 의자는 마련되어 있었지만 라이너는 앉지 않았다.라이너의 외투는 기억하던 것보다 더 화려했다. 깃과 소매에 털을 두르고, 허리띠에는 그 빛깔의 보석을 달았다. 그 옷 위로 드러난 얼굴은 야위어 있었다.로잘린이 가까이 가자 라이너가 한 걸음 나왔다.“로잘린.”로잘린은 탁자 앞에서 멈췄다.“올덴의 왕을 뵙습니다.”라이너의 시선이 외투 어깨에서 손으로 내려갔다. 로잘린은 조약 문서가 든 가죽 덮개를
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