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는 적국의 왕에게 시집갑니다: Chapter 31 - Chapter 40

40 Chapters

31화. 사절의 배

「멜리네 조약 8조. 조약을 어겼다고 보는 쪽은 먼저 글로 묻고, 60일 안에 답을 받는다.」레오폴드가 받아 든 장부 사본은 가죽 문서 가방 안에 들어가 있었다. 끈으로 묶은 자리가 조금 눌렸지만, 봉인은 건드리지 않은 채였다.눈달 8일 아침, 사절은 바닷바위 궁 현관에서 가방의 잠금쇠를 닫았다.로잘린은 내려오던 계단에서 잠시 멈췄다.“겉에 씌울 천을 드릴게요. 항구에서 물이 튈 수 있어요.”“배 안에 문서함이 있습니다.”“배에 오르기 전까지 덮으시면 돼요.”레오폴드는 잠금쇠에 얹었던 손을 내렸다.“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게르다가 접은 천을 가져왔다. 사절이 가방을 감싸는 동안 로잘린은 외투의 단추를 잠갔다. 왼쪽 소매가 안으로 말려 있었다. 게르다가 손목을 잡아 천을 펴 주었다.“방은 돌아오신 뒤에 정리할까요?”“창문만 닫아 주세요. 아까 조금 열어 뒀어요.”“닫았습니다.”“창틀은요?”아침에 커튼을 걷었을 때 흰 소금이 손끝에 묻어났다. 게르다는 늘 로잘린이 식사를 마치기 전에 그것부터 닦았다.오늘은 천을 창틀 옆에 놓아두고 내려왔었다.“그대로 뒀어요.”로잘린이 게르다를 보았다.“이제 왕비 전하 것이니까요.”게르다는 소매 끝을 한 번 더 눌러 편 뒤 물러섰다.로잘린은 장갑을 끼려다 맨손으로 외투 주머니 안을 만졌다. 접힌 종이가 들어 있었다. 파렌의 빵값이 두 배가 되었다는 어머니의 편지는 장부 사이에 두었고, 주머니에는 오늘 항구에서 확인할 목록을 넣었다.“돌아와서 같이 창문을 열어요.”“수프가 식기 전에 오세요.”게르다는 문을 열어 주었다.현관 옆에서 바구니를 든 하녀가 길을 비켰다. 안쪽 문을 막 열려던 다른 하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왕비 나가신다. 그건 잠깐 내려놔.”로잘린은 문턱을 넘다가 장갑 끝을 놓쳤다. 손가락을 다시 넣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마티아스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외투 어깨에 가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항구에 다녀오셨어요?”“예. 사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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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페트라의 상자

「올덴 소식지. 재무대신 포셰를 해임하고, 국고와 관세소 기록을 살피기 위해 귀족회의를 소집한다.」“다리로 갈 때는 같이 가겠습니다.”마티아스가 말했다. 로잘린은 사절선이 지나간 항구 입구에서 시선을 거두었다.“아직 언제 올지도 모르잖아요.”“날짜가 정해지면요.”마티아스는 로잘린의 장갑 끝을 보았다. 바람에 벌어진 소매와 장갑 사이로 손목이 드러나 있었다.“오늘은 먼저 돌아가시겠습니까.”“전하는요?”“남은 배를 확인하고 가겠습니다.”로잘린은 외투 소매를 당겼다. 손목을 가린 뒤 항구 저울 쪽을 돌아보았다. 밀 자루가 내려오고 다음 자루가 올라갔다. 피노가 기록판을 들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수프를 남겨 달라고 할게요.”“고맙습니다.”마티아스는 길을 막고 있던 밧줄을 치워 주었다. 로잘린은 그 옆을 지나 궁으로 걸어갔다.«▼»눈달 20일, 로잘린의 방 탁자에는 항구에서 올라온 납세 기록과 올덴 소식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소식지의 접힌 자리가 닳아 있었다. 토렌 배를 거쳐 온 종이는 가장자리부터 펴야 했다. 로잘린은 포셰의 이름이 적힌 줄 위에 뼈로 만든 자를 놓았다.해임.그 아래에는 귀족회의 소집을 알리는 글이 있었다. 대신실에 남아 있는 문서와 관세소 기록을 함께 살핀다고 했다. 누구에게 무엇을 물을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로잘린은 종이를 뒤집었다. 뒷면에도 결의 날짜는 없었다.문 앞에서 페트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양팔로 나무 상자를 안은 채였다. 상자 위에는 접은 천과 뜨개바늘이 놓여 있었다.“무거워 보이네. 내려놔.”“탁자가 꽉 찼어요.”로잘린은 납세 기록을 한쪽으로 모았다. 종이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표지를 덮고 의자를 밀어 자리를 냈다.페트라가 상자를 내려놓았다. 바닥이 탁자에 닿는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전부터 가져오려고 했어요.”“그 상자, 소식지 넣어 두던 것 아니야?”“소식지만 있는 건 아니에요.”페트라는 위에 얹은 천을 걷었다. 뜨개바늘을 천에 꽂으려다 그만두고 무릎에 내려놓았다. 열쇠는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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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다리 위의 두 왕

「멜리네 조약 11조. 조약을 고칠 때는 두 나라 왕이 하론 강 다리 위에서 서명한다.」로잘린은 날짜 아래에 적힌 장소까지 읽었다. 하론 강 돌다리 가운데, 두 나라가 조약에 서명했던 자리였다.“방문이 아니라 회담을 청한 거네요.”전령은 젖은 외투 자락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올덴 쪽에서 숙소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답을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마티아스가 문서를 내려다보았다.“우리 쪽 숙소를 쓰겠습니다. 왕비도 함께 갑니다.”로잘린은 탁자 끝에 놓인 빈 봉투를 가져왔다. 올덴 백성에게 보낼 답장 곁에 회담에 응하겠다는 짧은 글을 썼다. 펜촉을 털고 종이를 밀어 놓자 마티아스가 날짜를 확인했다.“이대로 보내겠습니다.”“예.”마티아스는 마른 잉크 위에 손을 대지 않도록 종이 가장자리만 잡았다.페트라가 장 아래에서 여행용 덮개를 꺼냈다. 로잘린은 쓰던 편지를 덮고, 조약 원문과 폐위 문서를 따로 모았다.“길에서 입을 옷만 준비해 줘.”페트라는 덮개를 펼치다 말고 로잘린을 보았다.“돌아올 때 입을 것도요.”“응. 그것도.”페트라는 상자를 닫지 않았다. 받는 곳을 맞춰 둔 편지들이 탁자에 그대로 남았다.«▼»얼음달 3일, 하론 강 다리 난간에는 밤새 맺힌 서리가 남아 있었다.로잘린은 마차에서 내려 외투 앞섶을 여몄다. 마티아스가 먼저 밟은 돌을 따라 올라가니, 강 건너에 올덴 깃발이 보였다. 바람이 깃발을 펼칠 때마다 가장자리의 금실이 번쩍였다.다리 가운데에는 탁자가 놓여 있었다. 올덴 쪽 사람들이 탁자 위의 천을 당겨 펴고 있었다. 의자는 마련되어 있었지만 라이너는 앉지 않았다.라이너의 외투는 기억하던 것보다 더 화려했다. 깃과 소매에 털을 두르고, 허리띠에는 그 빛깔의 보석을 달았다. 그 옷 위로 드러난 얼굴은 야위어 있었다.로잘린이 가까이 가자 라이너가 한 걸음 나왔다.“로잘린.”로잘린은 탁자 앞에서 멈췄다.“올덴의 왕을 뵙습니다.”라이너의 시선이 외투 어깨에서 손으로 내려갔다. 로잘린은 조약 문서가 든 가죽 덮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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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돌아가지 않습니다

「멜리네 조약 12조. 이 조약은 두 나라가 함께 지키는 날까지 효력이 있다.」다리 돌의 패인 글자에 서리가 다시 앉아 있었다.로잘린은 장갑 끝으로 돌 가장자리를 쓸었다. 글자를 덮은 얇은 얼음이 떨어졌다. 옆에서 마티아스가 가죽 덮개를 받아 들었다.“오늘은 바람이 더 셉니다.”“종이를 안쪽에 놓아야겠어요.”얼음달 4일 아침, 탁자는 어제보다 난간에서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다. 올덴 수행원이 천 끝에 무거운 돌을 얹고 있었다. 라이너는 그 곁에 서서 로잘린을 기다렸다.화려한 외투는 그대로였지만, 깃을 여미는 손은 어제보다 느렸다.로잘린이 탁자 앞에 서자 라이너가 봉투를 내밀었다.“말한 대로 따로 적었다.”로잘린은 봉투에서 종이를 꺼냈다. 폐위 문서의 절차를 바로잡겠다는 글과 돌아오기를 청하는 글이 나뉘어 있었다. 앞의 문서에는 귀족회의에 정정을 요청하겠다는 뜻이 적혀 있었다.“회의에 내실 문서인가요?”“오늘 돌아가면 내겠다.”로잘린은 그 문서를 왼쪽에 놓았다. 돌아오기를 청한 글은 오른쪽에 놓았다. 바람이 종이 끝을 들자 마티아스가 가죽 덮개를 펼쳐 받쳤다.라이너는 로잘린의 손을 보고 있었다.“밤새 생각했니?”“제 답은 정해져 있었어요. 다만 두 일을 나누어 답하고 싶었습니다.”라이너의 손이 빈 봉투 위에 내려앉았다.로잘린은 왼쪽 문서를 먼저 짚었다.“폐위 문서를 바로잡는 절차에는 협조하겠습니다. 제게 확인할 일이 있으면 글로 보내 주세요. 원본이 필요할 때도 요청하시면 됩니다.”“그러면 돌아와서 직접…….”“그 일 때문에 돌아가지는 않습니다.”라이너가 입을 다물었다.로잘린은 오른쪽 종이를 집어 들었다. 돌아와 달라는 글 아래에 라이너의 서명이 있었다. 익숙한 글씨였다. 결혼한 뒤로 로잘린이 수없이 문서 끝에 받아 냈던 서명이었다.“이 청에는 응하지 않겠습니다.”종이를 내려놓는 소리가 작게 났다.“저는 올덴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라이너가 봉투에서 손을 뗐다. 손바닥 아래에 눌려 있던 종이의 주름이 천천히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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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협정문 초안

「삼국 협정 초안 1조. 올덴의 밀 1자루와 라우덴의 소금 3자루를 서로의 장부에 올려 직접 교환한다.」마티아스가 세워 주었던 외투 깃에는 접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로잘린은 회의실 문 옆에 외투를 걸고 깃을 폈다. 안주머니에서 가죽 덮개를 꺼내자 다리에서 받아 온 문서가 함께 나왔다. 바람달 15일에 다시 만나겠다는 글 아래로 두 왕의 서명이 나란히 있었다.오늘 탁자에 놓을 것은 그 약속이 아니라, 약속한 날 읽을 초안이었다.얼음달 10일 아침의 회의실에는 젖은 장화 냄새가 났다. 린드는 문 가까이에 앉았고, 스벤은 창에서 먼 자리를 골랐다. 산악 외투를 벗은 힐데는 구리 거래 장부를 펼쳤다.다시 멜리네에 온 사스는 탁자 가장자리의 잉크 자국부터 살폈다.“이번에는 저울이 없군요.”“운반 장부를 가져오셨으니까요.”로잘린이 초안을 나누어 주었다.“무게를 다시 확인할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사스가 좋은 외투의 소매를 걷었다. 장부를 내려놓는 손은 전보다 조심스러웠다.베크는 초안을 읽다가 곧 고개를 들었다.“관세를 양쪽 모두 3퍼센트로 낮추는 겁니까?”“예. 수출하는 나라와 수입하는 나라가 각각 3퍼센트를 받습니다.”“하론 강 통행세도 없애고요?”“그 조항은 그 아래에 있어요.”베크가 종이를 조금 내렸다.“전하, 돈이 없습니다.”마티아스는 로잘린 옆에 앉아 있었다. 베크가 내민 조항을 읽은 뒤 종이를 다시 탁자 가운데로 놓았다.“빠질 돈부터 적으십시오.”베크는 빈 종이를 당겼다. 로잘린이 그 옆에 항구 세입 장부를 폈다.“들어올 돈도 그 종이에 적어 주세요.”“배가 더 들어온다는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지난 장부를 가져왔어요. 토렌 배가 한 달에 6척 들어왔을 때와 11척 들어왔을 때예요.”베크는 장부의 표시된 줄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배가 늘어도 관세를 낮추면 남는 돈이 줄 수 있습니다.”“맞아요. 배마다 싣는 물건도 다르고요. 그래서 척수만 곱하지 않았습니다.”로잘린은 밀과 소금이 적힌 줄만 골라 놓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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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귀족회의

「올덴 귀족회의 결의문. 라이너의 왕위를 거두고 헨리크 공을 왕으로 세운다. 앞서 나라의 이름으로 맺은 조약은 새 왕이 이어 지킨다.」로잘린이 펜을 내려놓은 자리에는 작은 잉크 자국이 남았다.사스는 빈 서명란에서 손을 거두지 않았다. 마티아스가 다리에서 가져온 회담 문서를 펼쳐 탁자 가운데로 밀었다.“귀족회의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릅니다.”“왕이 바뀌어도 이 약속이 남습니까?”“그것부터 글로 확인하겠습니다.”로잘린은 초안 위에 깨끗한 종이를 덮었다.“서명할 사람을 짐작해서 적지는 않을 거예요. 답이 오면 완성한 초안을 보내겠습니다.”사스는 그제야 펜을 놓았다.«▼»바람달 1일, 덮어 두었던 초안 위로 올덴 왕실 인장이 찍힌 서한이 놓였다.게르다가 가져온 쟁반에는 서한과 얇은 문서 묶음이 함께 있었다. 끈 끝에 길에서 묻은 마른 흙이 붙어 있었다.로잘린은 끈을 풀기 전에 인장부터 확인했다. 왕실 문양이었다. 추수달에 받았던 폐위 문서의 인장과는 달랐다.“회의실로 가져갈까요?”게르다가 물었다.“여기서 먼저 볼게요.”게르다는 문 옆에서 기다렸다. 로잘린이 봉인을 열자 접힌 종이 사이에서 결의문이 나왔다. 아래쪽에는 귀족회의의 확인을 마쳤다는 글과 서명이 이어져 있었다.왕위를 거둔다는 문장에 라이너의 이름이 있었다.로잘린은 종이 가장자리를 잡은 손을 조금 옮겼다. 파렌 성에서 왕의 이름을 적을 때는 늘 빈칸이 모자랐다. 라이너가 원한 수식어를 넣고 나면 세금과 곡물에 관한 문장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곤 했다.이 문서의 이름 앞에는 긴 말이 붙지 않았다.“왕비 전하?”“재상께 알려 주세요. 올덴에서 답이 왔어요.”“전하께도요?”“예.”게르다는 더 묻지 않고 문을 닫았다.로잘린은 다음 장을 넘겼다. 포셰의 재산 가운데 관세소 장부와 대조해 확인한 몫을 국고로 돌린다는 결정이 있었다. 아직 확인을 마치지 않은 재산은 따로 적어 두었다.해마다 2만 피른이 빠져나간 줄을 찾는 데 쓰였던 아버지의 글씨가 떠올랐다. 이제 올덴의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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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두 둑이 같이 젖는다

「삼국 협정 서문. 두 둑이 같이 젖는다. 두 나라는 서로의 백성이 먹고 살아갈 길을 함께 지킨다.」로잘린은 접어 둔 헨리크의 서한을 협정문 아래에 넣었다.바람달 15일의 강바람이 종이 모서리를 들었다. 마티아스가 탁자 끝을 눌러 주었다.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등에 찬 바람이 닿았다.“그 편지도 가져왔습니까?”“부탁받은 답을 해야 하니까요.”탁자는 하론 강 돌다리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올덴 쪽에서 오는 수레가 잠시 멈췄고, 라우덴 쪽에서는 소금 자루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빈 수레가 지나갈 길은 가운데에 남겨 두었다.로잘린은 다리 난간의 돌을 보았다. 처음 이곳을 건넜을 때 손끝으로 더듬었던 글이 그대로 있었다.이번에는 그 글을 읽을 사람들이 돌 앞에 함께 섰다.헨리크가 외투의 여밈을 고치며 다가왔다. 흰 수염 끝이 바람에 흔들렸다. 뒤따라온 서기는 문서함을 탁자 옆에 내려놓았다.“보내 준 초안을 읽었소.”“고칠 곳이 있었나요?”“세입이 줄어드는 줄부터 다시 보았소. 통행세까지 없애면 당장은 받는 돈이 줄겠더군.”헨리크가 협정문 위에 손을 얹었다.“대신 떠났던 상인이 돌아와야 그 다음 장부가 채워지겠지.”“돌아올 이유를 오늘 적으려 해요.”“그 이유를 서로 다르게 읽지 않도록 해 주시오.”로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스는 토렌 쪽 문서를 펼쳐 놓고 있었다. 힐데는 구리 값이 적힌 장을 확인했고, 스벤은 소금과 대구의 약정이 붙은 끝장을 잡았다. 베크가 각 문서의 순서를 맞추어 탁자에 놓았다.헨리크가 난간 쪽으로 눈을 돌렸다.“저 글의 뜻도 오늘 듣게 되는 것이오?”“예.”로잘린은 협정문을 잠시 내려놓았다.«▼»돌에 새긴 글은 가운데가 조금 닳아 있었다. 로잘린은 홈에 낀 먼지를 손수건 끝으로 걷어 냈다.헨리크가 곁에 서고 마티아스가 바람이 오는 쪽을 막았다. 힐데와 사스도 돌 앞까지 다가왔다.“리타어입니다.”로잘린이 글을 따라 손을 옮겼다.“두 둑이 같이 젖는다.”스벤이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강물이 양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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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서랍 속 편지

「당신 자리를 원한 적 없다. 이 말을 먼저 적어도 되는지 오래 망설였습니다.」로잘린은 두 손으로 받은 문서를 책상 위에 펼쳤다. 다리에서 묶어 온 끈을 풀자 올덴 왕실 인장이 창으로 들어온 빛을 받았다.바람달 20일이었다. 문서 끝에는 아직 다리 위에서 접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로잘린은 그 자국을 손끝으로 눌렀다. 종이가 쉽게 펴지지 않아 두꺼운 장부를 올려 두었다.페트라가 빈 문서함을 가져왔다.“어디에 둘까요, 마님?”“조약 사본 옆에.”“폐위 문서도 거기 있는데요.”“함께 두면 돼. 무엇을 바로잡았는지 알 수 있게.”페트라는 함 안의 종이를 옮겨 자리를 만들었다. 재무대신의 인장이 찍힌 문서 옆에 왕실 인장이 찍힌 문서가 놓였다. 로잘린은 두 문서의 모서리를 맞추고 뚜껑을 닫았다.책상 아래 서랍은 조금 열려 있었다. 문서함을 꺼낼 때 안쪽에 둔 편지가 걸린 탓이었다.로잘린은 서랍을 당겼다.올덴 책봉 서한 아래로 얇은 봉투가 나왔다. 봉한 자리는 뜯기지 않았고, 겉면에는 로잘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페트라가 봉투를 보고 손을 멈췄다.“그 편지도 옮겨 둘까요?”“아니. 오늘 읽을게.”로잘린은 봉투를 책상 위에 놓았다. 페트라는 창가로 가 커튼을 조금 더 걷었다. 바닷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창은 닫아 둔 채였다.편지칼이 봉투의 윗부분을 갈랐다.안에 든 종이는 얇았다. 펼치자 접힌 곳을 따라 글씨가 조금 번져 있었다. 첫 줄 아래에는 잉크를 긁어 지운 자국이 있었다.「당신 자리를 원한 적 없다. 이 말을 먼저 적어도 되는지 오래 망설였습니다.」로잘린은 편지를 내려놓지 않았다.마들렌의 글씨는 책봉 서한의 글씨와 달랐다. 줄 끝으로 갈수록 글자가 작아졌고, 종이 아래에 남겨 둔 여백은 거의 없었다.「아버지는 왕의 곁에 있는 일이 우리 집안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따랐습니다. 왕께서 손을 내미셨을 때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자리를 원하지 않았다는 말로 그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압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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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소금 산

「왕비의 혼례를 앞두고 백성은 소금 한 줌씩을 광장에 모은다. 가져온 이의 이름과 소금의 양은 묻지 않는다.」복도 끝 서재 문이 열려 있었다.베크는 금고 앞에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열쇠를, 다른 손에는 금고 장부를 들고 있었다. 로잘린이 문턱에 서자 베크가 고개를 돌렸다. 눈가가 젖어 있었다.“왕비 전하, 돈이 생겼습니다.”한 번 더 말하는 목소리는 처음보다 낮았다.로잘린은 안으로 들어가 장부를 받았다. 마지막 줄에 2만 세르가 적혀 있었다. 베크의 글씨였다. 숫자 옆에 확인한 표시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베크의 손이었고 하나는 마티아스의 손이었다.“세어 보셨어요?”“세 번 셌습니다.”“세 번 다 맞았고요?”“예.”베크는 손등으로 눈가를 눌렀다.“돈이 없다고 말한 날을 셀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을 할 때마다 전하께서는 알겠다고만 하셨지요.”마티아스가 문 옆에 서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셈은 왕비가 했습니다.”“제가 적었습니다.”로잘린은 장부를 베크에게 돌려주었다.“그럼 둘이 맞춘 거네요. 적은 사람이 없으면 셈도 없어요.”베크는 장부를 받아 금고 위에 놓고, 열쇠를 돌려 문을 잠갔다. 손이 조금 느렸다. 다 잠근 뒤에야 지팡이를 찾아 들었다.“내일부터는 이 숫자로 시작하겠습니다.”“예. 내일 아침에 다시 봐요.”로잘린은 서재를 나오면서 마티아스를 보았다. 마티아스는 베크가 금고 열쇠를 품에 넣는 것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닫아 주었다.«▼»씨앗달 25일 아침, 로잘린은 금고 기록을 덮고 창가로 갔다. 그날부터 아침마다 확인한 장부 끝에는 오늘도 2만 세르가 적혀 있었다. 확인을 마친 기록은 서재로 돌려보내면 되었다.그런데 창밖에서 천을 터는 소리가 들렸다.광장 가운데에 넓은 천이 깔려 있었다. 게르다가 모서리를 잡고, 궁 하인들이 접힌 곳을 펴고 있었다. 천을 다 펼치기도 전에 한 사람이 작은 그릇을 들고 다가왔다.로잘린은 창을 열었다.소금이 그릇에서 쏟아졌다. 흰 알갱이가 천 위에 작은 무더기를 만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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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두 번째 대관

「꽃달 1일, 왕과 왕비는 백성이 모은 소금 앞에서 혼례를 맺고 구리 관을 쓴다. 두 사람의 서약은 광장에 모인 이들이 듣는다.」마티아스는 문턱에 얹힌 로잘린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을 조금 옮기자 잉크 자국 위로 엄지가 닿았다.“고칠 곳이 있었군요.”“예. 내일도 있으면 말씀드릴게요.”“듣겠습니다.”마티아스는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로잘린이 문을 닫을 때까지 문 앞에 서 있었다.혼례 옷은 의자 위에 펼쳐져 있었다. 로잘린은 펜을 다시 들지 않고 등불을 낮췄다.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천을 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도 곧 그쳤다.«▼»아침에 게르다가 가져온 것은 수프와 작은 접시였다.“옷부터 입으면 못 드십니다.”접시에는 꿀빵이 놓여 있었다. 표면의 소금이 아침 볕을 받아 희게 보였다. 로잘린이 의자를 당기자 페트라가 수프 그릇을 가까이 밀어 주었다.“광장에 나눌 빵은 옮겼어요. 이건 마님 몫이고요.”“먼저 먹어도 돼?”“마님이 드실 것을 먼저 빼 뒀어요.”페트라가 빵을 갈랐다. 로잘린은 수프를 먹은 뒤 빵 조각으로 접시의 꿀을 훑었다. 게르다는 빈 그릇을 확인하고서야 혼례 옷을 들었다.옷에는 금실도 보석도 없었다. 밝은 천의 소매 끝에 작은 바느질이 이어져 있었다. 로잘린이 팔을 넣자 페트라가 등 뒤를 여몄다.게르다는 어깨의 접힌 곳을 펴고 소매를 내려 주었다.“손을 뻗어 보세요.”로잘린은 책상 쪽으로 팔을 뻗었다. 소매 끝이 손등을 덮지 않았다.“펜을 잡아도 되겠어요.”“오늘도 잡으실 겁니까?”“날짜는 적어야죠.”게르다는 대답 대신 마지막 매듭을 고쳐 묶었다. 페트라가 머리를 빗어 하나로 모았다. 평소보다 천천히 빗살이 내려왔다.문밖에서 소냐가 물었다.“들어가도 돼요? 준비 다 됐어요? 관도 여기 있어요?”“들어와.”소냐는 문을 열자마자 말을 멈췄다. 로잘린의 옷을 보고, 머리를 보고, 다시 옷을 보았다.“언니가 계단을 내려오면 제가 먼저 광장에 알려도 돼요?”“뭐라고?”“우리 왕비가 나온다고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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